2008년 12월 31일 수요일

2008년 그리고 2009년

2008년은 정말 갖가지 일들이 일었났던 한 해였다.
(연말에 감기 몸살로 정신이 좀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니 기록을 하고 넘어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1. 두 명의 초등학생

도윤이의 초등학교 입학은 그다지 큰 일이 아닌 듯 보였지만, 그리고 지윤이때 잘 넘어갔으니까 큰 걱정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예상외로 쉽지 않았다. 아이는 아이일 뿐인데 무엇때문에 힘들었을까... 처음엔 영어수업을 따라가게 만드느라 힘들었던 것 같은데, 이제 많이 나아졌는데도 여전히 힘들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원인은 역시 아이보다 엄마가 아닐까. 행복해야할 어린 시절, 마냥 즐겁게 놀아야 할 다시 오지 않을 그 시절에 벌써부터 공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참 안타깝다. 그리고 아이들이 커갈 수록 그 안타까움이 점점 커져 가는 것이... 그리고 한국의 교육현실에서 이런 것들이 달라질  희망이 더이상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 정말 슬프다. (차라리 5공때처럼 과외금지를 시켜 주던지...ㅠㅠ)

2. 금융위기와 회사

작년에 벌어진 서브프라임 사태가 그대로 마무리 되려나 했더니, 웬걸... 올해는 정말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다. 리만이나 메릴린치, 씨티 같은 정도는 아닐지라도... 이 회사의 주가는 58% 떨어졌다. 도무지 어디까지 쳐박힐지 가늠이 안될 정도였다. 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위하여 여러가지 조치를 취해도 보고... 그러다가 요즘엔 회사 전체의 구조조정이 이루어 지고 있는데 이게 올해로 끝날 것 같이 보이지는 않는다. 내년에는 더 큰 변화가 몰려오지 않을까 싶다. 더구나, 한국 비즈니스는 국내의 내부적인 문제 때문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그다지 해결된 것은 없어 보이는 것으로 보아... 내년에도 계속 무엇인가의 변화가 있을 듯하다. 나도 이제 좀 진지하게 2009년 또는 2010년 이후의 플랜B를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3. 거꾸로 도는 시계

작년 말에 MB가 당선되었을 때는 정말 이렇게까지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들은 "무얼하던 상상했던 것 그 이상"이다. 올해가 되어서야 비로소 시계바늘이 거꾸로도 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구습을 그대로 답습하는 소위386들이 한심하고, 리버럴도 못되면서 진보인척하는 사람들이 보기 싫었던 10년이었는데, 그래도 이렇게 넋놓고 망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나았었다. 어디서 희망을 찾아야 할까. 결국 자기 입에 들어 오는 것에 관한 문제에만 발끈하거나, 민족주의 열풍에 휩싸여서 오버하는 사람들... 그러나 여전히 세금은 어떻게 해서든 조금만 내고 싶고, 또 바둥바둥거리며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서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서 과연 희망을 볼 수 있을까. 사실 이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그랬는데, 이제서야 그에 딱 맞는 수준의 그것도 매우 노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정부를 만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기가 막히기는 했지만, MB와 그 집단들의 코메디 때문에 가끔은 재미있기도 했다. 결국엔 정도를 지나쳐 짜증이 나게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연초 청와대 대변인이 기자들과 짜고 치는 고스톱판을 벌이려는 모습이 생중계될 때만해도 코메디였는데, 엊그제 MB가 도덕적 결함이 없는 정권 운운하거나 만수아저씨가 원없이 돈을 써본 한해 어쩌구 하니 이젠 정말 참을 수 없을 만큼 짜증이 난다. 고등학교 도덕이나 정치경제 수준의 기본 소양도 없어 보이는 그 아저씨들 (간혹 아줌마들도 있다)이 하나같이 화려한 학벌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교육은 옛날부터 확실히 문제가 있다.

내 주위엔 '나는 종부세 내도 좋으니 세율을 올려야 한다, 과세기준도 낮추면 안된다'라는 말에 동의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모두들 헌재판결이 나자마자 환급받으니 좋다, 종부세 올해까지 많이 나와서 죽을 지경이다, 빨리 개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라도 떠들어 대는데, 그들 모두 예전에 경제학, 법학 열심히 공부했던 멀쩡한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이고 너무 많아 넘쳐나는 것은 무엇일까. 

감세가 경제를 살린다고 정말 믿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어차피 대부분의 저소득층은 지금도 소득세를 내지 않거나 매우 조금 낸다. 중소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여러가지 세액공제감면 혜택으로 직접세의 세금부담은 매우 적은 편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가 마치 세금때문에 엉망이 된 것처럼 떠들어 대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된다. 도대체 그 사람들의 욕심은 어디까 끝일까? 전에 어떤 클라이언트 회사의 임원이 스톡옵션을 받고는 세율이 너무 높아서 어쩌구 하면서 투덜대는 걸 보고 아무리 세율이 높아도 100%는 아니지 않느냐, 당신은 일반 급여 이외에도 옵션행사로 돈을 벌었고 그것에 대한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라고 우리 팀장이 이야기 했던 것이 생각난다. 국가와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의무에 동의하고 싶지 않으면 차라리 한국을 떠나는 것이 낫다. 케이만 아일랜드 같은 tax haven에서는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 날씨도 좋고... 왜 여기 남아서 그것도 정부관료로 살아가려고들 하시는지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어제 환율은 1259.5원. 31일자 재정환율은 1257.5원. 이걸로 국내 기업들의 외화표시 부채와 자산을 평가하게 된다. 그러나 정상적인 환율은 그보다 100원가량 높았었는지도 모른다. 어제 역외환율은 1343원을 찍었다. 이게 뭔가..? 국민의 돈을 외환시장에 퍼부어서 전국적인 분식회계를 하려는 것인가? 누구나 정부개입으로 연말 환율이 떨어질 것을 예상했고, 연초에 다시 개입이 없으면 원상복귀될 것을 알 수 있는데, 우리 모두를 투기꾼으로 만들 작정이셨는지... 아니 그게 아니라 눈앞에 뻔히 보이는 이익은 초연히 흘려 보내고 (비록 연초에 수입대금 결제할 것이 있다고 하더라고) 싼 가격에 달러를 살 기회를 빠이빠이하고 내년에 비싸게 달러를 송금하여 손실을 왕창 내야 하는 것이 진정한 애국기업의 태도라고 보시는 것인지... 하여간 정말 보기 드물게 신기하고 재미있는 사람들이다.  




2009년. 몇 가지 바라는 일들이 있다.

1. 아이들

나도 아이들도 이제는 뭔가 원칙을 가지고 살고 싶다. 어차피 사교육이 필요하다면, 최소한도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그리고, 하더라도 즐거울 수 있도록...

물론 전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전혀 가능하지도 않을지 모른다. 그래도 최소한 2008년보다는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2. 회사

이건 잘 모르겠다. 내 의지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어쩌겠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안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다가오는 것이 기회인지 함정인지를 잘 판단할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기를...

더불어 구체적인 플랜B를 입안해 볼 것.

3. 그 밖에..

쥐의 해답게 시끄럽고 천박했던 2008년도와는 달리 우직한 소처럼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경제위기의 여파가 조금이라도 덜하게 지나갈 수 있기를.. 그래서 실물경제와 소비자금융까지는 많이 망가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는 하지만... 쉽지는 않을 듯 하다.

이제는 별로 재미있지 않으니,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 관료들의 코메디는 그만 보고 싶다. 정권이 그대로인 이상 큰 변화가 있을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정상적인 사고를 하면서 정책을 내어 놓는 모습을 보고 싶다. 아니면, 그냥 아무 것도 하지 말던가....

이미 삽을 뜬거나 다름없어 보이긴 하지만 대운하 (또는 4대강 정비사업)은 제발 그만두기를... 내 친구 중 하나는 MB가 운하파면 한국을 뜨겠다고 했는데...

TV에서 조중동 같은 찌라시를 보는 일이 없기를... 가뜩이나 어제 오늘 엄청 추운데 촛불들고 밖에 계신 분들 감기들지 않기를..

국제중에 못갔다고 특목고에 못갔다고 자살하는 아이들이 없기를... 요즘같이 모두가 어려운 시절에 사교육 관련 업체들은 현금이 남아 돈다고 한다. 아무도 쉽게 투자를 못하는 부동산까지 현금을 쌓아 놓고 투자할 수 있을 정도라니. 그 돈은 학부모들의 불안감, 아이들을 몰아가는 경쟁교육, 이런 데서 나온 것이 아닌가. 물론 유익하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곳이나 학습지도 많겠지만.... 하여간 부모들의 땀과 아이들의 피를 먹고 살찌고 있는 곳들도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너무 무겁다.  모두를 경쟁에 지친 좀비처럼 만드는 세상에서.. 경쟁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 갈 수는 없는 걸까.

하나 더. 전쟁에서 상처받고 죽어가는 아이들이 줄기를... 요 며칠사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가족을 읽은 아이들, 아이를 잃은 가족들의 모습이 너무나 참혹하다. 왜 그들의 전쟁에서 우리들이 상처를 받아야 하는지...

(그림의 출처는 bluebison.net)

2008년 12월 26일 금요일

'2009 피나바우쉬 탁상용 달력' + '프로그램 바인더'set

LG아트센터의 후기 공모 이벤트의 선물로 받은 것. 생각보다 응모자가 많지 않았던 모양으로 응모자 전원에게 선물을 나누어 준 것 같다. 블로그에 이미 올려 놓았던 후기들을 줄줄이 올렸는데 선물을 받아서 기분이 좋다^^

프로그램 바인더는 약간 작은 크기여서... LG아트센터의 프로그램과 좀 작은 프로그램들만 보관할 수 있겠지만... 그럴 듯하게 생겼다^^


2008년 12월 24일 수요일

라센 찌간느

바이올린을 사고 도미넌트로 세팅을 한 후 꽤 시간이 흘렀다. 좀 더 부드러운 현으로 바꿔 볼까 하는 생각은 처음부터 하고는 있었지만..... 아껴야 잘 산다... 라는 궁핍 경제학을 바탕으로 몇 달을 버텨 왔다. 더구나 천정부지로 치솟는 환율 때문에 현 값도 어마어마하게 비싸졌고...

사실 이 찌간느 현은 오래 전에 사놓은 것이다. 그저... 경기 침체 시에 생활 재고를 비축하자는 생각에...안 쓰고 고이고이 모셔놓았던 것이었는데, 엊그제의 합주 연습에서 내 바이올린의 챙챙대는 음색에 스스로 괴로와.... 어제 결국 현을 싸그리 갈아 버렸다.

하지만, 음량은 줄지 않은 듯 하고.. 다만, 쇳소리는 좀 덜나는 것 같다. sonority는 많이 좋아진 것 같고.... 현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좀 더 써봐야 어떤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재고도 떨어졌고.... 찌간느는 정말 오래 써야쥐...ㅠㅠ

2008년 12월 23일 화요일

앙상블 첫 연습 2008년 12월 22일

드디어 앙상블을 구성했다. 뒤포르와 바친기에서 첼로, 비올라, 피아노까지. 퍼스트 바이올린까지 영입하면 금상첨화일 듯 한데... 일단은 이 멤버로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피아노 전공자 (유일한...) 경희씨는 나중에는 바이올린으로도 연주하실 계획.

급하게 약속 날짜를 잡느라, 연습실도 급하게 구했는데, 가보니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5명이 2시간 정도 있으려니 좀 좁긴하더라..;;;

은하가 스즈키 쿼텟 악보와 여인의 향기 악보, 경희씨가 가브리엘즈 오보에 악보를 가져왔다. 스즈키 악보는 쭉 살펴보니 무지 쉬워 보였는데.....;;;;

정말 본의 아니게 허접한 실력으로 (그것도 며칠 간 연습 한 번도 안했는데...) 멜로디 라인을 내가 연주하려니 엉망이 되어 버렸다..ㅠㅠ 더구나 오래 전에 배운 곡들을 해보려니 음정에 삑사리 장난 아니고... 원래 레슨샘 앞에서도 긴장해서 잘 못하는데, 처음 만나서 연주를 하려니 긴장 긴장... 이래서야 남들 앞에서 연주를 어찌하나 싶다.

일단, 바흐 가보트, 가브리엘즈 오보에 (오보에를 한 명 구할 예정), 베토벤 미뉴엣을 하는 것으로 했는데, 끝나고 생각해 보니, 영화음악이나 애니음악 중에서 골라도 괜찮을 듯 하다. 물론 열심히 연습을 해야 겠지만..;;;;

연습을 마치고 나오니 눈이 펑펑 내린다. 우리의 첫 모임을 축하해주는 瑞雪일 듯 ^^;; 연습실 바로 앞의 카베하네라는 커피숍에서 다음 연습 일자와 장소를 논의하고는 눈을 맞으며 헤어졌다.

오늘 연습의 take away는... 바이올린만 잘하면 된다...;;;;;

바이올린을 잘하기 위해서는... 긴장을 풀고, 연습도 좀 많이 하고...;;; 그래도 안되면 퍼스트를 적극 영입해 볼 것...^^;;;

[공연] 조르디 사발과 르 콩세르 드 나시옹 2008년 12월 21일

카퓌송 형제의 공연이 아마도 올해 마지막 공연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30% 할인된 가격에 혹한 충동구매로 결국은 올해도 사발의 공연을 보게 되었다^^; 사발의 감바 공연을 더 보고 싶긴 했지만... 르 콩세르 드 나시옹의 왕궁의 불꽃놀이도 기대가 되는 곡이었다.

좀처럼 돈주고 사는 일이 없는 R석... 후덜덜한 가격의 자리에 앉았다. 같은 R석이라면 아예 앞 쪽이 나을 것 같다는 약간의 아쉬움... 경기침체의 여파에도 생각보다 객석에 사람들이 많다. 사발의 유명세 덕을 보는 가 보다.



첫 곡인 퍼셀의 모음곡은 큰 기대를 하지 않기는 했지만.... 뒤의 두 외국인은 계속 속삭이고, 옆의 꼬마는 칭얼대고.. 참... 비싼 자리가 오히려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마구 들게 만든다...;

어쨌거나, 몇 명의 관악기 주자가 무대 뒤에서 연주하던 에코우를 비롯한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곡들의 연주는... 재미있기는 했으나, 기대한 것 보다는 조금은 맥빠졌다. (수상음악이 연주되기 직전에 그 꼬마의 엄마인 듯한 여자분께 아이를 주의시켜 달라고 부탁했더니... 애니까 이해해 달란다... 이해해줄 문제가 아니다 주위 사람들 다 피해보지 않느냐라고 했더니, 이번 곡 끝나고 나갈 거라고..;;;; 속으로는 이번 곡부터 나가 주셨으면 좋겠다고 하고 싶었으나 참고...;;)

수상음악은 작년에 내한했을때에도 연주를 했었는데, 이번 보다는 작년의 연주가 더 좋았던 것 같다. 내추럴 혼 연주자들이 같은 사람들인지는 잘 기억은 안나는데... 아무래도 작년이 더 멋진 연주였다는 느낌이다.

인터미션이 끝나고 연주된 콘체르토 그로소는 아주 낭만적이고 달콤한 뮤제트를 비롯해서 부드럽고 맑은 느낌의 바로크 현악기들의 맛이 살아나는 아름다운 연주였고, 이어지는 왕궁의 불꽃놀이에서는 기 페르베를 비롯한 바로크 트럼펫들의 활약에 넋을 놓을 정도. 쳄발리스트 루카 굴리엘미도 훌륭하고... 악장인 다비드 플랑티에도 멋졌다. 좀 멀긴 했지만, 플랑티에의 과다니니가 어찌 이쁘게 보이던지...; 후반부는 전반부의 맥빠지는 느낌은 전혀 없는 멋진 공연이었다.

사발은 앵콜 인심도 후해서... 3곡이나 해주었고 한국말로도 몇 마디 했던 것 같은데, 뭐라고 하는지는 잘 못 알아 들었다. 어쨌거나... 관객들의 박수를 유도했던 두번째 앵콜은 전에도 앵콜로 들려 주었던 듯...

앵콜이 모두 끝난 시간은 10시 반 정도.. 2시간 반이나 되는 긴 연주였다. 비싼 티켓 값이 아깝지 않게 해준 연주자들에게 감사 ^^;;;;

프로그램

퍼셀, 요정의 여왕 모음곡 1692
헨델, 수상음악 1717
헨델, 합주협주곡 사단조 Op.6의 No.6
헨델, 왕궁의 불꽃놀이 1749

앵콜곡

Lully, Marche des combattons and minuet
Rameau, Contre danse tres vive 
Marin Marais, 오페라 Alcyone 중 Marche pour les matielots


아래의 사진은 NY Times에서 얻어 온 것인데... 사발의 감바, 루카 굴리엘미의 쳄발로, 마르크 앙타이의 트라베르소 그리고 앙리크 솔리니스의 티오르보가 같이 있는 사진이다. 물론 이번 연주회에선 트라베르소가 없긴 했다 (있었다면 앙타이가 와줬을까...?) 티오르보 연주자의 모습은 공연 때는 지휘자인 사발에게 가려서 거의 못 봤었는데, 사진으로라도 봐야지..ㅎㅎ

Julien Jourdes for The New York Times

2008년 12월 22일 월요일

[영화] 벼랑 위의 포뇨

오래간만에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이 나왔다. 7년만이라던가... 수작업한 그림들과 귀엽고 오동통한 포뇨의 모습을 보고 일찌감치 11월에 극장표를 예매했다.

----------------------- (영화의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실 분은 주의해 주세요!) ------------------

포뇨는 하야오의 오래전 애니, 그 유명한 이웃집 토토로를 연상케 한다. 그 간의 여러가지 애니들을 다 보여주고는 다시 토토로의 메이의 모습을 보여 주는 듯한 포뇨의 모습이 그렇다. 단순한 줄거리. 두 꼬마의 심플한 모험 (이번엔 자매가 아니라 5살짜리 연인들이긴 하지만) 이야기. 너무나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마을 사람들의 모습. 일본의 어촌의 아름다운 풍경. 다 비슷하지 않은가.

토토로 보다 그 이후에 이어지고 또 이어지던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들의 큰 스케일, 거대한 스토리 등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단순하고 허술한 줄거리에 조금은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오히려 그 옛날 토토로를 다시 만난 것 같은 느낌에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같이 갔던 도윤이는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 마저 다 올라가자 (그 때 시간이 밤 9시반이 넘어 있었는데), 한 번만 더 보고가자고 졸라대기 시작했다. 너무 늦었고 표도 없다면서 달래어 집에 데리고 왔지만 계속 포뇨이야기다.
몇 장의 스크린 샷들.

소스케의 벼랑 위의 집. 정말 아름다운 바닷가의 집이다.

소스케가 준 (소스케에게서 뺏은) 햄을 맛나게 먹는 물고기 포뇨. 도윤이가 좋아하던 장면.

포뇨와 동생들. 가출하는 큰 언니를 배웅한다.

브륀힐데를 야단치는 아버지. 브륀힐데를 감금한다는 점, 그리고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포뇨가 동생들과 함께, 생명의 물을 마시고 바다 위로 올라오는 장면에서는 바그너의 발퀴레의 비행과 매우 비슷한 음악이 나온다는 점으로 보아... 미야자키 하야오는 북구의 신화를 차용하고 싶었던 듯... 그러나 애니의 줄거리와는 그다지 관계는 없다 ^^;;

정말 신나는 파도 속의 포뇨. 마을에 해일이 닥쳐 오고, 소스케의 엄마는 바닷물에 거의 잠겨 있고 강풍이 몰아치는 해안도로를 질주하는데... 마치 달리기 놀이하듯 파도 위를 달리는 포뇨의 모습은 애니의 백미다.



약간 오바스러운 맛이 나기는 하지만...;; 인간소녀가 된 포뇨의 호기심 가득한 즐거움이 넘치는 장면들...


배를 타고 엄마를 찾아 떠나는 두 아이. 지브리식 모험이 시작되기는 하나... 전작들과는 달리 좀 심심한 모험이다. 5살의 눈으로 보면 흥미진진할 수도...;

마지막 장면. 하야오식의 인어공주 이야기는 오리지널 인어공주이야기와 이렇게 맞닿는다. 씩씩한 5살 여자아이의 인어공주는 얼빠져 있는 남자친구에게 키스함으로 스스로 영원히 인간이 되는 것을 선택했다. (이 부분은 살짝 디즈니스럽기 까지 하다. )


그런데, 포뇨가 물고기에서 인간으로 되는 과정에서 잠깐씩 "조류화"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물고기와 인간사이에 조류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 중간적인 캐릭터만은 정말 창의적이다. 매우 맘에 든다. ㅎㅎㅎ 영화를 보다가 이렇게 속삭이고 말았다는..... "어 포뇨가 닭 됐다!!"

외국의 쇼핑몰에는 아래와 같은 닭 상태의 포뇨인형도 판다.

(나의 "닭" 주장에 대해 지윤이는 닭이 아니라, 오리이며, 물속에서 생활하다가 물과 육지 양쪽을 살아야 하는 상태가 되어 물갈퀴가 달려야 하기 때문에 저런 손과 발을 가지게 되었다는 이론을 진지하게 설파했다. ㅡㅡ;; 흠.. 그렇다면 조류가 아니라 양서류여야 하는데.. 그럼 저게 개구리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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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뇨를 보기 전 날에는 회사에서 year-end party 프로그램으로 단체영화관람을 했는데... 트와일라잇을 볼 줄 알았더니만.. 갑자기 예스맨으로 바뀌었다. 머리를 텅 비우고 가서 신나게 웃어 주리라 다짐하고 가서 봤다. 짐 캐리가 한국말 하는 장면이 꽤 여럿 나오더라. 그런데 발음은 영 별로...;;; 영화에 출연한 한국인들의 연기력도 영...;;; 그렇지만 여자 주인공은 정말 예쁘고.. 대체로 웃기기는 했다^^;

2008년 12월 14일 일요일

어제 무슨 일이?

그나저나... 어제 방문객이 903명이나 되었넹... 보통 200명 정도인데... 어제 왜..?? 알 수가 없네....ㅡㅡa

2008년 12월 11일 목요일

[공연] 르노 & 고티에 카퓌송 듀오 공연 2008년 12월9일

요즘 공연 예약을 주저하고 있는 내 모습을 생각하니 이 공연이 아마도 올해 마지막 공연이 될 것 같다. 내년에는 과연 공연을 자주 볼 수 있을까...

호암아트홀 공연은 가깝기도 하고, 여러모로 편하다. 그건 그런데... 요즘 회사 상황이 상황인지라... 프로그램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공연장에 도착했다. 프로그램을 받아들고 살펴보니... 살짝 당혹스럽다. 라벨에 코다이는 그렇다치고... 첫 곡인 슐호프는 전혀 모르겠다. 그러고 나서 생각을 해보니.. 바이올린과 첼로, 딱 두대를 위한 레퍼토리가 그다지 많지는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럽발코니에서 가져온 리허설 사진. 본 무대에서는 두 형제가 다 깔끔하게 검은색 연주복을 입고 나왔었다. 76년생인 르노는 좀 그렇지만... 81년생인 고티에는 확실히 꽃미남인 듯했고... 동생은 남다른 헤어스타일에 첼로의 엔드핀을 엄청나게 길게 뽑아서는 매우 파워풀한 연주를 보여 주었다. 르노는 그보다는 훨씬 범생이같은 모습이랄까... )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유태인으로 수용소에서 죽음을 맞았다는 슐호프의 듀오는 생각보다 흥미진진한 곡이었다. 집시풍의 멜로디가 때론 해학적으로 또 정열적으로 연주되는 2악장은 인상적이었다. 마치 비올라같은 느낌으로 저음현들이 많이 사용되는 르노의 바이올린의 음색은 풍부하고 부드러웠고.. 첼로를 타악기같은 느낌이 들게 하는 고티에의 연주도 특징적이었다.

라벨의 소나타에도 동양적 (또는 헝가리적) 멜로디들이 들어 있었는데 영화음악같은 박진감이 느껴지는 2악장도 좋았지만, 첼로 독주로 시작되어 바이올린과 함께 고음으로 이어지는 느린 3악장에서는 어색하게 장엄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 묘한 애매함은 마치... 따뜻한 느낌으로 지인들에게 둘러쌓여 있기는 하지만, 사실 주위에는 콘크리트로 막힌 무덤들로 가득 차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랄까.. 4악장에서는 젊은 첼리스트의 파워풀한 첼로 소리에 잠시 넋을 잃기도...

인터미션이 지나고 이어진 코다이의 듀오. 르노의 바이올린에서는 좀 전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색을 넘어서 너무나 맑고 선명한 음악이 이어져 나왔다. 코다이의 듀오에는 멜로디가 가득하다. 헝가리안의 민요풍의, 집시풍의 선율들이 넘쳐 흘렀다. 첼로와 바이올린은 서정적이고 풍부한 선율을 서로 주고 받았고... 첼로가 강하게 c string 개방현을 연주하다가 바이올린의 e string 거의 끝의 고음으로 이어지는 부분이라던가 화려한 3악장의 연주, 그 중에서도 첼로가 타악기인듯 비트를 넣으면 바이올린이 집시풍의 선율을 연주하던 부분... 아이디어가 가득한 인상적인 곡이 아닐 수 없다.

매우 열정적인 연주로 시종일관 진지하게 젊음이 넘치는 연주를 보여주던 두 형제는 프로그램을 마치고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고 관객들도 환호했다. 낯선 곡들이지만, 코 앞에서 펼쳐지는 바이올린과 첼로의 연주로 내 앞에 펼쳐진 그 다채로움만으로도 인상적인 음악들이 되었다. 그리고 이어진 앵콜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대로.. 파사칼리아. 그런데... 빠르고 격렬한 연주다. 이제까지 들었던 파사칼리아와는 다른 해석. 저 속도로 앙상블이 흐트러지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는데.. 형제는 멋지게 이중주를 해낸다.

앵콜곡이 더 있을까 싶었은데.. 고티에 형제는 한 곡 더 연주해 주었다. 느리고 잔잔한, 처음부터 끝까지 조화로운 화음으로 이어지는 곡. 나중에 보니 바르토크의 곡이란다.

르노 카퓌송의 명성은 꽤 알려져 있지만, 고티에 카퓌송의 열정에 찬 연주를 만난 것이 이번 연주회의 수확이 아닐까 싶다. 돌아와서 잠깐 위키피디아를 뒤져봤는데, 뜻밖에 고티에에 대한 설명은 있는데, 르노에 대한 설명이 없다. 그 반대가 아닐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꽃미남에 더 가까운 고티에가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게지 싶다..ㅎㅎ

풍부한 부드러움에서 선명한 맑음까지... 멋진 음색을 들려준 르노의 바이올린은 1737년 Panette 과르네리 델 제수. 고티에의 첼로는 어느 것인지 모르겠다. Goffriler이거나 Contreras라는데... 반짝반짝 프렌치 폴리쉬를 한 두 형제의 악기의 음은 강하고 아름다왔다. 그나저나... 저렇게 같이 다니면서 음악적인 앙상블을 이룰 수 있는 형제지간이라니... 정말 부럽기 그지 없는 동기간이다.

프로그램

슐호프_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듀오 
라벨_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소나타  

- 인터미션 -

코다이_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듀오, Op. 7 

앵콜곡:

헨델 - 할보르센, 파사칼리아
바르토크, 헝가리 민요 멜로디(Melodies populaires hongroises) 중 코랄:안단테

2008년 12월 3일 수요일

다시 티스토리로 옮김... 그리고 100년만의 동창회

며칠 전에 다시 티스토리로 옮겨왔다. 업체에서 웹호스팅을 받아서 블로그를 운영했는데, 벌써 1년이 훨씬 넘어서 호스팅 서비스를 연장해야 하는 기한이 도래한 모양이었다. 알림 메일이 와서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도메인만 그대로 슈삐닷넷을 유지하고, 호스팅 서비스는 연장을 하지 않기로 했다. D니 R이니... 요즘 무시무시해서 한푼이라도 아껴야 겠다는 생각에...ㅡㅡ;;; (하지만 여전히 이것 저것 사들이는 버릇은 못 버리고 있다..ㅡㅜ 초절약모드로 진입할 시기가 다가온 듯 한데....;;;)

그나저나 티스토리에 돌아와 처음으로 글을 써보는데.... 왜 이리 업로드가 느린지 모르겠다..;;; 다시 호스팅업체로 돌아가야 하나...;;;

지난 주 금요일엔 경영대 여학생회 동창회를 했다. 공식적인 동창회로는 100년만...은 아니고 거의 10년만인 듯 하다. 재작년에들 모였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내가 참석했던 기억이 안나는 걸 보면... 아마 회사일로 정신이 하나도 없을 때 모임이 있었던가 보다. 하여간.... 대략 20명정도 모인 것 같은데... 84학번에서 93학번까지 모였고, 아.. 96학번도 한 명 있긴 했군... 정말 졸업하고 처음보는 사람들도 많았고, 아예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우리 때는... 한 학번에 평균 5-6명 정도 여학생이 있었고, 쭉 이어지다가 93학번에서 대폭 증원(?)되어 15명이 되고.. 그 다음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서 언젠가부터는 여학생 모임 자체가 의미가 없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아마도... 그 날 모였던 학번들에서 더 아래로 발전해서 숫자가 증가하거나 아래로 이어져 내려갈 모임은 아닐 듯 하다.

예전에는 모임을 가면 내가 좀 아래쪽이었는데... 이젠 어느 모임엘 가도 연장자 그룹이다. 이번 동창회에서도 마찬가지. 하여간, 졸업하고도 역시 잘나가는 선후배들.. 특히 후배들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내가 지금껏 살아오는 동안 그들은 어떻게 살아왔을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오히려 옛날 학교다닐 때보다는 사고방식의 갭이 줄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보고... 글쎄 그게 그런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고... 음... 예상했었던 것보다는 더 흥미로운 모임이었다. (덕분에 집에 와서 꿈자리가 뒤숭숭했다... 무슨 꿈을 꾸었는지는 잘 기억은 안나지만...)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그 날 소식을 전해듣게 된 아이들의 이야기들도 재미있었고...^^

앞으로는 좀 더 정기적으로 자주 모이기로 했는데, 모두들 바쁜 사람들이라 그게 잘 될까 모르겠다. 1년에 한 번 정도씩만 모여도 성공일 듯...

2008년 11월 21일 금요일

[공연] 이안 보스트리지,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 2008년 11월 19일

고양 아람누리는 처음 가보는 곳이라서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출발했는데, 퇴근시간의 강변북로가 심하게 막혔다. 허겁지겁 도착하니 공연 10분전이다. 표를 어디서 예매했는지도 기억이 안나서...;; 좀 헤매다가 표를 찾았는데 프로그램도 다 팔렸는지 없고 에라 모르겠다 그냥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다. 깔끔한 공연장이 맘에 든다. 합창석이 생각보다 넓게 되어 있는데, 내가 앉은 자리 앞에 설치되어 있는 안전바의 높이가 마침 내 눈높이라 무대가 잘 보일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보스트리지와 함께 무대에 등장한 줄리어스 드레이크는 피아노에 앉자마자 첫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보스트리지는 꽤 로맨틱하게 보이던 사진과는 달리 좀 심하게 마른 모습이어서 과연 노래는 끝까지 부를 수 있을까 심히 우려될 지경이었다. 프로그램이 없이... 따라서 가사도 없이... 독일어 리트를 듣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 좀 불안했는데...

보스트리지의 노래는 그런 걱정을 말끔히 가시게 해주었다. 일단... 그의 목소리는 정말 미성이다. 씨디에서 듣던 그 목소리가 실제로도 그 목소리였군... 이라는 생각(당연하지만..;;)이 들었고.... 쓰러질 듯 피아노에 기대어서 또 피아노를 잡고 부르는 여윈 보스트리지의 음량은 생각보다 크고 맑았다. 그가 표현해 내는 슈베르트는 마치 연극을 보는 듯했고, 피아니시모를 정말 피아니시모 답게 그러면서도 아름답게 연주하는 모습은 정말 감동이었다.

원래 비극적인 곡이긴 하지만... 보스트리지의 음성으로 듣는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는 보다 더 슬픔과 쓸쓸함이라는 감성을 자극했다. 그게.... 추워진 날씨 탓으로 더욱 그러했던 것도 같고... 말도 안되게 어려워지고 있는 경제상황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그의 노래는 너무나 감성적이어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연주를 들으며 내가 예전에 정말 슈베르트를 좋아했었던 것을 생각해 내었다. 사실 중학교때 내가 제일 좋아했던 작곡가는 슈베르트였는데... 아름답고 서정적인 멜로디들이 가득 찬 곡들이 그렇게 많다는 것도 놀라왔고, 그의 비극적인 삶도 안타까웠다. 그의 천재가 가난과 고통에 묻혀 만개하지 못한 것이 한창 사춘기 시절이었던 그 때 무척 슬프게 느껴졌던 것 같다. 보스트리지의 슈베르트는 바로 그 슬픔이 절절하게 묻어나는 연주였고.... 눈을 감고 있으면 정말 슈베르트가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감정으로 들려 주는 것 같다는 상상을 할 수 있었다.

피아니스트 드레이크와 보스트리지는 완벽한 듀오를 이루었다. 정말 한 팀을 이루어서 같은 감정과 같은 호흡으로 연주하는 모습이었다.

20곡의 연주는 한 두번의 인터발을 제외하고는 계속 이어져서 연주되었는데, 합창석에서 어떤 이상한 아저씨가 곡 사이 사이마다 박수를 쳐 곡의 흐름을 엄청나게 방해했다. 그 쪽으로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끊기는 흐름때문에 정말 짜증이 났는데, 보스트리지도 중간에 한 번 그 아저씨를 째려 보았던 듯 하다..;;; 그나마 후반부에는 박수를 좀 덜 치긴 했는데.... 20번째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터져 나온 안다 박수는 .... 정말 속상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끝나는 노래에 그런 박수를 칠 수가....;;;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상황.

보스트리지와 드레이크는 앵콜로 슈베르트의 작별을 들려 주었는데 (그가 한국어로 제목을 말해 주었던 것 같은데... 잘 안들려서 정확치 않다) 아무래도 그 곡을 선택한 이유는 관객들이 마지막 부분 쉼표에 있는 페르마타의 끝까지 관객들이 박수를 치지 않고 기다릴 수 있는지 시험해 보려는 게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간... 그 날의 관객들은 본 공연의 안다박수를 반복하지 않고 무사히 시험에 통과했다. 곡의 여운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느낌인지.... 보스트리지와 드레이크의 표정도 아까보다는 훨씬 밝아진 듯 했다.

막 겨울이 시작된 차가운 날... 그리고 이 겨울이 얼마나 오래갈 지 또 얼마나 추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는 요즈음...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음악은 그래도 위안이 되었다. 멀리 고양까지 다녀온 보람이 있었다.

2008년 11월 6일 목요일

[공연] 파비오 비온디와 에우로파 갈란테 2008년 11월2일

비온디와 에우로파 갈란테가 서울에서 사계를 공연했었으면 카르미뇰라와 너무 비교될라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공연장을 찾았다. 오늘 매진이라는 말에... 공연장 분위기가 안좋을까봐 걱정을 했었는데, 왠걸... 분위기는 정말 좋았다. 주말이라 상당수의 커플들로 좌석이 채워졌긴 하지만..^^

비온디는 사진 속의 꽃미남이 아니라... 통통한 몸집과 통통한 손을 가진 아저씨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에우로파 갈란테의 구성은 베니스바로크와 비슷했지만, 첼리스트가 두 명이었다. (두 대의 첼로 때문인지 뛰어난 첼리스트 덕분인지... 연주에서 바쏘 콘트뉴오의 역할이 무척 돋보였고 강한 저음부가 인상적인 부분들이 많았다.) 파르마의 음악가들의 생김새는 베니스바로크 보다는 더 자유분방해보였는데, 실제로 연주하는 모습은 더 긴장되어 보였다는 점이 약간의 차이점. 비온디는 본 프로그램 시종일관 보면대에 악보를 펼쳐 놓고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연주를 했다.

축제라는 부제가 달린 비발디의 신포니아로 화려하고 정갈하게 연주가 시작되었고, 이어지는 르끌레르는 프랑스곡다운 우아함이 느껴졌다. 비온디는 호소력있는 풍부한 음색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했는데, 적절하게 비브라토를 (통통한 손으로) 구사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강한 스타카토 또는 소티에의 3악장도 멋졌다. 1부의 마지막에는 무대 한 구석에 놓여져 있던 비올라 다모레가 등장했다. 비온디의 비올라다모레에는 턱받침도 끼워져 있었는데, 비올라다모레와 류트의 2중주가 서정적으로 연주되었는데.... 나에겐 비올라다모레보다 류트가 더 아름답게 들렸었다. 비올라다모레는 좀 더 달콤하고 좀 더 조화로운 느낌이 나면 좋겠다는 생각... 3악장에서 비온디는 춤추는 듯한 모습으로 단원들을 이끌었다.

다채로운 퍼셀의 모음곡에 이어.. 라 스트라바간자에서 비온디는 화려한 비루투오조적인 테크닉을 보여주었고 본 프로그램의 마지막 비발디 협주곡으로 이어지자 관객들은 모두 숨죽이다 연주가 끝나자 환호하기 시작했다. 특히 첼리스트 마우리찌오 나데오의 카리스마는 단연 돋보였다. 사실 좀 무섭게 생긴 인상에 겁먹었었는데 마지막 곡에서 감동.....

이 이탈리안들도 역시 화끈하게 3곡의 앵콜을 들려 주었다. 첫 곡은 피치카토로 연주되는 귀엽고 아름다운 소곡. 그리고 이어진 것은 사계 중 여름. 비온디는 마치 록 기타리스트처럼... (심지어 앉았다 일어서는 제스쳐도 보여주며) 관객을 사로잡는 멋진 연주를 보여 주었다. 마지막 앵콜곡까지... 이 연주회는 앵콜곡들이 핵심이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11월을 유쾌하게 시작할 수 있으리라는 느낌이 들게 해준 연주...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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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비발디 “세느강의 축제” RV693 중 신포니아
A.Vivaldi – Sinfonia dalla Senna Festeggiante RV693

르끌레르 바이올린 협주곡 C장조 Op.7 No.3
J.M Leclair Concerto per violino Op.7 No.3 in Do Maggiore

비발디 비올라 다모레와 류트를 위한 협주곡 RV540
A.Vivaldi Concerto per viola d'amore e liuto RV540 re minore
(비올라 다모레: 파비오 비온디 / 류트: 잔자코모 피날디)

Intermission - 15분

퍼셀 “무어인의 복수” 모음곡
H.Purcell Suite from Abdelazar

비발디 바이올린 협주곡 “라 스트라바간자” 제4번 a단조 RV357
A. Vivaldi - Concerto RV357 in la minore per violino ed archi da "La Stravaganza"

비발디 “조화의 영감” 12개의 협주곡 Op.3 중 No.11
A.Vivaldi Concerto Estro Armonico Op.3 No.11

앵콜곡
1. 글루크 : 발레 "돈 주앙" 중 피치카토
2. 비발디 :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중 '여름' 마지막 악장
3. 코렐리 : 콘체르토 그로소 D장조 Op.6 No.4 중 마지막 악장

8년 만의 정권교체

미국에 정권교체가 이루어진다. 놀랍게도..... 선거 기간에 공화당에서 "좌빨"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진보적 민주당 후보인 오바마가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이 되었다는데... 오른쪽에서도 많이 오른쪽으로 가있다고 믿었던 나라 중의 하나인 미국이 확실히 그동안 많이 힘들었던 가보다. 이제 과연 그 "잃어버린 8년"을 되찾을 수 있을까? 아니.. 지난 8년간 망가져서 만신창이가 된 그 환자는 소생할 수 있을까...

61년생인 오바마는... 한국 식으로 따져본다면 386세대인 셈이다 (이젠 486인가..). 인권변호사에 빈민운동가 출신이라고 소개되고 있으니 한국의 386들과 나름 공감대가 있을 수도 있겠다. (물론... 어쩌면 지금의 그 386들에겐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더더욱 이번 미국 대선은 2002년의 한국 대선을 연상하게 만드는 모양이다. 뭐... 사실 오바마가 승리하도록 도와준 일등공신이 조지 부시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분명히 있긴 하다.

어느 정도 여론조사 등을 통해 예상되었던 선거의 결과이긴 했지만, 그래도 막상 흑인에다가 민주당에서도 진보파였던 오바마가 당선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미국민들이 부러워진다. 오바마가 잘난 대통령 후보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연설하는 것을 보면.. 뭐.. 확실히 멋져 보이긴 하더라. 지도자란 모름지기 그런 비전을 보여줘야...)... 변화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오바마를 뽑을 수 있었던 미국인들의 그 "희망"이 부러워진다는 말이다. 그건... 내가 산 집값이 떨어지지 않게 또는 조금이라도 오르게 해달라고 한 표를 던졌던, 대규모 건설 공사를 해서 내 땅값이, 우리 동네 땅 값이 오르게 되었으면 하는 조금 다른 "희망"을 가지고 투표를 했던 작년 겨울의 한국인들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아는 미국의 중산층 이상 백인 중에 꽤 많은 사람들이 온건한 공화당 지지자들이다. 그들은 부시를 지지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공화당을 지지한다. 그들의 일상생활은 정치적이지 않고, 건전하고 바른 생활을 한다. 그들은 올바르게 살려고 하며 친절하고 따스하지만... 전통을 중시하고 변화를 싫어한다. 내가 아는 미국인 한 분은 부통령 당선자인 조 바이든의 재산이 2억도 안된다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자신은 그건 자랑이 아니라 무능하다고 이야기하는 것 밖에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었다. 내가, 본인 재산으로 선거운동 자금을 조달해서 그렇게 된 것 아니겠냐고 했더니... 그럴리가 없단다. 물론 그가 실제로 무능한지 아니면 나름 깨끗한 정치를 했는지는 나로서는 모르는 일이다 (크게 관심도 없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미국인들의 생각이 그 분과 비슷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정말 진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정치하기 힘든 나라겠구나라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사실... 오바마가 과연 미국을 어떻게 끌고 갈 수 있을지.. 민주당 정권이 자신을 공화당과 얼만큼 차별화시킬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알게될 일이긴 하다. (그래도 금리인하와 건설경기 부흥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는 어느 나라 정부보다는 일단 더 믿음이 가긴 한다...ㅡㅜ)

그건 그렇고... 오바마의 당선이 예상되었던 오늘 아침부터 나오는, 이와 관련된 국내 뉴스들을 보니... 코미디도 그런 코미디가 없는 듯 하다. 정말 어떤 개그 프로그램보다 재미있긴 한데... 이 개그의 문제점은 한참 웃다가 조금 후에 상당히 우울해진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미국은 어떤 종교와도 같은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좀 들고.

어쨌건... 자신들도 "유색인종"이면서, 흑인이라고, 남쪽 나라 출신이라고 발 아래로 보는 그런 한국인도 많은데... 미국의 흑인대통령의 등장은 그런 면에서도 매우 바람직한 충격을 던져 줄 수도 있을 듯 하다. 이래 저래... 이번 미국 선거 결과는 반길만 한 일인 듯.....

2008년 11월 5일 수요일

[공연] 로버트 레빈 피아노 리사이틀 2008년 10월31일

많이 기대했었고, 기대했던 것 만큼 재미있었던 공연이다. 클라라 하스킬이 모차르트를 가장 아름답게 연주하는 연주자라면, 레빈은 모차르트를 가장 재미있게 연주하는 연주자가 아닐까.

CD를 들고 갔었더라면 연주회가 끝나고 싸인을 받는 건데... 라는 생각도 간만에 들었다. (시간이 안맞아 연주회를 갈까 말까 계속 망설였었는데.. CD를 들고 가는 것까지 생각을 했었을리가 없긴 하다..ㅠㅠ)

특이하게도 레빈은 무대로 나오자 마자 마이크를 들었다. 오랫동안 교단에 서왔던 교수님답게 어찌 달변이던지... 사려깊은 교수님께서는 영어에 익숙치 않은 한국 관객들을 위해 아주 천천히 또박또박 알기 쉽게 자신이 오늘밤 어떤 연주를 계획하고 있는지, 그 연주가 현대의 많은 연주자들의 연주와 어떻게 다른 것이 될지 잘 설명을 해주셨다. 모차르트 시대에는 notes들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story를 들려 주는 것이라는 것 (지금도 음악 아니 모든 예술은 예술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어야 예술이 되는 것이 아닌가..). 전반부는 fake improvisation이 될 것이라며 볼프강 아마데우스가 즉흥연주를 잘 하지 못하는 누이 난넬을 위하여 작곡한 곡을 연주할 것이며, 후반부에는 real improvisation을 선보일 것이라며, 관객들이 적어내는 테마를 improvise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Art is all about communication"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여기 있는 모두가 10월31일 H.O.A.M 아트홀에서의 콘서트를 잊지못할 시간으로 만들어 보자고 하면서 그는 뒤에 놓여 있는 스타인웨이 피아노로 돌아가 연주를 시작했다.

레빈의 포르테피아노 연주를 은근히 기대했었지만, 악기가 스타인웨이여도 그의 연주는 특징적이고 인상적이다. 다양한 장식음과 카덴차들이 그의 연주들을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었는데, (그 연세에도 불구하고) 정말 재기넘치는 연주자가 아닐 수 없다. 언뜻 봤을 때는 전에 왔을 때 보다 좀 더 나이들어 보였지만, 모차르트를 연주하고 있어서인지 피아노 앞에 있는 그는 마치 모차르트의 재현인 듯 젊고 열정이 넘쳐 보였다.

첫 곡 F major 소나타의 빠른 악장에서는 정말 18세기 관객들 앞에서 연주하는 모차르트가 상상되었고... 짧은 프렐류드로 12개의 변주곡과 첫 소나타를 연결했다. 12개의 변주곡은, 그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variation에 more variation이 넣어져 연주되었는데, 변주마다 단순히 몇 개의 음들이 바뀌면서 조금씩 느낌이 달라지기도 했고, 장식음들이 첨가되면서 색다른 느낌을 주기도 했다.

드디어 후반부. 악보를 읽고 쓸 수 있는 사람들은 다 모차르트 풍의 테마를 적어 넣어 달라고 레빈이 부탁했었는데... 나와는 달리... 악보를 읽고 쓸 수 있는 분들이 많았던 듯 하다..^^; (음치인 나는 인터미션 동안 음악과 전혀 관계없는 책을 읽었...) 레빈이 연거푸 C major 테마 두 개를 뽑아 내었고, 그 다음엔 too many C major라고 살짝 투덜대면서 다른 조성의 테마들을 두 개 더 뽑았다. 아마도 b minor와 c minor (나는 속으로 "음.. 다장조가 아닌 테마들을 써낸 사람들도 있군..."이라고 생각했었다는...;;;) 뽑은 4개의 테마들을 들고 그는 이제 연주를 시작한다며 Ladies and gentlemen, Fasten your seat-belt! 하고는 연주를 시작했다.

호... 4개의 테마들이 레빈이 생각하는 모차르트 스타일의 변주들로 쭉 엮이기 시작하는데.. 정말 그것은 놀랍고 즐겁고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제서야... 나도 테마를 한 번 써내어 볼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기 시작했다..ㅠㅠ 어떻게 저렇게 아이디어가 풍부할까 싶은 변주들이 이어졌고, 그 중 그다지 모차르트스럽지 않은 테마들마저 그의 변주로 모차르트식의 음악으로 탈바꿈하는 모습도 정말 재미있는 장면이었다. 그는 첫 주제로 다시 돌아가 4개의 혼합 테마에 의한 모차르트 즉흥변주곡을 끝마치고는 잠시 무대 뒤로 들어갔다 나와서는, 마치 지금 빨리 안가면 열차를 놓칠 사람처럼 이제 우리는 b flat major로 가야한다면서 피아노에 앉았다. 모차르트가 너무 빨리 죽는 바람에 완성하지 못했을 거라는 두 개의 소나타의 연주와 K.333도 역시 그의 재기발랄한 음악으로 가득 메워졌다.

레빈이라는 천재가 보여 준 유쾌한 음악적 상상력으로 가득 찬 특별한 연주회. 그는 확실히 communication이 무엇인지를 아는 예술가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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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l Mozart Program 

-소나타 F 장조 K. 533/494
-프렐류드(F 장조에서 C 장조로 전조, K. deest + 624 (626a) Anh. I, (K6 Anh. C 15.11)
-‘아, 어머님께 말씀 드리죠’ 주제에 의한 변주곡, K. 265

Intermission 

-모차르트 테마에 의한 즉흥연주 (10-15분)
-알레그로, 소나타 B-flat 장조, K. 400 * 
-알레그로, 소나타 in G 단조, K. 312 *
-소나타 B-flat 장조 K. 333 

* 는 본래 미완성 곡이며, 이번 공연에서 로버트 레빈이 직접 완성한 버전으로 연주합니다. 


레빈이 관객들이 적어 낸 테마들이 있는 통에서 테마를 뽑으며 읽어 보고 있는 장면
(출처: 호암아트홀. 조선일보)

2008년 10월 30일 목요일

[공연] 카르미뇰라와 베니스바로크오케스트라 2008년 10월29일

카르미뇰라의 공연은 꼭 봐야만 했다. 요즘 이래저래 우울한 일 투성이인데 이 공연을 보면 기분이 상승기류를 탈 수 있을 것 같아서일까... 오래간만에 기대에 가득 차서 예당으로 간 듯 하다. 바이올리니스트들이 거의 정면으로 보이는 합창석에 자리를 잡고 공연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합창석에서 제일 바람직한 자리를 잡아 주신 슈클에 감사...

첫 세 곡은 베니스바로크오케스트라의 연주. 투명하고 맑은 현의 울림이 물결을 타는 듯한 연주였다. 비발디 시절의 베니스로 돌아가 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느낌이랄까. 보통 류트가 합주와 같이 나올 때는 류트소리가 다른 악기들 소리에 묻혀서 잘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베니스 바로크의 류트 소리는 간간히 곡의 흐름을 주도하면서 꽤 파워풀한 소리를 들려 주었다.

네번째 곡에서 등장한 카르미뇰라는 사진이나 동영상 클립에서 봤던 것과는 달리 백발의 모습이었다. 그 사이 나이가 많이 들은 걸까... 하지만 미모(?)는 여전했다. 이 협주곡에서 카르미뇰라의 바이올린은 앙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건조한 날씨 탓인지 의도적인 것인지가 궁금했었다. 하지만 후반부의 사계를 들어 보니... 날씨 탓은 아니고 의도적으로 음색을 그렇게 만들었던 듯.... 이 곡은 처음 듣는 곡이었는데 (비발디 곡은 처음 듣는 곡도 처음 듣는 것 같지 않은 듯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눈 앞에서 카르미뇰라의 너무나 자연스러운 슬러스타카토와 리코셰 테크닉, 그리고 놀랍게 빠르게 움직이는 오른팔 보잉을 보고 있노라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어찌 부럽던지...

노란 바니쉬의 1732년 바이오 (Baillot) 스트라디바리에는 턱받침에다 어깨받침까지 달려 있었고, 카르미뇰라의 활은 다른 바이올리니스트들의 뾰족한 바로크활과는 달리 상당히 투르트 모델에 가까이 간 듯한 모양새로 보였다. 이러한 그의 악기와 활의 특성이 후반부의 사계 연주에서 매우 "모던"한 음색을 보여 주게 되었던 모양이다.

사계. 여러가지 종류의 사계를 들어봤지만, 음반을 통해서 들어본 카르미뇰라와 베니스바로크의 사계는 매우 강렬하고 아주 재미있는 사계였었다. 과연 실연에서는 어떻게 연주할까 매우 궁금했었는데, 드디어 눈 앞에서 그들의 연주를 보게되었다. 사계의 주인공은 확실히 카르미뇰라였는데, 솔직히 이런 사계는 처음이었다. 콘서트홀의 무대가 봄에서 여름으로 가을로 그리고 겨울로 바뀌는 모습이 너무 생생해서 신기할 정도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카르미뇰라의 솔로는 매우 조화롭게 합주를 맞추어 주는 베니스바로크와 너무나 잘 어울렸다. 군데군데 들려오던 카르미뇰라의 장식음도 연주를 매우 독특하게 들리게 했다. 카르미뇰라의 바이올린 음색은 전반부와는 달리 강하고 풍부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베니스 음악이라서 그런가... 피치도 높아서 음색이 매우 화려하게 들려왔다.

재미있었던 것은... 역시...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카르미뇰라의 여름과 상상하지 못했던 겨울 2악장. 여름은, 내가 과연 시대악기 연주단체의 연주회에 와 있는 것인지 모던 록그룹의 콘서트에 와있는 것인지를 매우 헷갈리게 만들었고, 어... 하고 깜짝 놀라게 만들면서 장식음 (또는 카덴차)를 붙여시작한 겨울 2악장은 조영남이 가곡을 자기 멋대로 가요로 바꾸어 부르는 장면을 연상케 만들었다.

카르미뇰라 말고... 계속 등만 바라봐야 했던 첼리스트와 비올라 아줌마도, 인사하려고 돌아섰을 때 보니 모두 훈남훈녀들인 듯 했는데, 사실은 신나게 연주해준 류티스트 아저씨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관객들의 환호와 이어지는 박수에 이 마음 좋은 이탈리아 사람들은 앵콜을 3곡이나 이어서 해주었는데, 본 연주만큼이나, 아니 본 연주보다 더 멋진 연주였다. 이탈리아인들의 비발디 연주. 같은 나라 사람이지만 이무지치의 교과서적인 연주와는 전혀 다르고, 나름대로 파격과 풍류가 있는 비발디... 빨간머리 사제 비발디가 21세기에 나타나면 이렇게 연주할 지도...? 하여간 간만에 정말 재미있었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연주회.

프로그램

2008년 10월 28일 화요일

[공연] 대한민국 국제음악제 2008년 10월 22일

알브레히트 마이어가 온다길래 알아봤더니 대한민국 국제음악제의 첫날 공연에 나온다고 한다. 자리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티켓 가격도 착하다. 예당에 도착해서 자리를 찾아 들어갔더니... 바로 옆 자리에 아는 분들이 앉아 있었다. 잠시 최진실을 화제로 수다를 떨고...;

당연히 예습도 못했고.. 수다 떠느라 프로그램도 제대로 살펴 보지 못한 채로, 당연히 첫 곡은 오케스트라만 연주하는 것이겠거니 했는데 뜻밖에 마이어가 성큼성큼 걸어나와서 살짝 놀랐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첫 곡도 오보에 협연이었던 듯.

마이어는 오보에를 마치 단소나 리코더 불듯이 편안하게 들고 경쾌하게 모차르트를 연주했다. 자리가 2층이어서 그런지 오보에 소리가 좀 작게 들렸고, 트릴을 할 때 오보에의 클로즈드 홀이 여닫히는 소리가 살짝 거슬리기도 했지만... 마치 무대에서 춤을 추듯 연주를 하는 마이어의 쇼맨쉽은 볼만했다.

호흡에 별로 무리가 없는 듯 보이는 마이어도, 긴 호흡으로 연주해야 할 때는 얼굴이 빨개지는데... 객석에서 그 호흡을 속으로 따라해봤더니.... 아무래도 난 오보에로 멋진 연주를 할 가능성은 전혀 없을 듯 하다..;;; 첫 곡과 세번째 곡인 오보에 협주곡 모두, 오보에가 작아 보이는 큰 몸집으로 무대를 장악하면서 "퍼포먼스"를 보여준 마이어였다.

앵콜은 바흐 오보에협주곡. 솔리스트가 혼자 연주해서인지 마이어가 변주를 해서인지 조금 다르게 들리긴 했지만, 오보에 음색의 아름다음을 느낄 수 있어 본 연주만큼이나 좋았다.

두번 째 곡은 정태봉 교수의 "한국" 초연이었다. 여러가지 민요들이 모티브로 나왔다는 것 외에 어떤 의미에서 그 곡이 "한국"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즈음의 이러저러한 우리나라 상황들에 비하면 곡이 너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가... 잠시 생각했었다..ㅡㅡ;;

후반부에는 KBS의 브람스 2번. 솔직히.... 그다지 감동스럽지는 못했다. 초대권을 남발한 듯 연주회 내내 시종일관 한 번도 안빠지고 계속되던 악장간 박수에, 부스럭대는 뒷 자리의 관객들도 좀 신경쓰이긴 했지만... 그보다는 단원들에게서 즐겁게 연주하는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고, 군데군데 앙상블이 틀어지는 부분도 있었고... ; 얼마전 인터넷에서 본 KBS교향악단의 문제가 계속 지속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어느 정도 해결되었는지도 좀 궁금하긴 했다. 앵콜도 한 곡 해주었는데... 헝가리무곡 5번.

프로그램

KBS교향악단 / Cond. Adnreas Delfs / Obe. Albrecht Mayer / 교향시 정태봉

W.A.Mozart       Andante B flat Major, KV 315
교향시 정태봉     한국<Korea> (위촉)
W.A.Mozart       Concerto for oboe and orchestra, KV 314
J. Brahms        Symphony No.2 in D Major Op.73

2008년 10월 22일 수요일

How to survive.....

올해가 시작되면서부터 악재가 계속된다는 이야기를 블로그에서도 몇 번 썼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그렇게 보였다. 개인적으로는... 뭐... 그럭저럭... 회사사정이 좋지 않았고, 회사일도 이리저리 꼬이기도 했었고, 아이들 교육문제 때문에 스트레스가 좀 있고.... 하지만, 그 정도 고민거리 없는 사람이 세상에 몇 명이나 될까...

그런데... 상황이 정말 나빠지고 있는 듯하다. 추석 연휴 마지막날 터져 나온 리만 건 이후... 본격적으로 나빠지기 시작한 미국과 회사의 상황은 (거기서 월급이 나온다고 해도) 내심으로는 물 건너 남의 나라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갈 수록 점점 "우리 동네"가 물 속으로 잠겨가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사실 이제 거의 숨만 쉴 수 있는 지경까지 가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장기적으로는 물이 빠지겠지만... 잠시 숨막히는 경험을 하다기 빠져 줄 지 아니면 그냥 좀 수영을 즐기다가 닦고 나오면 되는 상황 정도일 지는 모르겠다. 내 주위의 비관론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아무래도 숨쉬기 어려운 지경까지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오늘 오후 패닉하는 시장을 보고 있노라니 더욱 더 그런 생각이 든다. 게다가 어제는 마치 늘 오버하던 친구를 흉내내려는 듯이 시장을 자극하는 언사를 일삼는 아저씨를 보고 있으려니... 물도 아직 안 찼는데... 숨이 턱턱 막혀온다. 달러 환율 올라가는 것 뻔히 보면서 헛소리하는 것도 그렇고.... 잘 모르겠으면 차라리 가만히라도 있어주는 편이 도와주는 것인데 말이다..;;;

요즘은 만나는 사람마다.... 97년에는 말이지... 라는 이야기들을 한다. 그래.. 그 때 환율이 2천을 찍고 금리가 20%를 육박했었지... 집 값이 반으로 떨어지고 말이다. 데이터룸에 앉아서 11시까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부실채권 파일을 리뷰하고 평가했던 일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구만....;;; 그래도 그 때는 물 건너 온 투자자들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있는 자산도 다 내다 팔려도 발버둥치는 판에 이젠 누가 돈주머니를 풀까....

공포영화는 원래 싫어 하는데... 자칫하면 조연 또는 엑스트라로 출연하게 생겼다...ㅡㅡ;;




------- 한 밤중에 조금 덧붙임--------------

아시아 시장에 이어, 유럽시장도 내려가더니, 한시간 전에 개장한 뉴욕증시도 역시다. 환율도 장난아니다. 역외환율이 엄청나게 치솟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대로 가면 내일은 무시무시할 듯... 아니... 뭔가 돌파구가 생기지 않고서는 쭉... 공포스러운 나날들이 이어질 듯...;;

하지만... 요즘 다우는 초반에 올라가면 오후장에선 떨어지고, 초반에 떨어지면 막판엔 오르더라... 물론 추세는 하락이지만... 속도조절도 하고 숨도 좀 고르면서 진행하면 안될까..;;;

(아침에 일어나보니... 오후장의 반등이 영향을 미치기엔 너무 많이 떨어져 있었던 듯... 다우도 그렇지만... 더 무서운 것은 역외환율..)

2008년 10월 14일 화요일

10월 초 제주도

지난 주, 제주도에서 교육이 있었다. 교육이 시작되기 전 개천절 연휴를 이용해서 가족들과 같이 제주도 여행을 했다. 원래는 연휴가 시작되는 3일에 출발하려고 했으나, 역시 연휴라...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다음날인 4일에 출발. 아이들은 월요일에 체험학습으로 학교도 결석하고.....

김포공항.
 

제주도에 도착하여, 일단 차를 빌리고... 중문근처에서 밥을 먹으러 갔다. 정식이라고 했는데, 옥돔구이, 제육볶음 등등 꽤 푸짐하다. 그냥 아무데나 들어갔는데도 맛이 괜찮았다. 제주도 음식들이 다 맛있는 듯...


배를 채운 후,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게으른 우리 식구들은 방에서 일단 좀 쉬고.... 테디베어뮤지엄을 방문.  
 

벌써 저녁... (호텔에서 너무 오래 쉰 듯...ㅠㅠ) 역시 근처에 흑돼지를 판다고 하는 아무 식당에나 들어갔다..ㅡㅡ;; 소주를 시켰더니, 한라산물 소주라는 것이 나온다. 두껍게 썰어져 나온 돼지고기를 돌판에 구웠는데, 맛이 아주 좋았다.
 

아이들이 노래방에 가고 싶다고 해서... 매우 건전하고 저렴해 보이는 노래방으로... 요즘 i-pod에 푹 빠져 있는 지윤이는 레퍼토리가 많이 늘었다. 호텔로 돌아와 분수도 보고, 바에서 어느 외국인 연주자의 플룻연주도 좀 듣고...
 

다음날... 역시 게으른 우리 식구들... 느즈막히 일어나, 호텔 정원을 산책했다. 잘 꾸며진 아름다운 정원, 바다가 보이는 벤치, 작은 동물원까지... 호텔 안에서 하루를 보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배를 타고 마라도에 가려고 했는데, 날씨가 도와 주질 않는다. 비가 부실부실 오기 시작한다. 또 아무 곳이나... 그냥 눈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다. 만두와 칼국수를 시켰는데, 칼국수 국물에는 골뱅이 비슷한 '보말'이라는 것이 잔뜩 들어 있었다. 맛이 일품. 예상치 않게 시원한 국물에 감동하면서 맛나게 칼국수를 먹고...

초콜렛박물관에 갔다. 예전에 이야기만 듣고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 재미있고 아기자기한 것들이 전시되어 있다. 나중에 나올 때, 매장에서 초콜렛을 샀는데, 맛은 생각보다는 별로.....;; 하지만, 아이들과 재미있는 구경을 했으니 만족...
 

         

비가 계속 내려서... 그냥 돌아갈까 하다가 그래도 잠수함을 타보자고 결정. 잠수함 타는 곳 근처 가게에서 이천원하는 비옷을 사입었다. 배를 타고 잠수함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면, 위 아래로만 움직이는 잠수함을 탈 수 있다.
  

  

잠수함 안에서 디카로 사진을 찍었는데도 아이들은 잠수함에서 찍어주는 사진을 돈주고 사야한다고 아우성이다. 한 장에 5천원이나 하는 엄청나게 비싼 사진인데... 안 사주고 나왔더니 난리가 났다. 결국 2장을 더 서비스로 받고... 4장을 만원주고 구입..ㅠㅠ
  

  

잠수함에서 물고기들을 많이 봐서 눈이 호강을 했으니, 이제는 입과 배를 호강시켜줘야... 멋져 보이는 횟집으로 입성. 말이 필요없다. 우리가 먹은 것은 뱅어돔.
  

  

  

호텔로 돌아왔는데, 아이들이 수영장을 가보고 싶다고 한다. 수영복을 아이들 것만 챙겨 가지고 온 터라... 우리는 옷을 입고 들어가 아이들 수영하는 걸 구경만 했다. 도윤이는 특별지도도 받고...
  

그리고 월요일. 나는 아침부터 교육을 받아야 했지만, 남편과 아이들은 성산 일출봉과 미로공원에 갔었다고 한다. ㅠㅠ 카메라에 들어 있는 사진들 중 두 장만..  

   

교육은 아침부터 밤중까지 매우 인텐시브했지만... 큰 재미는 없었다. 어쨌든 우리 팀이 비즈니스 시뮬레이션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 간식과 음식이 모두 맛있어서 몸무게가 한 2킬로 늘었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