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31일 수요일

2008년 그리고 2009년

2008년은 정말 갖가지 일들이 일었났던 한 해였다.
(연말에 감기 몸살로 정신이 좀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니 기록을 하고 넘어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1. 두 명의 초등학생

도윤이의 초등학교 입학은 그다지 큰 일이 아닌 듯 보였지만, 그리고 지윤이때 잘 넘어갔으니까 큰 걱정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예상외로 쉽지 않았다. 아이는 아이일 뿐인데 무엇때문에 힘들었을까... 처음엔 영어수업을 따라가게 만드느라 힘들었던 것 같은데, 이제 많이 나아졌는데도 여전히 힘들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원인은 역시 아이보다 엄마가 아닐까. 행복해야할 어린 시절, 마냥 즐겁게 놀아야 할 다시 오지 않을 그 시절에 벌써부터 공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참 안타깝다. 그리고 아이들이 커갈 수록 그 안타까움이 점점 커져 가는 것이... 그리고 한국의 교육현실에서 이런 것들이 달라질  희망이 더이상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 정말 슬프다. (차라리 5공때처럼 과외금지를 시켜 주던지...ㅠㅠ)

2. 금융위기와 회사

작년에 벌어진 서브프라임 사태가 그대로 마무리 되려나 했더니, 웬걸... 올해는 정말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다. 리만이나 메릴린치, 씨티 같은 정도는 아닐지라도... 이 회사의 주가는 58% 떨어졌다. 도무지 어디까지 쳐박힐지 가늠이 안될 정도였다. 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위하여 여러가지 조치를 취해도 보고... 그러다가 요즘엔 회사 전체의 구조조정이 이루어 지고 있는데 이게 올해로 끝날 것 같이 보이지는 않는다. 내년에는 더 큰 변화가 몰려오지 않을까 싶다. 더구나, 한국 비즈니스는 국내의 내부적인 문제 때문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그다지 해결된 것은 없어 보이는 것으로 보아... 내년에도 계속 무엇인가의 변화가 있을 듯하다. 나도 이제 좀 진지하게 2009년 또는 2010년 이후의 플랜B를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3. 거꾸로 도는 시계

작년 말에 MB가 당선되었을 때는 정말 이렇게까지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들은 "무얼하던 상상했던 것 그 이상"이다. 올해가 되어서야 비로소 시계바늘이 거꾸로도 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구습을 그대로 답습하는 소위386들이 한심하고, 리버럴도 못되면서 진보인척하는 사람들이 보기 싫었던 10년이었는데, 그래도 이렇게 넋놓고 망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나았었다. 어디서 희망을 찾아야 할까. 결국 자기 입에 들어 오는 것에 관한 문제에만 발끈하거나, 민족주의 열풍에 휩싸여서 오버하는 사람들... 그러나 여전히 세금은 어떻게 해서든 조금만 내고 싶고, 또 바둥바둥거리며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서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서 과연 희망을 볼 수 있을까. 사실 이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그랬는데, 이제서야 그에 딱 맞는 수준의 그것도 매우 노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정부를 만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기가 막히기는 했지만, MB와 그 집단들의 코메디 때문에 가끔은 재미있기도 했다. 결국엔 정도를 지나쳐 짜증이 나게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연초 청와대 대변인이 기자들과 짜고 치는 고스톱판을 벌이려는 모습이 생중계될 때만해도 코메디였는데, 엊그제 MB가 도덕적 결함이 없는 정권 운운하거나 만수아저씨가 원없이 돈을 써본 한해 어쩌구 하니 이젠 정말 참을 수 없을 만큼 짜증이 난다. 고등학교 도덕이나 정치경제 수준의 기본 소양도 없어 보이는 그 아저씨들 (간혹 아줌마들도 있다)이 하나같이 화려한 학벌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교육은 옛날부터 확실히 문제가 있다.

내 주위엔 '나는 종부세 내도 좋으니 세율을 올려야 한다, 과세기준도 낮추면 안된다'라는 말에 동의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모두들 헌재판결이 나자마자 환급받으니 좋다, 종부세 올해까지 많이 나와서 죽을 지경이다, 빨리 개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라도 떠들어 대는데, 그들 모두 예전에 경제학, 법학 열심히 공부했던 멀쩡한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이고 너무 많아 넘쳐나는 것은 무엇일까. 

감세가 경제를 살린다고 정말 믿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어차피 대부분의 저소득층은 지금도 소득세를 내지 않거나 매우 조금 낸다. 중소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여러가지 세액공제감면 혜택으로 직접세의 세금부담은 매우 적은 편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가 마치 세금때문에 엉망이 된 것처럼 떠들어 대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된다. 도대체 그 사람들의 욕심은 어디까 끝일까? 전에 어떤 클라이언트 회사의 임원이 스톡옵션을 받고는 세율이 너무 높아서 어쩌구 하면서 투덜대는 걸 보고 아무리 세율이 높아도 100%는 아니지 않느냐, 당신은 일반 급여 이외에도 옵션행사로 돈을 벌었고 그것에 대한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라고 우리 팀장이 이야기 했던 것이 생각난다. 국가와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의무에 동의하고 싶지 않으면 차라리 한국을 떠나는 것이 낫다. 케이만 아일랜드 같은 tax haven에서는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 날씨도 좋고... 왜 여기 남아서 그것도 정부관료로 살아가려고들 하시는지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어제 환율은 1259.5원. 31일자 재정환율은 1257.5원. 이걸로 국내 기업들의 외화표시 부채와 자산을 평가하게 된다. 그러나 정상적인 환율은 그보다 100원가량 높았었는지도 모른다. 어제 역외환율은 1343원을 찍었다. 이게 뭔가..? 국민의 돈을 외환시장에 퍼부어서 전국적인 분식회계를 하려는 것인가? 누구나 정부개입으로 연말 환율이 떨어질 것을 예상했고, 연초에 다시 개입이 없으면 원상복귀될 것을 알 수 있는데, 우리 모두를 투기꾼으로 만들 작정이셨는지... 아니 그게 아니라 눈앞에 뻔히 보이는 이익은 초연히 흘려 보내고 (비록 연초에 수입대금 결제할 것이 있다고 하더라고) 싼 가격에 달러를 살 기회를 빠이빠이하고 내년에 비싸게 달러를 송금하여 손실을 왕창 내야 하는 것이 진정한 애국기업의 태도라고 보시는 것인지... 하여간 정말 보기 드물게 신기하고 재미있는 사람들이다.  




2009년. 몇 가지 바라는 일들이 있다.

1. 아이들

나도 아이들도 이제는 뭔가 원칙을 가지고 살고 싶다. 어차피 사교육이 필요하다면, 최소한도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그리고, 하더라도 즐거울 수 있도록...

물론 전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전혀 가능하지도 않을지 모른다. 그래도 최소한 2008년보다는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2. 회사

이건 잘 모르겠다. 내 의지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어쩌겠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안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다가오는 것이 기회인지 함정인지를 잘 판단할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기를...

더불어 구체적인 플랜B를 입안해 볼 것.

3. 그 밖에..

쥐의 해답게 시끄럽고 천박했던 2008년도와는 달리 우직한 소처럼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경제위기의 여파가 조금이라도 덜하게 지나갈 수 있기를.. 그래서 실물경제와 소비자금융까지는 많이 망가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는 하지만... 쉽지는 않을 듯 하다.

이제는 별로 재미있지 않으니,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 관료들의 코메디는 그만 보고 싶다. 정권이 그대로인 이상 큰 변화가 있을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정상적인 사고를 하면서 정책을 내어 놓는 모습을 보고 싶다. 아니면, 그냥 아무 것도 하지 말던가....

이미 삽을 뜬거나 다름없어 보이긴 하지만 대운하 (또는 4대강 정비사업)은 제발 그만두기를... 내 친구 중 하나는 MB가 운하파면 한국을 뜨겠다고 했는데...

TV에서 조중동 같은 찌라시를 보는 일이 없기를... 가뜩이나 어제 오늘 엄청 추운데 촛불들고 밖에 계신 분들 감기들지 않기를..

국제중에 못갔다고 특목고에 못갔다고 자살하는 아이들이 없기를... 요즘같이 모두가 어려운 시절에 사교육 관련 업체들은 현금이 남아 돈다고 한다. 아무도 쉽게 투자를 못하는 부동산까지 현금을 쌓아 놓고 투자할 수 있을 정도라니. 그 돈은 학부모들의 불안감, 아이들을 몰아가는 경쟁교육, 이런 데서 나온 것이 아닌가. 물론 유익하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곳이나 학습지도 많겠지만.... 하여간 부모들의 땀과 아이들의 피를 먹고 살찌고 있는 곳들도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너무 무겁다.  모두를 경쟁에 지친 좀비처럼 만드는 세상에서.. 경쟁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 갈 수는 없는 걸까.

하나 더. 전쟁에서 상처받고 죽어가는 아이들이 줄기를... 요 며칠사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가족을 읽은 아이들, 아이를 잃은 가족들의 모습이 너무나 참혹하다. 왜 그들의 전쟁에서 우리들이 상처를 받아야 하는지...

(그림의 출처는 bluebison.net)

댓글 3개:

  1. 정말 다사다난했던 한해였습니다. 저도 회사와 관련해서 플랜B를 심각하게 고민해볼 시점인 것 같습니다. 사실 2년 정도는 더 있다가 고민해도 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작금의 경제 상황이 잘못하다가는 플랜이 수립되기도 전에 "상황발생"이 될 수도 있는 형편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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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만술[ME] - 2009/01/05 18:23
    2009년은 좀 더 나은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오늘 신년 첫 출근을 하고 온 느낌은... 역시 아직 암울하더군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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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슈삐님 말씀에 120% 공감합니다.

    님이나 저나 평범한 부모에 학부모이고, 여전히 먹고 사는데 민감해 질 수 밖에 없는 평민인 점은 똑같군요...

    나라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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