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6일 목요일

8년 만의 정권교체

미국에 정권교체가 이루어진다. 놀랍게도..... 선거 기간에 공화당에서 "좌빨"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진보적 민주당 후보인 오바마가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이 되었다는데... 오른쪽에서도 많이 오른쪽으로 가있다고 믿었던 나라 중의 하나인 미국이 확실히 그동안 많이 힘들었던 가보다. 이제 과연 그 "잃어버린 8년"을 되찾을 수 있을까? 아니.. 지난 8년간 망가져서 만신창이가 된 그 환자는 소생할 수 있을까...

61년생인 오바마는... 한국 식으로 따져본다면 386세대인 셈이다 (이젠 486인가..). 인권변호사에 빈민운동가 출신이라고 소개되고 있으니 한국의 386들과 나름 공감대가 있을 수도 있겠다. (물론... 어쩌면 지금의 그 386들에겐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더더욱 이번 미국 대선은 2002년의 한국 대선을 연상하게 만드는 모양이다. 뭐... 사실 오바마가 승리하도록 도와준 일등공신이 조지 부시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분명히 있긴 하다.

어느 정도 여론조사 등을 통해 예상되었던 선거의 결과이긴 했지만, 그래도 막상 흑인에다가 민주당에서도 진보파였던 오바마가 당선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미국민들이 부러워진다. 오바마가 잘난 대통령 후보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연설하는 것을 보면.. 뭐.. 확실히 멋져 보이긴 하더라. 지도자란 모름지기 그런 비전을 보여줘야...)... 변화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오바마를 뽑을 수 있었던 미국인들의 그 "희망"이 부러워진다는 말이다. 그건... 내가 산 집값이 떨어지지 않게 또는 조금이라도 오르게 해달라고 한 표를 던졌던, 대규모 건설 공사를 해서 내 땅값이, 우리 동네 땅 값이 오르게 되었으면 하는 조금 다른 "희망"을 가지고 투표를 했던 작년 겨울의 한국인들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아는 미국의 중산층 이상 백인 중에 꽤 많은 사람들이 온건한 공화당 지지자들이다. 그들은 부시를 지지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공화당을 지지한다. 그들의 일상생활은 정치적이지 않고, 건전하고 바른 생활을 한다. 그들은 올바르게 살려고 하며 친절하고 따스하지만... 전통을 중시하고 변화를 싫어한다. 내가 아는 미국인 한 분은 부통령 당선자인 조 바이든의 재산이 2억도 안된다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자신은 그건 자랑이 아니라 무능하다고 이야기하는 것 밖에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었다. 내가, 본인 재산으로 선거운동 자금을 조달해서 그렇게 된 것 아니겠냐고 했더니... 그럴리가 없단다. 물론 그가 실제로 무능한지 아니면 나름 깨끗한 정치를 했는지는 나로서는 모르는 일이다 (크게 관심도 없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미국인들의 생각이 그 분과 비슷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정말 진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정치하기 힘든 나라겠구나라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사실... 오바마가 과연 미국을 어떻게 끌고 갈 수 있을지.. 민주당 정권이 자신을 공화당과 얼만큼 차별화시킬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알게될 일이긴 하다. (그래도 금리인하와 건설경기 부흥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는 어느 나라 정부보다는 일단 더 믿음이 가긴 한다...ㅡㅜ)

그건 그렇고... 오바마의 당선이 예상되었던 오늘 아침부터 나오는, 이와 관련된 국내 뉴스들을 보니... 코미디도 그런 코미디가 없는 듯 하다. 정말 어떤 개그 프로그램보다 재미있긴 한데... 이 개그의 문제점은 한참 웃다가 조금 후에 상당히 우울해진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미국은 어떤 종교와도 같은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좀 들고.

어쨌건... 자신들도 "유색인종"이면서, 흑인이라고, 남쪽 나라 출신이라고 발 아래로 보는 그런 한국인도 많은데... 미국의 흑인대통령의 등장은 그런 면에서도 매우 바람직한 충격을 던져 줄 수도 있을 듯 하다. 이래 저래... 이번 미국 선거 결과는 반길만 한 일인 듯.....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