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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7일 토요일

[공연] 바흐페스티벌 - 헬무트 릴링 2009.10.31

올해 바흐페스티벌 중에서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아 보기로 한 공연. 헬무트 릴링이 이끄는 바흐 콜레기움 슈투트가르트와 게힝거 칸토라이의 헨델과 바흐 공연이고 바흐페스티벌의 마지막 공연이기도 했다.

 

성악과 합창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합창석을 원했었는데 합창석은 아예 오픈을 하지 않았고 자리는 3층으로 배정이 되었다. 합창석에 앉아 성악공연을 보면 음향이 완전히 엉망진창이 되기 때문에 3층이 훨씬 나은 자리이긴 했지만 연주자들 모습이 제대로 보이질 않는 점이 좀 아쉬웠다.

 

일요일 저녁. 정말 많은 사람들이 노장의 지휘를 보러 예당을 찾아 왔다. 3층까지 거의 꽉 찬 자리를 보니 릴링의 명성이 대단하다 싶었다. 바흐 페스티벌의 다른 공연과는 달리 고악기가 아닌 모던 셋팅의 악기로 연주하는 바흐와 헨델이지만 현재의 바흐 해석에 큰 영향을 미쳐온 거장의 연주는 어떤 것일지 기대가 되었다.


프로그램


George Frideric Handel (1685~1759) Dixit Dominus Domino meo, HWV.232

 

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

Cantata "Weinen, Klagen, Sorgen, Zagen", BWV.12


Intermission


Motet "Jesu meine Freude", BWV.227

Magnificat in D major, BWV.243

 

현대악기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정제되고 깔끔한 음색의 현악 앙상블과 오르간으로 헨델이 연주되었다. 21명의 합창단은 오케스트라에 비해서 좀 많은 인원인 것 같았는데 (오케스트라가 합창단에 비해서 적은 것인가..) 바흐나 헨델의 시대에도 그런 식으로 구성되었을 것 같아서 크게 이상하게 들리진 않았다. 합창은 정말 탁월했다. 첼로와 알토의 듀엣 또는 각 파트별로 한 악기씩으로 서로 주고 받듯이 연주되는 부분들이 간결하면서도 서정적으로 연주되었다.


트럼펫과 오보에가 덧붙여진 바흐의 칸타타 '울며 탄식하며'에서는 오보에 독주가 전반적인 곡을 리드하면서 연주되었다. 정말 아름다운 오보에... 오보에의 구성은 다음곡인 모테트 '예수, 나의 기쁨'에서 4대로 확대되었다. 모두 11곡의 다양한 모테트들이 (이상하게도 내 귀엔) 박진감 넘치게 느껴졌다. 마지막 마니피카트에서는 알토와 현악기들만의 아리아, 오보에 다모레와 소프라노가 듀오로 연주하는 아리아 등 서정적인 곡들, 귀엽고 간결한 느낌의 플룻과 알토 아리아 등이 좋았다.


오보에는 현대악기라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는데.. .플룻과 트럼펫은 어쩐지 세련되면서도 너무 반지르한 느낌의 현대악기의 느낌이 많이 느껴져서 현악기나 합창, 그리고 독주자들의 소박하고 절제된 느낌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듯한 생각이 들긴 했다.


프로그램에 가사가 적혀 있는 것 같아서 하나 구입을 했는데, 들고 들어와 살펴보니 한글 번역만이 적혀 있었다. 열심히 제목과 가사를 맞추어 보려고 했지만, 한글만으로는 합창이나 독주자들이 어떤 부분을 어떤 감정으로 노래하고 있는지 완전히 파악하기가 어려웠다는 점이 좀 아쉽다. 독일 합창단이어서인지 바흐의 독일어 가사들이 곡의 매력을 더하는 듯 했는데 말이다..;

2009년 10월 13일 화요일

[공연] 데라카도 료 독주회 2009.10.11

꽤 오랫만의 연주회였다. 일요일 저녁, 엄마따라 가겠다고 TV를 포기하고 나선 도윤이와 같이 신촌으로 갔다. 시간이 넉넉하면 연대 앞에서 맛있는 것이라도 사주고 싶었는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시간이 별로 없다. 루스채플에서 표를 받아서 연대 정문으로 나가 공갈 호떡을 3개 샀다. 정문까지 꽤 한참 걸어가야 되는 줄 알았는데, 아이 걸음으로도 5분 밖에 안 걸리더라. 길 건너 가볼까 잠시 고민했으나, 아무래도 시간이 모자랄 것 같아서 도로 돌아왔다.

 

대학교에 처음 와 본 도윤이는 "여기도 학교도 저기도 학교야?", "이렇게 늦게까지 공부하는 언니오빠들이 이렇게나 많아?", "학생이 천 명도 넘을까?", "우리 학교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생이 800명인데..." 라고 재잘대면서 즐거워 했다. 이렇게 큰 학교가 있는 것이 신기한 모양이다. 엄마 다녔던 학교는 이 학교보다 더 넓었다고 얘기하고 나니 언제 한번 아이들을 데리고 엄마 아빠 다니던 학교에 놀러 가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연대에서 주최하는 음악회라서, 게다가 교회에서 열리는 음악회라서, 음악연구소 소장의 인사말과 담당 목사의 기도까지 있은 후에 음악회가 시작되었다. 61년생인 데라카도 료는 생각보다는 동안.

 

익숙한 헨델 소나타 D장조가 시작되자마자 도윤이는 꿈나라로 가고..;;; 바로크 바이올린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악기 소리가 아주 울림이 좋은 것은 아니었고 상당히 소박한 느낌이었다. 연주장소가 울림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데라카도 료는 보통의 바로크활 잡는 것보다는 활을 더 길게 잡고 연주하는 듯 했다. 도윤이는 4악장 중간에 깼다. ㅎㅎ 그래도 내내 자지 않아서 다행이다.

 

비버의 파사칼리아는 살짝 빠른 듯한 느낌이 들었고 깊이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데라카도 료 만의 표현과 해석을 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나에게 와 닿지 않는 느낌이랄까.

 

이어지는 헨델 소나타 d단조. 첫 곡인 HWV371 보다 더 좋아진 느낌이다. 그리고 1부 마지막 곡인 샤콘느. 역시 좀 빠르게 템포를 잡은 듯 한데, 어디선가에서부터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파사칼리아나 샤콘느나... 어느 정도 사람들이 기대하는  분위기와 깊이가 있는 곡들인데, 어쩐지 그 날의 데라카도 료는 그걸 이끌어내는 포인트를 놓치고 있는 것 같았다. 샤콘느에선 테크닉적으로도 그다지 깨끗한 연주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휴식시간에 아까 먹다남은 호빵을 먹고 들어갔더니 웬 청년이 우리 자리에 앉아있었다. 한 줄 뒤에 앉았다.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 연주가 이어진다고 했지만, 작년 쿠이겐이 예당해서 했던 다 스팔라 연주가 아주 좋지는 않았었기 때문에 별로 기대를 하지는 않고 있었다.

 

그러나, 데라카도 료의 연주로 프렐류드가 시작되자 생각이 바뀌었다. 작년 쿠이겐의 연주와는 음색에서 아주 많이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연주 자체도 상당히 안정적으로 보였고, 소리도 일반적인 첼로의 소리만큼의 깊이와 폭이 있었다. 같은 제작자의 악기를 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연주기법이나 연주자에 따라 소리가 다른 것인지.. 아니면 예당 콘서트홀이 너무 넓어서 소리가 건조하게 들렸던 것인지 잘 모르겠다.

 

다시 바이올린으로 바꾸어 쳄발로 주자인 조성연씨와 같이 나온 데라카도 료는 프로그램 마지막 곡인 바흐 소나타를 연주했다. 앵콜은 역시 바흐 소나타. 헨델에서 시작해서 바흐로 이어지는 연주회의 마무리로 좋은 앵콜곡이었다. 마지막과 앵콜의 바흐는 무리없이 연주되었고 전반부 보다 훨씬 안정된 음색을 들려 주었다. 무반주 곡들보다는 챔발로와 같이 연주하는 편이 더 나은 것일까. 도윤이는 앵콜이 가장 좋았다고 했다.

 

밤에 아이와 같이 산책나온 기분으로 들렀던 음악회. 사실 도윤이 신경쓰느라 집중하는 것이 좀 힘들기는 했지만... 바로크 바이올린 연주를 실컷 들을 수 있는 아름다운 가을 밤이었음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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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헨델(G.F. Handel, 1685 - 1759)

바이올린과 쳄발로 소나타 D장조 HWV 371

Affettuoso - Allegro - Larghetto - Allegro

 

하인리히 폰 비버(H. I.1644- 1704)

팟사칼리아(Passacaglia) g단조

 

헨델(G.F. Handel, 1685 - 1759)

바이올린과 콘티뉴오를 위한 소나타 d 단조 HWV 359a

Grave - Allegro - Adagio - Allegro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S. Bach, 1685 - 1750)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제2번에서 샤콘느 d단조  BWV 1004

 

-휴식-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S. Bach, 1685 - 1750)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제1번 G 장조 BWV 1007

Prelude - Allemande - Courante - Sarabande - Minuets - Gigue

 

바이올린과 쳄발로 반주를 위한 소나타 제3번 E 장조 BWV 1016

Adagio - Allegro - Adagio ma non tanto - Allegro

 

[앵콜] 바이올린과 오블리가토 하프시코드를 위한 소나타 c단조, BWV 1017

제1악장 Siciliano, Largo  

 

2009년 3월 31일 화요일

[공연] 바이올린과 콘티뉴오를 위한 7개의 소나타 2009. 3. 21

헨델 250주기를 맞아서 인지, 아니면 그냥 그렇게 프로그램이 짜여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 연주회는 꽤 저렴한 가격에 헨델 바이올린 소나타 중 7곡의 연주를, 그것도 비올라 다 감바까지 가세한 바쏘 콘티뉴오를 곁들여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겨졌다.

바이올린은 기리야마 다케시. 감바는 사쿠라이 시게루, 그리고 챔발로는 오주희씨가 맡았다. 감비스트는 전에도 종종 본 적이 있었던 듯 하지만, 기리야마 다케시의 공연은 못 본 터라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했다.

연주되는 소나타 중에서 2곡은 스즈키 6권, 그리고 한 곡은 스즈키 7권에 있는 곡이라서 바이올린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매우 친근한 음악들이었다. 더구나 모던 바이올린에 피아노 반주로 곡을 공부했던 학생들에게 바로크 바이올린에 감바와 쳄발로로 어우러지는 연주는 새롭고 흥미로운 것이 될 수 밖에 없다.

1부는 유명한 A major 소나타에서 시작하여 4곡의 소나타가 연주되었다. 익숙하고 아름다운 멜로디가 이어지긴 했지만, 군데 군데 앙상블이 살짝 어긋나기도 하고 건조한 날씨 탓인지 거트현의 삑사리도 들려와서 조금 아쉬웠다. 3곡의 바이올린 소나타가 기다리고 있는 2부에서 기라야마 다케시는 기력을 회복한 듯 투명한 바로크 바이올린 특유의 사운드를 계속해서 들려 주었다. 나는 기리야마 다케시가 어떻게 바이올린을 연주하는가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는데.. 스즈키 6권의 헨델 소나타들의 슬러, 운지, 보잉은 모두 완전히 다르게 연주되고 있었다. 챔발로와 감바의 바쏘콘티뉴오도 피아노 반주와는 달라서 곡이 완전히 다른 곡처럼 느껴졌다.

다른 작곡가들과는 달리 (예를들어 바흐는 매우 진지하고 성실한 이미지) 나에게 헨델이라는 작곡가는 어쩐지 좀 사기꾼같은 이미지인데ㅡㅡ;; 그렇다고 내가 헨델의 음악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사실 오히려 매우 재미있어 하는 편이다. 바이올린 소나타에는 다른 좀 규모가 큰 곡들에서 느껴지는 드라마틱한 느낌이나 박진감은 그다지 없지만 한 곡 한 곡이 마치 작은 오페라와 같은 스토리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4악장으로 이루어진 소나타들의 느린 3악장은 오페라의 아리아들 사이에서 한 숨 쉬어가면서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레치타티보같은 느낌도 들었다. 연주자의 표현력이 돋보일 수 있는 부분.

기리야마 다케시의 왼손은 좀 큰 편인 것 같았다. 왼손을 운지할 때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 처럼 보였는데 손이 크기 때문에 또 손의 움직임이 커 보여서 그렇게 느껴졌었던 것 같다.

흥미진진했던 2부가 끝나고, 이어진 앵콜곡에 앞서 기리야마 다케시는 서툰 한국말로 곡명을 이야기 해주었는데 D장조 1악장이라는 것만 알아 들을 수 있었다. 앵콜곡은 너무 삑사리가 많이 나서 집중하기는 힘들었다. 아무래도 건조한 날씨에 거트현을 연주하는 것은 정말 까다로운 일인가 보다.

프로그램 보기

2008년 12월 23일 화요일

[공연] 조르디 사발과 르 콩세르 드 나시옹 2008년 12월 21일

카퓌송 형제의 공연이 아마도 올해 마지막 공연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30% 할인된 가격에 혹한 충동구매로 결국은 올해도 사발의 공연을 보게 되었다^^; 사발의 감바 공연을 더 보고 싶긴 했지만... 르 콩세르 드 나시옹의 왕궁의 불꽃놀이도 기대가 되는 곡이었다.

좀처럼 돈주고 사는 일이 없는 R석... 후덜덜한 가격의 자리에 앉았다. 같은 R석이라면 아예 앞 쪽이 나을 것 같다는 약간의 아쉬움... 경기침체의 여파에도 생각보다 객석에 사람들이 많다. 사발의 유명세 덕을 보는 가 보다.



첫 곡인 퍼셀의 모음곡은 큰 기대를 하지 않기는 했지만.... 뒤의 두 외국인은 계속 속삭이고, 옆의 꼬마는 칭얼대고.. 참... 비싼 자리가 오히려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마구 들게 만든다...;

어쨌거나, 몇 명의 관악기 주자가 무대 뒤에서 연주하던 에코우를 비롯한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곡들의 연주는... 재미있기는 했으나, 기대한 것 보다는 조금은 맥빠졌다. (수상음악이 연주되기 직전에 그 꼬마의 엄마인 듯한 여자분께 아이를 주의시켜 달라고 부탁했더니... 애니까 이해해 달란다... 이해해줄 문제가 아니다 주위 사람들 다 피해보지 않느냐라고 했더니, 이번 곡 끝나고 나갈 거라고..;;;; 속으로는 이번 곡부터 나가 주셨으면 좋겠다고 하고 싶었으나 참고...;;)

수상음악은 작년에 내한했을때에도 연주를 했었는데, 이번 보다는 작년의 연주가 더 좋았던 것 같다. 내추럴 혼 연주자들이 같은 사람들인지는 잘 기억은 안나는데... 아무래도 작년이 더 멋진 연주였다는 느낌이다.

인터미션이 끝나고 연주된 콘체르토 그로소는 아주 낭만적이고 달콤한 뮤제트를 비롯해서 부드럽고 맑은 느낌의 바로크 현악기들의 맛이 살아나는 아름다운 연주였고, 이어지는 왕궁의 불꽃놀이에서는 기 페르베를 비롯한 바로크 트럼펫들의 활약에 넋을 놓을 정도. 쳄발리스트 루카 굴리엘미도 훌륭하고... 악장인 다비드 플랑티에도 멋졌다. 좀 멀긴 했지만, 플랑티에의 과다니니가 어찌 이쁘게 보이던지...; 후반부는 전반부의 맥빠지는 느낌은 전혀 없는 멋진 공연이었다.

사발은 앵콜 인심도 후해서... 3곡이나 해주었고 한국말로도 몇 마디 했던 것 같은데, 뭐라고 하는지는 잘 못 알아 들었다. 어쨌거나... 관객들의 박수를 유도했던 두번째 앵콜은 전에도 앵콜로 들려 주었던 듯...

앵콜이 모두 끝난 시간은 10시 반 정도.. 2시간 반이나 되는 긴 연주였다. 비싼 티켓 값이 아깝지 않게 해준 연주자들에게 감사 ^^;;;;

프로그램

퍼셀, 요정의 여왕 모음곡 1692
헨델, 수상음악 1717
헨델, 합주협주곡 사단조 Op.6의 No.6
헨델, 왕궁의 불꽃놀이 1749

앵콜곡

Lully, Marche des combattons and minuet
Rameau, Contre danse tres vive 
Marin Marais, 오페라 Alcyone 중 Marche pour les matielots


아래의 사진은 NY Times에서 얻어 온 것인데... 사발의 감바, 루카 굴리엘미의 쳄발로, 마르크 앙타이의 트라베르소 그리고 앙리크 솔리니스의 티오르보가 같이 있는 사진이다. 물론 이번 연주회에선 트라베르소가 없긴 했다 (있었다면 앙타이가 와줬을까...?) 티오르보 연주자의 모습은 공연 때는 지휘자인 사발에게 가려서 거의 못 봤었는데, 사진으로라도 봐야지..ㅎㅎ

Julien Jourdes for The New York Times

2008년 3월 28일 금요일

[공연]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캐럴린 샘슨 협연)

월요일부터 심해지기 시작한 감기몸살에 회사 탕비실에 있는 종합감기약으로 대충 때우고 있었더니 영 차도가 없었다. 재채기에 콧물까지 나서 연주회 동안 괜찮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놓치고 싶지 않은 공연이라 퇴근 후 예당으로 향했다.

차가 그다지 밀리지 않아서 여유있게 도착하고 표를 찾고 돌아서는데 아는 얼굴을 만났다. 고음악연주회에서 만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친구인데... 작년부터 첼로를 배우고 있는 친구가 첼로 동호회 사람들과 같이 온 것이었다. 모 악기사 겸 공방에서 초대권을 얻어서 왔다는데... 찾고 보니 무려 VIP..... 공연 소식을 듣고 손꼽아 기다리다가 미리미리 할인받아서 겨우 A석을 구입했는데, 공연이 있는 줄도 모르다가 지난 주에 우.연.히 악기사에 들렀다가 얻은 초대권이 VIP석이라니.. 갑자기 엄청 허탈해지는 기분이었다.

프로그램

G.Ph. Telemann Ouverture F-Dur TWV 55: F12
G.Fr. Handel 2 Arias from  "Alcina" HWV 34:
     "Ma quando tornerai"
     "Ah mio cor"
G.Ph. Telemann Concerto in D major TWV 54: D1

*** INTERVAL ***

W.Fr. Bach Sinfonia in D minor Falck 65
J.S. Bach Concerto in D minor BWV 1043 for 2 violins, Str and Basso Continuo
G.Fr. Handel 2 Arias from Giulio Cesare
    "Piangero la sorte mia"
    "Da tempeste il legno infranto"
J.D. Heinichen Concerto con corni da caccia in F major


공연 시작되기 전까지 친구와 수다를 떨다가 (주로 공짜 티켓을 구하고도 알려 주지 않은 것에 대한 불평이었지만..) 입장했다. 텔레만의 서곡과 아리아가 시작되었다. 경쾌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의 곡. 연주회 내내 지속되었던 맑고, 가볍고 투명한 느낌이 시작되었다. 연주자들은 음악에 맞추어 넘실거리고 있었고 고트프리트 폰 데어 골츠는 바이올린을 들고 그 경쾌한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전에 핀커스 주커만이 바이올린을 들고 시향을 지휘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는데, 그때는 맡은 역할이 "지휘"였기 때문인지 그다지 잘 어울려 보이지 않았는데, 골츠는 딱히 "지휘"가 아니어서 인지 상당히 즐거워 보였다.

사실 자리는 지난 번 요한수난곡을 들었던 때와 비슷한 위치였는데, 음량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물론 그때는 성악이 주로였기 때문에 더 크게 느껴졌을 수도 있고, 또 이번에는 감기때문에 귀가 잘 안들렸을(?) 수도 있지만 인터미션 후에 '메뚜기'를 뛰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어 등장한 캐럴린 샘슨. 헨델의 '알치나' 중 두 곡의 아리아를 불러 주었다. 역시 기대했던 바대로 청아한 목소리로 감동적인 연주를 들려 주었다. 특히 "아, 나의 마음이여"에서는 가슴이 떨릴 만큼 감동적이었다. 류트와 어우러지는 소프라노... 무척 아름다왔다.

두 명의 트라베르소가 등장하고, 텔레만의 협주곡이 이어졌다. 바이올린, 첼로, 두 대의 트라베르소가 독주악기들로 앞에서 연주. 서로 주고 받는 독주악기들의 솔로 패시지들도 좋았고, 4중주로 울려 퍼지는 가보트도 좋았다. 정말 "드레스덴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텔레만풍"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건... 텔레만의 드레스덴 시절 궁정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골츠의 바이올린에서는 홀로웨이의 연주회에서 생겨났던 고음의 삑사리가 종종 들려 나왔는데, 홀로웨이 연주회때 봤던지라...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듣는 나도 좀 안정이 되었고, 골츠나 다른 연주자들도 흐름을 놓치지는 않으려 노력하고 있는 듯 했다. 트라베르소의 음정이 조금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동료 연주자들이 같이 있다는 것이 확실히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고 보면 홀로웨이는 혼자서 무대에서 정말 고생스러웠을 듯 하다.
(이 곡의 마지막에는 재채기를 참느라 사실 정신이 좀 없었다. 콧물도 나고...ㅡㅜ)

 


(출처: 조선일보)

인터미션에 VIP석 주위에 빈자리가 많았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C블럭, D블럭 14열인데 다른 열보다 앞 쪽 공간이 더 넓었다. VIP석이라서 그런가... 콘서트홀의 VIP석에 앉아 본 기억이 없어서...;

후반부 첫 곡은 요한 세바스찬이 끔찍히 아꼈다는 큰아들의 곡. 단조이기 때문인지 텔레만의 곡들 보다 호흡이 길게 느껴졌다. 이어지는 곡은 아버지 바흐의 BWV 1043. 골츠와 세컨 바이올린의 카트린 트뤼거가 나왔다. 바로크 바이올린 위에서 움직이는 가벼운 뾰족활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으니 황홀하기 그지 없다. 예전의 타펠무지크의 연주보다는 정통적이라는 느낌. 독일 연주단체라서 그런 느낌이 들었을까? 심지어 2악장에서도 비브라토를 거의 쓰지 않아 맑고 투명한 느낌이 계속 되었다. (2악장은 아름답지만 간혹 "느끼"할수도 있는데 말이다.) 두 바이올린 독주자의 악기에서 가끔 고음의 잡음이 들려왔지만 음의 흐름이 무너지지는 않고 있었다.

다시 캐럴린 샘슨이 나오고 헨델의 "줄리오 체사레" 중의 두 곡의 아리아가 울려 퍼졌다. 소프라노와 하프시코드의 레시타티보 후에 이어지는 아리아는 류트의 리드로 스트링 반주. 클레오파트라의 슬픔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절창. 두번째 곡은 밝은 곡이어서 큰 박수가 이어졌다. 샘슨은 목소리만 훌륭한 것이 아니라 기교도 나무랄 데가 없는 소프라노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잠시 그녀의 뱃속에 있는 아가는 정말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중간에 앵콜을 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샘슨은 다시 나와 리날도 중의 울게하소서를 불러 주었다.

마지막 곡은 텔레만, 바흐와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하이니헨의 곡. 코르노 다카치아 협주곡이라서 다시 호른 주자들이 나왔다. 자세히는 보지 못했지만, 밸브가 없는 악기로 어떻게 그렇게 연주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연주자들은 다시 넘실거리며 예당 콘서트홀의 무대를 드레스덴의 궁정으로 만들었다. 알라브레베에서의 피치카토 소리는 또 어찌나 맑던지... 전에 DVD에서 본 것처럼 쾨텐 궁정에서 브란덴부르크협주곡을 연주하듯 드레스덴 궁정에서 텔레만과 하이니헨을 듣는다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해졌다..

시종일관 경쾌하고 투명한 느낌의 멋진 연주가 끝나고 환호하는 객석을 위해 그들이 준비한 곡은 J.S.바흐의 관현악모음곡 중의 Air. 현들의 연주하는 아름다운 선율. 그런데, 바이올린은 곡의 첫 시작의 온음표를 올림활로 하고 활의 아랫부분에서 짧은 16분음표를 연주했다. 밑활에서 저토록 가볍게 연주하다니... 바이올리니스트들의 가벼운 보잉에 다시 한번 감동... (곡 후반부는 기침 참느라 거의 집중을 못했다. 아.. 정말 괴로운 감기)

(덧글 1) 수요일이 연주회였는데, 목요일과 금요일 내내 회사 일로도 힘들고 감기 때문에 몸도 힘들고, 병원 잠깐 다녀올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오케스트라 연습도 물론 못 갔고... 고양에서 이어졌던 다음날 공연에는 슈클에서 무료초대권을 나눠 주었는데, 정말 시간과 마음의 여유만 있었다면 오케스트라를 땡땡이 치고 가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둘 다 못갔지만..)

(덧글 2) 홀로웨이의 통영 공연은 대역전극이라고 할만큼 좋았다고 한다. 정말 습기가 문제였던가. 아니면 일단 최악의 상황을 경험해서 대비가 되었던 걸까. 통영 공연을 본 사람들이 부럽기 그지없다. (프라이부르크의 연주를 보면서 류트와 하프시코드, 베이스 그리고 첼로까지 저음부 악기가 받쳐 주는 든든함이 고음의 삑사리와 불안정함을 상쇄시키고 음악이 제 흐름을 되찾아 가는 데에 정말 중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덧글 3) 스트레스 절정의 한 주였다. 주말에 좀 쉬고 나면 다음 주는 괜찮아 졌으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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