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11일 목요일

[공연] 르노 & 고티에 카퓌송 듀오 공연 2008년 12월9일

요즘 공연 예약을 주저하고 있는 내 모습을 생각하니 이 공연이 아마도 올해 마지막 공연이 될 것 같다. 내년에는 과연 공연을 자주 볼 수 있을까...

호암아트홀 공연은 가깝기도 하고, 여러모로 편하다. 그건 그런데... 요즘 회사 상황이 상황인지라... 프로그램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공연장에 도착했다. 프로그램을 받아들고 살펴보니... 살짝 당혹스럽다. 라벨에 코다이는 그렇다치고... 첫 곡인 슐호프는 전혀 모르겠다. 그러고 나서 생각을 해보니.. 바이올린과 첼로, 딱 두대를 위한 레퍼토리가 그다지 많지는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럽발코니에서 가져온 리허설 사진. 본 무대에서는 두 형제가 다 깔끔하게 검은색 연주복을 입고 나왔었다. 76년생인 르노는 좀 그렇지만... 81년생인 고티에는 확실히 꽃미남인 듯했고... 동생은 남다른 헤어스타일에 첼로의 엔드핀을 엄청나게 길게 뽑아서는 매우 파워풀한 연주를 보여 주었다. 르노는 그보다는 훨씬 범생이같은 모습이랄까... )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유태인으로 수용소에서 죽음을 맞았다는 슐호프의 듀오는 생각보다 흥미진진한 곡이었다. 집시풍의 멜로디가 때론 해학적으로 또 정열적으로 연주되는 2악장은 인상적이었다. 마치 비올라같은 느낌으로 저음현들이 많이 사용되는 르노의 바이올린의 음색은 풍부하고 부드러웠고.. 첼로를 타악기같은 느낌이 들게 하는 고티에의 연주도 특징적이었다.

라벨의 소나타에도 동양적 (또는 헝가리적) 멜로디들이 들어 있었는데 영화음악같은 박진감이 느껴지는 2악장도 좋았지만, 첼로 독주로 시작되어 바이올린과 함께 고음으로 이어지는 느린 3악장에서는 어색하게 장엄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 묘한 애매함은 마치... 따뜻한 느낌으로 지인들에게 둘러쌓여 있기는 하지만, 사실 주위에는 콘크리트로 막힌 무덤들로 가득 차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랄까.. 4악장에서는 젊은 첼리스트의 파워풀한 첼로 소리에 잠시 넋을 잃기도...

인터미션이 지나고 이어진 코다이의 듀오. 르노의 바이올린에서는 좀 전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색을 넘어서 너무나 맑고 선명한 음악이 이어져 나왔다. 코다이의 듀오에는 멜로디가 가득하다. 헝가리안의 민요풍의, 집시풍의 선율들이 넘쳐 흘렀다. 첼로와 바이올린은 서정적이고 풍부한 선율을 서로 주고 받았고... 첼로가 강하게 c string 개방현을 연주하다가 바이올린의 e string 거의 끝의 고음으로 이어지는 부분이라던가 화려한 3악장의 연주, 그 중에서도 첼로가 타악기인듯 비트를 넣으면 바이올린이 집시풍의 선율을 연주하던 부분... 아이디어가 가득한 인상적인 곡이 아닐 수 없다.

매우 열정적인 연주로 시종일관 진지하게 젊음이 넘치는 연주를 보여주던 두 형제는 프로그램을 마치고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고 관객들도 환호했다. 낯선 곡들이지만, 코 앞에서 펼쳐지는 바이올린과 첼로의 연주로 내 앞에 펼쳐진 그 다채로움만으로도 인상적인 음악들이 되었다. 그리고 이어진 앵콜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대로.. 파사칼리아. 그런데... 빠르고 격렬한 연주다. 이제까지 들었던 파사칼리아와는 다른 해석. 저 속도로 앙상블이 흐트러지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는데.. 형제는 멋지게 이중주를 해낸다.

앵콜곡이 더 있을까 싶었은데.. 고티에 형제는 한 곡 더 연주해 주었다. 느리고 잔잔한, 처음부터 끝까지 조화로운 화음으로 이어지는 곡. 나중에 보니 바르토크의 곡이란다.

르노 카퓌송의 명성은 꽤 알려져 있지만, 고티에 카퓌송의 열정에 찬 연주를 만난 것이 이번 연주회의 수확이 아닐까 싶다. 돌아와서 잠깐 위키피디아를 뒤져봤는데, 뜻밖에 고티에에 대한 설명은 있는데, 르노에 대한 설명이 없다. 그 반대가 아닐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꽃미남에 더 가까운 고티에가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게지 싶다..ㅎㅎ

풍부한 부드러움에서 선명한 맑음까지... 멋진 음색을 들려준 르노의 바이올린은 1737년 Panette 과르네리 델 제수. 고티에의 첼로는 어느 것인지 모르겠다. Goffriler이거나 Contreras라는데... 반짝반짝 프렌치 폴리쉬를 한 두 형제의 악기의 음은 강하고 아름다왔다. 그나저나... 저렇게 같이 다니면서 음악적인 앙상블을 이룰 수 있는 형제지간이라니... 정말 부럽기 그지 없는 동기간이다.

프로그램

슐호프_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듀오 
라벨_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소나타  

- 인터미션 -

코다이_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듀오, Op. 7 

앵콜곡:

헨델 - 할보르센, 파사칼리아
바르토크, 헝가리 민요 멜로디(Melodies populaires hongroises) 중 코랄:안단테

댓글 2개:

  1. 한국에도 꾸준히 좋은 공연들이 있군요..

    서울(수도권)에만 몰려있는게 너무 아쉽긴 하지만.. ㅠ_ㅠ

    한국에 있을때도 평일 저녁에 하는 공연은 도저히 볼 수가 없어서 ^^





    잘 지내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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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진혁군★ - 2008/12/12 09:06
    네.. 내년에는 올해만큼 많은 공연이 있지는 않을 것 같지만요^^;;;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위축되는 것이 먹고사는 것과 직접 관련은 없는 문화예술분야라서..



    이제 차근차근 지방에도 클래식인구가 좀 늘어나면 공연도 더 자주 하겠죠. 아직은 서울의 공연장 채우는 것도 힘겨운 수준인 것 같아요..;;



    진혁군도 잘 지내시죠? 새 휴대폰 사진 올리신 것도 봤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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