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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23일 화요일

[공연] 조르디 사발과 르 콩세르 드 나시옹 2008년 12월 21일

카퓌송 형제의 공연이 아마도 올해 마지막 공연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30% 할인된 가격에 혹한 충동구매로 결국은 올해도 사발의 공연을 보게 되었다^^; 사발의 감바 공연을 더 보고 싶긴 했지만... 르 콩세르 드 나시옹의 왕궁의 불꽃놀이도 기대가 되는 곡이었다.

좀처럼 돈주고 사는 일이 없는 R석... 후덜덜한 가격의 자리에 앉았다. 같은 R석이라면 아예 앞 쪽이 나을 것 같다는 약간의 아쉬움... 경기침체의 여파에도 생각보다 객석에 사람들이 많다. 사발의 유명세 덕을 보는 가 보다.



첫 곡인 퍼셀의 모음곡은 큰 기대를 하지 않기는 했지만.... 뒤의 두 외국인은 계속 속삭이고, 옆의 꼬마는 칭얼대고.. 참... 비싼 자리가 오히려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마구 들게 만든다...;

어쨌거나, 몇 명의 관악기 주자가 무대 뒤에서 연주하던 에코우를 비롯한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곡들의 연주는... 재미있기는 했으나, 기대한 것 보다는 조금은 맥빠졌다. (수상음악이 연주되기 직전에 그 꼬마의 엄마인 듯한 여자분께 아이를 주의시켜 달라고 부탁했더니... 애니까 이해해 달란다... 이해해줄 문제가 아니다 주위 사람들 다 피해보지 않느냐라고 했더니, 이번 곡 끝나고 나갈 거라고..;;;; 속으로는 이번 곡부터 나가 주셨으면 좋겠다고 하고 싶었으나 참고...;;)

수상음악은 작년에 내한했을때에도 연주를 했었는데, 이번 보다는 작년의 연주가 더 좋았던 것 같다. 내추럴 혼 연주자들이 같은 사람들인지는 잘 기억은 안나는데... 아무래도 작년이 더 멋진 연주였다는 느낌이다.

인터미션이 끝나고 연주된 콘체르토 그로소는 아주 낭만적이고 달콤한 뮤제트를 비롯해서 부드럽고 맑은 느낌의 바로크 현악기들의 맛이 살아나는 아름다운 연주였고, 이어지는 왕궁의 불꽃놀이에서는 기 페르베를 비롯한 바로크 트럼펫들의 활약에 넋을 놓을 정도. 쳄발리스트 루카 굴리엘미도 훌륭하고... 악장인 다비드 플랑티에도 멋졌다. 좀 멀긴 했지만, 플랑티에의 과다니니가 어찌 이쁘게 보이던지...; 후반부는 전반부의 맥빠지는 느낌은 전혀 없는 멋진 공연이었다.

사발은 앵콜 인심도 후해서... 3곡이나 해주었고 한국말로도 몇 마디 했던 것 같은데, 뭐라고 하는지는 잘 못 알아 들었다. 어쨌거나... 관객들의 박수를 유도했던 두번째 앵콜은 전에도 앵콜로 들려 주었던 듯...

앵콜이 모두 끝난 시간은 10시 반 정도.. 2시간 반이나 되는 긴 연주였다. 비싼 티켓 값이 아깝지 않게 해준 연주자들에게 감사 ^^;;;;

프로그램

퍼셀, 요정의 여왕 모음곡 1692
헨델, 수상음악 1717
헨델, 합주협주곡 사단조 Op.6의 No.6
헨델, 왕궁의 불꽃놀이 1749

앵콜곡

Lully, Marche des combattons and minuet
Rameau, Contre danse tres vive 
Marin Marais, 오페라 Alcyone 중 Marche pour les matielots


아래의 사진은 NY Times에서 얻어 온 것인데... 사발의 감바, 루카 굴리엘미의 쳄발로, 마르크 앙타이의 트라베르소 그리고 앙리크 솔리니스의 티오르보가 같이 있는 사진이다. 물론 이번 연주회에선 트라베르소가 없긴 했다 (있었다면 앙타이가 와줬을까...?) 티오르보 연주자의 모습은 공연 때는 지휘자인 사발에게 가려서 거의 못 봤었는데, 사진으로라도 봐야지..ㅎㅎ

Julien Jourdes for The New York Times

2008년 9월 17일 수요일

[공연]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 - 베니스와 베르사이유의 마법 2008. 9. 12 (금)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바로 전날이 공연이었다. 어차피 토요일에 시댁으로 내려가야 하니까 금요일도 열심히 출근을 했다. 저녁에 퇴근하고 가까운 세종 체임버홀에 들려서 공연을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전부터 사무실 분위기 들떠서 모두들 일찍 퇴근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점심을 먹고 나니 대충 다들 집에 가는 듯.... 나도 덩달아 퇴근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집에 갔다가 다시 시내로 나올 수도 없는 일...;;

연락이 잘 안되어서 못가는 줄 알았던 세원씨 표도 구하고 (슈클지기님께 감사..^^) 광화문 앞에서 떡볶이로 대충 저녁을 때우고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은 전에 디도와 에네아스 공연때, 그리고 바흐 솔리스텐 서울과 함께 바흐의 칸타타와 오라토리오를 연주했을 때 본 적이 있지만, 실제로 이 단체의 이름을 걸고 하는 공연은... 생각해보니... 사실 처음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프로그램은, 공연의 제목에 맞게, 비발디와 로카텔리의 이태리 음악과 라모의 프랑스 음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리더인 김지영씨가 중간중간 나와서 곡 소개를 해주었다.

프로그램보기

그런데, 연주자 중에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 눈에 띄었다. 나는 원래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데... 어느 연주회에서 본 연주자겠지 하면서 연주자 프로필을 보니... 부천필의 한혜리선생님이다. 어쩐지...;;; 오케스트라 파트레슨을 해주셨고 우리 오케의 지휘자 샘과 절친하신(?) 분인데... 모던악기가 아니라 바로크 바이올린도 하시는 줄은 몰랐었다. 다른 단원들도 모두 바로크바이올린과 모던 바이올린을 같이 하시는 분들인 듯 하다.  

자리가 약간 뒤쪽이기는 했지만, 세종 체임버홀은 워낙 작고 음향상태가 좋은 홀이라서 하드웨어적(?)인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날 연주는 이상하게 음량이 작게 들려왔다. 1부의 베니스의 음악은 특유의 발랄함과 생동감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었는데, 그게 음량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첫 곡보다는 로카텔리의 곡이 더 좋았다. 휴식 후의 라모는 바로크 테너인 박승희씨가 함께했는데, 전반부보다 분위기는 더 좋았던 것 같다. 박승희씨의 아리아도 좋았고.... 라모의 프랑스 춤곡들도 그런대로 재미있었다.

추석 전인데도 꽤 많은... (적당한 숫자의?) 관객들이 온 걸 보니... 요즘 고음악이 확실히 인기있나 보다라는 생각도 든다. 이 참에 어디서 바로크 바이올린을 하나 구해볼까...라는 생각을 또 해본다..;;; 음.. 사실은 비올라 다모레가 훨씬 더 해보고 싶은데 말이다...ㅎㅎ

2008년 5월 27일 화요일

[공연] 지기스발트 쿠이켄과 라 프티트 방드 2008년 5월 21일





2008년 5월 21일 오후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이 공연은 쿠이켄 (또는 카위컨)과 라 프티트 방드의 공연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의 한국 데뷔무대이기 때문에 더 큰 기대를 하고 예당을 찾았다. 예당에는 생각보다는 관객 수가 많지 않았다.

쿠이켄은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를 목에 걸고 무대로 나와 약간 구부정한 자세로 바로 바흐의 무반조 첼로 조곡 1번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첼로라는 악기는 커도 안고 연주해야 하지만 저렇게 좀 작게 만들어져도 안는 것같은 자세로 연주해야 하나 보다. 동영상이나 오디오 파일로 들어봤던 악기의 소리와 예당 콘서트홀에서 들리는 소리는 비슷하기는 했지만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매끈하고 반지르르한 모던 악기의 소리도 아니고, 저음이 풍부한 첼로의 소리도 아닌 낯선 느낌의 바흐가 연주되고 있었는데, 보잉이나 운지가 완벽하게 되지 않아 살짝 불편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그런대로 괜찮은 느낌이었다. 보면서.... 아 나도 첼로를 연주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어지는 비발디의 리코더 협주곡 홍방울새는 페터 판 하이겐이 협연자로 등장했는데, 워낙 곡이 즐겁고 발랄한 것이어서도 그렇지만, 가장 열렬한 반응을 얻어 낸 연주였다. 특히 2악장에서 리코더와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가 이중주를 연주할 때의 앙상블은 정말 아름다운 것이었다. 쿠이켄의 다 스팔라도 바흐 연주때 보다는 훨씬 더 안정된 모습으로 독특한 그만의 음색을 맘껏 들려 주기 시작했었다. 하이겐은 바흐의 리체르카레 이후에 소프라니노 리코더를 들고 나왔는데, 큰 몸집에 그렇게 작은 악기를 들고 마치 작은 새가 지저귀는 것 같은 소리의 연주를 하고 있는 모습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하프시코드를 담당하고 있던 젊은 청년은 하이겐의 연주 사이에 바흐의 음악의 헌정 중 3성 리체르카레를 연주했는데, 예상 외로 매우 깔끔, 말끔한 연주였다. 그는 연주가 끝나면 얼른 뒤로 들어가 다른 단원들 옆에서서 인사를 하곤 했는데 매우 예의바른 젊은이라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

1부의 마지막은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이었는데, 관은 없이 현만으로 연주되었다. 원래 오리지널 스코어가 현악기만으로 되어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고 한다. 현악기로 연주되는 곡은 정말 기름끼가 쫙 빠진 듯한 소박한 아름다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언젠가 같이 앙상블을 할 멤버들을 만나면 이 곡을 스트링버전으로 연주해 보면 좋을 것 같다.

2부는 비발디의 사계. 솔리스트, 바이올린 2, 비올라,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 하프시코드. 6명의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사계는 기존의 연주와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다. 물론 그것을 의도한 것이겠지만... 좋게 말하자면 소박하고 투명한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어딘가 힘이 좀 빠진 듯한 면도 없지 않았다. "봄"을 연주할 때에는 무척 어울리는 음색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름이나 겨울에는 어쩐지 좀 약하게 느껴지는 연주였다. 지기스발트 쿠이켄의 큰딸인 사라 쿠이켄은 1부 마지막곡에서 합류하여 2부의 사계에서는 내내 솔리스트로 연주했는데, 뛰어난 솔리스트라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무대를 장악하는 카리스마도 느껴지지는 않았고...

내 자리는 1층의 뒷편이어서 악기 상태가 좋지 않으면 감상에 좀 지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큰 홀임에도 불구하고 음향의 상태는 좋았다. 다만 뒤쪽이어서 그런지 주변의 관객들의 태도는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 (나가고 들어오고, 떠들고...ㅡㅡ;;)

악기의 배치도 조금 독특했는데, 객석에서 바라 볼 때 무대의 오른쪽부터 고음의 악기가 배치되어 왼쪽에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가 있었다. 그 반대 방향으로 배치되는 것이 보통이라서 이유가 궁금했는데 알아 내지는 못했다. (혹시 쿠이켄이 리더이기 때문에 그가 왼쪽에 서게 된 것일까?)

또 한 가지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바이올리니스트 중 일본분의 자세인데, 악기를 완전히 어깨에 들쳐 맨 (?) 듯한 모습이었다. 보통 모던 악기라면 턱받침이 있는 자리 또는 많이 가봐야 테일피스 위에 턱이 오는 것이 보통이고, 바로크 바이올린의 경우에도 대부분 그 위치가 얼굴 밑에 오게 되는데 그분의 경우에는 악기의 트레블쪽으로, 그러니까 왼쪽 어깨에 악기가 거의 다 올라간 것 같은 상태로 연주를 하고 있었다. 들려오는 연주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나는 그분의 그 자세에서 활이 움직이는 모습이 매우 신기하게 보였다..ㅡㅡ;

사실 이번 공연은 매우 독특한 것이었는데, 새로운 (?) 고악기도 등장했을 뿐만 아니라, 매우 익숙한 곡들은 상당히 색다르게 연주했기 때문이다. 쿠이켄의 음악적인 탐구에 같이 동참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이런 연주가 과연 대중적인 동의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가 든다. 그런 점에서 공연 이후에 여기 저기에서 발견한 매우 호의적인 감상평들은 다소 의외였다. 고음악애호가라고 하여도 쿠이켄의 '실험'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말이다. 어쩌면 꽤 많은 사람들이 기존 방식의 연주에 식상하여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면 요즘 유행하는 '웰빙'의 흐름이 음악감상에도 접목되어 기름빠진 연주에 환호성을 올렸는지도...^^ (어쨌건 나는 이 연주방식이 꽤 마음에 들었다. 이번 공연의 연주 자체는 아주 만족스러웠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프로그램

J.S. Bach : Suite No. 1 in G major for Violoncello Solo, BWV 1007 (Solo : Sigiswald Kuijken, violoncello da spalla)
A. Vivaldi : Concerto for recorder in D major, RV 428, "Il Gardellino" (Solo: Peter Van Heyghen, recorder)
J.S. Bach : Ricercar a 3, Musikalisches Opfer, BWV 1079 (Solo : Benjamin Alard, harpsichord)
A. Vivaldi : Concerto for flautino in C major, RV444 (Solo : Peter Van Heyghen, flautino)
J.S. Bach : Suite No. 3 in D major, BWV 1068 (version for strings)

Intermission

A. Vivaldi : Four Seasons (Solo : Sara Kuijken, violin )
Concerto in E major, Op.8 No.1 "La Primavera"
Concerto in g minor, Op.8 No.2 "L'Estate"
Concerto in F Major, Op.8 No.3 "L'autumno"
Concerto in f minor, Op.8 No.4 "LInvierno"

라 프티드 방드의 홈페이지: (위 사진들의 출처)
http://www.lapetitebande.be/ 

쿠이켄이 연주하는 악기를 만든 드미트리 바디아로프의 홈페이지: (그가 직접 자신의 악기를 연주하는 동영상은 유튜브에 상당히 많다)
http://violadabraccio.com/

2008년 3월 28일 금요일

[공연]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캐럴린 샘슨 협연)

월요일부터 심해지기 시작한 감기몸살에 회사 탕비실에 있는 종합감기약으로 대충 때우고 있었더니 영 차도가 없었다. 재채기에 콧물까지 나서 연주회 동안 괜찮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놓치고 싶지 않은 공연이라 퇴근 후 예당으로 향했다.

차가 그다지 밀리지 않아서 여유있게 도착하고 표를 찾고 돌아서는데 아는 얼굴을 만났다. 고음악연주회에서 만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친구인데... 작년부터 첼로를 배우고 있는 친구가 첼로 동호회 사람들과 같이 온 것이었다. 모 악기사 겸 공방에서 초대권을 얻어서 왔다는데... 찾고 보니 무려 VIP..... 공연 소식을 듣고 손꼽아 기다리다가 미리미리 할인받아서 겨우 A석을 구입했는데, 공연이 있는 줄도 모르다가 지난 주에 우.연.히 악기사에 들렀다가 얻은 초대권이 VIP석이라니.. 갑자기 엄청 허탈해지는 기분이었다.

프로그램

G.Ph. Telemann Ouverture F-Dur TWV 55: F12
G.Fr. Handel 2 Arias from  "Alcina" HWV 34:
     "Ma quando tornerai"
     "Ah mio cor"
G.Ph. Telemann Concerto in D major TWV 54: D1

*** INTERVAL ***

W.Fr. Bach Sinfonia in D minor Falck 65
J.S. Bach Concerto in D minor BWV 1043 for 2 violins, Str and Basso Continuo
G.Fr. Handel 2 Arias from Giulio Cesare
    "Piangero la sorte mia"
    "Da tempeste il legno infranto"
J.D. Heinichen Concerto con corni da caccia in F major


공연 시작되기 전까지 친구와 수다를 떨다가 (주로 공짜 티켓을 구하고도 알려 주지 않은 것에 대한 불평이었지만..) 입장했다. 텔레만의 서곡과 아리아가 시작되었다. 경쾌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의 곡. 연주회 내내 지속되었던 맑고, 가볍고 투명한 느낌이 시작되었다. 연주자들은 음악에 맞추어 넘실거리고 있었고 고트프리트 폰 데어 골츠는 바이올린을 들고 그 경쾌한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전에 핀커스 주커만이 바이올린을 들고 시향을 지휘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는데, 그때는 맡은 역할이 "지휘"였기 때문인지 그다지 잘 어울려 보이지 않았는데, 골츠는 딱히 "지휘"가 아니어서 인지 상당히 즐거워 보였다.

사실 자리는 지난 번 요한수난곡을 들었던 때와 비슷한 위치였는데, 음량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물론 그때는 성악이 주로였기 때문에 더 크게 느껴졌을 수도 있고, 또 이번에는 감기때문에 귀가 잘 안들렸을(?) 수도 있지만 인터미션 후에 '메뚜기'를 뛰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어 등장한 캐럴린 샘슨. 헨델의 '알치나' 중 두 곡의 아리아를 불러 주었다. 역시 기대했던 바대로 청아한 목소리로 감동적인 연주를 들려 주었다. 특히 "아, 나의 마음이여"에서는 가슴이 떨릴 만큼 감동적이었다. 류트와 어우러지는 소프라노... 무척 아름다왔다.

두 명의 트라베르소가 등장하고, 텔레만의 협주곡이 이어졌다. 바이올린, 첼로, 두 대의 트라베르소가 독주악기들로 앞에서 연주. 서로 주고 받는 독주악기들의 솔로 패시지들도 좋았고, 4중주로 울려 퍼지는 가보트도 좋았다. 정말 "드레스덴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텔레만풍"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건... 텔레만의 드레스덴 시절 궁정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골츠의 바이올린에서는 홀로웨이의 연주회에서 생겨났던 고음의 삑사리가 종종 들려 나왔는데, 홀로웨이 연주회때 봤던지라...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듣는 나도 좀 안정이 되었고, 골츠나 다른 연주자들도 흐름을 놓치지는 않으려 노력하고 있는 듯 했다. 트라베르소의 음정이 조금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동료 연주자들이 같이 있다는 것이 확실히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고 보면 홀로웨이는 혼자서 무대에서 정말 고생스러웠을 듯 하다.
(이 곡의 마지막에는 재채기를 참느라 사실 정신이 좀 없었다. 콧물도 나고...ㅡㅜ)

 


(출처: 조선일보)

인터미션에 VIP석 주위에 빈자리가 많았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C블럭, D블럭 14열인데 다른 열보다 앞 쪽 공간이 더 넓었다. VIP석이라서 그런가... 콘서트홀의 VIP석에 앉아 본 기억이 없어서...;

후반부 첫 곡은 요한 세바스찬이 끔찍히 아꼈다는 큰아들의 곡. 단조이기 때문인지 텔레만의 곡들 보다 호흡이 길게 느껴졌다. 이어지는 곡은 아버지 바흐의 BWV 1043. 골츠와 세컨 바이올린의 카트린 트뤼거가 나왔다. 바로크 바이올린 위에서 움직이는 가벼운 뾰족활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으니 황홀하기 그지 없다. 예전의 타펠무지크의 연주보다는 정통적이라는 느낌. 독일 연주단체라서 그런 느낌이 들었을까? 심지어 2악장에서도 비브라토를 거의 쓰지 않아 맑고 투명한 느낌이 계속 되었다. (2악장은 아름답지만 간혹 "느끼"할수도 있는데 말이다.) 두 바이올린 독주자의 악기에서 가끔 고음의 잡음이 들려왔지만 음의 흐름이 무너지지는 않고 있었다.

다시 캐럴린 샘슨이 나오고 헨델의 "줄리오 체사레" 중의 두 곡의 아리아가 울려 퍼졌다. 소프라노와 하프시코드의 레시타티보 후에 이어지는 아리아는 류트의 리드로 스트링 반주. 클레오파트라의 슬픔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절창. 두번째 곡은 밝은 곡이어서 큰 박수가 이어졌다. 샘슨은 목소리만 훌륭한 것이 아니라 기교도 나무랄 데가 없는 소프라노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잠시 그녀의 뱃속에 있는 아가는 정말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중간에 앵콜을 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샘슨은 다시 나와 리날도 중의 울게하소서를 불러 주었다.

마지막 곡은 텔레만, 바흐와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하이니헨의 곡. 코르노 다카치아 협주곡이라서 다시 호른 주자들이 나왔다. 자세히는 보지 못했지만, 밸브가 없는 악기로 어떻게 그렇게 연주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연주자들은 다시 넘실거리며 예당 콘서트홀의 무대를 드레스덴의 궁정으로 만들었다. 알라브레베에서의 피치카토 소리는 또 어찌나 맑던지... 전에 DVD에서 본 것처럼 쾨텐 궁정에서 브란덴부르크협주곡을 연주하듯 드레스덴 궁정에서 텔레만과 하이니헨을 듣는다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해졌다..

시종일관 경쾌하고 투명한 느낌의 멋진 연주가 끝나고 환호하는 객석을 위해 그들이 준비한 곡은 J.S.바흐의 관현악모음곡 중의 Air. 현들의 연주하는 아름다운 선율. 그런데, 바이올린은 곡의 첫 시작의 온음표를 올림활로 하고 활의 아랫부분에서 짧은 16분음표를 연주했다. 밑활에서 저토록 가볍게 연주하다니... 바이올리니스트들의 가벼운 보잉에 다시 한번 감동... (곡 후반부는 기침 참느라 거의 집중을 못했다. 아.. 정말 괴로운 감기)

(덧글 1) 수요일이 연주회였는데, 목요일과 금요일 내내 회사 일로도 힘들고 감기 때문에 몸도 힘들고, 병원 잠깐 다녀올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오케스트라 연습도 물론 못 갔고... 고양에서 이어졌던 다음날 공연에는 슈클에서 무료초대권을 나눠 주었는데, 정말 시간과 마음의 여유만 있었다면 오케스트라를 땡땡이 치고 가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둘 다 못갔지만..)

(덧글 2) 홀로웨이의 통영 공연은 대역전극이라고 할만큼 좋았다고 한다. 정말 습기가 문제였던가. 아니면 일단 최악의 상황을 경험해서 대비가 되었던 걸까. 통영 공연을 본 사람들이 부럽기 그지없다. (프라이부르크의 연주를 보면서 류트와 하프시코드, 베이스 그리고 첼로까지 저음부 악기가 받쳐 주는 든든함이 고음의 삑사리와 불안정함을 상쇄시키고 음악이 제 흐름을 되찾아 가는 데에 정말 중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덧글 3) 스트레스 절정의 한 주였다. 주말에 좀 쉬고 나면 다음 주는 괜찮아 졌으면... ㅠㅠ


포스터보기

2008년 2월 29일 금요일

[공연] 계몽시대 오케스트라, 합창단 2008년 2월 28일

요한수난곡. 슈클에서 단체예매를 했는데 1층이나 2층 뒷자리보다 3층 맨앞 또는 박스석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공연 날짜가 다가오자 슬슬 자리를 잘못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3층은 무대에서 너무 멀다. 더구나 내 예상과는 달리 관객이 별로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기 때문에, 1, 2층 뒷편에 앉아도 그다지 시야가 방해받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결국 공연 당일 아침 기획사에 전화해서 1층 뒷편으로 바꾸었는데... 결국 이건 매우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사실 예당 콘서트홀에선 그날 오후 뉴욕필의 공연이 있었던 모양인데... 그 시끌벅적했었을 흔적이 저녁무렵에 내가 갔을 때는 별로 남아 있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

수난곡 공연이라서 교회 다니시는 엄마를 모시고 갔다. 공연 전 엄마에게 곡과 연주단체에 대해 좀 말씀을 드리려고 했는데, 부지런하고 학구적인 엄마는 이미 인터넷에서 마사키 스즈키의 요한수난곡 동영상을 보셨고 책을 뒤져서 가사까지 복사해서 들고 오신 데다가 공연에 대한 설명도 꼼꼼히 찾아서 읽고 오신 것이라는 걸 알았다. 존경스러운 우리 엄마다 ^^;;

공연장에 들어가니 한 연주자가 비올라다모레를 조율하고 있었다. 오오... 비올라다모레로 연주를 할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막상 보니 조금 흥분이 되었다. 비올라다모레는 세컨 바이올린 1풀트의 연주자들 두명이 가지고 있었다. 한편에는 비올라다감바도 놓여 있었고 오보에 연주자 옆에도 여러 가지가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오보에다카치아와 오보에다모레도 연주될 모양이다.

Viola D'Amore / Th. Eberle / 1772 / Napoli www.practiceofpaul.net/

Boy with Viola da Gamba
www.cama-lekx.com/

Image:Oboe da caccia.jpg
(Wikipedia.org... 원래 붙였던 사진이 웹상에서 사라져서 사진 급 변경;;)

연주자들이 입장. 솔리스트가 합창도 겸하는데 뒷편의 합창 및 솔리스트들은 모두 12명. 파트별로 3명씩인 듯. 바이올린은 각 4명씩, 비올라 2명, 첼로, 베이스, 트라베르소 2명, 오보에 2명, 바순 그리고 오르간. 성우 김종성씨가 나와서 요한복음을 낭독하고 곡은 시작되었다.

놀랄만큼 힘이 있으면서 조용한 합창. 오케스트라와 앙상블을 이루면서 시종일관 경건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중의 백미는 누가 뭐래도 마크 패드모어. 혼자 라운드티를 입고 머리를 빡빡 깎은 모습으로 나와서 저게 누군가 했는데, 그가 바로 에반겔리스트였더라. 나중에 보니 발에도 깁스를 하고 공연 후반부에선 기침까지 하는 것으로 보아 몸 컨디션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도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처음부터 끝까지 수난곡 공연을 이끌고 있었다. 정말 청아한 그의 미성은 예수의 수난에 같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으로 비추어 졌다. (얼굴도 고통에 찬 표정으로 줄곧이었다.) 요한수난곡은 마태수난곡처럼 극적이지는 않았지만 매우 경건하고 에반겔리스트의 역할도 더 중요한 것 같다.

캐롤린 샘슨이 빠지고 들어온 소프라노 리디아 토이셔는 얼굴만큼이나 목소리도 아름다왔고, 간혹 커크비여사를 연상시키는 청아함을 들려 주었다. 알토의 마이클 챈스, 빌라도역의 매슈 브룩을 비롯 모든 단원들이 훌륭했다.

실연으로는 처음 들어보는 비올라다모레. 소리가 매우 작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1층으로 좌석도 바꿨고..) 생각보다는 그렇게 작지는 않았다. 특유의 곱고 부드러운 음색이 테너 (마크 패드모어)와 또 베이스와 아름다운 앙상블을 만들었다. 류트가 없는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비올라다모레 중 한 분은 바로크보우로, 또 한 분은 모던보우에 가까와 보이는 활로 연주를 했다. 조금 멀어서 정확히는 안보이긴 했다. )

처음부터 끝까지 콘티뉴오를 담당하여 연주하던 오르간, 베이스, 첼로도 멋졌다. 특히 첼리스트인 조나단 맨슨은 매우 안정되고 깨끗한 음색으로 슬픔에 가득찬 선율을 연주해 주었다. 알토와 함께한 그의 비올라다감바도 좋았는데, 사실 그가 연주하는 바로크첼로 소리도 만만치 않게 좋았다. 비올라다감바는 정말 고요하고 아름답게, 비장하게 최후가 다가왔음을 노래하는 알토와 같이 노래하고 있었다. 비올을 내려놓자 마자 다시 첼로를 잡은 조나단 맨슨은 이어지는 베이스의 아리아에서 서로 선율을 주고 받으며 이어 나갔다. 정말 아름다운 첼로!

오보에다카치아는 소프라노의 아리아에서 트라베르소와 같이 부드럽게 예수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었다.

2부 시작 전에 시편과 T.S. 엘리엇의 시 낭독도 성우분이 나와서 했는데, 과문한 탓에 엘리엇의 시를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한국어로 듣는데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가서 자막을 읽고 있었는데, 어차피 읽어야 할 것이라면 원래 영시로 들려 주는 편이 영시라면 있었을 라임도 느껴질 수 있고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수난곡의 마지막 합창까지 매우 감동적이었다. 수난곡이 끝나고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모두 같이 야코프 한들의 '보라, 의인이 어떻게 죽었는지를'을 부를 때에는 정말 같이 따라 부르고 싶을 정도였는데... 불행히도 나는 그 노래를 예습하지 못해 프로그램에 가사가 쓰여져 있는 데에도 부를 수는 없었다... (따라 불렀으면 돌 맞았을까?) 오케스트라까지 같이 부르는 데도 합창단의 맑은 음색이 압도하고 있어서 무반주로 울려 퍼지는 곡이 수난곡의 끝부분에 너무나 아름다운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미디파일 링크: http://wso.williams.edu/cpdl/sound/handl/gall-ecq.mid)

종교가 없슴에도 들으면서 감동을 느끼게 되는 바흐의 수난곡.... 바흐가 느끼고 이해하고 가슴 아파했던 예수의 수난이 그의 음악을 타고 300년 가까운 세월을 뛰어넘어 나에게 온다니... 그렇기에 음악은 신비한 것인가 보다.

프로그램

요한복음 1장 1절-5절 낭독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요한수난곡 BWV 245 1부
시편 22장 1-29절 낭독
리틀 기딩 5부 (T.S. 엘리엇, 4개의 사중주 중) 낭독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요한수난곡 BWV 245 2부
야코프 한들: 보라, 의인이 어떻게 죽는지를

Reading from Gospel of St.John I: 1-5
J.S.Bach : Johannes Passion BWV245 PART I
Reading of Psalm 22:1-19
Reading of T.S.Eliot "Little Gidding" part V from "Four Quartets"
J.S.Bach : Johannes Passion BWV245 PART II
Jacob Handl: Ecce quomodo moritur jus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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