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1일 일요일

그들의 공익... 우리의 인권...

며칠 전에 끔찍한 연쇄 살인을 저지른 살인자가 잡혔다. 듣고 보니 정말 너무나 잔인하고 사람같지도 않은 살인자다. 피해자들과 같은 여자이고, 딸을 둘이나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정말 소름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뉴스 보도가 나오고 하루 정도가 지나자, 끝없이 쏟아지는 신문과 방송의 내용없는 기사의 양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충격적인 소식이라는 점, 큰 뉴스라는 점은 확실하지만, 그토록 많은 미디어가 그토록 많은 지면과 시간을 할애할 만큼일까 싶다. 더구나, 뉴스의 내용이라는 것이 미디어 마다 모두 동일하고 심하게 자세하다. 호기심만 자극하는 얕은 내용의 기사들이 끝도 없이 쏟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다른 뉴스들, 특히 정치적인 이슈들과 관련된 뉴스들이 사람들 관심의 우선순위에서 조금씩 뒤로 물러나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는 듯 하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법이니... 그건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어제 뉴스를 쭉 보고 있다가 그 살인 피의자의 얼굴이 공개된 기사를 발견했다. 그 신문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마치 정의와 공익의 사도라도 된 듯한 어조로 사진 공개의 이유를 적은 기사를 쭉 읽어 보았으나, 시종일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들은 언제부터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형법의 원칙과 피의자의 가족들의 인권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되었단 말인가. 그들의 머리 속에 들어 있는 "공익"이나 "인권"이라는 개념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과는 참 다른 것인가 보다. 아니면, 그들은 그저 아무 생각없는 황색언론이 확실하거나.... 이번엔 살인 피의자와 그 가족의 인권의 문제이지만, 훗날 그들이 무시할 것이 바로 우리의 인권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 잘잘못을 판단하는 권한이 사법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 그들이 말하는 '여론'에게 있는 것으로.. 그들은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오늘 이 사진 공개와 관련하여 포스팅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살펴보니 이미 수 많은 블로거들이 관련된 포스팅을 너무나 많이 올려 놓았더라. 내가 글을 써봐야 같은 내용일 듯 하고... 여러가지 포스팅 중에서 라디오 블로그를 운영하고 계신 어떤 분이 이 건과 관련하여 아주 자세하게 말씀을 해놓은 것을 링크나 해보련다. (여기) 내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데다가 아주 자세한 분석과 비판이다.

하여간.... 좀 나아지는 2009년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한 해를 시작했는데, 여전히 영 아닌 것 같다. 이제 경제위기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피부로 확실하게 느껴질 만큼이 되어 버렸고, 그 눈덩이가 굴러가는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또, 내가 몇 년 전까지 매일 점심 먹으러 왔다갔다 했던 그 동네, 그 건물에서 벌어진 끔찍한 참사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2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아찔함을 느끼게 한다.

댓글 1개:

  1. 참고할 만한 기사: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664#reply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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