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12일 화요일

우리의 초상, 타버린 숭례문

모두들 얘가 잘못했네, 쟤가 잘못했네 하면서 떠들어 댄다... 중구청은 예산도 안주고 관리하라던 문화재청의 잘못이라고 하고, 문화재청은 불이 났으면 꺼야 하는 소방서의 책임이라고 한다. 한나라당은 뭐든지 대통령 탓이라고 하고, 반대편에선 당초에 전시행정을 했던 서울시의 원죄라고 한다. 문화재 관리에 예산도 제대로 배정하지 않은 국회의 잘못도 크다고도 말한다.

이 모든 사람들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누구처럼, 본인 잘못은 한마디도 인정하지 않으면서 국민성금으로 복원하자는 소리나 해대는 뻔뻔함이 옳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엉망진창 행정이 바로 내가 한 사람의 국민으로 살고 있는 오늘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모두 문화재의 소중함을 잊고 있었던 것이 사실 아닌가. 대충대충 처리하고, 중요한 것을 뒤로 미루며 살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말이다. 눈 앞에 이익에 급급하여 천박한 실용주의 자본주의가 지상 최고의 가치라고들 알게 모르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타버린 숭례문은 현재 우리의 문화행정, 문화정책, 문화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을 그대로 보여준다. 잿더미가 된 문이 바로 우리들 문화의 초상이다.

댓글 4개:

  1. ㅇㅇ.... 사회는 국민을 반영하는거죠. 맨날 정치인 탓 해대지만, 그게 결국 우리의 모습인거죠. 정치인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니......



    아직 선진 시민의식을 향한 길은 멀고도 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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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ViolinHolic - 2008/02/15 15:05
    숭례문의 희생으로 사회에 경각심이 불어 넣어진 것은 그나마 다행일 수 있지만, 요즘 돌아가는 것을 보니... 그저 정치적으로 이용될 뿐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더구나 과도한 민족주의와 연결되는 것도 씁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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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여기 크레모나에서도 문화를 사랑하는 몇 몇 지인들과 함께 숭례문 사건에 대해서 크게 안타까와 하고 있습니다.

    동동 동대문을 열어라...남남 남대문을 열어라.... 어렸을 때

    이 동요를 많이 듣고 부르곤 했었던 것 같은데

    이제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남남..하는 대목에서 노래를 멈추고

    어..불타버렸는데....라고 말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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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슈타이너님의 감성에는 언제나 감탄을 ^^;;



    사회적 경각심이 생기긴 했지만, 얼마나 오래 갈지도 문제고, 경각심의 대상으로 국보 1호는 너무 쓰린 댓가네요. 당장 저만해도 평소에 남대문에 대해 그다지 큰 관심이 없었으니까요. 시내 나가면 늘 보고, 가끔 야경 구경하러 가보고...



    늘 느끼지만,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러 사회의 수준은 아직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듯 해요. 작아진 옷을 입고있는, 훌쩍 커버린 사춘기의 애들같다고 할까요...



    정치적인 얘기로 흘러 좀 이런 블로그에 어울리지 않지만, 카페 글만해도 애들앞에서 이런 사태를 가지고 대통령을 잘못뽑아 그런다는둥, 나라가 망하려 그런다는둥 망발을 해대는 어른들이나, 자기들도 새 당선자 욕하다가 막상 범인이 대통령탓 하는 헛소리 해대니까 또 난리치는 꼴 하며... 참...



    또 그런 글들로 가득한 블로그 네트워크도 참 짜증나네요... 아마 슈삐님이 정치적 이용이라고 우회적으로 말한 내용이 다 이런 내용을 포함하리라 봅니다. 당선자의 발언 등도그렇고요... 에휴...



    정말 누구 맘대로, 정작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는 말이 딱 맞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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