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11일 월요일

설 연휴의 마지막을 슬픔과 분노로 마무리 짓다니



(사진 출처는 각 사진 참조)

40년 가까이 서울에서 살면서 수백, 수천번 지나가면서 보았지만 가까이에서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예전에는 차로로만 둘러쌓여 외로운 도시의 섬처럼 떠 있는 남대문의 모습이 많이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었지요. 최근에 달라진 숭례문 앞의 풍경을 보면서, 세상 참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도 들었고... 가뜩이나 길 막히는데 왜 저런 공사는 할까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정말 꼬마였을 때 엄마는 우리 남매와 버스타고 시내 나들이를 하면서 건물들을 하나 하나 설명해 주시곤 했었더랬습니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숭례문도 그 중의 하나였겠지요. 명동이나 남대문 시장이라도 갈라치면 뿌연 매연에 둘러 쌓여 있던 숭례문을 아무렇지도 않은 풍경의 하나로 무심히 쳐다보곤 했었지요.

이제, 저렇게 힘없이 타무너져 내린 숭례문을 보고 있으려니.... 너무나 가까운 친구를 잃은 것처럼 가슴이 아려 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어릴 적부터 서울에서 쭉 자라온 사람들에게는 숭례문은 단순한 국보가 아니라, 그렇게 가까이에 친구처럼 느껴지는 무언가였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군요.

어제 새벽까지 TV로 생중계되는 화재현장을 보면서 정말 기가 막히더군요. 어떻게 이렇게 전국민이 손놓고 앉아 저런 참담한 생중계롤 보고 있어야 하는 것인지.... 작은 건물에 불과한 누각의 불길이 어찌 저리도 잡히지 않는지 말입니다. 아까 사무실로 오면서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화재현장을 봤는데, 정말 처참하더군요. 주변에 사람들로 가득했는데, 모두 넋빠진 표정으로 잿더미가 되어 버린 숭례문 쪽만을 바라보고 있더군요. 믿기지가 않는 듯 연방 사진들을 찍으면서 말이지요. 

사무실에 들어와서 뉴스를 보니 이건 더욱 더 한심합니다. 아무런 대책도 방비도 없이 문화재 개방한다며 생색만 엄청 내놓고는... 이제와서 또 남 탓만 하고 있는 모씨와 모당도 꼴보기 싫고.... 생색내느라 무인경비시스템 도입하고 조명 시설 설치했던 사람들이 그 동네 사람들 아니었던가요. 방화인지 누전인지는 모르지만, 애당초 장기적인 안목의 문화적 생각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이는 전시행정들이었잖습니까... 더구나, 주인없는 국보 1호가 방재시설 우선순위에서 다른 문화재들에게 밀렸다는 이야기도 차마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예산이야 부족했겠지만, 이런 문화행정도 목소리 큰 문화재, 주인있는 문화재가 우선인 것인지요...

정초부터 정말 눈물 나는군요. 우리 아이들에게 모른척... 그러니까 불조심 해야 한단다... 이렇게만 말해 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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