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얘가 잘못했네, 쟤가 잘못했네 하면서 떠들어 댄다... 중구청은 예산도 안주고 관리하라던 문화재청의 잘못이라고 하고, 문화재청은 불이 났으면 꺼야 하는 소방서의 책임이라고 한다. 한나라당은 뭐든지 대통령 탓이라고 하고, 반대편에선 당초에 전시행정을 했던 서울시의 원죄라고 한다. 문화재 관리에 예산도 제대로 배정하지 않은 국회의 잘못도 크다고도 말한다.
이 모든 사람들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누구처럼, 본인 잘못은 한마디도 인정하지 않으면서 국민성금으로 복원하자는 소리나 해대는 뻔뻔함이 옳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엉망진창 행정이 바로 내가 한 사람의 국민으로 살고 있는 오늘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모두 문화재의 소중함을 잊고 있었던 것이 사실 아닌가. 대충대충 처리하고, 중요한 것을 뒤로 미루며 살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말이다. 눈 앞에 이익에 급급하여 천박한 실용주의 자본주의가 지상 최고의 가치라고들 알게 모르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타버린 숭례문은 현재 우리의 문화행정, 문화정책, 문화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을 그대로 보여준다. 잿더미가 된 문이 바로 우리들 문화의 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