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29일 금요일

[공연]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성토마스 합창단 2008년 2월27일

재작년 헤레베허가 와서 B단조미사를 연주했을 때 미국 출장과 날짜가 겹쳐 버렸다. (올해도 이미 예매한 허프 리사이틀과 출장 날짜가 겹칠 듯...ㅡㅜ) 정말 가고 싶었는데 갈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나중에 공연이 감동적이었다는 후문을 듣고 어찌나 안타깝던지...

28일의 계몽시대오케스트라의 요한수난곡을 일찌감치 신청하여 놓고, 이 공연은 갈까 말까 한참을 망설였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연이어 이틀을 공연을 가야 하고, 또 바로 전 주말에는 페레니와 쉬프 공연을 잡아 놓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B단조 미사였던 탓에 결국은 예매를 했다. 합창석.

공연 시작전. 내가 앉은 좌석 주변이 영 분주하다. 아마도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이웃 관객들을 만난 듯 했다. 그래도 정숙하길 요구하는 자막과 안내문, 방송까지 계속 하고 있으니 별 탈이야 없겠지라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오케스트라의 규모가 작았다. 바이올린은 파트별로 6명씩, 비올라 4, 첼로3, 베이스2. 트럼펫, 오보에, 플룻, 바순, 혼, 오르간, 하프시코드.... 아주 작다고 할 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예상했던 것보다는 작은 규모였다. 성토마스 합창단은 오케스트라에 비해 규모가 컸다. 대충 60명이상이 되는 듯.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아이들에서 고등학생 정도까지 되는 큰 아이들까지 있었다. 동양아이로 보이는 소년도 한 명있었다.

오케스트라는 합창에 비해 숫적으로도 작았지만 소리도 좀 작았다. 현은 비브라토를 거의 하지 않은 채로 연주를 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바흐의 음악을 논비브라토로 연주하는 것은 전혀 특이한 일은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대체로 오케스트라는 깔끔하고 간결한 연주를 들려 주려고 노력했었던 것 같다.

합창석에 앉은 탓에 독창자들의 노래는 충분히 감상하기에 좀 어려움이 있었다. 합창은 좀 어수선한 감이 없잖아 시작하긴 했지만, 몇몇 곡들은 꽤 멋진 화음과 여운을 들려 주었다. 먼 나라에 와서 열심히 부르는 꼬마들이 정말 귀여웠다고나 할까...^^;

악장 아저씨가 소프라노와 연주할 때는 사실 좀 실망스러웠다. 대체적으로 현의 연주는 큰 감동이 없었다. 그에 비해 관은 괜찮았고... 연주가 모두 끝나고 솔리스트로 연주를 했던 사람들이 하나씩 일어나 인사를 하는데, 오르간과 하프시코드가 인사하는 차례가 되자 합창단 아이들이 발을 굴렀다. 아마도 평소 오르가니스트와 같이 연습했었거나.. 그 아줌마와 상당히 친밀한 관계인 듯... 박수가 이어지자, 예정에 없던 앵콜이 있었다. 칸토르가 합창단 쪽으로 다가가 아이들에게 곡명을 이야기하고는 바로 합창이 시작되었는데... 아마도 평소 잘 부르던 곡인지 모두들 악보없이 불렀고 무척 아름다왔다.

포스터보기


사족...

그 "바람직하지 못한" 이웃 관객은 사실 나의 이번 공연관람을 거의 완벽하게 망쳐 주었다.

뭔 짐이 그렇게 많은지 공연 시작 전부터 부시럭대던 내 옆의 아가씨 또는 아줌마는...  인터미션 전까지 전반부 내내 어디론가 문자를 보내고 있는 듯 했다. 문자를 보내기 않을 때는 비단조 미사에 맞추어 머리를 흔들었다. 이봐요... 이건 춤곡이 아니라 미사곡이란 말입니다...;; 라고 말하고 싶은 걸 참았다. 살살 흔드는 것이 아니라 거의 상체가 움직여서 바로 옆의 나는 음악에 집중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후반부, 빈자리로 옮길까 말까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그냥 그자리에 앉은 것이 나의 잘못이었다. 전반부 문자대화의 주인공인 남자친구가 온 모양이다. 이제 문자는 안보내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아가씨 기침을 시작한다. 기침을 막아 보려고 사탕통과 물병을 번갈아 찾으며 사탕을 물었다 물을 마셨다 난리가 났다. 다 좋은데... 동작이 다 크다. 짐이 많아 사탕통은 바닥에 내려 놓고 집었다 놨다. 물병은 손에 들고 있다가 귀찮은지 의자 뒤로 어정쩡하게 세워 두려다 결국 바닥에 떨어 뜨리더라... 후반부 내내 그러면서... 곡에 맞춰 머리 흔드는 것도 여전하다. 정말 짜증이 엄청나게 밀려 왔는데....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곡. 그 두 남녀는 급기야 떠들기 시작했다. 뭔 이야기인데 공연 중에 손곤소곤 대냔 말이다.

공연이 끝나고 30초를 기다려 달라는 안내문을 무시하고 그다지 오래지 않아 박수가 나왔다. 그러나 그 남녀, 자랑스럽게.. "30초 기다리라는데 박수친다"며 낄낄대며 떠들기 시작했다. 본인들은 최대한 공연장 예절를 지켰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사실 공연 내내 무시하려고 애쓰고, 끝나고도 기억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난 아직까지 아마 화가 풀리지 않은 모양이다. 박자 맞춰 춤추는 것... 제발 집에서 혼자 음악들으면서만 하세요.... ㅡㅜ)

댓글 2개:

  1. 오블리가토 솔로 바이올린과 보이스 솔로가 연출하는 듀엣은 저도 정말 좋아하는 쟝른데....라이브에서 그런 감동이 없었다니...듣지는 않았지만 저도 서운하네요^^; 연주가 정말 잘되면 마치 바이올린 두 대가 연주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두 사람이 노래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한 블렌딩 효과가 나는데 말이죠.

    바람직하지 못한 이웃과 나란히 어수선한 분위기를 즐기기를 원하시는 분들꼐는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 시리즈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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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슈타이너 - 2008/02/29 16:55
    네.. 좀 실망이었죠 ㅡㅜ 그래도 다음날 요한수난곡 공연으로 지금은 대충 기분 좋아졌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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