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25일 월요일

[공연] 미클로스 페레니, 안드라스 쉬프 듀오 콘서트 2008년 2월 22일

금요일 저녁.  페레니의 공연을 마다하다니... 본인이 싫다는데에야 어쩌랴. 첼로 공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아 2장이나 표를 구입했었는데... 남편 대신 이제 8살인 도윤이와 같이 예술의전당을 찾았다. 워낙 유명한 연주자들이라 관객이 많을 줄 알았는데, 콘서트홀을 반정도 채웠을까 싶을 정도.. 도윤이와 같이, 피아니스트의 손가락과 첼리스트가 바로 보이는 박스석에 앉았다. 8명이 앉을 수 있는 박스석엔 우리 밖에 없었다.

프로그램은 전곡 베토벤. 피아노와 첼로를 위한 소나타 2번이 시작되자 페레니가 들려주는 첼로의 음색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쉬프의 선명한 아티큘레이션과 페레니의 아름다운 음색이 어우러져 만들어 지는 베토벤의 첼로소나타...

Photo: Miklos Perenyi and Andras Sch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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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베토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2번 G단조, Op.5 No.2
베토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4번 C장조, Op.102 No.1
베토벤, 모차르트 <마술피리> 중 ‘한 소녀나 여인을 파파게노 원하오’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 F장조, Op.66 베토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3번 A장조, Op.69


페레니와 쉬프는 오래 전부터 작업을 같이 해왔다고 들었는데, 언젠가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둘의 연주를 듣고 하모니가 엉망이었다고 평을 올려 놓은 것을 본 적이 있어서 사실은 내심 불안했었더랬다. 2004년에 베토벤 첼로소나타 음반을 내놓은 이후로 두 연주자는 베토벤으로 이루어진 유사한 프로그램으로 세계 곳곳에서 상당히 많은 연주를 해왔었고, 각각이 너무나 뛰어난 연주자인데... 앙상블을 이루지 못했다니...

그러나, 그런 불안감은 연주가 시작되자 서서히 사라져 갔다. 쉬프의 피아노는 첼로와 듀오일때 피아노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들려 주는 것 같았고, 페레니의 첼로는 안정적이고 거침없는 피아노를 바탕으로 자신의 길을 가고 있었다. 예전에 동영상으로 본 굴드와 로즈의 연주보다 맑고 투명한 느낌이었지만, 둘의 조화와 앙상블은 그 연주처럼 완벽했다.

관객의 태도도 나무랄데가 없었다. 나는 도윤이가 혹시라도 부시럭대고 소릴 낼까봐 좀 불안했지만, 꼬마는 나름대로 의젓하게 "지루한" 2시간을 참아 주었고... 관객들은 곡의 마지막 여운까지 감상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유명한 3번 소나타로 본 프로그램을 마친 후, 쉬프와 페레니는 차례대로, 멘델스존의 무언가, 베토벤의 마술피리 변주곡, 쇼팽의 첼로소나타 3악장을 앵콜로 연주해 주었다. (지극히 쇼팽다운 쇼팽의 첼로 소나타는 너무나 감성적이었다.)

음악을 들으면서 한동안, 콘서트홀의 높은 천정들 아래 공간 속에서 음표들이 부드럽게 날아 다니며 춤을 추는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었다. 페레니의 첼로가 들려 주던 놀라울 정도로 맑은 음색은 절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페레니의 음색에 빠져버린 나는... 집에 와서... 한참 인터넷을 뒤져 페레니의 악기가 1730년 갈리아노라고 쓰여 있는 사이트를 발견했다. 어느 갈리아노가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Alessandro Gagliano? 코지오닷컴에도 별다른 정보는 없었다.) 하지만, 페레니 음색의 비밀은 결코 악기만은 아닐 것 같다. 놀라울 만큼 완벽해 보였던 그의 보잉이 아마도 맑고 투명한 음색의 비밀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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