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19일 토요일

J. S. 바흐의 '커피 칸타타' (BWV 211)


아무 할 일이 없는 토요일. 토요일 아침 레슨을 그만두고, 지윤이도 방학이라 토요일이 정말 한적하다. 아점을 먹고 지윤이가 커피를 한 잔 가져다 주었다 (네스프레소를 사놓았더니 초등학생도 만들 수 있을 만큼 커피 만드는 것이 쉬워졌다^^). 맛난 커피를 마시면서 문득 바흐의 커피칸타타가 떠올랐다.

사람이 커피마시기 시작한 것이 대략 9세기부터 라고 한다. 유럽에 소개되어 널리 마시게 된 것은 17세기경이라고 하고, 최초의 커피집은 1645년에 이태리에서 문을 열었다. 바흐가 이 곡을 쓴 것이 대략 1732년에서 34년 사이라고 하니, 유럽에서 커피가 유행하기 시작한 지 대략 100년쯤 뒤가 되는 셈이다.

한국에 커피가 들어온 시기는 언제쯤일까? 보통 19세기 후반에 들어왔을 것이라고 한다. 서양문물들이 들어오면서 같이 들어왔던 모양이다. 당시 고종이 커피를 매우 즐겼다는 이야기도 널리 알려져 있는 걸 보면 그 무렵 왕실과 귀족들의 값비싼 기호품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로부터 100년도 더 넘은 지금은, 거리마다 커피점이 넘쳐 나고 종류도 너무나 다양해져 버렸다. 바흐시대처럼 딸이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신다고 혼내는 아버지는 별로 많지 않을 것 같지만... 커피로 엄청나게 돈을 번 별다방의 성공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고, '별'나게 비싼 커피값과 대조적으로 충격적일 정도로 싼 커피 산지의 임금, 그리고 이제 스스럼없이 비싼 커피를 소비하게된 우리나라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도 한동안 사회적인 관심을 끌었었다. 커피는 이래저래 수백년동안 사람들의 관심대상이고 화제거리를 몰고 다니는 모양이다.

원래 제목은 "Schweigt stille, plaudert nicht" ("조용하게, 떠들지 말고") 라는 것이지만 '커피칸타타라'는 제목으로 훨씬 더 유명하다.  18세기 바흐의 동네인 라이프찌히에서는 아마도 커피중독이 상당한 사회적인 이슈로 등장했었던 것 같다.  이 칸타타의 가사는, 바흐와 많은 작업을 같이 했었던 크리스티안 프레드리히 헨리키 (Christian Friedrich Henrici)가 썼다. 아래 가사 번역 참고.

이 곡은 라이프치히의 짐머만의 커피집에서 콜레기움 무지쿰의 연주로 초연되었었다고 한다. 원래 편성은 소프라노, 테너, 베이스, 트라베르소, 2바이올린, 비올라, 그리고 콘티뉴오.

글, 그림, 악보 및 설명

가사번역

1. 레시타티브

나레이터:조용하게, 떠들지말고 여기서 일어나는 일에 주의를 기울여 보세요: 여기 헤르 슐렌드리안이 딸인 리첸과 같이 있군요. 그는 곰처럼 으르렁대고 있어요. 딸이 아버지에게 한 일을 좀 들어 보세요!

2. 아리아
슐렌드리안: 자식들은 끝없는 시련과 고난을 일으킨답니다! 제가 매일같이 내 딸 리첸에게 말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군요

3. 레시타티브
슐렌드리안: 이 말도 안듣는 나쁜 녀석아. 아, 언제야 내 말을 들을거니? 커피를 끊어!
리첸: 아버지, 잔인한 말씀은 하지도 마셔요! 만약 제가 하루에 세번 커피를 못 마시게 된다면, 저는 고통속에서 구워진 염소고기처럼 시들어 갈 것이랍니다.

4. 아리아
리첸: 음! 이 커피는 너무나 달콤하구나. 천번의 키스보다 더 달콤하고 백포도주보다도 더 부드럽구나! 커피, 커피야 말로 내가 마셔야 할 것이고, 만약 누가 나에게 한 번 쏘고 싶으시다면, 아, 커피나 좀 따라 주세요!

5. 레시타티브
슐렌드리안: 만약 네가 커피를 끊지 않겠다면 나는 널 시집보내지 않을 것이고, 집에서 내 보내지도 않을 거야. 오! 언제야 내 말을 들을 거니? 커피를 끊어!
리첸: 오 좋아요! 커피만 주신다면요!
슐렌드리안: 이 말괄량이야. 유행하는 고래수염 치마도 못입게 하겠다.
리첸: 저는 그런 것은 참을 수 있어요.
슐렌드리안: 창가에 서서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못하게 할거야.
리첸: 그것도 괜찮아요. 하지만 제발 커피만은 마시게 해주세요.
슐렌드리안: 게다가 너는 모자의 금장식 은장식도 다 압수당하게 될 것야.
리첸: 좋아요, 좋아요! 제 기쁨만은 빼앗아 가지 마세요.
슐렌드리안: 이 말도 안 듣는 리첸, 결국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구나!

6. 아리아
슐렌드리안: 고집센 딸들은 쉽게 말을 듣지 않지. 그러나 걔들의 약점을 알면, 아! 그러면 말을 듣게 할 수 있지.

7. 레시타티브
슐렌드리안: 자 이제 아버지가 하는 말을 주의깊게 들어라!
리첸: 커피만 말고는 뭐든지 다요.
슐렌드리안: 그래 그럼, 넌 절대로 남편을 가지지 못할 것이야.
리첸: 오 아버지, 남편이라니!
슐렌드리안: 맹세컨데, 절대 남편은 없을 거야.
리첸: 제가 커피를 끊을 때까지는요? 지금부터 커피는 만지지도 않을께요! 아버지, 들어 보세요, 저는 아무 것도 마시지 않을 거에요.
슐렌드리안: 그럼 넌 신랑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야!

8. 아리아
리첸: 사랑하는 아버지, 오늘 당장 신랑을 보게 해주세요! 오, 남편이라니! 정말, 이건 멋진 일이야! 만약 오늘 잠자리에 들기 전에 곧 그렇게 된다면, 커피 대신에 난 훌륭한 신랑을 얻을 수 있다면!

9. 레시타티브
나레이터: 슐렌드리안은 딸 리첸을 위해 신랑을 즉시 찾을 수 있는 지 알아 보러 나가는 군요. 그러나 리첸은 그녀가 원할 때는 언제나 커피를 마시게 하도록 하는 약속을 몰래 결혼 계약서에 쓰게 하지 않고서는 어떤 남자도 구혼에 성공하지 못하게 할 것이랍니다.

10. 트리오
고양이는 쥐 잡는 일을 그만둘 수가 없고, 처녀들은 커피를 마시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요. 엄마도 커피를 마신답니다. 할머니도 그랬구요. 누가 그 딸을 혼낼 수 있겠어요?


위에 삽입된 곡은 Hogwood와 AAM, 그리고 Kirkby, Covey-Crump, Thomas의 연주. 아래는 앨범 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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