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9일 수요일

[공연] 정명화·김선욱 신년음악회 2008.1.6 (일)


(사진 출처: 호암아트홀 공연안내)

프로그램:
드뷔시_첼로 소나타
브람스_첼로 소나타 2번 F장조
라흐마니노프_첼로 소나타 G단조



공연 소식을 듣고 예매가 쉽지 않겠구나 싶어서, 티켓 오픈되고 바로 예매했었는데, 역시나... 먼저 일정이 잡혔던 6일 공연이 매진되고, 4일 공연이 추가되고, 그 마저도 매진되었던 것 같다. 김선욱 인기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여러가지 이유에서 이 공연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첫번째는 첼로, 그것도 대중적으로도 유명한 정명화의 공연이므로 남편과 같이 갈 수 있을만 하겠다는 것. 나름대로 흥미를 가지고 공연을 볼 수 있을 듯 했다. 두번째는 이 공연이 '신년음악회'로 기획되어졌다는 점. 1월6일이면 새해기분이 남아 있을 것이고, 수많은 신년음악회들 중 하나는 봐줘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세번째는, 김선욱이 피아노를 맡았다는 점. 2006년 부천필의 송년음악회 이후 1년간 그의 연주가 어떻게 변했는지도 궁금했고, 무엇보다 그는 피아노를 아주 맛깔나게 치니까.

일요일 6시. 기흥에 있는 아이들 큰아버지댁에 아이들이 며칠 머무르게 되어 데려다 주고, 고속도로를 질주하여 1시간도 안 걸려 호암아트홀에 도착했다. 일요일 오후라 고속도로가 밀릴까봐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는 양호하여 지각을 면했다. 전날 고향친구와 술을 진하게 마셨던 남편은 이미 비몽사몽 헤매고 있는 듯 했다. 아무리 유명 연주자가 나오는 공연이라도 별 수 없겠다 싶었다.

연주자들이 모두 검은 색 복장으로 무대에 나와 앉고 약간의 조율을 하고 나서 드뷔시가 시작되었다. 꽤 짧은 첼로 소나타였다. 드뷔시가 첼로 소나타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피아니스트는 연신 첼리스트를 돌아 보며 연주했고 (악보는 펼쳐져 있고 페이지터너도 있었지만 거의 보지 않는 듯 했다), 그의 연주는 튀지 않고 첼로와 잘 어울렸다.

이어지는 브람스는 큰 특징이 없었던 듯 했는데, 첼리스트는 조율에 신경을 쓰고 있는 듯 했다. 우리 좌석은 호암아트홀 2층 맨앞이었는데, 2층은 사실 처음 가본 것이었다. 1층에서는 음향이 나쁘다는 생각을 거의 한 적이 없었는데, 그 날 나에겐 첼로의 소리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리 때문인지, 원래 그런 것인지, 의도적으로 그렇게 들리도록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정명화씨의 악기가 어떤 악기인지도 좀 궁금했다. 나중에 찾아 보니 1731년 스트라디바리 "Braga"를 30년간이나 사용해 왔다고 한다. 아마 연주회에 들고 나온 악기도 스트라드일 것 같다.

인터미션이 끝나고 시작된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노의 역할 때문에 처음부터 좀 기대를 했었던 곡이다. 원래 정명화의 단골 레퍼토리 중 하나라고도 한다. 감미로운 라흐 특유의 멜로디가 이어지고 또 이어지고 이젠 첼로 소리가 훨씬 아름답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 첼로 자체의 음색이 내가 좋아하는 음색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아까는 역시 브람스가 낯설어서 그랬던 것일까...;; 김선욱의 피아노도 훌륭했고... 물론 베토벤이 아니라 라흐마니노프이기 때문이겠지만, 그의 피아노는 더 유연해 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옆에서는 아직도 술을 못 깬 남편이 아름다운 첼로와 피아노 소리를 자장가 삼아 열심히 자고 있었고, 전반부보다 마음이 더 편안해진 나도 조금씩 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몽롱해져 있다가, 4악장에 들어서니 정신이 맑아졌다. 나이든 첼리스트와 너무나 젊은 피아니스트가 멋지게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라흐마니노프가 만들어 지고 있었다. 작년 미샤 마이스키와 세르지오 티엠포가 같은 곡을 연주했을 때는 첼로보다 피아노가 멋지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두 악기가 모두 멋지게 어우러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곡의 앵콜이 이어졌다. 슈베르트의 미뉴엣과 안톤 루빈스타인의 멜로디. 미뉴엣은 피아노도 첼로도 깔끔했다. 멜로디는 워낙 유명한 곡이어서 정명화씨가 곡명을 말하지 박수가 쏟아졌었는데, 박자가 조금 느리고 브람스에서 거슬렸던 악기 소리가 또 들리는 것 같아서 썩 좋지는 않았다. 역시 1층으로 예매를 했었어야 했나...;

시내에 나온 김에 삼청동에서 수제비를 먹고 집으로...

공연리뷰기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1/07/2008010700072.html

댓글 2개:

  1. 1731년산 스트라디바리가 귀에 거슬리는 슈삐님의 귀를 과연 어떤 바이올린이 만족시켜줄 수 있을까 ㄷㄷㄷㄷ...



    결국 1710 비외땅을 손에 넣으셔야겠...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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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Violinholic - 2008/01/09 14:28
    지가 막귀라 그렇지유....ㅡㅜ 암 악기나 다 비슷허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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