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13일 월요일

[책]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스포일러 다량 포함!)

7월21일, 7권의 발간일 오후에 책이 배달되어 왔다.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일단은 미뤄 놓고 시간이 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일주일이 지나서야,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여름휴가.

앞부분부터 읽기는 했지만, 결국은 마지막 페이지를 들춰 보고야 말았다. 마지막 문장은 scar가 들어있지는 않더라.. "All was well". happily ever after와 비슷한 동화적인 결말인가 보다... 19년 후에 해리가 살아 있는 걸 확인하고 나서 책을 읽으니... 긴장감은 훨씬 줄어 들었던 것 같다^^

내가 읽은 책은 영국판, 607페이지. 미국판은 759페이지라는데.. 내용이 많은 건지 글자가 큰 것인지는 모르겠다.

7권은 앞서 나온 책들 (특히 5, 6권)에서 해리 주변인물들의 과거가 심도깊게 파헤쳐지는 데에 비하여 그런 미스테리적인 부분은 많이 줄어 들었고, 거의 시작부터 deatheater들과 order의 전투 장면들이 나오는 등 액션 장면이 많았다. 영화로 만들면 전작들보다 더 성공적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새로 등장하는 캐릭터는 루나굿의 아버지, 그린고트 습격을 도와주는 고블린 그리푹, wand 제작자인 올리벤더 정도...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것들이 전보다는 덜 배치되어 있어서 인지, 이야기 전개가 상당히 평이하게 되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사실 Deathly Hallows의 존재와 Horcrux가 무엇인가에 대한 내용이 7권에서 중요한 내용을 차지하고는 있으나, Deathly Hallows는 Elder wand를 제외하고는 큰 역할을 하지 못했고 - invisible cloak은 1권부터 쭉 이용되던 것이라..별로... - Horcrux는 6권에서 찾고 있던 locket을 찾는데 집중되어 있었고, 나머지 Horcrux를 찾는 것은 뒷부분에서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어 버려서, 궁금증이 유발되기 보다는 아.. 그렇구나.. 하는 정도로 그쳐 버리게 되었다.)

거의 끝까지 궁금했던 것은 덤블도어가 정말 6권에서 그렇게 어이없이 죽었던 것이 맞는지, 스네이프와 덤블도어의 비밀은 무엇인지 하는 것이었는데, 결국은 책의 끝부분에서 밝혀지게 된다. 롤링도 이 스네이프와 관련된 부분을 시리즈에 걸쳐지는 가장 큰 비밀로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6권 이후로 워낙 많은 이야기들이 무성했었기 때문에, 이런 내용이 엄청나게 충격적이지는 않았던 듯... 열심히 플랏을 짜서 책을 썼던 롤링은 이 점이 아쉬울 것도 같다.

마지막 호그와트 전투 장면까지는 박진감 넘치게 진행되던 소설은 마지막 두 챕터에서 상당히 묘하게 진행이 되었다. 해리가 아바다 케다브라 저주를 받고 쓰러진 후, 꿈인지 뭔지 모를 공간에서 덤블도어를 만나는 장면, 덤블도어는 해리가 죽지 않았다고 이야기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리가 돌아갈 것인지 말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돌아가지 않는 다면 죽을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애매모호한 이런 장면들은 나쁘지 않았는데, 문제는 덤블도어의 기나긴 이야기들이다.

아.. 사실 그 전 챕터에서 스네이프가 죽고, 그의 기억을 해리가 펜시브에 담아 보는 것부터 롤링의 긴 설명이 시작되고 있기는 했다. 물론, 이 부분은 스네이프의 그간의 행동과 덤블도어와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에 엄청나게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뭔가 좀 늘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이걸 작가의 입으로 꼭 이렇게 설명을 해줘야 하는 것인지 하는 아쉬움.

마지막 챕터에서 볼드모트와 해리가 마지막 결투를 하는 장면은... 더이상 아무것도 남은 것 없이 모두를 설명해 버리겠다는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는 부분. 해리는 현자처럼 볼드모트에게 차분히 왜 자신이 승자인지 그리고 볼드모트가 죽을 것인지를 꼼꼼히 설명해 준다. 상당 부분의 설명은 볼드모트는 처음 듣는 것일지는 몰라도 독자들은 이미 잘 알고 있는 것들이다. 죽음을 앞둔 볼드모트에게 그렇게 잘 설명해 줄 필요가 있나? 해리는 (롤링은) 볼드모트에게 조차 선택의 기회를 주려는 모양이다.

해리는 책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엄청난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많은 것들을 알게 된다. 볼드모트의 생각을 읽고, 마지막 호크룩스의 위치도 파악하고, 갑자기 사리가 매우 분명해진 것처럼 보인다. 해리는 지금까지 단순한 영웅이 아니라, 성장기의 소년이고 이 책을 읽는 어린 독자들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대상이었던 것에 반해, 마지막의 해리의 행동은 이 17세의 소년이 갑자기 도(?)를 깨친 것처럼 느껴져서 낯설기도 하다.  

이런 점들에도 불구하고, 해리포터는 재미있는 책이다. 그 동안 보여준 롤링의 상상력은 정말 놀랍다. 607페이지의 책 중 절반인 마지막 300페이지를 휴가에 놀러갔던 부산에서 서울로 돌아오면서, 그리고 집에 와서 새벽까지 하룻동안에 읽었다. (한글이 아니라 영어책인데도 그렇게 열심히 읽게 만들었다는 점은 역시 이 책이 정말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제 또 어디서 이런 즐거운 소설을 만날 수 있을지... 참신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가지고 깜짝놀랄 만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책. 롤링이 다음 책을 낸다면 과연 해리포터를 능가할 수 있을지...


7권 표지.
죽음의 성도들로 번역된 Deathly Hallows는 "성도"라는 단어가 주는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고, 성스로운 물건 "성물" 정도로 해석이 되어야 한다. Deathly도 Deadly라는 의미가 아니라, "죽음" 또는 "죽음의 신의"라는 뜻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해리포터와 죽음의 신의 성물 (또는 선물) 정도가 알맞는 번역이 아닐까 싶다.



1권부터 마지막 권까지의 표지를 모아 만든 우표 사진. 위키피디아에서 얻었다.
책을 다 읽고 위키에 가보니.. 7권이 내용이 요약되어 올라와 있었다. 오늘 가보니, 롤링이 인터뷰에서 밝힌 등장인물들의 뒷 이야기까지 올라와 있다.
http://en.wikipedia.org/wiki/Harry_Potter_and_the_Deathly_Hallo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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