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13일 월요일

부산 해운대 (2007.7.30 - 8.1)

1. 7월30일, 월요일.

게으른 부부는 전날까지 짐도 안 챙겨놓고 있다가 아침에야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해운대로 간다는 것 말고는 별다른 계획이 없다. 당초에는 남해나, 전남의 해안 쪽을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서울에서 겨우 며칠 전에 숙소를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 사실은 아니었다 보다.. 라고 해야 한다. 내가 찾아 본 것이 아니라 남편이 찾아 본 것이므로.

일단 남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잡아본 숙소가 해운대의 한화리조트. 부산에는 가본 적이 있어서 (그것도 벌써 10년이 훨씬 넘은 것 같지만), 사실 별로 내키지는 않았다. 더구나 해운대라... 여름 휴가 피크 시즌만 되면 TV뉴스에 최대인파 운운하며 나오는 장면이 바로 해운대 아니던가. 왜 내가 거길 가야 하는 건지.. 사람구경은 서울에서도 매일 실컷 하는데 말이다..

그런데, 숙소가 거기밖에 없단다. 딸내미 둘 데리고 여기 저기 헤매 다니기도 그렇고.. 결국은 그러자고 했다. 부산에 가는 김에 심하게 잡음이 나는 악기를 에떼르노 성훈님께 보일 수 있겠다는 것이 유일한 위로라고나 할까.

어찌 어찌 오전에 출발은 했고, 분당에 들러서 회원카드를 빌리고 (결국은 할인을 못받았지만..), 고속도로를 탔다. 나는 조수석에 앉아 해리포터에 열중하고 있었고.... 휴게소에서 대충 점심을 때우고, 달려 달려... 5시 경에 해운데 한화리조트에 도착. 바다가 바로 앞에 있었고, 주위에는 타워팰리스 같은 주상복합건물들이 들어서 있거나 공사중이거나 했다. 해운대라는 동네는 마치 서울의 청담동처럼 깔끔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건물들과 가게들이 잔뜩 들어서 있는 것 같았다.

짐을 내려놓고는 산책을 나섰다. 웨스틴 조선 호텔 쪽으로 걸어서, 해운대 해수욕장까지. 월요일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는 않다. 바닷가라서 그런지, 저녁 무렵이라서 그다지 덥지도 않았고... 지윤이와 도윤이는 잠시 모래장난을 했다.

해운대 해수욕장을 따라서 쭉 걷다가 모씨가 추천했다는 횟집으로 갔다. 돌도다리를 한 마리 잡아서 네식구가 포식을 했다. 서비스나, 시설이나, 음식이나... 서울만큼 깔끔하고 괜찮았다. 부산에 왔다거나, 여행을 하고 있다거나 하는 느낌이 별로 안드는 점이 흠이라고나 할까.

콘도로 돌아와서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노래방에서 1시간을 보내다가 방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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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7월 31일 (화) 에떼르노 공방

다음날은 콘도 앞에 있는 곰탕집에서 아침을 먹었다. 시설과 가격은 서울의 강남의 곰탕집 같았는데, 맛은 영 아니올시다였다.

늦은 아침을 끝내고 차를 몰고 다리를 건너 에떼르노 공방으로 갔다.  성훈님은 1시간이 훨씬 넘게 (시계를 안봐서 모르겠지만 거의 두 시간정도 걸렸던 것 같다), 이리 저리 악기를 둘러보고 이것 저것 봐꿔 보며 잡음의 원인을 찾으려고 진땀을 뺐다. 결국 발견한 가장 그럴 듯한 원인은 오래된 레이블. 풀이 붙어 딱딱하게 말라 붙은 레이블이 오락가락 하는 습기에 반응해서, 습한 날은 더 심한 잡음을 내고 있었을 것이라는 것. 결국은 슈스터라고 쓰여진 레이블을 떼어 냈는데, 그 밑에 스트라디바리 카피라는 레이블이 하나 더 붙어 있는 것도 발견했다.

공방은 생각보다 더 아담했다. 남편은 성훈님 첼로와, 반수제 첼로를 켜보았는데, 확실히 성훈님이 직접 제작한 첼로가 소리내기가 편했다고 한다. 반수제 첼로의 외양은 매우 화려했는데, 수제첼로는 올드 이미테이션이면서 소박하고 고급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가지고는 싶지만... 차마 가격을 물어보지도 못했다. 나중에, 수년 후에, 남편이 첼로를 끝까지 열심히 하면 그 때는 한번 생각해 보아야 겠다.

아이들은 쉽게 지루해 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내 악기의 잡음은 사라졌다. 악기의 어느 부분 아교가 떨어졌으리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라는 걸 알았다. 성훈님은 미세조정기도 이쁜 것으로 바꿔 주셨고, 수고비도 받지 않으셨다. 오랫동안 너무 공들여 봐주셨는데...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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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7월 31일 (화) 아쿠아리움과 조개 구이

해운대로 다시 돌아 갔다. 부산에 새로 생긴 아쿠아리움이 상당히 좋다더라는 소문을 들어서, 아이들에게는 좋은 장소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차를 지상 주차장에 세워둔 고로... 바이올린을 매고는 아쿠아리움으로 향했다. 어제는 시원했는데... 오늘은 쨍쨍 햇빛이 장난이 아니다, 바이올린을 매고 걸으면서도 막 따끈하게 손보고 나온 악기에 무리가 갈까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아쿠아리움은.. 서울의 코엑스 아쿠아리움 보다 어떤 면이 더 나은지 잘 모르겠다. 상어 수조 같은 것은 조금 더 나아 보이기도 했는데, 특히 더 재밌지는 않았다. 잠수부의 마술쇼도 보고, 인어 공주 공연이 있었다고 했는데, 어디서 하는 지 몰라서 그냥 나왔다. 아이들에게 돌고래 머리띠를 하나씩 사주고...

차를 타고 이번엔 조개구이를 잘 한다는 곳을 찾아 갔다. 역시 모씨의 추천 장소. 야외의 천막 식당에서 조개구이, 가리비구이, 된장찌개를 먹었다. 안면도의 조개구이 보다 낫다. 뭔가 허름해 보이는 식당에서 영 엉망인 서비스를 받으면서 음식을 먹고 있으니, 부산에 온 것 같았다. 어제 보다는 오늘이 좀 더 localize된 것인가. 식당에서는 해송과 방파제와 낛시하는 사람들과 바다가 보였다. 

상당히 긴 시간동안 조개와 씨름을 하고는 바닷가로 갔다. 낛시를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고, 벌써 저녁 무렵이라, 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있었다. 바닷가를 산책하고는 다시 차로 돌아왔다. 악기를 차에 둘 수가 없어서 계속 들고 다니느라 상당히 피곤...

일찌감치 콘도로 돌아와서 과일을 먹고 TV를 보고... 난 또 해리포터를 읽었다.


4. 8월 1일 (수) 을숙도와 남부의 교통체증

어딜가야 하나.. 원래 계획도 기대도 없이 떠나온 여행이라 그런지, 별로 가볼 곳도 마땅치 않다. 일단 철새도래지라는 을숙도를 가보기로 했다. 거기에서 진주로 가서 촉성루를 보고, 서울로 돌아가자.

을숙도는... 때를 잘 못 맞추어 간 것인지, 새가 한 마디도 없었다. 을숙도 조각공원이 있어서 잠시 구경을 했다. 자전거를 빌려 주는 곳이 있어서 자전거를 탈까도 싶었는데, 햇빛이 너무나 따가웠다. 무얼하고 놀아야 하는지 난감해 지는 순간....

부산에서 진주로 가는 길에 들어서서 조금 가자, 교통체증이 시작되었다. 이건 좀 심하다. 진주 촉성루를 포기하고 이 허탈한 여름 휴가 여행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 건가.... 차는 진주까지 밀리고 있는 듯 했다. 도저히 갈 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우리는 서울 방향으로 진로를 변경했다.

난 조수석에서 책을 읽다가 조금 자다가 하면서 서울로 돌아왔다. 서울에 거의 다 왔을 즈음에 운전을 바꿔 줄까 했었는데... 결국은 그 긴 거리를 남편 혼자 운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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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많이 보고 얻은 여행은 확실히 아니었고, 충분한 휴식이 된 것도 아니었다 (특히 남편에겐). 3일동안의 여행이었지만, 첫날과 세째날은 차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실제로는 1.5일정도의 짧은 여행이었다.

그래도, 바닷바람은 시원했고, 음식을 즐겼으며, 가보고 싶었던 에떼르노공방에도 갔다왔다. 그냥 단순히 서울을 벗어나서 좀 멀리 다녀온 것으로 조금의 기분전환이 되긴 했다. 아이들은 수영장에도 바다에서 못들어간 것이 영 아쉬울 지도 모르지만... 이런 저런 사람들을 구경하고, 올빼미도 보고, 노래방도 가고... 별 불만 없어 보인다. (내 착각인가..)

그래도 다음엔 좀 더 나은 여행을 하고 싶다. 국내 여행을 하더라도, 사전에 좀 더 많이 알아보고 계획을 많이 세우고.. 무엇보다 시간을 좀 더 길게 잡으면 괜찮지 않을까. 가을이 깊어갈 즈음에 또 한 번 여행을 갈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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