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13일 월요일

[책] 인어수프


야마다 에이미| 김난주| 북스토리| 2006.07.14 | 206p | ISBN : 8989675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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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반쯤에 자려고 누웠다가 옆에 있는 책에 손을 뻗쳤다. 글씨도 큼직큼직하고 페이지 수도 얼마 안되어서 금방 읽을 것 같더라. 그만 읽고 잘까, 다 읽어 버릴까.. 계속 갈등하면서 읽었다.

이 책을 왜 사 놓았는지, 언제 샀는지도 잘 기억이 안난다. 어떤 다른 책을 샀는데, 같이 딸려온 책이 아닐까하는 의심도 든다. 야마다 에이미라는 작가도, 인어수프라는 제목도, 책의 내용도 생소하다.

어쨌든, 몇 장 안되는 얇은 책을 결국은 다 읽고 잤다.. (그래서 오늘은 아침부터 눈꺼풀이 자꾸 내려온다)

처음 몇 페이지를 읽어보니, 도무지 작가가 무얼 말하고 싶은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다. 문체가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고... 일본 소설 같은 느낌도 별로 많이 들지 않는다. 소설은 사실 주인공이 발리에 도착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몇 명의 흥미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와양과 토니. (사실은 작가를 한다는 주인공이 더 재미있는 캐릭터이긴 하다)

주인공, 와양, 토니, 그리고 간접적으로 등장하는 일본인 유부남. 그들의 사랑과 성애의 방식을 그리면서도, 그들 사이에 "관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을 그리되 관계를 그리지 않는 것이 이 작가의 의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 사이의 소통은 토니가 말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완전히 막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긴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라는 점에서 일본 소설스러운 점은 있긴 하다.)

소설의 결말은 소년의 죽음이다. 왜 토니가 거기서 죽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주인공은 확실히 토니를 통하여 또다른 사랑의 방식을 배운다. 토니가 죽지 않아도 주인공은 이미 실연의 아픔은 잊어 버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토니가 서핑 중에 바다에서 죽는 모습은 그의 사랑이 자연을 닮아 있고, 자연을 닮은 존재인 토니가 자연과 일체가 되는 (그래서 인어수프가 되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 소설에서 관계가 없다는 것은 소설의 배경이 발리라는 점에서 이미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일본인인 주인공은 발리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완전한 이방인이다. 그녀는 (일본에서도 자유롭게 살았겠지만) 발리에서 지극히 자유로운 생활을 한다. 관광객의 신분으로... 더 이상 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다. 발리의 축제 때, 주인공은 와양의 집을 방문하는데, 그녀와 와양의 식구들은 호감을 갖고 있기는 하나, 와양의 없으면 말이 통하지 않는다. 관계를 맺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이런 관계불능의 상황들은 그녀가 발리에서 자유로은 성생활을 할 수 있게 하고, 책을 읽는 독자들이 그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아무런 얽매임 (관계는 서로를 구속짓는 다는 점에서 얽매임이다)이 없는 소설과 같은 상황에서 그녀의 행동은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책 뒤에 다른 일본인 작가가 달아 놓은 서평에서, 그는 야마다 에이미의 자유롭고 당당한 성애의 묘사와 사랑의 방식을 부러워 하고 있다. 기존의 일반적인 사랑의 방식이 오히려 속물적이며, 야마다 에이미의 방식이 오히려 솔직하고 순수하다는 것. 하지만, 그녀의 방식이 가져오게 될 파장은... 그녀가 소설 속에서 그린 관계가 없는 진공의 공간에서나 물결치지 않을 것이다. 관계로 얽혀 있는 사회에서는 파도가 쓰나미가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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