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31일 수요일

2008년 그리고 2009년

2008년은 정말 갖가지 일들이 일었났던 한 해였다.
(연말에 감기 몸살로 정신이 좀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니 기록을 하고 넘어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1. 두 명의 초등학생

도윤이의 초등학교 입학은 그다지 큰 일이 아닌 듯 보였지만, 그리고 지윤이때 잘 넘어갔으니까 큰 걱정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예상외로 쉽지 않았다. 아이는 아이일 뿐인데 무엇때문에 힘들었을까... 처음엔 영어수업을 따라가게 만드느라 힘들었던 것 같은데, 이제 많이 나아졌는데도 여전히 힘들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원인은 역시 아이보다 엄마가 아닐까. 행복해야할 어린 시절, 마냥 즐겁게 놀아야 할 다시 오지 않을 그 시절에 벌써부터 공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참 안타깝다. 그리고 아이들이 커갈 수록 그 안타까움이 점점 커져 가는 것이... 그리고 한국의 교육현실에서 이런 것들이 달라질  희망이 더이상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 정말 슬프다. (차라리 5공때처럼 과외금지를 시켜 주던지...ㅠㅠ)

2. 금융위기와 회사

작년에 벌어진 서브프라임 사태가 그대로 마무리 되려나 했더니, 웬걸... 올해는 정말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다. 리만이나 메릴린치, 씨티 같은 정도는 아닐지라도... 이 회사의 주가는 58% 떨어졌다. 도무지 어디까지 쳐박힐지 가늠이 안될 정도였다. 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위하여 여러가지 조치를 취해도 보고... 그러다가 요즘엔 회사 전체의 구조조정이 이루어 지고 있는데 이게 올해로 끝날 것 같이 보이지는 않는다. 내년에는 더 큰 변화가 몰려오지 않을까 싶다. 더구나, 한국 비즈니스는 국내의 내부적인 문제 때문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그다지 해결된 것은 없어 보이는 것으로 보아... 내년에도 계속 무엇인가의 변화가 있을 듯하다. 나도 이제 좀 진지하게 2009년 또는 2010년 이후의 플랜B를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3. 거꾸로 도는 시계

작년 말에 MB가 당선되었을 때는 정말 이렇게까지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들은 "무얼하던 상상했던 것 그 이상"이다. 올해가 되어서야 비로소 시계바늘이 거꾸로도 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구습을 그대로 답습하는 소위386들이 한심하고, 리버럴도 못되면서 진보인척하는 사람들이 보기 싫었던 10년이었는데, 그래도 이렇게 넋놓고 망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나았었다. 어디서 희망을 찾아야 할까. 결국 자기 입에 들어 오는 것에 관한 문제에만 발끈하거나, 민족주의 열풍에 휩싸여서 오버하는 사람들... 그러나 여전히 세금은 어떻게 해서든 조금만 내고 싶고, 또 바둥바둥거리며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서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서 과연 희망을 볼 수 있을까. 사실 이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그랬는데, 이제서야 그에 딱 맞는 수준의 그것도 매우 노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정부를 만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기가 막히기는 했지만, MB와 그 집단들의 코메디 때문에 가끔은 재미있기도 했다. 결국엔 정도를 지나쳐 짜증이 나게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연초 청와대 대변인이 기자들과 짜고 치는 고스톱판을 벌이려는 모습이 생중계될 때만해도 코메디였는데, 엊그제 MB가 도덕적 결함이 없는 정권 운운하거나 만수아저씨가 원없이 돈을 써본 한해 어쩌구 하니 이젠 정말 참을 수 없을 만큼 짜증이 난다. 고등학교 도덕이나 정치경제 수준의 기본 소양도 없어 보이는 그 아저씨들 (간혹 아줌마들도 있다)이 하나같이 화려한 학벌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교육은 옛날부터 확실히 문제가 있다.

내 주위엔 '나는 종부세 내도 좋으니 세율을 올려야 한다, 과세기준도 낮추면 안된다'라는 말에 동의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모두들 헌재판결이 나자마자 환급받으니 좋다, 종부세 올해까지 많이 나와서 죽을 지경이다, 빨리 개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라도 떠들어 대는데, 그들 모두 예전에 경제학, 법학 열심히 공부했던 멀쩡한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이고 너무 많아 넘쳐나는 것은 무엇일까. 

감세가 경제를 살린다고 정말 믿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어차피 대부분의 저소득층은 지금도 소득세를 내지 않거나 매우 조금 낸다. 중소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여러가지 세액공제감면 혜택으로 직접세의 세금부담은 매우 적은 편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가 마치 세금때문에 엉망이 된 것처럼 떠들어 대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된다. 도대체 그 사람들의 욕심은 어디까 끝일까? 전에 어떤 클라이언트 회사의 임원이 스톡옵션을 받고는 세율이 너무 높아서 어쩌구 하면서 투덜대는 걸 보고 아무리 세율이 높아도 100%는 아니지 않느냐, 당신은 일반 급여 이외에도 옵션행사로 돈을 벌었고 그것에 대한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라고 우리 팀장이 이야기 했던 것이 생각난다. 국가와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의무에 동의하고 싶지 않으면 차라리 한국을 떠나는 것이 낫다. 케이만 아일랜드 같은 tax haven에서는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 날씨도 좋고... 왜 여기 남아서 그것도 정부관료로 살아가려고들 하시는지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어제 환율은 1259.5원. 31일자 재정환율은 1257.5원. 이걸로 국내 기업들의 외화표시 부채와 자산을 평가하게 된다. 그러나 정상적인 환율은 그보다 100원가량 높았었는지도 모른다. 어제 역외환율은 1343원을 찍었다. 이게 뭔가..? 국민의 돈을 외환시장에 퍼부어서 전국적인 분식회계를 하려는 것인가? 누구나 정부개입으로 연말 환율이 떨어질 것을 예상했고, 연초에 다시 개입이 없으면 원상복귀될 것을 알 수 있는데, 우리 모두를 투기꾼으로 만들 작정이셨는지... 아니 그게 아니라 눈앞에 뻔히 보이는 이익은 초연히 흘려 보내고 (비록 연초에 수입대금 결제할 것이 있다고 하더라고) 싼 가격에 달러를 살 기회를 빠이빠이하고 내년에 비싸게 달러를 송금하여 손실을 왕창 내야 하는 것이 진정한 애국기업의 태도라고 보시는 것인지... 하여간 정말 보기 드물게 신기하고 재미있는 사람들이다.  




2009년. 몇 가지 바라는 일들이 있다.

1. 아이들

나도 아이들도 이제는 뭔가 원칙을 가지고 살고 싶다. 어차피 사교육이 필요하다면, 최소한도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그리고, 하더라도 즐거울 수 있도록...

물론 전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전혀 가능하지도 않을지 모른다. 그래도 최소한 2008년보다는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2. 회사

이건 잘 모르겠다. 내 의지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어쩌겠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안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다가오는 것이 기회인지 함정인지를 잘 판단할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기를...

더불어 구체적인 플랜B를 입안해 볼 것.

3. 그 밖에..

쥐의 해답게 시끄럽고 천박했던 2008년도와는 달리 우직한 소처럼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경제위기의 여파가 조금이라도 덜하게 지나갈 수 있기를.. 그래서 실물경제와 소비자금융까지는 많이 망가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는 하지만... 쉽지는 않을 듯 하다.

이제는 별로 재미있지 않으니,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 관료들의 코메디는 그만 보고 싶다. 정권이 그대로인 이상 큰 변화가 있을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정상적인 사고를 하면서 정책을 내어 놓는 모습을 보고 싶다. 아니면, 그냥 아무 것도 하지 말던가....

이미 삽을 뜬거나 다름없어 보이긴 하지만 대운하 (또는 4대강 정비사업)은 제발 그만두기를... 내 친구 중 하나는 MB가 운하파면 한국을 뜨겠다고 했는데...

TV에서 조중동 같은 찌라시를 보는 일이 없기를... 가뜩이나 어제 오늘 엄청 추운데 촛불들고 밖에 계신 분들 감기들지 않기를..

국제중에 못갔다고 특목고에 못갔다고 자살하는 아이들이 없기를... 요즘같이 모두가 어려운 시절에 사교육 관련 업체들은 현금이 남아 돈다고 한다. 아무도 쉽게 투자를 못하는 부동산까지 현금을 쌓아 놓고 투자할 수 있을 정도라니. 그 돈은 학부모들의 불안감, 아이들을 몰아가는 경쟁교육, 이런 데서 나온 것이 아닌가. 물론 유익하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곳이나 학습지도 많겠지만.... 하여간 부모들의 땀과 아이들의 피를 먹고 살찌고 있는 곳들도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너무 무겁다.  모두를 경쟁에 지친 좀비처럼 만드는 세상에서.. 경쟁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 갈 수는 없는 걸까.

하나 더. 전쟁에서 상처받고 죽어가는 아이들이 줄기를... 요 며칠사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가족을 읽은 아이들, 아이를 잃은 가족들의 모습이 너무나 참혹하다. 왜 그들의 전쟁에서 우리들이 상처를 받아야 하는지...

(그림의 출처는 bluebison.net)

2008년 12월 26일 금요일

'2009 피나바우쉬 탁상용 달력' + '프로그램 바인더'set

LG아트센터의 후기 공모 이벤트의 선물로 받은 것. 생각보다 응모자가 많지 않았던 모양으로 응모자 전원에게 선물을 나누어 준 것 같다. 블로그에 이미 올려 놓았던 후기들을 줄줄이 올렸는데 선물을 받아서 기분이 좋다^^

프로그램 바인더는 약간 작은 크기여서... LG아트센터의 프로그램과 좀 작은 프로그램들만 보관할 수 있겠지만... 그럴 듯하게 생겼다^^


2008년 12월 24일 수요일

라센 찌간느

바이올린을 사고 도미넌트로 세팅을 한 후 꽤 시간이 흘렀다. 좀 더 부드러운 현으로 바꿔 볼까 하는 생각은 처음부터 하고는 있었지만..... 아껴야 잘 산다... 라는 궁핍 경제학을 바탕으로 몇 달을 버텨 왔다. 더구나 천정부지로 치솟는 환율 때문에 현 값도 어마어마하게 비싸졌고...

사실 이 찌간느 현은 오래 전에 사놓은 것이다. 그저... 경기 침체 시에 생활 재고를 비축하자는 생각에...안 쓰고 고이고이 모셔놓았던 것이었는데, 엊그제의 합주 연습에서 내 바이올린의 챙챙대는 음색에 스스로 괴로와.... 어제 결국 현을 싸그리 갈아 버렸다.

하지만, 음량은 줄지 않은 듯 하고.. 다만, 쇳소리는 좀 덜나는 것 같다. sonority는 많이 좋아진 것 같고.... 현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좀 더 써봐야 어떤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재고도 떨어졌고.... 찌간느는 정말 오래 써야쥐...ㅠㅠ

2008년 12월 23일 화요일

앙상블 첫 연습 2008년 12월 22일

드디어 앙상블을 구성했다. 뒤포르와 바친기에서 첼로, 비올라, 피아노까지. 퍼스트 바이올린까지 영입하면 금상첨화일 듯 한데... 일단은 이 멤버로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피아노 전공자 (유일한...) 경희씨는 나중에는 바이올린으로도 연주하실 계획.

급하게 약속 날짜를 잡느라, 연습실도 급하게 구했는데, 가보니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5명이 2시간 정도 있으려니 좀 좁긴하더라..;;;

은하가 스즈키 쿼텟 악보와 여인의 향기 악보, 경희씨가 가브리엘즈 오보에 악보를 가져왔다. 스즈키 악보는 쭉 살펴보니 무지 쉬워 보였는데.....;;;;

정말 본의 아니게 허접한 실력으로 (그것도 며칠 간 연습 한 번도 안했는데...) 멜로디 라인을 내가 연주하려니 엉망이 되어 버렸다..ㅠㅠ 더구나 오래 전에 배운 곡들을 해보려니 음정에 삑사리 장난 아니고... 원래 레슨샘 앞에서도 긴장해서 잘 못하는데, 처음 만나서 연주를 하려니 긴장 긴장... 이래서야 남들 앞에서 연주를 어찌하나 싶다.

일단, 바흐 가보트, 가브리엘즈 오보에 (오보에를 한 명 구할 예정), 베토벤 미뉴엣을 하는 것으로 했는데, 끝나고 생각해 보니, 영화음악이나 애니음악 중에서 골라도 괜찮을 듯 하다. 물론 열심히 연습을 해야 겠지만..;;;;

연습을 마치고 나오니 눈이 펑펑 내린다. 우리의 첫 모임을 축하해주는 瑞雪일 듯 ^^;; 연습실 바로 앞의 카베하네라는 커피숍에서 다음 연습 일자와 장소를 논의하고는 눈을 맞으며 헤어졌다.

오늘 연습의 take away는... 바이올린만 잘하면 된다...;;;;;

바이올린을 잘하기 위해서는... 긴장을 풀고, 연습도 좀 많이 하고...;;; 그래도 안되면 퍼스트를 적극 영입해 볼 것...^^;;;

[공연] 조르디 사발과 르 콩세르 드 나시옹 2008년 12월 21일

카퓌송 형제의 공연이 아마도 올해 마지막 공연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30% 할인된 가격에 혹한 충동구매로 결국은 올해도 사발의 공연을 보게 되었다^^; 사발의 감바 공연을 더 보고 싶긴 했지만... 르 콩세르 드 나시옹의 왕궁의 불꽃놀이도 기대가 되는 곡이었다.

좀처럼 돈주고 사는 일이 없는 R석... 후덜덜한 가격의 자리에 앉았다. 같은 R석이라면 아예 앞 쪽이 나을 것 같다는 약간의 아쉬움... 경기침체의 여파에도 생각보다 객석에 사람들이 많다. 사발의 유명세 덕을 보는 가 보다.



첫 곡인 퍼셀의 모음곡은 큰 기대를 하지 않기는 했지만.... 뒤의 두 외국인은 계속 속삭이고, 옆의 꼬마는 칭얼대고.. 참... 비싼 자리가 오히려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마구 들게 만든다...;

어쨌거나, 몇 명의 관악기 주자가 무대 뒤에서 연주하던 에코우를 비롯한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곡들의 연주는... 재미있기는 했으나, 기대한 것 보다는 조금은 맥빠졌다. (수상음악이 연주되기 직전에 그 꼬마의 엄마인 듯한 여자분께 아이를 주의시켜 달라고 부탁했더니... 애니까 이해해 달란다... 이해해줄 문제가 아니다 주위 사람들 다 피해보지 않느냐라고 했더니, 이번 곡 끝나고 나갈 거라고..;;;; 속으로는 이번 곡부터 나가 주셨으면 좋겠다고 하고 싶었으나 참고...;;)

수상음악은 작년에 내한했을때에도 연주를 했었는데, 이번 보다는 작년의 연주가 더 좋았던 것 같다. 내추럴 혼 연주자들이 같은 사람들인지는 잘 기억은 안나는데... 아무래도 작년이 더 멋진 연주였다는 느낌이다.

인터미션이 끝나고 연주된 콘체르토 그로소는 아주 낭만적이고 달콤한 뮤제트를 비롯해서 부드럽고 맑은 느낌의 바로크 현악기들의 맛이 살아나는 아름다운 연주였고, 이어지는 왕궁의 불꽃놀이에서는 기 페르베를 비롯한 바로크 트럼펫들의 활약에 넋을 놓을 정도. 쳄발리스트 루카 굴리엘미도 훌륭하고... 악장인 다비드 플랑티에도 멋졌다. 좀 멀긴 했지만, 플랑티에의 과다니니가 어찌 이쁘게 보이던지...; 후반부는 전반부의 맥빠지는 느낌은 전혀 없는 멋진 공연이었다.

사발은 앵콜 인심도 후해서... 3곡이나 해주었고 한국말로도 몇 마디 했던 것 같은데, 뭐라고 하는지는 잘 못 알아 들었다. 어쨌거나... 관객들의 박수를 유도했던 두번째 앵콜은 전에도 앵콜로 들려 주었던 듯...

앵콜이 모두 끝난 시간은 10시 반 정도.. 2시간 반이나 되는 긴 연주였다. 비싼 티켓 값이 아깝지 않게 해준 연주자들에게 감사 ^^;;;;

프로그램

퍼셀, 요정의 여왕 모음곡 1692
헨델, 수상음악 1717
헨델, 합주협주곡 사단조 Op.6의 No.6
헨델, 왕궁의 불꽃놀이 1749

앵콜곡

Lully, Marche des combattons and minuet
Rameau, Contre danse tres vive 
Marin Marais, 오페라 Alcyone 중 Marche pour les matielots


아래의 사진은 NY Times에서 얻어 온 것인데... 사발의 감바, 루카 굴리엘미의 쳄발로, 마르크 앙타이의 트라베르소 그리고 앙리크 솔리니스의 티오르보가 같이 있는 사진이다. 물론 이번 연주회에선 트라베르소가 없긴 했다 (있었다면 앙타이가 와줬을까...?) 티오르보 연주자의 모습은 공연 때는 지휘자인 사발에게 가려서 거의 못 봤었는데, 사진으로라도 봐야지..ㅎㅎ

Julien Jourdes for The New York Times

2008년 12월 22일 월요일

[영화] 벼랑 위의 포뇨

오래간만에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이 나왔다. 7년만이라던가... 수작업한 그림들과 귀엽고 오동통한 포뇨의 모습을 보고 일찌감치 11월에 극장표를 예매했다.

----------------------- (영화의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실 분은 주의해 주세요!) ------------------

포뇨는 하야오의 오래전 애니, 그 유명한 이웃집 토토로를 연상케 한다. 그 간의 여러가지 애니들을 다 보여주고는 다시 토토로의 메이의 모습을 보여 주는 듯한 포뇨의 모습이 그렇다. 단순한 줄거리. 두 꼬마의 심플한 모험 (이번엔 자매가 아니라 5살짜리 연인들이긴 하지만) 이야기. 너무나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마을 사람들의 모습. 일본의 어촌의 아름다운 풍경. 다 비슷하지 않은가.

토토로 보다 그 이후에 이어지고 또 이어지던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들의 큰 스케일, 거대한 스토리 등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단순하고 허술한 줄거리에 조금은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오히려 그 옛날 토토로를 다시 만난 것 같은 느낌에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같이 갔던 도윤이는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 마저 다 올라가자 (그 때 시간이 밤 9시반이 넘어 있었는데), 한 번만 더 보고가자고 졸라대기 시작했다. 너무 늦었고 표도 없다면서 달래어 집에 데리고 왔지만 계속 포뇨이야기다.
몇 장의 스크린 샷들.

소스케의 벼랑 위의 집. 정말 아름다운 바닷가의 집이다.

소스케가 준 (소스케에게서 뺏은) 햄을 맛나게 먹는 물고기 포뇨. 도윤이가 좋아하던 장면.

포뇨와 동생들. 가출하는 큰 언니를 배웅한다.

브륀힐데를 야단치는 아버지. 브륀힐데를 감금한다는 점, 그리고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포뇨가 동생들과 함께, 생명의 물을 마시고 바다 위로 올라오는 장면에서는 바그너의 발퀴레의 비행과 매우 비슷한 음악이 나온다는 점으로 보아... 미야자키 하야오는 북구의 신화를 차용하고 싶었던 듯... 그러나 애니의 줄거리와는 그다지 관계는 없다 ^^;;

정말 신나는 파도 속의 포뇨. 마을에 해일이 닥쳐 오고, 소스케의 엄마는 바닷물에 거의 잠겨 있고 강풍이 몰아치는 해안도로를 질주하는데... 마치 달리기 놀이하듯 파도 위를 달리는 포뇨의 모습은 애니의 백미다.



약간 오바스러운 맛이 나기는 하지만...;; 인간소녀가 된 포뇨의 호기심 가득한 즐거움이 넘치는 장면들...


배를 타고 엄마를 찾아 떠나는 두 아이. 지브리식 모험이 시작되기는 하나... 전작들과는 달리 좀 심심한 모험이다. 5살의 눈으로 보면 흥미진진할 수도...;

마지막 장면. 하야오식의 인어공주 이야기는 오리지널 인어공주이야기와 이렇게 맞닿는다. 씩씩한 5살 여자아이의 인어공주는 얼빠져 있는 남자친구에게 키스함으로 스스로 영원히 인간이 되는 것을 선택했다. (이 부분은 살짝 디즈니스럽기 까지 하다. )


그런데, 포뇨가 물고기에서 인간으로 되는 과정에서 잠깐씩 "조류화"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물고기와 인간사이에 조류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 중간적인 캐릭터만은 정말 창의적이다. 매우 맘에 든다. ㅎㅎㅎ 영화를 보다가 이렇게 속삭이고 말았다는..... "어 포뇨가 닭 됐다!!"

외국의 쇼핑몰에는 아래와 같은 닭 상태의 포뇨인형도 판다.

(나의 "닭" 주장에 대해 지윤이는 닭이 아니라, 오리이며, 물속에서 생활하다가 물과 육지 양쪽을 살아야 하는 상태가 되어 물갈퀴가 달려야 하기 때문에 저런 손과 발을 가지게 되었다는 이론을 진지하게 설파했다. ㅡㅡ;; 흠.. 그렇다면 조류가 아니라 양서류여야 하는데.. 그럼 저게 개구리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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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뇨를 보기 전 날에는 회사에서 year-end party 프로그램으로 단체영화관람을 했는데... 트와일라잇을 볼 줄 알았더니만.. 갑자기 예스맨으로 바뀌었다. 머리를 텅 비우고 가서 신나게 웃어 주리라 다짐하고 가서 봤다. 짐 캐리가 한국말 하는 장면이 꽤 여럿 나오더라. 그런데 발음은 영 별로...;;; 영화에 출연한 한국인들의 연기력도 영...;;; 그렇지만 여자 주인공은 정말 예쁘고.. 대체로 웃기기는 했다^^;

2008년 12월 14일 일요일

어제 무슨 일이?

그나저나... 어제 방문객이 903명이나 되었넹... 보통 200명 정도인데... 어제 왜..?? 알 수가 없네....ㅡㅡa

2008년 12월 11일 목요일

[공연] 르노 & 고티에 카퓌송 듀오 공연 2008년 12월9일

요즘 공연 예약을 주저하고 있는 내 모습을 생각하니 이 공연이 아마도 올해 마지막 공연이 될 것 같다. 내년에는 과연 공연을 자주 볼 수 있을까...

호암아트홀 공연은 가깝기도 하고, 여러모로 편하다. 그건 그런데... 요즘 회사 상황이 상황인지라... 프로그램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공연장에 도착했다. 프로그램을 받아들고 살펴보니... 살짝 당혹스럽다. 라벨에 코다이는 그렇다치고... 첫 곡인 슐호프는 전혀 모르겠다. 그러고 나서 생각을 해보니.. 바이올린과 첼로, 딱 두대를 위한 레퍼토리가 그다지 많지는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럽발코니에서 가져온 리허설 사진. 본 무대에서는 두 형제가 다 깔끔하게 검은색 연주복을 입고 나왔었다. 76년생인 르노는 좀 그렇지만... 81년생인 고티에는 확실히 꽃미남인 듯했고... 동생은 남다른 헤어스타일에 첼로의 엔드핀을 엄청나게 길게 뽑아서는 매우 파워풀한 연주를 보여 주었다. 르노는 그보다는 훨씬 범생이같은 모습이랄까... )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유태인으로 수용소에서 죽음을 맞았다는 슐호프의 듀오는 생각보다 흥미진진한 곡이었다. 집시풍의 멜로디가 때론 해학적으로 또 정열적으로 연주되는 2악장은 인상적이었다. 마치 비올라같은 느낌으로 저음현들이 많이 사용되는 르노의 바이올린의 음색은 풍부하고 부드러웠고.. 첼로를 타악기같은 느낌이 들게 하는 고티에의 연주도 특징적이었다.

라벨의 소나타에도 동양적 (또는 헝가리적) 멜로디들이 들어 있었는데 영화음악같은 박진감이 느껴지는 2악장도 좋았지만, 첼로 독주로 시작되어 바이올린과 함께 고음으로 이어지는 느린 3악장에서는 어색하게 장엄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 묘한 애매함은 마치... 따뜻한 느낌으로 지인들에게 둘러쌓여 있기는 하지만, 사실 주위에는 콘크리트로 막힌 무덤들로 가득 차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랄까.. 4악장에서는 젊은 첼리스트의 파워풀한 첼로 소리에 잠시 넋을 잃기도...

인터미션이 지나고 이어진 코다이의 듀오. 르노의 바이올린에서는 좀 전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색을 넘어서 너무나 맑고 선명한 음악이 이어져 나왔다. 코다이의 듀오에는 멜로디가 가득하다. 헝가리안의 민요풍의, 집시풍의 선율들이 넘쳐 흘렀다. 첼로와 바이올린은 서정적이고 풍부한 선율을 서로 주고 받았고... 첼로가 강하게 c string 개방현을 연주하다가 바이올린의 e string 거의 끝의 고음으로 이어지는 부분이라던가 화려한 3악장의 연주, 그 중에서도 첼로가 타악기인듯 비트를 넣으면 바이올린이 집시풍의 선율을 연주하던 부분... 아이디어가 가득한 인상적인 곡이 아닐 수 없다.

매우 열정적인 연주로 시종일관 진지하게 젊음이 넘치는 연주를 보여주던 두 형제는 프로그램을 마치고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고 관객들도 환호했다. 낯선 곡들이지만, 코 앞에서 펼쳐지는 바이올린과 첼로의 연주로 내 앞에 펼쳐진 그 다채로움만으로도 인상적인 음악들이 되었다. 그리고 이어진 앵콜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대로.. 파사칼리아. 그런데... 빠르고 격렬한 연주다. 이제까지 들었던 파사칼리아와는 다른 해석. 저 속도로 앙상블이 흐트러지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는데.. 형제는 멋지게 이중주를 해낸다.

앵콜곡이 더 있을까 싶었은데.. 고티에 형제는 한 곡 더 연주해 주었다. 느리고 잔잔한, 처음부터 끝까지 조화로운 화음으로 이어지는 곡. 나중에 보니 바르토크의 곡이란다.

르노 카퓌송의 명성은 꽤 알려져 있지만, 고티에 카퓌송의 열정에 찬 연주를 만난 것이 이번 연주회의 수확이 아닐까 싶다. 돌아와서 잠깐 위키피디아를 뒤져봤는데, 뜻밖에 고티에에 대한 설명은 있는데, 르노에 대한 설명이 없다. 그 반대가 아닐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꽃미남에 더 가까운 고티에가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게지 싶다..ㅎㅎ

풍부한 부드러움에서 선명한 맑음까지... 멋진 음색을 들려준 르노의 바이올린은 1737년 Panette 과르네리 델 제수. 고티에의 첼로는 어느 것인지 모르겠다. Goffriler이거나 Contreras라는데... 반짝반짝 프렌치 폴리쉬를 한 두 형제의 악기의 음은 강하고 아름다왔다. 그나저나... 저렇게 같이 다니면서 음악적인 앙상블을 이룰 수 있는 형제지간이라니... 정말 부럽기 그지 없는 동기간이다.

프로그램

슐호프_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듀오 
라벨_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소나타  

- 인터미션 -

코다이_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듀오, Op. 7 

앵콜곡:

헨델 - 할보르센, 파사칼리아
바르토크, 헝가리 민요 멜로디(Melodies populaires hongroises) 중 코랄:안단테

2008년 12월 3일 수요일

다시 티스토리로 옮김... 그리고 100년만의 동창회

며칠 전에 다시 티스토리로 옮겨왔다. 업체에서 웹호스팅을 받아서 블로그를 운영했는데, 벌써 1년이 훨씬 넘어서 호스팅 서비스를 연장해야 하는 기한이 도래한 모양이었다. 알림 메일이 와서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도메인만 그대로 슈삐닷넷을 유지하고, 호스팅 서비스는 연장을 하지 않기로 했다. D니 R이니... 요즘 무시무시해서 한푼이라도 아껴야 겠다는 생각에...ㅡㅡ;;; (하지만 여전히 이것 저것 사들이는 버릇은 못 버리고 있다..ㅡㅜ 초절약모드로 진입할 시기가 다가온 듯 한데....;;;)

그나저나 티스토리에 돌아와 처음으로 글을 써보는데.... 왜 이리 업로드가 느린지 모르겠다..;;; 다시 호스팅업체로 돌아가야 하나...;;;

지난 주 금요일엔 경영대 여학생회 동창회를 했다. 공식적인 동창회로는 100년만...은 아니고 거의 10년만인 듯 하다. 재작년에들 모였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내가 참석했던 기억이 안나는 걸 보면... 아마 회사일로 정신이 하나도 없을 때 모임이 있었던가 보다. 하여간.... 대략 20명정도 모인 것 같은데... 84학번에서 93학번까지 모였고, 아.. 96학번도 한 명 있긴 했군... 정말 졸업하고 처음보는 사람들도 많았고, 아예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우리 때는... 한 학번에 평균 5-6명 정도 여학생이 있었고, 쭉 이어지다가 93학번에서 대폭 증원(?)되어 15명이 되고.. 그 다음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서 언젠가부터는 여학생 모임 자체가 의미가 없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아마도... 그 날 모였던 학번들에서 더 아래로 발전해서 숫자가 증가하거나 아래로 이어져 내려갈 모임은 아닐 듯 하다.

예전에는 모임을 가면 내가 좀 아래쪽이었는데... 이젠 어느 모임엘 가도 연장자 그룹이다. 이번 동창회에서도 마찬가지. 하여간, 졸업하고도 역시 잘나가는 선후배들.. 특히 후배들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내가 지금껏 살아오는 동안 그들은 어떻게 살아왔을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오히려 옛날 학교다닐 때보다는 사고방식의 갭이 줄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보고... 글쎄 그게 그런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고... 음... 예상했었던 것보다는 더 흥미로운 모임이었다. (덕분에 집에 와서 꿈자리가 뒤숭숭했다... 무슨 꿈을 꾸었는지는 잘 기억은 안나지만...)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그 날 소식을 전해듣게 된 아이들의 이야기들도 재미있었고...^^

앞으로는 좀 더 정기적으로 자주 모이기로 했는데, 모두들 바쁜 사람들이라 그게 잘 될까 모르겠다. 1년에 한 번 정도씩만 모여도 성공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