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28일 금요일

[공연]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캐럴린 샘슨 협연)

월요일부터 심해지기 시작한 감기몸살에 회사 탕비실에 있는 종합감기약으로 대충 때우고 있었더니 영 차도가 없었다. 재채기에 콧물까지 나서 연주회 동안 괜찮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놓치고 싶지 않은 공연이라 퇴근 후 예당으로 향했다.

차가 그다지 밀리지 않아서 여유있게 도착하고 표를 찾고 돌아서는데 아는 얼굴을 만났다. 고음악연주회에서 만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친구인데... 작년부터 첼로를 배우고 있는 친구가 첼로 동호회 사람들과 같이 온 것이었다. 모 악기사 겸 공방에서 초대권을 얻어서 왔다는데... 찾고 보니 무려 VIP..... 공연 소식을 듣고 손꼽아 기다리다가 미리미리 할인받아서 겨우 A석을 구입했는데, 공연이 있는 줄도 모르다가 지난 주에 우.연.히 악기사에 들렀다가 얻은 초대권이 VIP석이라니.. 갑자기 엄청 허탈해지는 기분이었다.

프로그램

G.Ph. Telemann Ouverture F-Dur TWV 55: F12
G.Fr. Handel 2 Arias from  "Alcina" HWV 34:
     "Ma quando tornerai"
     "Ah mio cor"
G.Ph. Telemann Concerto in D major TWV 54: D1

*** INTERVAL ***

W.Fr. Bach Sinfonia in D minor Falck 65
J.S. Bach Concerto in D minor BWV 1043 for 2 violins, Str and Basso Continuo
G.Fr. Handel 2 Arias from Giulio Cesare
    "Piangero la sorte mia"
    "Da tempeste il legno infranto"
J.D. Heinichen Concerto con corni da caccia in F major


공연 시작되기 전까지 친구와 수다를 떨다가 (주로 공짜 티켓을 구하고도 알려 주지 않은 것에 대한 불평이었지만..) 입장했다. 텔레만의 서곡과 아리아가 시작되었다. 경쾌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의 곡. 연주회 내내 지속되었던 맑고, 가볍고 투명한 느낌이 시작되었다. 연주자들은 음악에 맞추어 넘실거리고 있었고 고트프리트 폰 데어 골츠는 바이올린을 들고 그 경쾌한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전에 핀커스 주커만이 바이올린을 들고 시향을 지휘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는데, 그때는 맡은 역할이 "지휘"였기 때문인지 그다지 잘 어울려 보이지 않았는데, 골츠는 딱히 "지휘"가 아니어서 인지 상당히 즐거워 보였다.

사실 자리는 지난 번 요한수난곡을 들었던 때와 비슷한 위치였는데, 음량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물론 그때는 성악이 주로였기 때문에 더 크게 느껴졌을 수도 있고, 또 이번에는 감기때문에 귀가 잘 안들렸을(?) 수도 있지만 인터미션 후에 '메뚜기'를 뛰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어 등장한 캐럴린 샘슨. 헨델의 '알치나' 중 두 곡의 아리아를 불러 주었다. 역시 기대했던 바대로 청아한 목소리로 감동적인 연주를 들려 주었다. 특히 "아, 나의 마음이여"에서는 가슴이 떨릴 만큼 감동적이었다. 류트와 어우러지는 소프라노... 무척 아름다왔다.

두 명의 트라베르소가 등장하고, 텔레만의 협주곡이 이어졌다. 바이올린, 첼로, 두 대의 트라베르소가 독주악기들로 앞에서 연주. 서로 주고 받는 독주악기들의 솔로 패시지들도 좋았고, 4중주로 울려 퍼지는 가보트도 좋았다. 정말 "드레스덴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텔레만풍"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건... 텔레만의 드레스덴 시절 궁정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골츠의 바이올린에서는 홀로웨이의 연주회에서 생겨났던 고음의 삑사리가 종종 들려 나왔는데, 홀로웨이 연주회때 봤던지라...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듣는 나도 좀 안정이 되었고, 골츠나 다른 연주자들도 흐름을 놓치지는 않으려 노력하고 있는 듯 했다. 트라베르소의 음정이 조금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동료 연주자들이 같이 있다는 것이 확실히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고 보면 홀로웨이는 혼자서 무대에서 정말 고생스러웠을 듯 하다.
(이 곡의 마지막에는 재채기를 참느라 사실 정신이 좀 없었다. 콧물도 나고...ㅡㅜ)

 


(출처: 조선일보)

인터미션에 VIP석 주위에 빈자리가 많았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C블럭, D블럭 14열인데 다른 열보다 앞 쪽 공간이 더 넓었다. VIP석이라서 그런가... 콘서트홀의 VIP석에 앉아 본 기억이 없어서...;

후반부 첫 곡은 요한 세바스찬이 끔찍히 아꼈다는 큰아들의 곡. 단조이기 때문인지 텔레만의 곡들 보다 호흡이 길게 느껴졌다. 이어지는 곡은 아버지 바흐의 BWV 1043. 골츠와 세컨 바이올린의 카트린 트뤼거가 나왔다. 바로크 바이올린 위에서 움직이는 가벼운 뾰족활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으니 황홀하기 그지 없다. 예전의 타펠무지크의 연주보다는 정통적이라는 느낌. 독일 연주단체라서 그런 느낌이 들었을까? 심지어 2악장에서도 비브라토를 거의 쓰지 않아 맑고 투명한 느낌이 계속 되었다. (2악장은 아름답지만 간혹 "느끼"할수도 있는데 말이다.) 두 바이올린 독주자의 악기에서 가끔 고음의 잡음이 들려왔지만 음의 흐름이 무너지지는 않고 있었다.

다시 캐럴린 샘슨이 나오고 헨델의 "줄리오 체사레" 중의 두 곡의 아리아가 울려 퍼졌다. 소프라노와 하프시코드의 레시타티보 후에 이어지는 아리아는 류트의 리드로 스트링 반주. 클레오파트라의 슬픔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절창. 두번째 곡은 밝은 곡이어서 큰 박수가 이어졌다. 샘슨은 목소리만 훌륭한 것이 아니라 기교도 나무랄 데가 없는 소프라노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잠시 그녀의 뱃속에 있는 아가는 정말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중간에 앵콜을 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샘슨은 다시 나와 리날도 중의 울게하소서를 불러 주었다.

마지막 곡은 텔레만, 바흐와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하이니헨의 곡. 코르노 다카치아 협주곡이라서 다시 호른 주자들이 나왔다. 자세히는 보지 못했지만, 밸브가 없는 악기로 어떻게 그렇게 연주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연주자들은 다시 넘실거리며 예당 콘서트홀의 무대를 드레스덴의 궁정으로 만들었다. 알라브레베에서의 피치카토 소리는 또 어찌나 맑던지... 전에 DVD에서 본 것처럼 쾨텐 궁정에서 브란덴부르크협주곡을 연주하듯 드레스덴 궁정에서 텔레만과 하이니헨을 듣는다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해졌다..

시종일관 경쾌하고 투명한 느낌의 멋진 연주가 끝나고 환호하는 객석을 위해 그들이 준비한 곡은 J.S.바흐의 관현악모음곡 중의 Air. 현들의 연주하는 아름다운 선율. 그런데, 바이올린은 곡의 첫 시작의 온음표를 올림활로 하고 활의 아랫부분에서 짧은 16분음표를 연주했다. 밑활에서 저토록 가볍게 연주하다니... 바이올리니스트들의 가벼운 보잉에 다시 한번 감동... (곡 후반부는 기침 참느라 거의 집중을 못했다. 아.. 정말 괴로운 감기)

(덧글 1) 수요일이 연주회였는데, 목요일과 금요일 내내 회사 일로도 힘들고 감기 때문에 몸도 힘들고, 병원 잠깐 다녀올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오케스트라 연습도 물론 못 갔고... 고양에서 이어졌던 다음날 공연에는 슈클에서 무료초대권을 나눠 주었는데, 정말 시간과 마음의 여유만 있었다면 오케스트라를 땡땡이 치고 가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둘 다 못갔지만..)

(덧글 2) 홀로웨이의 통영 공연은 대역전극이라고 할만큼 좋았다고 한다. 정말 습기가 문제였던가. 아니면 일단 최악의 상황을 경험해서 대비가 되었던 걸까. 통영 공연을 본 사람들이 부럽기 그지없다. (프라이부르크의 연주를 보면서 류트와 하프시코드, 베이스 그리고 첼로까지 저음부 악기가 받쳐 주는 든든함이 고음의 삑사리와 불안정함을 상쇄시키고 음악이 제 흐름을 되찾아 가는 데에 정말 중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덧글 3) 스트레스 절정의 한 주였다. 주말에 좀 쉬고 나면 다음 주는 괜찮아 졌으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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