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14일 금요일

심난한 나날들

원래 성격이 무심한 편이라, 내 주위와 내가 사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가끔 시니컬해지기는 해도 내 일처럼 흥분하거나 걱정하는 성격은 아니다. 그런데, 내가 나이가 든 것인지 아니면 요즘 세상이 정말 흉흉하게 돌아가는 것인지 며칠 동안 정말 걱정이 되어 일이 잘 안될 정도로 심난하다.

요즘 나를 심난하게 만들었던 것들을 쭉 적어 보면....

1. 새정부의 교육정책들

영어공교육이니 몰입교육이니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느니 하면서 정초부터 머리를 아프게 만들더니, 어제는 학원을 24시간 하게 허용하겠다는 말도 나왔다. 도무지 그 사람들은 지금 사교육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궁금하다. 자칭 타칭 전문가인 엄마들과 선생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정말 무서울 정도인데 말이다.

2. 심난해 보이는 경제지표들

유가가 100불을 넘더니 이제 110불을 넘어가고, 고철, 밀가루부터 시작된 원재료 가격도 가히 폭등이라고 부를만한 수준이다. 게다가 환율도 너무나 빠르게 그리고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호언장담하여 당선된 새대통령이 꾸린 경제내각은 10년 전 경제환란을 가져왔던 바로 그 내각이고... 그들이 잘해 주길 바라지만 어린아이에게 아궁이 불을 맡긴 것처럼 불안하기 짝이 없다. 경제가 엉망이 되고 나면 사회는 결코 잘 돌아갈 수가 없는 법. 가뜩이나 높아지는 범죄율은 더 올라갈 것이고 비통하게 세상을 원망하며 살아 가는 사람들도 늘어 날 것이다. 이 정부가 해결할 의지라고는 조금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비정규직 문제며.... 캄캄한 터널이 끝이 안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다.

3. YTN 돌발영상과 그 후속조치에서 보이는 과거로의 역행 움직임

정말 개그콘서트가 따로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봤는데, 그 이후에 일어나는 일들은 더욱 가관이다. 기본 중의 기본을 모르는 사람들이 다시 돌아왔구나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언론의 구실을 하지 못했던 다른 신문 방송도 한심하지만, 그렇게나마 사실을 전했던 기자들의 출입을 금지시키는 제재를 가한 것은 명백한 언론의 자유 침해이다. 80년대에 너무나 당연하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벌어졌었던 온갖 말도 안되는 일들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4. 남대문 화재로 드러난 실용주의의 만연
(이건 전에 쓴 글이 있으므로 생략... )

5. 연이은 아동 관련 범죄 뉴스들

언제부턴가 인터넷 뉴스를 보는 것도 끔찍하다. 매일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뉴스는 아동 관련 성범죄, 아동 학대 뉴스들이다. 예전에도 이런 일들이 많았는데 보도가 많이 되지 않았던 것인지 아니면 세상이 이렇게 흉악해 진 것인지 모르겠다. 어제는 종일 뉴스 볼 시간도 없이 있다가 밤에 오케스트라 연습을 끝내고 집에 갔는데... 며칠 전의 토막시체가 성탄절에 실종되었던 아이였다는 뉴스를 보고 경악을 했다. 그걸 보고는 정말 걱정이 되어, 내가 아이들을 놔두고 이렇게 회사에 다녀도 좋은가 심각하게 생각해 볼 정도였다.

새엄마가 아이를 때려 죽였다는 둥 하는 뉴스도 있었고, 또 바로 전에 어린 소녀들이 포함된 일가족 살인 뉴스가 세상을 뒤흔들더니... 이번엔 더 강도 높은 충격이다. 이제 웬만한 일로는 놀라지도 않을 세상사람들을 한 번씩 크게 놀래키려고 작정들을 한 것인가....


좀 더 내 주변의 일들로 돌아와 보면....

6. 어떻게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

주변에서 보고 들리는 학부모들의 이야기와 아이들의 이야기는 정말 경악스러울 정도이다. 요즘 초등학교 고학년은 보통 12-1시에 잠자리에 들어야 할 정도로 할 것이 많다고 하는데... 나 어릴 적을 돌아 보면 도무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다. 우리 애가 공부하는 영어는 거의 내가 고등학교때 배웠던 수준인데,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엄마인 나도 참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독야청청' 입장을 견지했던 선배의 자식교육 실패 경험담을 들어 보면 심하게는 아니어도 이 트렌드에 어느 정도 발 맞추어 나가는 것이 안전한 선택인 것도 같고... 정말 한국사회에서 아이들 키우기 쉽지 않다.

7.  직장과 가족 그리고 미래

아이 교육과도 역시 연관되는 문제인데...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엄청나게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관한 문제이다. 물론 이유는 매우 명확하게 "돈"이다. 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영원히 다시는 돌아 오지 않을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지 못하는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참 서글픈 일이다. 하지만, 엄청난 교육비와 생활비 등등을 생각해 보면 열심히 버는 것만이 길인 것도 같고... 무엇인가 돌파구가 있지 않을까...

돈을 버는 일이 회사에 다니는 길만 있는 것은 아닌데.... 단기간에 끝날 고민은 아니지만 이제 장기적으로 다시 곰곰히 고민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8. 사소해 보이지만.... 어제 오늘 스팸의 공격

어제 밤에 블로그에 달린 어색한 번역투의 스팸 덧글들..... 100개도 넘는 것 같은 댓글들을 다 지우고 아이피를 차단하려고 보니 다 달랐다. 아이피 차단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닌 듯해서 대충 처리하고 잤다. 아까 점심을 먹고 블로그에 와봤더니.... 어제와 같은 방식으로 또 줄줄이 덧글이 달려 있다. 일단 덧글의 유형을 파악하고 자주 나오는 단어와 어구들을 필터링 처리해 놓았다.

덧글에 대충 연결되어 있는 주소의 모양새를 보니 해외의 성인사이트인 것 같다. 저렇게 해서까지 그런 장사를 해야 하나...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또 그런 사이트에 들어가 잘못된 성에 대한 인식을 키우게 될 청소년들도 걱정되고 성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을 가지게 되어 벌어지게 될 수많은 성범죄들도 끔찍하다. 단순히 스팸만의 문제가 아니라, 연쇄적으로 전방 후방 효과가 일어나서 벌어지게 될 일들이 한동안 나를 열받게 만들었다....... 가뜩이나 심난한데 말이다.

이거... 이민을 가야 하는 건가... 우리나라에서 사는 것만 이렇게 힘든 것인지 온 세상이 다 이런 것인지... 하긴 미국에선 학교에서 총 맞아 죽기도 하는 것을....

하여간 정말 심난한 나날들이다. 날씨도 따뜻해지고 봄도 오는 것 같은데 왜이리 마음이 스산해 지는지...

댓글 11개:

  1. @슈타이너 - 2008/03/15 19:19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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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38선이 북한과 남한만 가르는 것이 아닌 듯 합니다.

    국회 의사당과 청와대를 둘러싸고 있는건 38선보다 더 무서운 경계선이 아니겠습니까

    그 쪽 나랏님들은 마치 다른 나라에 사시는 분들처럼 느껴지는데 대한 민국 국민이 느끼는 이런

    감정은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었죠. 쩝.....이런 푸념을 해대봤자 바뀌는건 없지만

    그래도 마음에 계속 두고 있으면 나한테 병이라도 생길까봐 지인들에게 한 두번 씩 이렇게

    넋두리를 하곤 합니다. 불쌍한 대한민국 국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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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슈타이너 - 2008/03/18 01:43
    그래도 조금은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가져야 살 맛이 날텐데.... 뭐 넋두리라도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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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저도 참 이나라 교육이 이해가 안갑니다. 평생 써먹을 일도 그닥 많지도 않고, 특히 업무에서 쓸 일도 그닥 없는 (슈삐님은 제외..ㅋㅋ) 영어에 환장하고, 한글도 제대로 못하면서 영어로 주절주절대는 애들을 보면 참... 전 중학교 들어갈때 알파벳 대문자 외에는 몰랐건만...



    전 고2-3때 외에는 새벽에 자는건 상상도 못해봤는데..(물론 시험기간 벼락치기 제외 ㅡ_-;;;) 참 요즘은 아이들도 인생살기 피곤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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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네 맞아요...

    아이들은 아이들의 생리 사이클에 맞을 정도만 공부를 해야 하는데 ......아이들이 불쌍하죠.

    이태리는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교육의 질과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하나

    그래도 대화식 교육, 학생들의 개성 존중, 등등 한국에 비하면 긍정적인 요소가 많죠.

    이런 학교와 제가 다니던 중 고등학교를 비교해보면...흐...

    전 학교에서 공부를 했다기 보다는 차라리 매일 쓰레기장에서 중노동을 했다는 표현이 맞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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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ViolinHolic - 2008/03/23 10:48
    그렇죠. 전국민이 영어에 목매는 것 보다는 논리력, 창의력이나 전반적인 지식수준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더 좋을 텐데 말이지요.. 필요한 사람은 어떻게든 배우게 되어있는 것이 언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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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슈타이너 - 2008/03/23 15:09
    요즘엔 상황이 더 안좋다더군요... 전 차라리 제가 중고등학교 다닐때가 천국이었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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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이나라의 교육은 교육의 목적이 뭔지 잃어버린지 한참 된 듯 합니다. 그리고 사회의 분위기는 어떤 교육정책을 내놓아도 그 정책이 결국은 입시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입시/취업을 위한 편법이 판을 치지요.



    교육이라는 것은 국민의 기본적 지식/교양수준을 비롯하여 나라의 인재를 키우는 것이고, 논리력, 창의력 등의 포괄적 사고력을 증진시키셔 결국 오피니언 리더를 창출해 내야 하는데, 그깟 인구 좀 많은 나라에서 쓰는 언어 하나가 나라의 교육을 좌지우지한다는데 참 어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글로벌 리더를 배출해서 한국어를 좀 더 널리 쓰게 할 생각은 안하고요...



    하여튼 각종 공공기관이나 사소한 단어 하나하나에 같잖은 영어들로 말 만들어내는 꼴부터 마음에 참 안들었는데, 가면 갈수록 가관입니다... 아예 미국의 충견을 자초하던가...



    비록 저도 영어를 제가 필요한 만큼 구사를 하지만, 이건 누구의 강요도 아닌 제 스스로 배운거였지만요... 일본어 잘하는 애들 보면, 자기가 필요하면 정말 알아서 잘 배웁니다. 만화보려 일본어 배우는거 보면 참.... 전 게임하려 영어를 배웠지만요 ㅡ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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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어휴... 정말 저도 요즘처럼 심각하게 나라 걱정 해보기는 처음인 것 같네요...

    정말 몇 십 년 전으로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 같은 것이... 걱정스러운 게 어디 한 두 가지여야 말이죠...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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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PlusAlpha - 2008/03/31 10:00
    정말 걱정이 되요...ㅜㅜ

    그나저나 알파님 오랫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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