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30일 화요일

[공연] 존 버트 오르간 독주회 2007.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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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바흐페스티벌의 일환이었던 연주회. 1960년생이라는 존 버트는 무대로 성큼성큼 걸어 나오더니 마이크를 잡았다. 무슨 이야길 하는가 했더니, 오늘 연주할 곡들에 대하여 하나하나 영국 영어로 친절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렉쳐를 할 것이라고는 예상을 못했던 지라 상당히 놀랐었다. 내용은, 프로그램 책자에 쓰여 있던, 버트 본인이 작성한 내용과 거의 같은 것이었다. 버트는, learner, teacher, performer, composer로서의 바흐의 모습을 발견해 보라는 말로 설명을 마치고는 오르간 앞으로 다가가 앉았다.

영산아트홀에 파이프 오르간이 있는 것은 보았지만, 그 오르간이 연주되는 것은 처음이었다. 사실 파이프오르간은 교회 이외의 장소에선 직접 들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교회가 아니어서 그런지, 울림은 덜한 듯 했다. 지금까지 바흐페스티벌의 고음악 공연에서 상대적으로 음량이 적은 악기들만 듣다가 갑자기 큰 오르간 소릴 들으니... 오르간이 매우 현대적인 악기인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버트는 다양한 오르간의 음색을 보여줬다. 곡마다, 또 악장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오르간의 음색은 오르간이라는 악길 잘 모르는 내게는 마치 신기한 전자악기같다는 생각마저 들게 만들었다. 바흐의 오르간 곡들은... 오르간이야 말로 바흐가 그가 가진 재능을 남김없이 보여줄 수 있었던 악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도 만들었다. 내가 앉은 2층 윗쪽 좌석에서는 버트의 손가락과 건반이 너무나 잘 보였는데, 오른손과 왼손 그리고 발로 연주되는 부분들이 각기 다른 3개의 악기가 연주되는 것과 같이 느껴졌다.

거이상 화려할 수 없을 만큼 화려한 곡부터 매우 성스럽게 느껴지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곡들까지... 약 1시간 반동안의 연주회에 불과했지만, 버트는 바흐의 오르간이라는 것이 어떻게 연주될 수 있는지, 어떻게 연주되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이어지는 박수와 환호에 버트는 두 곡의 앵콜을 더 연주했는데, 역시 어떤 곡인지 설명을 해주었다. 첫 곡은 프렐류디엄과 푸가. 작품번호까지 또박또박 불러 주었다. 두번째 곡은.. the piece I am able to play is the 1st movement of 5th sonata, C major again이라고 말해 주었다. 두번째 곡이 더 좋았다.

악기 탓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버트가 BWV594의 카덴차부분을 연주할 때 손가락이 건반을 건드리는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렸었다. 내가 너무 악기 가까이에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버트가 발로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버트의 구두는 어떤 것일까도 궁금했던 것 중의 하나였다^^ 또, 잘은 모르겠지만, 그는 매우 신사적이고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일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친절한 설명들도 그랬지만, 페이저터너가 악보를 넘길 때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지시하거나 살짝 미소를 지으며 감사를 표하는 모습도 그런 느낌이 들게 했다.

원래 연주회 티켓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거나, 예매를 취소하려고 했었는데... 포기하지 않고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주가 끝나고 집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세종 체임버홀에서의 저녁연주회엘 갔었는데, 그 곳에 버트를 다시 볼 수 있었다. 그는 첫번째 열의 끝쪽에 앉아 진지하게 엠마커크비와 린드벨의 연주를 감상하고 있었다. 싸인을 받을 걸 그랬나.. 살짝 후회가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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