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22일 일요일

제1회 노관객 연주회 2009년 3월 21일

관객없는 연주회인데 뭐.... 라면서 그다지 걱정을 하지 않았긴했는데.... 막상 연주회가 다가오면서 조금씩 불안해졌다. 연습도 많이 못했고 (아마추어들이야 늘 하는 변명이지만)... 앙상블 연습날 모여 연습해보면 잘 안맞는 것 같은데다가, 나름 독주곡 준비한 것도 집에서 할 때와는 달리 버벅대기만하고... 하여간, 불안하기는 하지만, 즐거운 놀이하는 기분으로 아침 10시에 연주 장소 근처의 모 교회에서 모였다.

생판 모르는 남의 교회를 빌려서, 2시간 연습을 했는데, 연습장소가 뜻밖에 너무 울림이 좋아서... 이런 울림이 있는 장소라면 소리는 괜찮게 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었다. 밥을 먹고, 연주장소인 메종드라뮤지크로...


이건 우리가 찍은 사진은 아니고, 메종드라뮤지크 까페에 올라와 있는 사진을 퍼왔다. (사진은 많이 찍'히'긴 했는데 아직 못받았다) 전에도 여러번 봤던 사진이기는 했는데... 막상 가보니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멋진 곳이었다. 연주회 생각이 싹 사라지고 이런 홀에서 매일매일 음악회하면서 살면 진짜 행복하겠다는 생각만 가득....;;

홀에서 맞춰 본다고 몇 번 해봤는데.. 영 만족스럽지가 않다. 특히 오보이스트랑은 한 번 맞춰보고 바로 연주회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인데, 막상 해보니 오보에소리도 잘 안들리고. 오보에따로 우리따로 따로국밥 연주가 되고 있었다. 게다가 꼬마 오보이스트가 다른 스케쥴이 있어서 맨 첫 순서로 우리가 연주해야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어쨌거나, 자학당 당원들이 속속 모여들고... 시작시간인 4시가 되자 아침부터 모여 있던 우리들은 이미 엄청 지치고 피곤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

첫 순서로 무대로 올라가 연주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긴장이 되고 말았다. 바이올린을 할 때 긴장이 되면... 몸에 힘이 들어가기 때문에 보잉이 엉망이 된다. 가뜩이나 평소에도 소리를 크게 내지 못해서 걱정이었는데, 활이 떠서 밀착이 안되니 소리가 붕붕 뜬다..그걸 무시하지 못하고 "헉..."하고 생각하다 보니 더욱 긴장이 되고 활이 더 뜨고...;;;

가브리엘즈 오보에는 오보이스트도 떨고... 뒤에서 오보이스트의 박자에 맞추며 우리끼리 박자도 맞추다 보니 역시 예상했던 대로 따로국밥이 된 모양이다. 끝나고 내려와서도 한동안 긴장이 안 풀려서.. 지금 독주곡을 해야 하면 난 죽었다... 라는 생각만 들더라는... 희한하게도, 무대에 올라가기 전보다 연주를 시작하고 좀 지나서 그리고 끝나고 나서가 더 긴장이 되는 걸 보면, 생각했던대로 연주가 되지 않자 당황하기 시작한 것이 문제였던 모양이다.

연주한 사람이 그 다음 차례를 제비뽑기로 정하는 식으로 연주순서가 정해지는 방식이어서, 내가 언제 나가서 연주하게 될 지 모르는 상황... 그래도 다행이 바로 연주하는 것이 아니어서 몇 차례가 지나자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다. 대부분이 일찍 와서 한 번씩 반주랑 맞춰보고 했었는데, 거의 본 연주가 리허설만 못했다. 노관객이어도 긴장이 되는 것은 누구에게나 당연한 일인가보다. 차분하게 연주를 하던 사람들도 가끔씩 당황도 하고.

내 순서가 되니 또 긴장... 떨린다기 보다는... 몸에 들어간 긴장감을 덜어내어 보잉을 안정시키는 것이 잘 되질 않았다. 박자도 나도 모르게 급해지고... 비브라토는 경련이고..;;;;; 대강 끝내고, 세원씨 차례에 세컨으로 한 번 더 연주해 주고나서 연주회가 끝났다. 홀 옆에 있는 회의실겸 티파티룸에서 캐이터링한 식사를 하고 얘기만 들어왔던 듣던 자학당당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은하네 선생님도 만나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우리 앙상블과는 커피 마시고 연주에 대한 자학을 좀 하고..;;; 다음 곡을 무얼할까 이야기를 나누었다. 앙상블 규모는 당분간 늘리지 않기로 했고... (사실 바이올린 잘하시는 분이 같이하신다면 언제나 환영이기는 하지만..ㅎㅎ) 이제 솔리스트를 초빙하는 일도 안하기로 했다. 늘 같이 호흡을 맞추는 것이 아니고 갑자기 만나서 연주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 무대공포증은 별 답이 없지만... 자주 연주를 하다보면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집에 와서 뒤포르의 한 회원이 찍어 놓은 내 독주곡 연주 동영상을 봤는데.... 음... 소심하기 짝이 없는 연주였다. 연주할 때도 소리가 영 힘이 없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역시 생각했던 대로였다. 활 밀착에 문제가 있고 자신감 부족까지... 보잉연습이 확실히 많이 필요하다.

(그나저나... 연주회 다음 날인 오늘 아침에 현을 갈았다. 연주회 끝나고 줄을 갈아 주는 이 황당한 센스란...ㅡㅡ;;; 미리 사 놓은 줄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착각을 하고 있었는데 아침에 줄을 주문할까하고 책장을 뒤져 보니 도미넌트 한 세트에 골드 e, 그리고 인펠트 한 세트가 나오더라는... 요즘 줄 값도 비싼데 돈 굳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연주회 다음날 줄을 갈아 주는 것은 뭔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고 버스 떠난 후에 손 흔드는 듯한 느낌...ㅡㅜ)

관련글: 주최측인 자학당 당수의 공연 후일담

프로그램 보기


댓글 2개:

  1. 그 문제의 동영상을 입수해봐야겠습니다^^;

    자학당 연주회 무사히 끝내신 것 축하드리구요.

    열성당원답게 열심히 자학을 하시지만 분명

    이 기회를 통해 음악가로서 배운 점이 크리라 생각합니다.

    많이 많이 발전하셧으면 좋겠어요



    p.s. 세계로 뻗어나가는 자학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연주회에는 영문 이름도 게재해주세요

    STPO (Self-Torture Party Orchestra)

    Masochists party Orchestra

    ㅋㅋ 전세계의 자학증을 가지신 분들이 몰려들지 않

    을까 걱정이 되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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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슈타이너 - 2009/03/23 10:03
    동영상은 영구삭제될 예정입니다.ㅎㅎㅎ

    전 사실 자학당 당원이 아니고 친구가 거기 당수라..;;; 하지만 매우 자학스럽다는 점에서는 거의 당원급이긴 하지요.ㅡㅡ;;;



    영문이름은 제가 당수에게 꼭 제시해 보겠습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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