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31일 화요일

[공연] 바이올린과 콘티뉴오를 위한 7개의 소나타 2009. 3. 21

헨델 250주기를 맞아서 인지, 아니면 그냥 그렇게 프로그램이 짜여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 연주회는 꽤 저렴한 가격에 헨델 바이올린 소나타 중 7곡의 연주를, 그것도 비올라 다 감바까지 가세한 바쏘 콘티뉴오를 곁들여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겨졌다.

바이올린은 기리야마 다케시. 감바는 사쿠라이 시게루, 그리고 챔발로는 오주희씨가 맡았다. 감비스트는 전에도 종종 본 적이 있었던 듯 하지만, 기리야마 다케시의 공연은 못 본 터라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했다.

연주되는 소나타 중에서 2곡은 스즈키 6권, 그리고 한 곡은 스즈키 7권에 있는 곡이라서 바이올린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매우 친근한 음악들이었다. 더구나 모던 바이올린에 피아노 반주로 곡을 공부했던 학생들에게 바로크 바이올린에 감바와 쳄발로로 어우러지는 연주는 새롭고 흥미로운 것이 될 수 밖에 없다.

1부는 유명한 A major 소나타에서 시작하여 4곡의 소나타가 연주되었다. 익숙하고 아름다운 멜로디가 이어지긴 했지만, 군데 군데 앙상블이 살짝 어긋나기도 하고 건조한 날씨 탓인지 거트현의 삑사리도 들려와서 조금 아쉬웠다. 3곡의 바이올린 소나타가 기다리고 있는 2부에서 기라야마 다케시는 기력을 회복한 듯 투명한 바로크 바이올린 특유의 사운드를 계속해서 들려 주었다. 나는 기리야마 다케시가 어떻게 바이올린을 연주하는가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는데.. 스즈키 6권의 헨델 소나타들의 슬러, 운지, 보잉은 모두 완전히 다르게 연주되고 있었다. 챔발로와 감바의 바쏘콘티뉴오도 피아노 반주와는 달라서 곡이 완전히 다른 곡처럼 느껴졌다.

다른 작곡가들과는 달리 (예를들어 바흐는 매우 진지하고 성실한 이미지) 나에게 헨델이라는 작곡가는 어쩐지 좀 사기꾼같은 이미지인데ㅡㅡ;; 그렇다고 내가 헨델의 음악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사실 오히려 매우 재미있어 하는 편이다. 바이올린 소나타에는 다른 좀 규모가 큰 곡들에서 느껴지는 드라마틱한 느낌이나 박진감은 그다지 없지만 한 곡 한 곡이 마치 작은 오페라와 같은 스토리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4악장으로 이루어진 소나타들의 느린 3악장은 오페라의 아리아들 사이에서 한 숨 쉬어가면서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레치타티보같은 느낌도 들었다. 연주자의 표현력이 돋보일 수 있는 부분.

기리야마 다케시의 왼손은 좀 큰 편인 것 같았다. 왼손을 운지할 때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 처럼 보였는데 손이 크기 때문에 또 손의 움직임이 커 보여서 그렇게 느껴졌었던 것 같다.

흥미진진했던 2부가 끝나고, 이어진 앵콜곡에 앞서 기리야마 다케시는 서툰 한국말로 곡명을 이야기 해주었는데 D장조 1악장이라는 것만 알아 들을 수 있었다. 앵콜곡은 너무 삑사리가 많이 나서 집중하기는 힘들었다. 아무래도 건조한 날씨에 거트현을 연주하는 것은 정말 까다로운 일인가 보다.

프로그램 보기

댓글 8개:

  1. 평이 무척 좋은 연주자인데 이번 연주는 좀 별로였나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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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슈타이너 - 2009/04/01 01:21
    2부는 좋았지만 나머지는 기대만큼은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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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바흐는 정말 위대하지만 헨델같은 부류가 없으면 세상이 숨쉴 여유가 없을 거에요. 바흐가 아빠 헨델이 엄마....정말 적절한 비유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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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슈타이너 - 2009/04/01 09:56
    사기꾼 같은 이미지지만... 숨 쉴 여유를 주는 헨델의 음악에 감사를...ㅎㅎ 사실 제가 초등학교때 (그 땐 국민학교) 가장 좋아했던 클래식이 바로 메시아였어요. 테이프 늘어져 고장날 때까지 들었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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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직접 만나보진 못했지만 음악을 통해 두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금방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흐는 분명 천재였지만 고집이 세고 유두리가 없으며 무척 엄격했을 것이고 헨델은 자유스럽고 세련된 취향을 가졌을 것이며 바흐보다는 현실적인 사람이었을 것 같습니다.

    전 헨델 음악의 세련됨 우아함을 극찬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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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슈타이너 - 2009/04/02 09:22
    사실 작곡가의 생각, 느낌, 가치관이 음악 곳곳에 나타나게 마련이지요^^;; (좀 이쁘게 포장되어 나타나는 것이겠지만요) 연주자들도 연주에서 성격이 드러나곤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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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저도 사실 거트현 소리 정말 좋아하는데 볼륨도 약간 부족하고 무엇보다 컨트롤이 안되는 현 상태때문에 못쓰고 있습니다.. 그나마 도미넌트가 거트현 소리와 매우 흡사하면서 나름 볼륨도 있고 안정적인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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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손가락쟁이 - 2009/04/08 11:21
    모던 악기에는 그다지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아요^^ 좀 자그마한 홀에서 고즈넉하면서도 신나게 연주되는 바로크나 그 이전 음악에 제격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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