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28일 월요일

로고 그림은 누구의 작품일까?

아직 질문을 받아 본 적은 없지만, 혹시나 이 그림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하여....
(또 블로그에 로고 그림을 걸어 놓은 지가 벌써 몇 달째인데 소개말 한 마디 없는 것이 좀 죄송스럽기도 하고..^^;;)

미술에 그다지 조예는 없지만, 여행 중에 또는 전시회에서, 또 근래에는 인터넷에서 간혹 마주치게 되는 그림 중에 정신없이 빠져들어 한참을 들여다보게 하는 그림들이 꽤 많다. 바로크 시대의 악기 정물화들도 그런 그림 중 하나인데, 바로 이 블로그의 로고 그림인 에바리스토 바스케니스의 그림들도 그러하다.

에바리스토 바스케니스 (Evaristo Baschenis)는 1607년 12월4일 생이고 1677년 3월15일에 사망했다고 한다. 고향인 베르가모의 전통 있는 예술가 가문에서 태어났고, 그곳에서 활동했다. 신부였던 그는 종교적인 그림들도 그렸다고 하나, 아래 그림들에서 보이듯이 악기를 모델로 한 정물화들로 매우 유명하다. 그는 크레모나의 제작자들, 특히 아마티 가문과 친분관계가 있었다고 한다.

(한글로 된 바스케니스 작품 해설 기사도 있네요^^: http://www.cultizen.co.kr/content/?cid=1857)

(아래 그림들은 Public Domain에 있거나 또는 educational/personal purposes로 이용이 허가된 것입니다만, 혹시나 필요하신 분들은 제 블로그의 사진을 퍼가시지 마시고 원출처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바스케니스의 그림들은 이미 저작권이 만료되었으나, 사진자료 자체의 저작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각 박물관이나 미술 관련 웹사이트의 정보를 이용하시면 더 많은 그림 자료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


Still Life with Musical Instruments, ca. 1665
Oil on canvas; 45 1/4 x 46 1/8 in. (115 x 163 cm)
Private collection



Musical Performance with Evaristo Baschenis at the Spinet and Ottavio Agliardi with an Archlute, and a Musical Still Life, ca. 1665
Oil on canvas; 45 1/4 x 46 1/8 in. (115 x 163 cm)
Private collection



Still Life with Musical Instruments and a Statuette (The Music of Silence), ca. 1660
Oil on canvas; 33 7/8 x 45 1/4 in. (86 x 115 cm)
Accademia Carrara, Bergamo



Still Life with Musical Instruments, date?
Oil on canvas; 45 1/4 x 63 in. (115 x 160 cm)
Accademia Carrara, Bergamo

Image of: Musical Instruments
Musical Instruments
34.9 x 54.3 cm (13 3/4 x 21 3/8 in.)
Oil on panel
Museum of Fine Arts, Boston
Gift of Arthur Wiesenberger, 1949


Image of: Musical Instruments
Musical Instruments
72.4 x 98.5 cm (28 1/2 x 38 3/4 in.)
Oil on canvas
Museum of Fine Arts, Boston
Charles Potter Kling Fund, 1964



















Musical Instruments

Oil on canvas, 98,5 x 147 cm
Musées Royaux des Beaux-Arts, Brussels

Still-Life with Musical Instruments
c. 1650
Oil on canvas, 97 x 147 cm
Pinacoteca di Brera, Milan





















Still-life with Musical Instruments
c. 1650
Oil on canvas, 115 x 160 cm
Accademia Carrara, Bergamo




















Still-life with Instruments
1667-77
Oil on canvas, 108 x 153 cm
Gallerie dell'Accademia, Venice

2008년 4월 26일 토요일

[공연] 제614회 KBS교향악단 정기 연주회 (오귀스탱 뒤메이 협연)

사실은 순전히 뒤메이의 연주를 보고 싶어서 이 공연을 예매했다. 재작년에 내한했을 때, 독주회를 놓친 것이 영 아쉬웠었기 때무에 이번에 또 내한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얼른 예매를 했었다.

금요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앞에는 보통의 음악회 관객들과는 좀 다른 사람들이 많이 보였는데, 비씨카드 등에서 초대권을 나누어 준 모양이었다. 공연 분위기를 심히 걱정하면서... 홀로 들어 갔는데, 내가 앉은 박스석에는 아무도 들어 오지 않아서 나는 마치 그 박스 자체를 전세낸 것 처럼 편안히^^ 공연을 감상할 수가 있었다.

  
(출처: kbs.co.kr KBS교향악단 제614회 정기연주회 보도자료)

프로그램
Brahms /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77
Shostakovich / Symphony no.10 in e minor, op.93

뒤메이가 앞장서고 지휘자인 라흐바리가 뒤따라 나와 무대에 서면서 공연이 시작되었다. 3층 박스석이라 바이올린 쪽 단원들과 협연자의 머리와 뒷모습만 보였다... 뒤메이의 바이올린을 자세히 볼 수 없었던 것이 아쉬운 점.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뒤메이가 연주하는 1악장의 바이올린 솔로는 불안불안 이어졌다. 음정이 엇나가는 부분도 간혹 있었고...... "벨기에 악파인 이자이와 그뤼모의 적통"이라는 그의 명성이나, 기존의 그의 연주를 기대했었던 나에게는 약간의 실망과 의문이 생기고 있었다. 피곤하거나... 다른 이유로 몸이 좋지 않았던 것일까?

1악장보다는 나았지만 그의 컨디션은 2,3악장에도 그다지 회복되지는 못했다. 간혹 보잉이 분명치 않거나 음정이 엇나가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 다음에는 발로 무대를 구르며 중심을 잡아 가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만족스러운 연주는 아니었지만, 그의 바이올린 음색 자체는 매우 시원 시원하면서 저음에서는 강한 멋진 것이었다. (고음은 별로 였었지만...)

이번 협주곡의 연주에서는 악장이 끝날 때마다 한동안 박수가 계속되었었는데... 입구에서 본 초대권의 힘이었을까..;;

인터미션에는 전화로... 졸리다고 레슨을 안받고 울면서 선생님을 그냥 돌려보낸 둘째아이를 야단쳤다....ㅠㅠ 어디가 아파서 그랬나 했더니, 목소리가 쌩쌩...;;;;

라흐바리잘 모르는 지휘자인데, 이란 출신의 작곡도 하고 지휘도 하고... 전직은 바이올리니스였던 음악가라고 한다. 그는 브람스 바협도 암보로 지휘하더니 이어지는 쇼스타코비치도 암보로 지휘했다. 별로 크지 않은 키에 풍부한 표정과 다채로운 모션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것이 꽤 재미있었다. 2부에서는 팀파니 주자도 K향의 인기스타(?)인 이영완씨로 바뀌었고, 악장 김복수씨를 비롯한 단원들이 많이 보충이 되었다.

사실 K향이 2부의 쇼스타코비치를 멋지게 연주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연주는 기대 이상이었다. 매우 다이내믹하게 곡을 이끌어 나가서 마치 한 편의 이야기 또는 오페라를 보는 기분이 들을 만큼 흥미진진한 진행을 보여 주었다. 역시 KBS라고 해야 할까... 라흐바리의 역량이 훌륭한 것일까.

관객들도 환호성을 올리며 박수를 보냈다. 라흐바리가 다시 지휘대로 뛰어 올라와 시작한 앵콜은 유명한 글린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이었다. 매우 빠르게 연주되어서 나는 자리 바로 아래쪽의 바이올린들의 보잉과 운지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재미있었던 연주.

[영화] Music of the Heart, 1999

오래 전부터 보려고 했었는데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뉴욕 할렘의 공립학교에서 바이올린 프로그램을 만들고 가르치기 시작한 로베르타 가스파리라는 교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바이올린이라는 악기가 빈민가 아이들의 삶에 스며들어가 기쁨을 주는 과정을 보여주고, 그녀의 교육 프로그램에 감동받은 학부모, 교사, 바이올리니스트들의 도움으로, 예산부족으로 인하여 중단될 뻔한 할렘 공립학교 내의 바이올린 프로그램을 되살려 내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영화의 마지막 콘서트에서 등장하는 아이작 스턴, 이작 펄만, 아놀드 슈타인하트, 죠슈아벨, 마크 오코너 등은 실제로도 "Fiddlefest"라는 이름의 콘서트로 카네기홀 등에서 이스트 할렘 초등학교의 아이들과 연주를 하여 기금 마련을 하였다고 한다. 기금은 현재에도 Opus118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은 학교의 음악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이 영화의 바탕이 된 실화는 1996년 영화에 앞서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는데, 유튜브에도 실려 있다.
콘서트 부분 (실제 로베르타 가스파리가 메릴 스트립보다 더 아름다와 보인다^^;;) 그녀는 이 다큐에서 실제 "Play from here..."이라고 말하면서 가슴을 가리킨다. 그야말로 Music of the Heart인 셈...



이 이외에도 유튜브에 꽤 많은 관련 영상이 올라와 있다.

나는 클래식 음악이 실제로는 매우 대중적이고 실용적인 음악이면서도, 고급음악이라는 멍에가 씌워져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이 영화를 보면서 그리고 Opus118의 활동, "고급"음악가들의 프로그램에의 참여를 보면서 그 허상의 간극이 조금 허물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좀 좋아졌다^^;; 문화적인 환경이 좀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저런 일이 벌어지게 된다면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문화에, 공교육에, 소외된 사람들의 삶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는 사회가 되어야 할 텐데.... 어째 시계바늘이 거꾸로 도는 것 같이 느껴지는 요즈음이긴 하지만 말이다.

잘 모를 때에는 가까이 하기에도 만지기에도 겁나던 바이올린이, 사실 얼마나 가까와 질 수 있는 악기인지, 그리고 스스로 만들어 내는 음악이 어린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에까지 큰 기쁨을 주는 것인지 알게 된 늦깍이 바이올린 초보에게는 아주 마음에 와 닿는 영화였다.

2008년 4월 24일 목요일

도레미송... 우트레미송...

유튜브에는 역시 별게 다 있다. 요한찬미가 또는 Ut queant laxis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Ferenc LISZT Choir 가 부른 것.


그리고 이건 요한찬미가의 솔페지 버전.... ^^;; 교수님이 친절하게도 본인의 손을 가르쳐 가면서 귀도니안 핸드를 설명한다.



그리고 요한찬미가의 악보와 가사


Ut queant laxis
 by Paolo Diacono (Paul Varnefrido) (ca. 720 - ca. 799)
 
Ut queant laxis
resonare fibris
Mira gestorum
famuli tuorum,
Solve polluti
Labii reatum, Sancte Joannes.

“당신의 피조물들이 당신이 행하신 일,
그 아름다움을 자유로이 노래할 수 있도록
그들의 누추한 입술에서 모든 죄악의 그늘을 씻어 주소서!
성요한이여”


이번엔 스페인의 산토 도밍고 데 실로스의 베네딕토 수도사들의 음성으로...

그레고리안 성가의 옛날 악보 from http://www.ceciliaschola.org/

그리고 귀도니안 핸드.

Image:Guidonian hand.jpg

2008년 4월 22일 화요일

지름... 지름... 지름....

어제... 쓸데없이 악보들을 마구 주문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흠칫 놀라 지난 몇 주간을 돌이켜 보았다. 더구나 집에 와보니, 한 달쯤 전에 해외에서 주문한 음반이 뭉텅이로 도착해 있기까지 했다....;;
 
최근에... 인터넷의 유명 서점 두 군데를 오가며... 한 번에 적게는 3-4만 원에서 때로는 20만 원이 넘는 주문에 이르기까지.... 정말 자주 무엇인가를 사고 있다. 음반 하나 사야지, 했다가 이것저것 다 사버리고... 아이 책이나 한 권 사볼까 하고 갔다가는 한 보따리 주문해 버리고... 뭐 괜찮은 책이 있다기에 어떤 책인가 보러 갔다가 전혀 관계없는 음반도 또 사고...;;; 연일 여기저기서 택배들이 자꾸 오는 바람에 집에 빈 박스들만 가득 차 있다.


원래 읽지도 않을 책과 듣지도 않을 음반들을 좀 많이 사들이는 이상한 취미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요즘은 좀 심해진 듯.... (스트레스를 지름으로 푸는 중인가?) 오늘 도착한 음반은 국내보다 좀 싼 것 같아서 해외 음반 판매 사이트에 갔다가... 3개 사면 할인이라는 말에 혹하여 또 왕창 주문한 씨디들...;;

사실 책과 음반뿐만이 아니다. 날이 따뜻해지니 화분이나 하나 사볼까... 하다가 화분도 결국은 여러 개 주문하여 배달받았고... 엊그제는 언뜻 본 드라마에서 닭 가슴살 통조림이 나오는 바람에 통조림도 한 세트 사보고... (과연 먹을 만 할지...ㅡㅡ;;) 오랜만에 꺼내본 선풍기들이 영 제구실을 못하는 것 같아 선풍기도 2대 주문....

이건 뭐...;; 이런 걸 온라인 쇼핑 중독이라고 부르는 걸까? 이제부터 사 놓은 책 다 읽고, 사 놓은 음반 다 읽을 때까지 지름 금지!! (과연...;;)

2008년 4월 20일 일요일

TVO 2008 봄 연주회...

올해에는 봄 연주회 이름을 "뮤직 페스티벌"로 짓고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고는 하지만, 어쩐지 이름이 어색하게 느껴져서 그냥 봄 연주회라고 제목을 썼다.

프로그램보기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하고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대충대충 했었지만) 이렇게 재미있을 수도 있구나... 라고 느끼면서 열심히 레슨에 합주에 쫓아 다녔던 것이 한 2년 정도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작년 가을연주회가 끝나고 한동안 좀 의욕상실이 되었었나 보다.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서 실력에 맞지 않게 어려운 곡들 때문에 스트레스도 받았었고... (그래도 가을연주회까지는 재미있었지만^^) 지난 겨울에는 유난히 이리저리 힘이 들었었다. 오케스트라도 12월 한달은 쉬었었고, 바이올린을 처음 배우면서 계속 했었던 그룹레슨도, 몸도 마음도 피곤해져서 그만두었고... 오케스트라 연습도 어떤 날은 가고 싶지 않아서 미적미적거리기도 하고...

그러니... 지진아의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집에서 개인연습도 거의 하지 않고 결국 연주회가 코 앞으로 다가오고야 말았다. 도무지 무슨 배짱인지... 연주회 전 목요일 연습 때에 지휘자 선생님의 얼굴이 영 어두워 보였다. 아무래도 전반적으로 영 아닌 가보다. 마지막 연습날인 금요일도 앙상블이 이루어지지 않는 부분도 있고.. 전 곡 연주를 하다가 영 맞지 않아 중단되기도 했었다.

연주회 당일. 사실은 정말 "당일치기"로 아침에 일어나서 손가락이라도 좀 풀어 보려고 했으나.... 엊그제부터 심해진 알러지성 결막염으로 눈도 아프고 아침에 먹은 알러지약이 독한지 오전 내내 일어나지도 못하고 자고 말았다. 겨우 리허설 시간에 맞추어 도착해서 악기를 꺼내는데... 어찌 연주해야 할 지 참...

TVO내의 다른 오케스트라들이 먼저 연주하기 때문에 리허설 한 번을 마치고는 한참을 "관객"으로 앉아 연주를 감상했다. 윈드의 연주곡들은 클래식이 아니어서 관객들도 더 재미있어 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하면서... 2층에서 바라보니 객석에 아는 얼굴들도 보이고... (월요일에 출근해서 점심 사줘야 할 듯...;;)

우리 차례가 되어 무대에 나갔는데, 영 무대가 좁다. 더구나 우리 풀트의 자리가 갑자기 바뀌어서 졸지에 관과 타악기 사이에 위치하게 되고... (나 연습 안한 걸 알고 뒤로 쫓아낸 걸까...ㅡㅡ) 결국 연주 중에 타악기 보면대에 활이 계속 부딪히게 되기도 했었다. 어쨌거나, 연주는 시작. 불안불안하게 1악장이 시작되었다. 빠른 패시지 중에 제대로 음을 맞게 연주한게 있었나 싶다...ㅠㅠ 1악장 종지는 신나게 끝나기는 하지만, 어쩐지 좀 불안하게 이어졌고... 1악장이 끝나자 (아마도 졸다 깬) 관객들은 엉겁결에 마구 박수를 치는 일도 발생...; 조금 뜸을 들이다가 이어진 2악장. 사실 2악장 연습을 거의 못했어서 였는지 나에게는 가장 자신 없는 부분이었다. 내 연주에 신경쓰면서 악보 따라가는데 급급해서... 전반적인 연주가 어땠는지 잘 모르겠지만, 대강 마무리는 된 듯..

3악장과 4악장은 정말 정신없이 연주를 했다. 3악장은 괜찮은 편이었던 것 같지만... 악상이 잘 표현되었던 것 같지는 않고, 전반적으로 그냥 크게만 연주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무대 위에 올라가면 긴장이 되어서 작은 부분을 작게 연주하는 것을 잊나 보다. 그럭저럭 4악장까지 연주를 마치고... 예정대로 앵콜을 연주했다. 앵콜곡은 다양한 타악기들이 동원되었는데 타악기 소리에 묻혀서 내 귀에도 내 바이올린 소리가 잘 안들릴 정도였다. 음정이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 절대 모르겠다...ㅡㅡ;; 그래도 (우리 딸 말에 따르면) "대하드라마" 같은 앵콜곡은 박수 갈채를 받았다. 순전히 관과 타악기 덕분인듯...

연주를 마치고 먼데서 와준 분들에게 인사하고... 근처 식당에서 식구들과 저녁을 먹었다. 오빠들 집이 다 근처라서 바빠서 (또는 졸려서?) 연주회는 오지 못했지만 저녁 먹자니까 다들 와서 식당에서 기다라고 있었기 때문 ^^; 식사를 마치고는 뒷풀이에 합류할 생각이었는데, 밥을 먹고 나니 그냥 집에 가고 싶어져 버렸다. 눈도 따가워서 약을 더 넣어야 할 것 같고 먹는 약도 먹어야 하고... 무엇보다 1년 반을 같이했는데도 평소에 뒷풀이 같은 모임에 참석을 하지 않아서 인지, 오케스트라 사람들이 여전히 낯설고 좀 불편하다. (좀 친해지고는 싶은데... 막상 그런 자리에 앉아 있으면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지도 않으면서 어색해 지는 것 같다. 아마도 지난 가을 연주회때 뒷풀이에서 멀뚱히 앉아만 있다가 돌아온 기억 때문인 듯하다.) 또 술도 별로 먹고 싶지 않았고..

술을 먹고 싶지 않았는데... 막상 집에 오니 뭔가 허전하여 방금 영화 한 편을 보면서 맥주 한 캔을 마셨다. (맥주 한 캔도 "술"은 술이니까) 개인연습도 거의 못하고 참가한 연주회치고는 크게 실수 안하고 마친 편이긴 하지만, 다음 연주회에선 이러지 말고 연습도 좀 하고 그래야 할 텐데... 나름 반성을 하고 있는 중이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회사일에서도 스트레스가 쌓였고... 집에서도 이것 저것 일이 많았고, 도윤이가 입학하면서 나도 덩달아 바빠졌고... 하여간 이래저래 일이 많은 몇 달간이었기는 했다. 앞으로는 상황이 좀 나아지고, 또 새롭게 마음을 먹어 연습도 열심히 해서 가을 연주회때는 좀 뿌듯한 기분으로 후기를 쓸 수 있기를...

2008년 4월 15일 화요일

[공연] 안젤라 휴이트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I & II, 2008. 4.11 (금), 4.13 (일)

금요일은 아침 일찍 출근을 한데다가 몸도 별로 좋지 않아서 저녁 공연 시간까지 버틸 수 있을 지 걱정이 많이 되었었다. 엘지아트센터에 도착한 시간은 공연 30분 전. 자리에 앉고 보니 생각보다 좌석이 너무 앞쪽이다. 피아노를 올려다봐야 할 것 같았다.

휴이트는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반짝이는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등장했다. 생각보다는 더 젊어 보였다. 그녀는 악보도 없이 연주를 시작했다. 1권의 C major prelude는 아주 고요하고 너무나 부드럽게 시작되었다.


(출처: LG아트센터)

프로그램보기


페달을 매우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춤추는 듯한 바흐를 연주하던 휴이트는 스스로도 노래하는 듯한 표정과 입모양새를 보여 주면서 연주했다. 가끔 황홀경에 빠진 굴드를 연상시키는 손동작과 표정도 보여 주면서...  파지올리는 아주 명료하고 신선한 울림을 들려 주었는데, 휴이트의 연주 스타일인지 피아노가 다르기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가지고 있는 그녀의 연주 녹음 음반은 10년전의 녹음이기도 하지만 스타인웨이로 녹음된 것이었는데, 연주회에서 들려 오는 그녀의 스타일은 그 음반과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었다. 물론 실제 눈앞에서의 연주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겠지만, 콘서트홀에서의 그녀의 바흐는 더욱 생동감이 있게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매 곡의 마지막 종지. 음의 여운을 주려는 듯 길게 음을 눌렀다가 "여기까지야"라고 말하는 듯한 동작으로 확실하게 손을 건반에서 떼고는 했는데, 손가락이 건반에서 떨어질 때까지 매우 균일한 음색으로 음이 지속되어서 마치 오르간의 소리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첫 날의 연주회는 2시간 반을 넘어서야 끝났다. 싸인회가 있었지만, 너무 피곤하여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휴이트는 첫날 연주의 감상을 그녀의
홈페이지에 써놓았는데, 서른 살도 안되어 보이는 젊은 관객들이 너무나 많아서 놀랐다는 내용 등 한국 관객들의 젊음과 열정이 꽤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옆의 사진은 그녀의 홈페이지에서 가져왔다)

두번째 공연... 일요일. 아침에 성묘를 갔다가 서둘러 서울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차가 밀려서 늦을까봐 상당히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정체구간을 빨리 지나올 수 있어서 공연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금요일 공연보다는 빈자리가 조금 더 많았던 듯...

휴이트는 진한 파랑색 원피스를 입고 무대로 나왔다. (아래 사진의 드레스. 서울 공연의 사진은 아니지만 같은 옷인 것 같아서 휴이트의 홈페이지에서 가져왔다.) 자리는 첫 날 연주회보다는 약간 뒤쪽이지만 휴이트의 손가락, 그녀의 모습과 피아노까지 너무나 잘 보이는 정말 좋은 자리였다.

사실 평균율클라비어곡집 2권의 악보를 가져와서 보고 싶었으나 커다란 악보를 넘기면서 보는 것도 그렇고 해서 그냥 왔는데, 내 옆의 아가씨는 악보를 가져와서 보면서 연주를 감상하고 있었다. 사실 평균율 전곡 연주회라는 것이 보통의 음악회와는 성격이 많이 다를 수 밖에 없으니까, 악보를 가져와서 "공부"를 하면서 듣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악보를 보면 바흐가 보일지는 몰라도 휴이트가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휴이트의 평균율 연주에서는 바흐가 바흐처럼 들렸다가, 19세기의 음악처럼 들렸다가, 때로는 20세기초의 음악같이 들리기도 했었다. 그녀의 바흐는 독특하고 매우 아름다운 음색을 가지고 있었고 부드러운 레가토들이 이어졌지만, 아티큘레이션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녀는 바흐를 "노래"하고 있었고, 그녀는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지만 속으로 그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었던 것 같다.

음악 이외에도... 2권의 후반부까지 이어지는 그녀의 집중력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곡을 악보를 보면서 연주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암보로 그 긴 시간을 연주하다니... 사실 가만히 앉아 듣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다.

연주자의 싸인을 받는 일에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에 보통은 싸인회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은 잘 하지 않지만, 2권의 연주가 모두 끝나자 나는 이번만큼은, 이런 연주를 한 휴이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또 나 스스로도 두 번에 걸쳐 평균율 클라비어 전곡을 들었다는 흔적 (또는 증거^^)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씨디의 해설지에 그녀의 싸인을 받으면서 "멋진 음악 고맙습니다"라고 말을 건넸더니, 그녀는 고맙다며 연주자인지 애호가인지를 묻더라. 내가 캐주얼한 옷차림이어서 (그리고 서양인들은 종종 조그만 동양여자의 나이를 오해하기 때문에..) 혹시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나 보다.


덧글) 그 이틀간의 연주를 들으면서 사실 나도 휴이트가 한국 관객들을 보고 느낀 점을 같이 느꼈었다.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아닌 평균율 전곡을, 무슨 생각으로 저토록 진지하게 듣고 그토록 환호하는 걸까... 그것도 저렇게 젊은 사람들이, 따뜻한 봄날, 그것도 일요일 오후에 말이다. 전국의 피아노 전공학생들이 다 온 것도 아닐텐데... 신기하기도 하고... 그냥 모두... 나같은 사람들인가?

테헤란밸리오케스트라 2008 뮤직 페스티벌 (4월19일 토 오후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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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6일 일요일

[책] 폼페이 - 로버트 해리스, 2003

재미있는 책을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구입한 소설이다. "히스토리 팩션"이라는 설명이 달려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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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해리스 (지은이), 박아람 (옮긴이)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출간일 : 2007-09-13 | ISBN(13) : 9788925511962  
양장본 | 464쪽 | 230*158mm


이탈리아에 두 번 가봤다. 한 번은 로마에서만 한 이틀 정도. 두 번째에는 로마, 베니스, 밀라노, 피렌체 등... 하지만 미항으로 소문난 나폴리와 고대 로마의 흔적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폼페이는 멀다고 해서 못 가봤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면서 그 근방의 지도와 폼페이의 사진 자료들을 찾아보는 것도 상당한 즐거움이었다.

소설은 폼페이가 아닌 미세늄에서 시작하고, 화산과는 전혀 관계없을 듯한 아쿠아리우스(수도국 기술직원)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워낙 대중의 기호를 잘 알고 있는 이야기꾼인 작가는 아주 매끈하게, 그리고 상당히 많은 자료를 참고하여 가면서 그렇게 시작한 소설을 폼페이로 이끌어 내고 화산 폭발의 생생한 이틀간의 바로 그 현장까지 안내하여 준다.

마치 헐리웃 영화를 보는 기분이랄까... (사실 이 소설은 원래 영화화가 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고 하나, 위키피디아에 가보니 고령의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크랭크인을 연기하였고, 영화도 맡지 않기로 하였다는 소식이 쓰여 있다.) 적당한 로맨스와 결말에서 주인공 남녀의 생사 여부에 대한 이야기를 전설 운운하며 끝내는 것도 상당히 대중영화스럽다. 종이에 글이 인쇄되어 있슴에도 불구하고 마치 컴퓨터 그래픽으로 되어 있는 영화를 보는 느낌인 것은, 나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작가가 뛰어난 이야기꾼임에도 불구하고 서기 79년에 일어난 이 화산폭발을 매우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지도 및 자료 보기


"현대적" 해석이라는 느낌은 사실 등장인물들 때문에 온 것이다. 중요 등장인물을 비롯하여 소설 속의 모든 인물들은 상당히 현대적인 또는 근대적인 인물들인데, 그것이 당시의 로마제국이 지금과 비슷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작가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쓴 것인지는 모르겠다. 한국이건 영국이건 어디서나 이 시대에서 만날 법한... 천박하고 잔인한 졸부, 책임감있는 기술직 관리, 강한 여성, 권력과 돈에는 약하지만 책임감은 없는 정치인들, 등등. 사실... 독자들이 소설 속의 인물을 더 가깝게 이해할 수 있는 설정이긴 하다. 어차피 역사책이나 학술논문이 아니라 소설을 선택한 독자들이니까.....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대부분인 가상의 인물인 듯 하지만, 플리니우스는 유명한 "박물지"를 쓴 실존인물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다른 인물들에 비해 상당히 로마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봐서 그런건가?) 그가 아쿠아리우스인 아틸리우스를 폼페이로 보내고, 또 같이 배를 타고 스타비아이로 가 아틸리우스가 다시 폼페이로 들어가게끔 만들기 떄문에, 이 소설에서 사실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정말 그가 화산이 폭발했을때 배를 띄웠을까 궁금했다. 찾아보니, 조카인 가이우스 (소설에도 나오는) 플리니우스에 따르면 그의 삼촌은 정말로 화산을 관찰하기 위하여 바다로 나갔고 실제로 화산 폭발 이틀 후인 8월26일 잿더미에 묻혀 질식사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삶에 대한 욕구보다 더 강한 탐구정신이라니...

다시 이탈리아를 가게 되면, 크레모나를 비롯한 북부지역을 돌아 보고 싶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역시 폼페이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