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6일 일요일

[책] 폼페이 - 로버트 해리스, 2003

재미있는 책을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구입한 소설이다. "히스토리 팩션"이라는 설명이 달려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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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해리스 (지은이), 박아람 (옮긴이)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출간일 : 2007-09-13 | ISBN(13) : 9788925511962  
양장본 | 464쪽 | 230*158mm


이탈리아에 두 번 가봤다. 한 번은 로마에서만 한 이틀 정도. 두 번째에는 로마, 베니스, 밀라노, 피렌체 등... 하지만 미항으로 소문난 나폴리와 고대 로마의 흔적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폼페이는 멀다고 해서 못 가봤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면서 그 근방의 지도와 폼페이의 사진 자료들을 찾아보는 것도 상당한 즐거움이었다.

소설은 폼페이가 아닌 미세늄에서 시작하고, 화산과는 전혀 관계없을 듯한 아쿠아리우스(수도국 기술직원)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워낙 대중의 기호를 잘 알고 있는 이야기꾼인 작가는 아주 매끈하게, 그리고 상당히 많은 자료를 참고하여 가면서 그렇게 시작한 소설을 폼페이로 이끌어 내고 화산 폭발의 생생한 이틀간의 바로 그 현장까지 안내하여 준다.

마치 헐리웃 영화를 보는 기분이랄까... (사실 이 소설은 원래 영화화가 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고 하나, 위키피디아에 가보니 고령의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크랭크인을 연기하였고, 영화도 맡지 않기로 하였다는 소식이 쓰여 있다.) 적당한 로맨스와 결말에서 주인공 남녀의 생사 여부에 대한 이야기를 전설 운운하며 끝내는 것도 상당히 대중영화스럽다. 종이에 글이 인쇄되어 있슴에도 불구하고 마치 컴퓨터 그래픽으로 되어 있는 영화를 보는 느낌인 것은, 나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작가가 뛰어난 이야기꾼임에도 불구하고 서기 79년에 일어난 이 화산폭발을 매우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지도 및 자료 보기


"현대적" 해석이라는 느낌은 사실 등장인물들 때문에 온 것이다. 중요 등장인물을 비롯하여 소설 속의 모든 인물들은 상당히 현대적인 또는 근대적인 인물들인데, 그것이 당시의 로마제국이 지금과 비슷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작가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쓴 것인지는 모르겠다. 한국이건 영국이건 어디서나 이 시대에서 만날 법한... 천박하고 잔인한 졸부, 책임감있는 기술직 관리, 강한 여성, 권력과 돈에는 약하지만 책임감은 없는 정치인들, 등등. 사실... 독자들이 소설 속의 인물을 더 가깝게 이해할 수 있는 설정이긴 하다. 어차피 역사책이나 학술논문이 아니라 소설을 선택한 독자들이니까.....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대부분인 가상의 인물인 듯 하지만, 플리니우스는 유명한 "박물지"를 쓴 실존인물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다른 인물들에 비해 상당히 로마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봐서 그런건가?) 그가 아쿠아리우스인 아틸리우스를 폼페이로 보내고, 또 같이 배를 타고 스타비아이로 가 아틸리우스가 다시 폼페이로 들어가게끔 만들기 떄문에, 이 소설에서 사실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정말 그가 화산이 폭발했을때 배를 띄웠을까 궁금했다. 찾아보니, 조카인 가이우스 (소설에도 나오는) 플리니우스에 따르면 그의 삼촌은 정말로 화산을 관찰하기 위하여 바다로 나갔고 실제로 화산 폭발 이틀 후인 8월26일 잿더미에 묻혀 질식사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삶에 대한 욕구보다 더 강한 탐구정신이라니...

다시 이탈리아를 가게 되면, 크레모나를 비롯한 북부지역을 돌아 보고 싶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역시 폼페이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버렸다. ^^;

댓글 4개:

  1. 저도 아직 나폴리는....

    제 아내가 그 쪽을 한 번 돌고오고선 너무 좋다고 하는데.....

    ㅎㅎ...이태리에 오시면 제 아내의 가이드로 함께 가보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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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슈타이너 - 2008/04/06 22:48
    이태리에 계시는 슈타이너님도 남쪽동네는 안가보셨군요^^ 그 동네가 북쪽하고는 말투도 많이 다르고 운전이며.. 기타 등등 좀 험하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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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넵....가보지 않은 이유는....남부 문화가 그렇게 맘에 들지 않아서리...그런데 이제는 가보고 싶어 졌는데요...

    자연경관이 너무 아름답다고 해서요.

    남부가 모두 험하건 아닌거 같구요. 나폴리가 이태리에서 가장 어지러운 동네인 것 같습니다. 나폴리시에서는

    외국인들도 합세해서 총격전을 벌이기도 하고 살인이니...마약이니 매춘이니....신문지상을 끊임없이 장식하더라구요. 제 한국인 친구 힌 먕은 나폴리 시에서 걸어가고 있었는데 스쿠터를 탄 두명의 젊은이가 옆으로 지나가다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자신의 가슴을 퍽~!!!..치며 달아나더라는.....

    생각해보니 ......이태리 북부가 아니라 나폴리 여행마저 캔슬이 되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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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슈타이너 - 2008/04/07 16:51
    ㄷㄷㄷㄷ 나폴리는 역시 사진으로만 보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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