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20일 일요일

TVO 2008 봄 연주회...

올해에는 봄 연주회 이름을 "뮤직 페스티벌"로 짓고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고는 하지만, 어쩐지 이름이 어색하게 느껴져서 그냥 봄 연주회라고 제목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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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하고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대충대충 했었지만) 이렇게 재미있을 수도 있구나... 라고 느끼면서 열심히 레슨에 합주에 쫓아 다녔던 것이 한 2년 정도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작년 가을연주회가 끝나고 한동안 좀 의욕상실이 되었었나 보다.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서 실력에 맞지 않게 어려운 곡들 때문에 스트레스도 받았었고... (그래도 가을연주회까지는 재미있었지만^^) 지난 겨울에는 유난히 이리저리 힘이 들었었다. 오케스트라도 12월 한달은 쉬었었고, 바이올린을 처음 배우면서 계속 했었던 그룹레슨도, 몸도 마음도 피곤해져서 그만두었고... 오케스트라 연습도 어떤 날은 가고 싶지 않아서 미적미적거리기도 하고...

그러니... 지진아의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집에서 개인연습도 거의 하지 않고 결국 연주회가 코 앞으로 다가오고야 말았다. 도무지 무슨 배짱인지... 연주회 전 목요일 연습 때에 지휘자 선생님의 얼굴이 영 어두워 보였다. 아무래도 전반적으로 영 아닌 가보다. 마지막 연습날인 금요일도 앙상블이 이루어지지 않는 부분도 있고.. 전 곡 연주를 하다가 영 맞지 않아 중단되기도 했었다.

연주회 당일. 사실은 정말 "당일치기"로 아침에 일어나서 손가락이라도 좀 풀어 보려고 했으나.... 엊그제부터 심해진 알러지성 결막염으로 눈도 아프고 아침에 먹은 알러지약이 독한지 오전 내내 일어나지도 못하고 자고 말았다. 겨우 리허설 시간에 맞추어 도착해서 악기를 꺼내는데... 어찌 연주해야 할 지 참...

TVO내의 다른 오케스트라들이 먼저 연주하기 때문에 리허설 한 번을 마치고는 한참을 "관객"으로 앉아 연주를 감상했다. 윈드의 연주곡들은 클래식이 아니어서 관객들도 더 재미있어 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하면서... 2층에서 바라보니 객석에 아는 얼굴들도 보이고... (월요일에 출근해서 점심 사줘야 할 듯...;;)

우리 차례가 되어 무대에 나갔는데, 영 무대가 좁다. 더구나 우리 풀트의 자리가 갑자기 바뀌어서 졸지에 관과 타악기 사이에 위치하게 되고... (나 연습 안한 걸 알고 뒤로 쫓아낸 걸까...ㅡㅡ) 결국 연주 중에 타악기 보면대에 활이 계속 부딪히게 되기도 했었다. 어쨌거나, 연주는 시작. 불안불안하게 1악장이 시작되었다. 빠른 패시지 중에 제대로 음을 맞게 연주한게 있었나 싶다...ㅠㅠ 1악장 종지는 신나게 끝나기는 하지만, 어쩐지 좀 불안하게 이어졌고... 1악장이 끝나자 (아마도 졸다 깬) 관객들은 엉겁결에 마구 박수를 치는 일도 발생...; 조금 뜸을 들이다가 이어진 2악장. 사실 2악장 연습을 거의 못했어서 였는지 나에게는 가장 자신 없는 부분이었다. 내 연주에 신경쓰면서 악보 따라가는데 급급해서... 전반적인 연주가 어땠는지 잘 모르겠지만, 대강 마무리는 된 듯..

3악장과 4악장은 정말 정신없이 연주를 했다. 3악장은 괜찮은 편이었던 것 같지만... 악상이 잘 표현되었던 것 같지는 않고, 전반적으로 그냥 크게만 연주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무대 위에 올라가면 긴장이 되어서 작은 부분을 작게 연주하는 것을 잊나 보다. 그럭저럭 4악장까지 연주를 마치고... 예정대로 앵콜을 연주했다. 앵콜곡은 다양한 타악기들이 동원되었는데 타악기 소리에 묻혀서 내 귀에도 내 바이올린 소리가 잘 안들릴 정도였다. 음정이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 절대 모르겠다...ㅡㅡ;; 그래도 (우리 딸 말에 따르면) "대하드라마" 같은 앵콜곡은 박수 갈채를 받았다. 순전히 관과 타악기 덕분인듯...

연주를 마치고 먼데서 와준 분들에게 인사하고... 근처 식당에서 식구들과 저녁을 먹었다. 오빠들 집이 다 근처라서 바빠서 (또는 졸려서?) 연주회는 오지 못했지만 저녁 먹자니까 다들 와서 식당에서 기다라고 있었기 때문 ^^; 식사를 마치고는 뒷풀이에 합류할 생각이었는데, 밥을 먹고 나니 그냥 집에 가고 싶어져 버렸다. 눈도 따가워서 약을 더 넣어야 할 것 같고 먹는 약도 먹어야 하고... 무엇보다 1년 반을 같이했는데도 평소에 뒷풀이 같은 모임에 참석을 하지 않아서 인지, 오케스트라 사람들이 여전히 낯설고 좀 불편하다. (좀 친해지고는 싶은데... 막상 그런 자리에 앉아 있으면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지도 않으면서 어색해 지는 것 같다. 아마도 지난 가을 연주회때 뒷풀이에서 멀뚱히 앉아만 있다가 돌아온 기억 때문인 듯하다.) 또 술도 별로 먹고 싶지 않았고..

술을 먹고 싶지 않았는데... 막상 집에 오니 뭔가 허전하여 방금 영화 한 편을 보면서 맥주 한 캔을 마셨다. (맥주 한 캔도 "술"은 술이니까) 개인연습도 거의 못하고 참가한 연주회치고는 크게 실수 안하고 마친 편이긴 하지만, 다음 연주회에선 이러지 말고 연습도 좀 하고 그래야 할 텐데... 나름 반성을 하고 있는 중이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회사일에서도 스트레스가 쌓였고... 집에서도 이것 저것 일이 많았고, 도윤이가 입학하면서 나도 덩달아 바빠졌고... 하여간 이래저래 일이 많은 몇 달간이었기는 했다. 앞으로는 상황이 좀 나아지고, 또 새롭게 마음을 먹어 연습도 열심히 해서 가을 연주회때는 좀 뿌듯한 기분으로 후기를 쓸 수 있기를...

댓글 8개:

  1. 먹고사느라... 레슨비 버느라 못갔네유.. 죄송해유.. 흑.. ㅡㅜ....



    스트링에서도 절 원하던데.... 부담없이 맘놓고 부를만한 관객이라고.. ㅡ_-;; 젠장...



    혜석씨가 심포니 들어오라 하는데.. 어찌될지는... 전 관악기랑 안친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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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오케를 좋아하신다면야 어쩔 수 없지만...

    작은 앙상블에서 연주해보심이 어떨지요?

    슈삐님의 지난 몇 번의 오케에 관련된 글들이 생각나는데

    모두...즐거움보다는 괴롭고 힘듬의 연속인 듯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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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슈타이너 - 2008/04/22 04:07
    헉... 그렇게 비춰졌나요... 사실 그런건 아니고.. 즐거움이 더 크죠^^;; 아무래도 실력도, 연습할 시간도 모자라서... 글이 좀 부정적으로 보이게 되어 버렸나봐요. 저번 연주회 끝나고는 좀 힘들었는데.. 이번 연주회 끝나고 나니 그런데로 기분이 괜찮아 졌답니다^^



    그런데 앙상블도 정말 해보고 싶어요. 몇 명 모아서 만들어 볼까 싶기도 한데... 역시 시간적인 제약도 있고, 맘 맞는 분들을 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고... 그렇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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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ViolinHolic - 2008/04/21 23:29
    죄송은요... 당연히 레슨비 버셔야죠^^; 근데 정말 심포니 들어오세요. 나름 재밌어요^^ 저도 심포니에 친한 사람 하나 있었음 싶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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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앙상블 하면 제가 비올라로 전향하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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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ViolinHolic - 2008/04/22 09:35
    아.. 정말 같이 앙상블 하나 만들어 볼까요? ^^ 심포니 오디션 5월 초에 본다는데... 얼른 신청해서 들어오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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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음.. 심포니에 비올라로 들어가볼까요 ㅡ.,ㅡ;; 비올라 하나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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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ViolinHolic - 2008/04/22 22:13
    심포니 비올라도 괜찮을 것 같네요^^ 일본분도 한 분 계시지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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