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30일 금요일

2007년 11월 마지막날의 잡생각들

11월의 마지막날이다. 2000년대로 넘어 오며서, 한 해가 다 가도록 여전히 연도가 익숙해 지지 않는 증상이 심해지고 있다. 사실 난 아직도 2006년을 살고 있는 것 같은데 2007년도 끝나가고 있다니 참 새삼스럽다.

이런 증상은 내가 치매에 가까운 정신상태로 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사실 어느 정도는 직업병이기도 한데.... 늘 지난 기간의 회계기록들을 보면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회계법인에 있을 때에는 3월이 지나고 4월이 되어야 다음해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을 가졌었다. 3월까지 12월말 법인들의 감사와 세무조정에 매달려 있기 때문에, 해가 바뀌었다는 느낌이 전혀 안드는 것이다. 그래서 일하면서 "올해"라고 부르는 것은 대개 작년도였었다..ㅡㅡ;; 아.. 이제 해가 바뀌었구나라고 느낄 즈음에는 벚꽃도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지기 시작하는 시기이고... 개나리 진달래는 이미 온데간데 없어지는 계절이었다.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 유학시절에는 나름 제 시간을 찾아 간 듯 했었고, 그 이후에 planning일을 했을 때에도 제 날짜에 살고 있는 듯 했다. sales/income을 매주, 매달 분석하고, 남은 기간의 forecast도 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다시 tax의 세계로 돌아 온 후에는 늘 과거 5년의 시간에 묻혀서 산다... 일반적으로 tax liability의 소멸시효는 5년이기 때문.... 그래서 작년, 아니 올해 3월까지도 2001년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였다.

물론 내가 늘 과거의 쓰레기(?)처리만 하는 것은 아니긴 하다. 여러가지 deal에서 alternative structures를 가지고 tax관련된 panning을 하기도 하고..... 과거가 아니라 현재 당장 처리해야 하는 문제들도 산더미처럼 있기는 하다. 더구나, 이맘때 즈음이면 쏟아져 나오는... 그리고 사실은 연중 나오는 각종 법률 개정안들은 모두 미래의 문제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회계세무쟁이라는 인간들은 과거의 기록에 매달린다. 이 직종의 인간들은 숫자, 그것도 estimation이나 forecasting이 아닌 real number에 집착한다. 세무쟁이들이 회계쪽 보다 더 그러하다. 회계는 발생주의지만 세무는 권리의무확정주의가 아닌가.

각설하고.... 어쨌건 이제 2007년은 달랑 한달이 남아 있다. 2008년이 되면 대부분의 내 친구들 동기들은 마흔이 된다. 생일이 빠른 관계로 나는 아직 삼십대에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을 1년 벌기는 했지만...(쓰고 보니 마치 무슨 집행유예기간 같은 느낌...?) 심리적으로는 이제 나도 마흔줄이구나 라는 느낌에 더 가깝게 가게 될 것 같다. 김광석의 서른즈음에가 나온 때는 내가 아직 20대였을 때였는데... 그래서 서른 즈음이 되었을 때 그 노래를 불렀었던 것 같은데... 또 10년이 지나가다니... 김광석은 마흔즈음에를 만들지 못하고, 부르지도 못하고 갔는데... 말이다...

한동안 상당히 즐겁게 지내왔던 것 같은데, 몇 달 전부터 이런 저런 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대부분이 회사와 관련된 것들이라 뚜렷하게 방향전환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방향전환이 안되면 기분전환이라도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싶다. 해도 바뀌는데...... 남은 휴가 몽땅 써서 여행이나 갈까?

2007년 11월 26일 월요일

레슨일지 2007. 11. 24 (토)

2주를 건너뛰고 받은 레슨. 내가 참여하지 못했던 유스트링 연주회가 있었고, 그 다음주에는 이유는 잘 모르지만 레슨을 하지 않았었다. 사실 그 전 10월에도 레슨을 2-3주나 빠져서.... 사실 10월 11월 두 달 동안 받은 레슨이 한 두번 밖에 안된 것 같다... 여하튼 전의 레슨에서 바흐 더블 콘첼토 2악장까지 끝내고 나서 일단 바흐 무반주 악보를 사두기는 했는데, 어떤 곡으로 진도를 나가게 될지 잘 모르는 채로 갔다.

나도 버릇이 되었는지... 또 한 30분 쯤 늦었는데, 가보니 선생님 말고 한 명만 와 있었다. 내가 들어가고 나자 조금 후에 한 명이 더 왔는데... 나머지 사람들은 결석인가 보다.

늘 하는 시라디크, A현 연습, D현 연습, A,D현 번갈아 가며 하는 연습, 슬러연습
흐리말리 g minor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1번 4악장 프.레.스.토......를 안단테처럼 하기....ㅡㅡ;;


한시간 반 정도 손가락을 풀고... 흐리말리 F major 2옥타브 연습을 하고 있었더니, 내 차례가 되었다. 어떤 곡을 나갈 지 잠시 고민하시던 선생님... BWV 1001의 프레스토 페이지를 펼치고는 그걸 하겠다고 하시고는 같은 조인 g minor스케일을 먼저 해보라고 하신다. b 플랫의 음정에 유의하여 연습할 것.

그리고는 프레스토를 천천히 연습했다. 천천히 하니 초견에도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원곡과는 비슷하지도 않았다...;; 그 곡을 천천히 하면 이런 멜로디가 되는 거였구나.. 새삼 신기해 하며 악보를 몇 번 읽어봤다. 프레스토의 빠르기로 과연 할 수나 있을까... 심히 의심이 된다. 이 곡을 선택하신 이유가... 아마 더블스탑 또는 트리플, 쿼드러플 스탑이 거의 나오지 않는 다는 것인 듯 한데... 내게는 여기 끝 부분에 나오는 3음코드들을 잡는 것도 연습이 필요할 듯하다.

평소에는 악기가 작아서 지판 간격이 너무 좁은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다가도, 운지가 까다로운 코드나 멜로디가 나오면 내 손이 작은 것이 역시 원망스럽다..ㅡㅜ 하지만... 작고 큰 것보다는 유연성과 필요한 근육의 단련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이건 역시 연습만이 해결책이다.

2007년 11월 24일 토요일

[책] 첼리스트 카잘스, 나의 기쁨과 슬픔



첼리스트 카잘스, 나의 기쁨과 슬픔
앨버트 칸 (Albert E.Kahn) 지음, 김병화 옮김, 파블로 카잘스 구술, 한길아트

80-90년대에 한 번 국내에서 출간되었다가 절판되었던 책이 2003년 한길아트에서 다시 나왔다. 책값은 당연히 비싸졌고.... 예전에 나왔던 책을 읽어 보진 못했지만, 그 책이 인용되어 있는 글들을 간혹 보면, 당시의 번역보다는 현재 이 책의 번역이 더 부드럽고 실제로 카잘스가 조곤조곤 이야기해 주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별다른 기대없이 일반적인 음악가들의 자서전 또는 전기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책은 마치 잠언을 읽는 것처럼 구절구절 메모하고 기억하고 싶은 카잘스의 명언들로 가득 차 있었다. 1969년 정도에 앨버트 칸이 카잘스를 인터뷰했던 글을 바탕으로 쓰여져 있기는 하지만, 그의 어린 시절부터 노년기까지의 일들이 시대순으로 기록이 되어 있다. 아무래도 좀 더 최근의 일들과 최근의 그의 생각들 - 2차대전과 그 후의 활동들 - 이 더 많이 반영되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책의 내용이 모두 카잘스의 구술이라면, 그의 기억력은 아흔세살이라는 나이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생생하다.

그는 긴 삶을 살았지만, 그의 삶은 다른 음악가들과는 다르게 음악 이외의 것들과도 많이 얽혀 있었다. 그가 에스파냐의 카턀루냐 출신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가 20세기 초를 살아야 했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따뜻한 마음과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용기있는 삶을 선택했기 때문에 그러했었다. 단지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에 대한 놀라운 재능을 가지고 있는 카탈루냐의 한 꼬마였던 카잘스는.... 처음에는 첼로로 사람들을 감동시켰지만, 훗날에는 그가 보여준 신념과 의지로 조국의 동포들에게 힘이 되고, 유럽과 세계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거인이 된다.

참혹했던 에스파냐 내전과 2차대전이 없었다면, 그의 인생은 평탄한 음악가의 길이 되었을 지도 모르고, 그는 고향을 죽을 때까지 돌아가 보지 못하는 운명이 되지 않았을런지도 모르지만, 그랬기 때문에... 지금 21세기에도, 또 훗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신념을 기억하고 그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가장 단순하고 가장 명확하게 보이는 것을 가끔씩 잊고 산다. 어떠한 이념이나 생각이 옳다고 믿게 되었을 때에는 그것이 바로 우리의 형제들과 친구들을 위하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날 우리는 왜 그러했는지를 잊고 결과만을 받아 들이곤 한다. 또 어쩌면 애써 스스로의 행동을 합리화시키면서 조금 더 안락한 삶을 살고 싶어 하기도 한다.

죽기 불과 몇 달전까지 연주회를 가졌던 첼리스트. 매일 아침, 바흐로 온 집안을 축복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던 경건한 사람. 사람들을 좋아했던 다정다감한 연주자. 그리고 전쟁들 속에서 살아 오면서 더욱 간절히 평화를 바라게 되었던 휴머니스트.

한 세기 가까운 세월을 살아온 노첼리스트, 카잘스는 책에서 강한 어조로 세상에 이야기 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그들 하나하나가 놀랍고 유일한 기적과도 같은 존재임을 알려 주어야 하고, 모든 다른 사람도 다 똑같은 기적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그래서 똑같은 기적인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고 서로서로를 소중히 여기도록 하자고. 그래서 이 세상을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것으로 만들도록 노력하자고....

2007년 11월 23일 금요일

감동적인 연주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음악을 듣고 느끼는 감동은 완벽한 연주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정말 빈틈없는 연주이지만 아무런 느낌이 없는 경우도 있고, 간혹 실수도 있지만 눈물나게 아름다운 경우도 있다. 악기의 소리보다 지지직거리는 잡음이 더 많이 들리는 음반에서도 가슴아픈 감동이 전해져 오는 경우도 있고, 깔끔하고 세련된 자켓과 흠 하나 없는 녹음에서도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Marshall C. St. John이 모아 놓은 카잘스에 대한
스크랩북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을 발견했다.

It is not technique on a particular instrument that makes a man or woman a great musician, but love of music and people. In Casal's old age his technique slipped quite a bit, and even in his prime he probably did not have the technical abilities of Starker, Rostropovich or Ma. But he played his music from a heart full of love, dignity and respect. He truly cared about people, and freedom and justice; and so he moved those who heard him, and he had a great impact on the musical world, and the world at large. Students hoping to be professional artists should give time to developing their souls and minds, and humanity, along with their fingers and bow arms.

음악은, 분석을 하기에도, 공부를 하기에도 좋은 소재이고, 역사와 뒷배경을 알아 보는 것도 모두 모두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가슴 떨리는 감동은 정말 알 수 없는 곳에서 오곤 한다. 음표들은 연주자의 머리로, 가슴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악기를 통하여 나의 머리로 그리고 가슴으로 들어 온다. 그리고 모두가 다른 음악이 되는 것이다....

아무런 기교도, 화려한 무대도 없이 깨끗하지도 않은 음질의 CD에서 들려지는 카잘스의 바흐가 그토록 따뜻하고 감동적일 수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일까. 

2007년 11월 15일 목요일

[책] 일타쌍피를 노리다 - '클래식광, 그림을 읽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 이장현
196p

책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은지도 꽤 되었다. 아마 고클래식에서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 같다. 비록 독자층이 두껍지는 않겠지만, 상당히 색다르고 흥미있는 주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있는 오래된 도이치그라모폰의 LP세트에는 재미없게도 연주자들의 사진이나 작곡가들의 얼굴들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새로 나온 음반들일 수록 회화작품들이 커버에 실려 있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갈수록 음반디자인에 세련되어 지는 듯하다. 그 그림들이 명화인지는 워낙 그림에 아는 바가 없어 잘 모르긴 했지만, 재미없는 음악가들의 사진들 보다는 (물론 연주자가 훈남일 경우는 제외...) 커버에 이쁜 그림들이 들어 있는 것이 좋긴 했었고... 음반회사가 음반디자이너를 고용한 보람이 있을만큼이나, 더 손이 갔었다. 

책은 아주 쉽게 읽혀진다. 작가는 인터넷에 실렸을 법한 투의 문체로 (실제로 고클래식에서 연재된 글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글을 써 나가서 편안하게 앉아 친구에게서 이야기를 들으며 그림감상을 하는 기분이었다. 책에 나와 있는 음반들을 같이 들으며 읽으면 좋았겠지만... 자기 전에 조금씩 읽었기 때문에 음악을 같이 듣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림을 보면서 머릿속으로 음악을 상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나중에 음반구입 시에 참고가 될 만한 음반도 꽤 있었다.

그림과 음악, 그에 얽힌 이야기들이 함께 어우러져,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 음악과 그림을 함께 배울 수 있는 일석이조, 일거양득, 일타쌍피의 책이 되리라고 예상했었는데, 상당히 그 의도에 걸맞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작가가 글을 쓰면서 이것 저것 찾아보고 알아 보았을 과정이 더욱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세상은 넓고 음반은 많으니, 다음에 그림이 있는 음반을 만나면 스스로 리서치를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2007년 11월 12일 월요일

가을 정기 연주회를 마치고....

생각해보니 지난 4월말, 5월부터 6개월이 넘게 연주회를 준비해온 셈이다. 일주일에 고작 2시간 연습을 했다고 하더라도... 뮤캠 등을 합치면 6-70시간을 연습한 것이니.... 정말 긴 시간이었다. 난 여전히 빠른 패시지를 얼버무리면서 연주를 했지만, 다행히 빵빵한 관들의 소리- 동원된 객원 금관들 포함 - 에 적절히 파묻혀서 무난히 (?) 넘어갔다.

연주회 전 연습들.

목요일 정기연습 이후에, 금요일 특별연습이 있었다. 회사에 또 누가와서 금요일 저녁을 같이 먹자고 했지만, 무사히 도망나왔다... 사실 그 지겨운 저녁식사를 하는 것보다는 오케연습이 100배는 재미있다. 금요일 밤 서울대입구역의 낯선 연습실에서 알 수 없는 물줄기 소리를 들으며 연습을 마쳤다. 저녁이라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 동네는 10년전과는 도무지 같은 동네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많이 변해 있었다. 공룡같은 빌딩들이 어찌나 많이 들어서 있던지...

연습실에는 금관들이 가득 차 있었고, 팀파니와 심벌즈 하시는 분들도 와계셨다. 이거 사운드가 장난 아니겠는걸... 했는데... 브루흐의 로망스를 시작하고 나자... 갑자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소리가 퍼지고 흡수되어서 그런건지... 영 작고 자신없는 소리가 울려 나왔다. 이런.. 내일이 연주회인데 어쩌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나아져 가긴 했고... 밤 시간이라 다들 지쳐 보이긴 했지만, 내일은 잘 되겠지 생각하면서 연습을 마쳤다. 10시반. 집에 도착하니 11시가 넘었다.

다음날 연주회 당일은 다행이 놀토라.. 지윤이가 학교를 안가니 늦잠을 잘 수 있었다. 2시에 장천아트홀에 도착. 3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리허설을 시작했다. 나는 여전히 평소처럼 옷을 입고 화장도 안하고 갔는데...;; 다들 예쁘게 무대의상을 차려입고 왔다. 난 관객에 대한 예의가 없는 인간이던가... 리허설이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그냥 한 번씩 곡을 쭉쭉 연주하고 끝이 났다. 사실 그 상황에서 뭘 더 연습해 볼 수 있을까 싶기도... 파트별로 사진을 찍고 준비해 놓은 김밥과 과자로 배를 채웠다. 조금 수다를 떨다가 무대위의 내 자리로 돌아와 안되는 부분을 조금씩 연습했다. (결국 본 연주에선 안되는 부분은 계속 안되더라...ㅠㅠ)

관객들 입장을 위해서 무대 뒤로 들어갔고, 세컨파트만 모여서 튜닝을 했다. 모두 같게 한다고 한 분이 튜닝을 다 해 주셨는데... (잘 이해가 안되는 부분...;;;) 튜닝을 하는데 내 바욜의 e현 스트링에 작은 튜브가 끼워져 있는 걸 보고 튜닝을 해주던 분이 그거 없어도 된다고 얘길 한다. 헉.. 그거 없어서 브릿지 파였었는데 무슨 말을...;; 그냥 있어서 해놨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바이올린 실력이 모자라면 악기에 대한 상식도 모자란다고 선입견을 가지는 것 같아서 살짝 맘이 안좋아졌다 (어찌 소심한지...).

연주회.

6시가 되길 기다리다가 드디어 입장. 그리고는 연주.. 핀란디아는 그런대로 했는데, 브루흐는 몸이 좀 굳어 버렸다. 박자에 신경을 써서 그런가... 관객들이 앞에 앉아 있고, 가족들 아는 사람들이 저 앞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자꾸 잡념이 든다. 정신을 차리고 곡에 몰입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 인터미션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고. 심포니가 시작되었다. 어떻게 4악장까지 했는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즐겁게 연주했던 것 같다. 전반부에서도 그랬지만.. 트레몰로 부분들에서 사람들이 너무 크게 연주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고...  군데 군데 리허설때 지휘자샘이 작게 연주하라고 했는데 너무 큰게 아닌가 싶은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연습할 때는 전혀 틀리지 않던 객원 트럼펫이 4악장 팡파레의 첫음에 멋지게 (!) 삑사리를 냈다. 하지만 그 소리를 들으니 나는 갑자기 긴장이 풀려서 4악장을 나름 즐겁게 연주할 수 있었다..ㅎㅎ 그리고 준비했던 슬라브 무곡을 앵콜로 연주. 그것도 나쁘진 않았다. 관객들의 박수가 이어지자 지휘자님이 갑자기 핀란디아를 다시 하겠다고 하신다. 연주가 끝났다고 생각했서 긴장을 풀었다가 다시 연주하려니... 처음에 했을 때 보다는 잘 되질 않았다. 역시 적당한 긴장감이 있어야 연주가 잘 되는 모양이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마지막 부분을 연주하고.... 드디어 연주회가 끝났다. 잘했는지 못했는지 감이 안왔는데... 지휘자님의 표정을 보니 그런대로 잘 한 것 같다.

연주회를 마치고.

서로 수고 많이 했다고 격려의 인사를 하고, 1층으로 올라오니 알파님, 웰백님, 도우님과 정관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꽃다발을 준비해 주신 알파님과 맛있는 쿠키를 가져다 주신 도우님... 와 주신 것만도 감사한데..ㅠㅠ 조금 서서 이야기 하다가 가족들을 만나러 나갔더니, 벌써 집에 가버렸다. 흑.. 이야기가 길어지는데다가, 날이 추워서 먼저 가버린 모양이었다. 오늘은 그간 연습 때 참석하지 못했던 뒷풀이를 꼭 가리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먼저 간 식구들을 따라갈 수도 없고... 뒷풀이는 가야겠는데, 뒷풀이 장소도 잘 모르겠고 (내가 일찍 집에 간 날 안내문을 나눠 줬던 모양이다), 어찌 어찌 기다리다가 다른 사람들을 따라서 뒷풀이 장소로 향했다.

뒷풀이 장소에는 제일 첫 팀으로 도착했다. 자리에 앉고 보니 잘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앉게 되었는데, 정말 어색했다. 6개월이 넘게 같이 연습을 했는데, 이름도 잘 모르고... 한쪽 편엔 일본인 단원들이 (국제적인 오케스트라다...) 앉았는데, 영어로 얘길 하면 끼어들기라도 하겠는데, 일본어로 얘기하고 간혹 한국말로 이야기 하니 역시 할 말이 없다... 게다가 음식도 거의 1시간이 다되어서야 나오고. 저쪽은 모두들 시끌벅적 재미있는 분위기인데... 음.. 역시 평소에 뒷풀이를 안갔더니 적응이 어렵다. 그나마 얼굴을 아는 세컨바이올린 사람들도 어디 있는지 잘 안보이고... 차라리 식구들과 저녁이나 먹으러 가거나, 멀리서 오신 알파님들에게 식사나 대접하러 갈껄 그랬다는 생각도 든다... 때마침, 삼일 OB들이 전화를 해서 오라고 한다. 낼 모레 미국을 가는 동료가 있어서 가보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이러저런 소감발표와 부상 수여가 끝나자 마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뒷풀이까지의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이런 연주회를 준비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단원들의 도움도 별로 없이 혼자 여기저기 뛰면서 연주회를 준비했던 기획님, 총무님이 정말 수고를 많이 했다. 힘들었을 텐데 별로 내색도 안하고... 대단하다... 뒷풀이에서 소감으로, "오늘 지휘대로 연주해 주어서 감동했다"고 말씀하시던 지휘자님... 항상 참을성있게 (?) 밝은 얼굴로 이끌어 주시고... 정말 좋은 분이다...

Baby blues, postnatal blues 혹은 post performance blues

오랜 기간 준비했던 연주회도 끝나고 뭔가 시원섭섭한 기분이 들어야 하는데... 집으로 돌아와서 한참 동안 정리가 안된 것 같은 느낌에 시달렸다. 일요일까지도 정리되지 않은 기분에 아무 것도 안하고 종일 있었다. "포미니츠"라는 독일영화를 한 편 봤는데, 머리가 정리가 안되어서 그런지... 영화가 이해가 안되어 굉장히 졸렸다...ㅡㅡ; 오늘 아침에 회사로 출근을 하면서 조금씩 머리 속이 개이기 시작한다.

아마 연주회가 진행되는 동안, 그리고 뒷풀이에서, 왜 내가 바이올린을 배우고, 왜 오케스트라활동을 하고 싶었는지에 대해 내가 생각하고 있던 답과 다른 생각들을 만나게 되었기 때문에 그토록 머리가 어지러웠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나는 나름대로 많은 시간과 열정을 투자했었던 일인데 (일주일에 하룻저녁 시간을 꼬박 투자하는 일이 애가 둘인 직장인 아줌마에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연주에서나 사람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느낄 수가 없어서 내심 괴로왔을 지도 모르겠다.

바이올린을 시작한지 2년 반. 그 중에서도 최근 한 1년반 정도는 바이올린과 합주활동이 생활에서 우선 순위에 있었다. 회사일은 그다지 재미가 없었고... 뭐.. 늘 그렇고... 저녁이나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들도 많이 희생했다.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었을까? 즐기고자 했던 음악이 혹시나 너무 많은 자리를 차지하여 짐이 되버리는 것은 아닐까... 사실 계속 던져왔던 질문인데... 연주회가 끝나면서부터 내 머리 속을 떠나질 않는다.

일단, 11월은 휴식이니까... 쉬는 시간들을 즐겨 보자. 다른 일들도 하고, 밀린 일들도 처리하고... 그리고는 다시 나에게 즐거운 음악시간이 돌아 오길 조용히 기다려 보자. Back to the beginning....

2007년 11월 7일 수요일

악보들과 현들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악보를 구입했다. 가격이 무려 36,000원.... 갈라미안판으로 사라고 하셔서 ㅜㅜ 당분간 예당쪽으로 발걸음할 일이 없을 것 같아 인터넷으로 주문했는데, 대한음악사는 5만원이 넘어야 무료배송이라는 말에 혹하여 필요도 없는 악보를 두 개나 더 주문했다. 아끼겠다는 것인지 쓰겠다는 것인지... 참...

갈라미안판에는 바흐의 오리지날 악보의 복사본이 들어 있는데, 옛날 같으면 와~ 했겠지만... 이미 이 자필 악보들은 인터넷에 널려 있는 지라... 저것 때문에 가격이 더 비싼 거라면 살짝 억울하기도 하다.

칼플레쉬는.... 흐리말리와 카이저에서 헤매고 있고, 세브치크도 사놓고 할 시간이 없는 나로서는 역시 그저 "지름"일 뿐인데... 그래도 일단은 가지고 있고 싶다. 가운데에 있는 악보는 퀴즈를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 노코멘트로 남겨놓고...

사진에 같이 들어 있는 현들은 한 열흘 전에 주문한 것이 어제 악보들과 같이 도착한 것들이다. 사실 내가 쓸 목적이라기 보다는 필요한 분들에게 원가에 공급할 목적으로 산 것. 원래 가지고 있었던 에바피라찌현을 악장님께 넘기고 났더니 손단장님이 한 세트 구입해 달라고 하셨다. 주문하는 김에... 에바는 한 세트 더, 그간 계속 사려고 했으나 까먹어서 또는 실수로 사두질 못했던 찌간느도 한 세트, 그리고 a현만 유독 빨리 닳아서 인펠트 a현도 같이 주문했다. 관세없이 통관할 수 있는 가격인 15만원을 채우려는 쓸데없는 목적도 있었다. 아끼려다가 돈을 더 쓰는 케이스 2.

사실 연습을 많이 안하는 나로서는, 지금 가지고 있는 오블리가토와 배달되어져 온 저 현들을 혼자 다 쓰려면 앞으로 몇 년은 더 걸릴 듯... 게다가 예비로 사놓은 e현들도 아직도 몇 개 남아 있는데... 얼른 넘겨야지...

악보에 현들을 주욱 꺼내어 놓으니 라라가 그 위에 어김없이 올라간다. 그거 니꺼 아니거든...ㅡㅡ;; 라라야~ 부르니 고개를 들어 나를 본다. 그 때 찰칵. 아침햇살에 라라의 눈동자가 샐쭉해져 있는데, 고양이 눈을 무서워 하는 분들에겐 좀 무서운 사진이 될 지도? ^^;;

도착한 악보 및 현들과 라라

2007년 11월 5일 월요일

연주회를 5일 앞두고....

지난 토요일 오후에 파트연습과 전체 연습이 있었는데, 못가고 말았다. 연주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인데다가 나는 지진아그룹이라서..ㅠㅠ 가능하면 모든 연습을 참가했어야 했는데..

오늘 아침에 날짜를 곰곰히 생각해 보다가 연주회가 이번 주라는 걸 깨닫고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레슨 받고 있는 곡들만 연습해도 시간이 모자라서 연주회 곡은 사실 집에서 거의 연습을 하지 못했었고... 더구나 그간 갑자기 공연들이 많아서 저녁에 연습할 시간도 많이 없었고... 이래저래 (물론 다 핑계지만) 연습시간이 많이 부족했었다.

하지만, 이젠 정말 당일치기에 돌입해야 할 시간이 돌아 온 것 같다...;;; 이번 주는 퇴근 후에 무조건 연습모드로 돌입해야 겠다.

지난 주 토요일 오전 레슨 이야기.

2주를 땡땡이 친 후 3주만에 가는 레슨이었다. 3주동안 더블 콘첼토 2악장을 한번이나 해봤을까...ㅡㅡ;; 배째라는 기분으로 레슨에 갔는데... 역시... 포지션이 홱홱 바뀌는데 어떻게 바뀌는지도 기억이 안나서 헤맸다.. 그나마 느린 곡이라 조금 나았지만...

선생님은 이 곡을 계속할 생각이 없으신 듯 다음에 무슨 곡을 하고 싶으냐고 물으셨다. 이 곡은 다음에도 또 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하시면서...  일단 스즈키 5권에서 몇 곡을 하고,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악보를 사두라고 하셨다. 헉... 스즈키 5권과 바흐 무반주곡들... 이건 수준이 너무 차이가 나는 것 아니던가..;;; 모차르트 협주곡을 할 생각도 조금 있으신 것 같고.. 비오티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해볼만 할 거라고 하시고... 이런 저런 곡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대가 생겨서 좋긴 하지만... 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재미 있을 듯^^;;

2007년 11월 2일 금요일

[공연] 타펠무지크와 엠마커크비 2007. 10. 30

화요일. 나에게는 이 공연이 이번 바흐 페스티벌의 마지막 공연이다. 다음날 표를 취소해야 했기 때문에... 자리도 정말 좋았는데 말이다.

회사에서 공연 시간에 알맞게 퇴근해서 세종체임버홀로 향했다. 마지막 공연이라 여기서 구입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비록 언제 다 읽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신간인 크리스토퍼 볼프의 바흐전기도 구입했다. 일요일 엠마커크비의 공연에서 이미 그녀의 진수를 본 듯하여... 오늘, 나의 촛점은 캐나다의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였다.

단원들이 등장했고, 쟝라몽도 같이 등장했다. 조금 늦게 나오거나 할 줄 알았는데... 그리고 막바로 시작한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BWV 1066.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약간 빠르게 곡이 진행되었고 바로크 바이올린과 바로크 오보의 투명한 음색이 아름다웠다.

이어 등장한 엠마 커크비는 칸타타 "나의 행복에 만족하나이다"를 불렀다. 처음에는 목이 안풀려서인지, 원래 그런 것인지 성량이 작게 느껴졌다. 이번 공연에는 가사의 번역문이 프로그램에 실려 있기는 했으나... 원문이 실리지 않은 것이 또 아쉬웠다... (왜 나는 가사를 찾아서 프린트해 갈 생각도 안하고는 계속 불평만 하는 걸까..)

인터미션이 지나고 BWV 1043이 시작되었다. 쟝라몽이 퍼스트 바이올린을 맡은 것은 프로그램에 나와 있어서 알고 있고 또 충분히 예상했던 바였는데, 전반부에 내심 궁금해 했었던 세컨 바이올린은 뜻밖에 세컨파트 맨 앞 인풀트에 앉아 있던 빨간머리 여자분이었다. 머리색과 마른 흰얼굴이 대조되어 마치 펑크족처럼 보였던 그녀는 쟝라몽과 더불어 앞에 나와 서 있었다. 아이슬린 노스키. 기량은 아무래도 쟝라몽에는 미치지 못하는 듯 했는데, 외모에서 보여주는 느낌과 거의 비슷한 연주를 보여 주었다. 씩씩한 연주라고나 할까..;;;  특히 3악장은 몰아치는 듯한 열정적인 느낌으로 끝내어 관객들의 환호를 얻어 냈다. 살짝 과감한 연주라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재미 있었다. 바흐를 이런 식으로 연주한다면 초등학생도 지루해 하지 않을 듯... 내일의 사계도 이렇게 연주한다면 베니스 바로크의 연주만큼이나 신나는 사계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이어서 다시 엠마커크비가 나와, 웨딩칸타타인 "물렀거라 슬픔의 그림자여"를 불렀다. 나에게는 전반부보다 더 좋았다. 곡도 아름답고 흥미로왔다. 각 솔로악기들이 엠마커크비의 노래와 어우러져서 아름다운 선율들을 엮어 내고 나는 잠시 황홀경에 빠져 들었다.

앵콜곡은 모두 3곡이 나왔다. 첫 곡은 커크비여사와 함께 커피칸타타.. 두번째와 세번째는 끝내려다가 관객들의 박수가 멈추지 않자 다시 나와서 연주를 했는데, 마지막곡은 전반부에 했던 칸타타의 곡을 다시 잠시 불러주었다. 엠마커크비는 노래를 계속해서 부를 수록 더 잘 부르는 것 같다... 끝으로 갈수록 더 좋다... (사실 일요일의 공연에서도 앵콜곡들이 더 좋았었다..)

나오면서... 엠마커크비가 나오는 공연을 둘 다 보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해 보니 다음날 공연을 못보게 된 것이 이 공연을 놓치게 된 것보다는 차라리 잘되었다는 생각도 들기도 했다. (물론 다 볼 수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리고 사실 내가 소규모 오케스트라 합주를 매우 좋아하기는 하지만...흠흠..) 나에게는 멋진 폐막 공연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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