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24일 토요일

[책] 첼리스트 카잘스, 나의 기쁨과 슬픔



첼리스트 카잘스, 나의 기쁨과 슬픔
앨버트 칸 (Albert E.Kahn) 지음, 김병화 옮김, 파블로 카잘스 구술, 한길아트

80-90년대에 한 번 국내에서 출간되었다가 절판되었던 책이 2003년 한길아트에서 다시 나왔다. 책값은 당연히 비싸졌고.... 예전에 나왔던 책을 읽어 보진 못했지만, 그 책이 인용되어 있는 글들을 간혹 보면, 당시의 번역보다는 현재 이 책의 번역이 더 부드럽고 실제로 카잘스가 조곤조곤 이야기해 주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별다른 기대없이 일반적인 음악가들의 자서전 또는 전기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책은 마치 잠언을 읽는 것처럼 구절구절 메모하고 기억하고 싶은 카잘스의 명언들로 가득 차 있었다. 1969년 정도에 앨버트 칸이 카잘스를 인터뷰했던 글을 바탕으로 쓰여져 있기는 하지만, 그의 어린 시절부터 노년기까지의 일들이 시대순으로 기록이 되어 있다. 아무래도 좀 더 최근의 일들과 최근의 그의 생각들 - 2차대전과 그 후의 활동들 - 이 더 많이 반영되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책의 내용이 모두 카잘스의 구술이라면, 그의 기억력은 아흔세살이라는 나이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생생하다.

그는 긴 삶을 살았지만, 그의 삶은 다른 음악가들과는 다르게 음악 이외의 것들과도 많이 얽혀 있었다. 그가 에스파냐의 카턀루냐 출신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가 20세기 초를 살아야 했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따뜻한 마음과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용기있는 삶을 선택했기 때문에 그러했었다. 단지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에 대한 놀라운 재능을 가지고 있는 카탈루냐의 한 꼬마였던 카잘스는.... 처음에는 첼로로 사람들을 감동시켰지만, 훗날에는 그가 보여준 신념과 의지로 조국의 동포들에게 힘이 되고, 유럽과 세계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거인이 된다.

참혹했던 에스파냐 내전과 2차대전이 없었다면, 그의 인생은 평탄한 음악가의 길이 되었을 지도 모르고, 그는 고향을 죽을 때까지 돌아가 보지 못하는 운명이 되지 않았을런지도 모르지만, 그랬기 때문에... 지금 21세기에도, 또 훗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신념을 기억하고 그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가장 단순하고 가장 명확하게 보이는 것을 가끔씩 잊고 산다. 어떠한 이념이나 생각이 옳다고 믿게 되었을 때에는 그것이 바로 우리의 형제들과 친구들을 위하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날 우리는 왜 그러했는지를 잊고 결과만을 받아 들이곤 한다. 또 어쩌면 애써 스스로의 행동을 합리화시키면서 조금 더 안락한 삶을 살고 싶어 하기도 한다.

죽기 불과 몇 달전까지 연주회를 가졌던 첼리스트. 매일 아침, 바흐로 온 집안을 축복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던 경건한 사람. 사람들을 좋아했던 다정다감한 연주자. 그리고 전쟁들 속에서 살아 오면서 더욱 간절히 평화를 바라게 되었던 휴머니스트.

한 세기 가까운 세월을 살아온 노첼리스트, 카잘스는 책에서 강한 어조로 세상에 이야기 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그들 하나하나가 놀랍고 유일한 기적과도 같은 존재임을 알려 주어야 하고, 모든 다른 사람도 다 똑같은 기적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그래서 똑같은 기적인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고 서로서로를 소중히 여기도록 하자고. 그래서 이 세상을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것으로 만들도록 노력하자고....

댓글 3개:

  1. trackback from: Pau Casals "El Cant dels Ocells" 과 1971년 UN 연설
    Pau Casals가 연주하는 "El Cant dels Ocells(새들의 노래)". 카잘스의 고향 카탈루냐의 노래.Pau Casals, playing "El Cant del Ocells(Song of Birds)". A melody of his homeland, Catalonia. 1971년 10월 24일 UN에서의 연설... 내용은 다음과 같다.A Speech in UNO in 24 Oct 1971. But let me say one 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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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역시 이 책이었군요. 스트링의 경진이도 이 책을 읽던데요.. 이자이에 관한 내용도 나왔다고 저한테 잠시 보여줬는데.. 시험끝나면 저좀 빌려주세.... 아니면 내일 정모에서..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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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ViolinHolic - 2007/11/24 00:27
    앗... 이 댓글을 정모 전에 봤으면 책을 가져가서 빌려 드리는 건데... 이제야 봤네요^^;; 아침에 레슨갔다가 블로그 들어올 틈도 없이 바로 모임장소로 가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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