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30일 금요일

2007년 11월 마지막날의 잡생각들

11월의 마지막날이다. 2000년대로 넘어 오며서, 한 해가 다 가도록 여전히 연도가 익숙해 지지 않는 증상이 심해지고 있다. 사실 난 아직도 2006년을 살고 있는 것 같은데 2007년도 끝나가고 있다니 참 새삼스럽다.

이런 증상은 내가 치매에 가까운 정신상태로 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사실 어느 정도는 직업병이기도 한데.... 늘 지난 기간의 회계기록들을 보면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회계법인에 있을 때에는 3월이 지나고 4월이 되어야 다음해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을 가졌었다. 3월까지 12월말 법인들의 감사와 세무조정에 매달려 있기 때문에, 해가 바뀌었다는 느낌이 전혀 안드는 것이다. 그래서 일하면서 "올해"라고 부르는 것은 대개 작년도였었다..ㅡㅡ;; 아.. 이제 해가 바뀌었구나라고 느낄 즈음에는 벚꽃도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지기 시작하는 시기이고... 개나리 진달래는 이미 온데간데 없어지는 계절이었다.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 유학시절에는 나름 제 시간을 찾아 간 듯 했었고, 그 이후에 planning일을 했을 때에도 제 날짜에 살고 있는 듯 했다. sales/income을 매주, 매달 분석하고, 남은 기간의 forecast도 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다시 tax의 세계로 돌아 온 후에는 늘 과거 5년의 시간에 묻혀서 산다... 일반적으로 tax liability의 소멸시효는 5년이기 때문.... 그래서 작년, 아니 올해 3월까지도 2001년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였다.

물론 내가 늘 과거의 쓰레기(?)처리만 하는 것은 아니긴 하다. 여러가지 deal에서 alternative structures를 가지고 tax관련된 panning을 하기도 하고..... 과거가 아니라 현재 당장 처리해야 하는 문제들도 산더미처럼 있기는 하다. 더구나, 이맘때 즈음이면 쏟아져 나오는... 그리고 사실은 연중 나오는 각종 법률 개정안들은 모두 미래의 문제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회계세무쟁이라는 인간들은 과거의 기록에 매달린다. 이 직종의 인간들은 숫자, 그것도 estimation이나 forecasting이 아닌 real number에 집착한다. 세무쟁이들이 회계쪽 보다 더 그러하다. 회계는 발생주의지만 세무는 권리의무확정주의가 아닌가.

각설하고.... 어쨌건 이제 2007년은 달랑 한달이 남아 있다. 2008년이 되면 대부분의 내 친구들 동기들은 마흔이 된다. 생일이 빠른 관계로 나는 아직 삼십대에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을 1년 벌기는 했지만...(쓰고 보니 마치 무슨 집행유예기간 같은 느낌...?) 심리적으로는 이제 나도 마흔줄이구나 라는 느낌에 더 가깝게 가게 될 것 같다. 김광석의 서른즈음에가 나온 때는 내가 아직 20대였을 때였는데... 그래서 서른 즈음이 되었을 때 그 노래를 불렀었던 것 같은데... 또 10년이 지나가다니... 김광석은 마흔즈음에를 만들지 못하고, 부르지도 못하고 갔는데... 말이다...

한동안 상당히 즐겁게 지내왔던 것 같은데, 몇 달 전부터 이런 저런 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대부분이 회사와 관련된 것들이라 뚜렷하게 방향전환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방향전환이 안되면 기분전환이라도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싶다. 해도 바뀌는데...... 남은 휴가 몽땅 써서 여행이나 갈까?

댓글 4개:

  1. 잘 아시면서.. 기분전환에는 지름이 최고입니다... 얼마전 왕 우울했던 기분을 엄청난 지름으로 커버했더니 기분이 풀리더군요. ^^;;; 자.. 이제 슈삐님 차례입니다..



    그나저나 다른학교는 미달인 과를 시험봐서 들어가야 하니 갑자기 우울해지는.. ㅡ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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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ViolinHolic - 2007/12/02 16:35
    악기말고 다른 것들은 이미 상당히 지르고 있답니다..ㅡㅜ 물론 악기 한방 질러 주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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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위로 댓글이 제가 좀 늦었나요....

    기분이 나아지셨는지요?

    나이가 들면서 '쉬기 위한' 여행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젊었을 때는 여행은 그저 즐거움 시간 때우기 등이었던 것 같은데....이제는 의무적으로 머리를 비울 시간을 갖는 노력이 필요로 한 듯 합니다.

    응어리진 스트레스를 한방에~~~~

    저는 여행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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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슈타이너 - 2007/12/03 09:19
    기분은 뭐.. 아직도 그저 그렇구요^^;; 1월이나 2월에 정말 여행갔다올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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