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3일 월요일

[책] 단테의 신곡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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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노 들랄랑드 저
권수연 역
황매
2007. 4. 16 간
576 페이지

여름도 되고, 뭔가 시원한 추리소설이 읽고 싶어졌다.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기도 했고 여러 서평들도 눈에 띄고 해서 쉽게 이 책에 손이 갔다. 내가 보통 선택하는 책과는 조금 다른 유형의 소설이긴 하지만...

소설의 배경은 18세기 베네치아. 1756년... 그 해는 모차르트가 태어난 해이기도 하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2005년초, 겨울에 갔었던 베네치아의 풍경이 다시 생생하게 떠올랐다. 물의 도시, 축제의 도시, 타락과 퇴폐의 도시인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연쇄 살인사건과 정치적 음모가 소설의 소재이다.

소설에 등장한느 9번의 살인, 죽음 중 처음의 몇 번은 정말 소름끼치도록 잔혹하다. 영화로 만든다면 정말 엄청난 하드고어무비가 될 듯 하다. 살인마는 그야말로 '지옥'을 연출하고 있는 듯했다. 단순한 살인광의 살인으로 보였던 소설의 전개는 점점 정치적인 사건으로 변해가고, 표적은 베네치아의 고위관료들과 총독이 된다.

그러나, 단테의 신곡의 내용에 따라서 살인을 저지르고 있는 악마, 일디아블로의 행동은 이 모든 것의 배경이 정치적인 이유라고는 믿어지지 않았고.. 결국 소설의 끝에서 일디아블로의 존재와 그의 목적이 밝혀지게 된다. 반전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만... 아주 충격적인 반전은 아니었던 듯도 하다^^

소설은 매우 끔찍할 뿐만 아니라 상당히 퇴폐적이다. 베네치아의 창녀들, 동성애자들, 축제에서의 난잡함 등이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피에트로나 캄피오니의 모습에서 보여지는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의 묘사는 상당히 이율배반적이다. 작가는 진실한 사랑에 대해 쓰고 싶은 것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저건 무슨 장치일까.. 라고 계속 생각을 하게 된다.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피에트로 비라볼타는 그야말로 영화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영웅의 모습이다. 뛰어난 기지와 재능을 가지고 있으나, 그 역시 퇴폐적이고 난잡한 베네치아를 닮아 있다. 그는 실제로 이 지옥기행을 하고 있는 단테의 역할이라고 볼 수 있는데, 결국 일 디아볼로를 끝장내는 데에 성공을 하지만, 할리웃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정의"의 편은 분명 아니다.

나에게 이 소설은 세간의 평처럼 엄청나게 재미있지도 않았고 너무나 스릴있지도 않았는데... 사실 원래 이런 류의 소설을 좋아 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소설이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잘 몰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단순한 악의 묘사를 원하는 것일까? 아니면 베네치아의 퇴폐적인 상황을 묘사하고 싶은 것일까? 지옥처럼 보이는 세상을 비웃고 싶은 것일까? 그 모든 것을 배경으로 피에트로라는 매력적인 인물을 만들어 보고 싶었던 걸까? 내가 너무 소설을 소설로 읽으려 하지 않는 건가?ㅡㅡ;;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베네치아를 비롯한 북부이태리를 가보고 싶어졌다. 일디아볼로를 쫓아서 가게되는 피렌체도 다시 보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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