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18일 화요일

[공연] 2007 윤이상 페스티벌 (개막공연)

2007년 9월 16일 (일) 16:00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윤이상 실내 앙상블을 위한 <낙양(洛陽)>(1962/1964)
- 지휘: 프란시스 트라비스 (Francis Travis)
음악상 수상곡 1위, 2위 연주 / 지휘: 정치용
윤이상 첼로와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1975/76/ 협연: 고봉인(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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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 연주회. 윤이상 페스티벌. 마음이 좀 급해졌었다. CD로 들어본 윤이상의 첼로협주곡은 일단 쉽게 들리진 않았었고.. 사실은 윤이상 페스티벌에서 화요일 또는 수요일의 실내악 공연이나, 목요일의 나의 땅 나의 민족을 가보고 싶었는데... 어쩌다가 손에 들어온 티켓은 일요일의 개막공연. 고봉인군의 첼로협주곡이 들어 있다는 말에 일단 신청을 했더니, 바로 당첨이 되어 버린 것이다. 주어진 티켓은 2장인데, 윤이상의 곡들을 들어 줄 수 있을 만한 사람으로는 남편이 그 중 나아 보였다.

자리가 1층 귀퉁이어서, 메뚜기를 뛸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였으나.... 꼼지락거리기 싫어하며, 편법을 싫어하는 남편은 그 자리를 고수하겠단다. 개막공연이어서 사회자로 배우 서태화씨가 나와서 마이크에 진행멘트를 하는데, 그다지 깨끗하게 들리지 않아 더군다나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막상 첫 곡인 낙양의 연주가 시작되자 다행히도 음악소리는 사람 목소리보다는 잘 들렸다. 낙양이 끝나고는, 윤이상 음악상의 1, 2위 수상곡인 말레이지아 작곡가 Chong Kee Yong의 Splattered Landscape과 중국의 Lin Wang의 La..de la memoire가 연주되었다. 다양한 타악기들이 사용되었고, 특히 1위인 린왕의 곡은 흥미로왔다. 여러가지 소리가 나는 악기들이 적절하게 사용되어, 작곡가의 말대로 살바도르 달리의 늘어진 시계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느낌이 드는 연주였다.

인터미션 후의 관현악과 첼로를 위한 협주곡. 젊은 연주자인 고봉인씨가 첼로를 들고 나왔다. 조용하게 시작했으나, 곧 첼로를 비롯한 오케스트라가 격렬한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첼로라는 악기가 저런 소리로 저렇게 연주될 수도 있구나.. 라고 생각하는 순간. 음이 명확하지 않고 틱~하는 소리가 나더니, 고봉인씨가 허탈하게 웃으며 지휘자를 보면서 뭐라고 이야기를 하고는 무대 뒤로 나갔다....

헐.. 현이 끊어졌거나, 완전히 풀렸거나... 뭔가 그런 것 같았다. 몇 분 후에 고봉인씨가 돌아와서는, "처음부터 다시하겠습니다"라고 객석을 향해 이야기 한 후, 연주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공연 중에 현이 끊어지는 것을 본 것도 처음이지만, 바이올린도 아니고 첼로현이 끊어지다니...;;;; 예전에 재클린 뒤프레가 어린시절 (아마 처음으로 큰 무대에 섰을 때였을 듯) 공연 중에 현이 점점 느슨해져서 그에 따라 운지를 계속 넓게 잡으며 연주하다가 결국은 현을 갈고 다시 처음부터 연주했다고 하는 일화를 들은 일이 있었는데...

오케스트라의 편성에는 첼로가 전혀 없었다. 피아노는 뚜껑이 열려진 채로 놓여 있었고, 피아니스트가 때때로 열려진 윗판에서 현을 막대로 두들기거나 하면서 음을 만들어 내곤 했다. 약간 프리페어드 피아노적인 시도인 것인가. 독주 악기인 첼로는 엄청나게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는 듯이 보였고... 중간에 피치카토로 한동안 연주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 부분은 사실 피치카토라기 보다는... 첼로가 거문고화되는 시간들로 들렸다. 서양악기인 첼로로 윤이상은 한국의 느낌을 내고 있었던 걸까?

CD로 들을 때는 가질 수 없었던 느낌들이 고봉인씨의 열정적인 연주를 통해 되살아나고 있었고, 아주 어렴풋하게 나마 윤이상이 음악에 대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기분이었다. 쉽지 않은 곡이었지만, 첫부분이 두 번이나 연주된 덕에 (?) 나름 예습도 한 느낌이었고...^^;;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 연주를 본 적 없었던 고봉인이라는 연주자의 연주에 대해서도 상당히 감동을 받았다. 나중에 앵콜곡으로 세계평화를 위한 카잘스의 새의 노래를 연주했는데 그 연주도 매우 좋았다. 악기는 어떤 걸 쓰는지도 궁금해졌다...^^;; 너무나 몰입하여 열심히 연주하는 그의 모습은 다음 번에 또 그의 연주가 있다면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윤이상 페스티벌은 개막공연 이외에도 많은 공연들이 있지만, 아마 더이상은 가기 힘들 듯 하고... 윤이상의 곡들을 실연으로 들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기회였다. 앞으로 2년에 한 번씩 윤이상 페스티벌이 열린다고 하니 들을 기회는 더 많아 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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