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4일 월요일
강원도에서 (부재신고)
강원도엔 정말 눈이 많이 왔나 보다. 태백에서 눈축제를 구경했는데 오고 가는 길가에 정말 눈이 켜켜로 쌓여 있었다. 오늘은 스키장에 사람이 별로 없고, 날씨도 그다지 춥지 않고, 놀기엔 좋은데... 스키를 안타니, 아니면 못타니, 정말 할 일이 없다...
사진과 여행기는 시댁에서 구정연휴를 보낸 후 서울로 복귀한 뒤에..^^
2008년 1월 27일 일요일
Happy Birthday to you!
251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
작년엔 250년이라고 요란했었지요... 늘 변함없는 그의 음악에 감사를 보내며~~
사진출처: http://www.classical-composers.org/comp/mozartwa
그리고, http://shop.berliner-philharmoniker.de/index.php?cat=c14_Plakate-und-Postkarten.html&page=2
2008년 1월 26일 토요일
레슨일지 2008.1.25 (금), 오케연습 2008.1.24 (목)
원래 주초에 레슨을 받아야 하는데, 월요일 저녁에 conference call이 잡혀 버렸다. 아일랜드 사람들이라... 어쩔 수 없이 그 시간에 해야 했다. 그래서 레슨을 금요일로 미뤘다.
수요일엔 간만에 와튼 동기들을 만나고, 목요일은 오케스트라 연습에 갔고.. 결국 연습을 거의 못하고 (또..;;;) 레슨을 받으러 가야 했다. 금요일이라 차가 밀려서... 회사에서 한시간 15분이 걸렸다. 시간만 보면.. 대전이나 청주에 레슨 받으러 가는 것이나 비슷하당.....;;
연습도 안했는데... 웬일인지... 선생님이 진도를 다 나가 주신다..;; 기분이 묘하다. 포기하신 걸까 ㅡㅡ;;
악보는 잘 보니까... 문제는 보잉이라고 말씀하신다. 당연한 말씀...; 활밑에서 활끝까지 동일한 음색이 들려야 한다. 활에 힘 조절이 잘 안되는 문제는 계속적인 보잉연습으로만 해결이 될 부분... g, d현에는 팔꿈치를 들고 보잉을 해야 하니 고음 현들 보다 더 힘드는게 당연한데, 천성적으로 본질적으로 게을러서인지..;;; 그게 잘 안된다는 것. 저음 현들에서의 보잉에 더 신경을 써야 겠다. 저음은 보잉도 운지도 그닥 쉽지가 않다..;;
하이포지션에서 음정이 부정확한 것도 문제. 손가락을 좀더 바짝 붙여야 하는데... 사실 난 손도 작고 손가락 끝부분도 가늘어서 남들보다 하이포지션 음정 간격을 쉽게 붙이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4번 짚을 때 3번이 자리를 비켜 주어야 할 정도로 붙여야 한단다..;;; 손이 솥뚜껑 같은 분들은 어떻게 하이포지션을 짚는지....
레슨 하루 전 목요일, 오케스트라 연습 때에는 2악장과 3악장을 중점적으로 연습했다. 2악장 두번째 페이지는 밀착된 보잉이 관건인 것 같다. 바로 옆의 현이 아니라 두 현 너머 사이를 슬러로 연결해 가면서 반주를 넣어 주어야 하는데... 음...;;; 연습해야지 뭐.. 3악장은 리듬감이 관건인 듯. 악보는 하나도 안 어려운데 말이다..;; 3악장 중반까지 연습했다.
끝나고 나오는데 지휘자샘이 빌려가신 DVD를 주시면서 고맙다고 선물까지 같이 주셨다. 헉..;;; DVD값보다 선물로 받은 허브티값이 더 비싸겠당... 너무 미안한데, 안받을 수도 없고.. 난감하다. 어찌 보답을 할꼬...;; 첼로의 다른 분이 또 빌려달라고 하셨는데 어느 분인지 기억이 안나서 그냥 왔다. 다음 주에 빌려 드려야징.
2008년 1월 19일 토요일
J. S. 바흐의 '커피 칸타타' (BWV 211)
아무 할 일이 없는 토요일. 토요일 아침 레슨을 그만두고, 지윤이도 방학이라 토요일이 정말 한적하다. 아점을 먹고 지윤이가 커피를 한 잔 가져다 주었다 (네스프레소를 사놓았더니 초등학생도 만들 수 있을 만큼 커피 만드는 것이 쉬워졌다^^). 맛난 커피를 마시면서 문득 바흐의 커피칸타타가 떠올랐다.
사람이 커피마시기 시작한 것이 대략 9세기부터 라고 한다. 유럽에 소개되어 널리 마시게 된 것은 17세기경이라고 하고, 최초의 커피집은 1645년에 이태리에서 문을 열었다. 바흐가 이 곡을 쓴 것이 대략 1732년에서 34년 사이라고 하니, 유럽에서 커피가 유행하기 시작한 지 대략 100년쯤 뒤가 되는 셈이다.
한국에 커피가 들어온 시기는 언제쯤일까? 보통 19세기 후반에 들어왔을 것이라고 한다. 서양문물들이 들어오면서 같이 들어왔던 모양이다. 당시 고종이 커피를 매우 즐겼다는 이야기도 널리 알려져 있는 걸 보면 그 무렵 왕실과 귀족들의 값비싼 기호품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로부터 100년도 더 넘은 지금은, 거리마다 커피점이 넘쳐 나고 종류도 너무나 다양해져 버렸다. 바흐시대처럼 딸이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신다고 혼내는 아버지는 별로 많지 않을 것 같지만... 커피로 엄청나게 돈을 번 별다방의 성공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고, '별'나게 비싼 커피값과 대조적으로 충격적일 정도로 싼 커피 산지의 임금, 그리고 이제 스스럼없이 비싼 커피를 소비하게된 우리나라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도 한동안 사회적인 관심을 끌었었다. 커피는 이래저래 수백년동안 사람들의 관심대상이고 화제거리를 몰고 다니는 모양이다.
원래 제목은 "Schweigt stille, plaudert nicht" ("조용하게, 떠들지 말고") 라는 것이지만 '커피칸타타라'는 제목으로 훨씬 더 유명하다. 18세기 바흐의 동네인 라이프찌히에서는 아마도 커피중독이 상당한 사회적인 이슈로 등장했었던 것 같다. 이 칸타타의 가사는, 바흐와 많은 작업을 같이 했었던 크리스티안 프레드리히 헨리키 (Christian Friedrich Henrici)가 썼다. 아래 가사 번역 참고.
이 곡은 라이프치히의 짐머만의 커피집에서 콜레기움 무지쿰의 연주로 초연되었었다고 한다. 원래 편성은 소프라노, 테너, 베이스, 트라베르소, 2바이올린, 비올라, 그리고 콘티뉴오.
글, 그림, 악보 및 설명
가사번역
1. 레시타티브
나레이터:조용하게, 떠들지말고 여기서 일어나는 일에 주의를 기울여 보세요: 여기 헤르 슐렌드리안이 딸인 리첸과 같이 있군요. 그는 곰처럼 으르렁대고 있어요. 딸이 아버지에게 한 일을 좀 들어 보세요!
2. 아리아
슐렌드리안: 자식들은 끝없는 시련과 고난을 일으킨답니다! 제가 매일같이 내 딸 리첸에게 말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군요
3. 레시타티브
슐렌드리안: 이 말도 안듣는 나쁜 녀석아. 아, 언제야 내 말을 들을거니? 커피를 끊어!
리첸: 아버지, 잔인한 말씀은 하지도 마셔요! 만약 제가 하루에 세번 커피를 못 마시게 된다면, 저는 고통속에서 구워진 염소고기처럼 시들어 갈 것이랍니다.
4. 아리아
리첸: 음! 이 커피는 너무나 달콤하구나. 천번의 키스보다 더 달콤하고 백포도주보다도 더 부드럽구나! 커피, 커피야 말로 내가 마셔야 할 것이고, 만약 누가 나에게 한 번 쏘고 싶으시다면, 아, 커피나 좀 따라 주세요!
5. 레시타티브
슐렌드리안: 만약 네가 커피를 끊지 않겠다면 나는 널 시집보내지 않을 것이고, 집에서 내 보내지도 않을 거야. 오! 언제야 내 말을 들을 거니? 커피를 끊어!
리첸: 오 좋아요! 커피만 주신다면요!
슐렌드리안: 이 말괄량이야. 유행하는 고래수염 치마도 못입게 하겠다.
리첸: 저는 그런 것은 참을 수 있어요.
슐렌드리안: 창가에 서서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못하게 할거야.
리첸: 그것도 괜찮아요. 하지만 제발 커피만은 마시게 해주세요.
슐렌드리안: 게다가 너는 모자의 금장식 은장식도 다 압수당하게 될 것야.
리첸: 좋아요, 좋아요! 제 기쁨만은 빼앗아 가지 마세요.
슐렌드리안: 이 말도 안 듣는 리첸, 결국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구나!
6. 아리아
슐렌드리안: 고집센 딸들은 쉽게 말을 듣지 않지. 그러나 걔들의 약점을 알면, 아! 그러면 말을 듣게 할 수 있지.
7. 레시타티브
슐렌드리안: 자 이제 아버지가 하는 말을 주의깊게 들어라!
리첸: 커피만 말고는 뭐든지 다요.
슐렌드리안: 그래 그럼, 넌 절대로 남편을 가지지 못할 것이야.
리첸: 오 아버지, 남편이라니!
슐렌드리안: 맹세컨데, 절대 남편은 없을 거야.
리첸: 제가 커피를 끊을 때까지는요? 지금부터 커피는 만지지도 않을께요! 아버지, 들어 보세요, 저는 아무 것도 마시지 않을 거에요.
슐렌드리안: 그럼 넌 신랑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야!
8. 아리아
리첸: 사랑하는 아버지, 오늘 당장 신랑을 보게 해주세요! 오, 남편이라니! 정말, 이건 멋진 일이야! 만약 오늘 잠자리에 들기 전에 곧 그렇게 된다면, 커피 대신에 난 훌륭한 신랑을 얻을 수 있다면!
9. 레시타티브
나레이터: 슐렌드리안은 딸 리첸을 위해 신랑을 즉시 찾을 수 있는 지 알아 보러 나가는 군요. 그러나 리첸은 그녀가 원할 때는 언제나 커피를 마시게 하도록 하는 약속을 몰래 결혼 계약서에 쓰게 하지 않고서는 어떤 남자도 구혼에 성공하지 못하게 할 것이랍니다.
10. 트리오
고양이는 쥐 잡는 일을 그만둘 수가 없고, 처녀들은 커피를 마시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요. 엄마도 커피를 마신답니다. 할머니도 그랬구요. 누가 그 딸을 혼낼 수 있겠어요?
오케 연습일지 2008.1.17 (목)
봄 연주회까지 계속 이 곡.
Schumann, Symphony No.1 in B major Op.38 "Spring"
1월 들어 세 번째 연습이다. 매번 연습이 끝나고 나면 집에서 연습을 하고 와야 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목요일이 될 때까지 연습은 거의 하지 못한다. 레슨 받고 있는 곡들 한두번 씩 연습하고 나면 대충 한시간... 하루 한시간 연습하면 다행인 상황이라...;; 슈만은 이번에도 펼쳐 보지도 못하고 가게 되었다.
지난 번에 대충 넘어 갔던 1악장 뒷부분 Animato부터 집중 연습을 했다. 1악장에서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이다. 정말 봄 느낌이 물씬나는.. 그 부분은 세컨이 특별히 어렵지는 않아서 다행이긴 했지만.... 박치인 나는 박자를 자꾸 놓쳐서 혼자 계속 엇박을 짚어 넣고, 흐름을 놓치고 난리가 났다. 왜 전엔 내가 이렇게 박자감각이 없다는 것을 몰랐을까....;;
휴식 후에는 2악장을 연습. 쉬운 듯 쉽지 않다가 뒷부분으로 가면서 역시....ㅡㅜ 2악장에서도 역시 박자 때문에 힘들었다. 흑....
사실 처음에 연습을 시작할 때는 이 곡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는데... 이번 연습을 하고 나니 곡이 괜찮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슈만의 다른 곡들 - 리트나 피아노곡들-은 괜찮았지만, 관현악곡에는 그다지 관심도 없었고 끌리지도 않았는데... 연습을 하다보니, 구성과 선율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레이션도 괜찮은 것 같고... 조금씩 마음에 든다. 누구 말마따나 "변태" 슈선생인 줄 알았는데 역시 천재슈만인가 보다...
이번 주엔 연습 좀 하고 갈 수 있을지...
2008년 1월 16일 수요일
[책] 신인본주의의 기치를 높이 올리다 - 황금나침반 (His Dark Materials)
!스포일러 경고!
이 글에는 책 또는 영화의 줄거리 또는 일부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공짜로 영화예매권이 생겼었다. 겨우 1장이어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추가로 3장을 더 사서 아이들과 같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보기로 했다. 그래서 낙점된 영화가 황금나침반. 조카까지 아이들 3명을 데리고 갔는데, 도윤이는 무섭다고 울고.... 3-4학년인 아이들은 아주 재미있게 봤다. 영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이 갔던 나는 영화가 결말이 모호한 상태에서 느닷없이(?) 끝나버리자 좀 황당해 졌다.
집에 와서 좀 찾아 보고 나서야 이 영화의 원작이 필립풀먼의 3부작 소설이고, 영화화된 것은 1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콜터부인이 정말 라이라 (영화에서의 발음)의 엄마인지 아닌지가 너무나 궁금했기 때문에 책을 주문해 버렸다.
주문하고 3권을 모두 읽는 동안, 책에 관한 이야기들을 조금씩 찾아 봤다. 나니아 연대기의 기독교적인 세계관과는 거의 정반대적인 입장에서 쓰여졌다고 소개가 되어 있었다. 영화를 먼저 본 나로서는 어떤 면이 반기독교적이라는 것인지 잘 알 수가 없었다. 카톨릭 쪽 어디선가는 영화가 개봉되면 반기독교적인 책의 판매와 영향력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영화 개봉도 반대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책 내용의 무엇이 문제였을까?
영국판 표지 (1995-2000)
미국판 표지
한국판 표지 (2007)
(원래 1998년 또는 1999년에 출간되었으나 절판되고, 2007년 영화 개봉에 맞추어 재발간되었다. 원래 책의 표지는 저런 영화의 장면이 아니었을 텐데, 찾기가 쉽지 않다.)
일단, 1권을 다 읽고 보니 영화는 책과 너무나 달랐다. 특히 마지막 부분은 아예 영화화되지도 않았으며, 이오렉 버니슨과 이오푸르 락니손의 싸움 장면과 볼반가르에서의 도주 장면은 순서가 바뀌어 있었다. 콜터 부인이 말하던 마지스테리움은 교회를 말하는 것이었다는 것을 영화 보는 내내 알 수가 없었고, 고블러로 불리우는 성체위원회도 종교단체라는 것을 영화에서는 알 지 못했었다. 슬슬 왜 이 영화가 반기독교적인 영화인지 알 법했다.
2권에서는 우리와 같은 세계에 살고 있는 윌이라는 남자아이가 새로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동화나 판타지 소설에서 나올법한 캐릭터다. 아버지가 실종되어진 아이이고 친구들에게 왕따도 당하는, 그러나 용감하고 책임감있는 소년. 또 다른 주인공인 리라가 일반적인 기준의 주인공의 성격에서 약간씩 어긋나 있는 점과는 좀 대조적인다. 리라는 용기있다기 보다는 지나치게 겁이 없어 보였고... 거짓말을 너무나 잘하며.... 좋은 편인지 나쁜 편인지 판단하기 힘든, 이상한 부모를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2권에서 약간 힘이 빠졌던 이야기는 2권 말미에 윌이 아버지인 존 패리를 만나면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3권은 확실히 이 시리즈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리고 책이 종결에 다가가면서, 이 책은 단지 은유적으로만 기독교를 비판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또 기독교의 어떤 부작용을 '건설적으로'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명확해 졌다. 작가는 근본적으로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었다. 게다가 책의 말미에서, '신'이라고 불리우는 천사는 너무 오래 살아 외부공기에 접촉하여 녹아 버렸거나, 색을 탐하다가 어두운 구멍에 빠져 죽어 버리고 만다. 작가는 오랫동안 서양 사람들의 뇌를 지배해 온 기독교 중심적인 세계는 독재자들의 세계였고 광기에 빠져 있는 迷妄의 세계였다고 말한다.
또, 이 책의 중심소재인 "더스트", "스라프", "섀도우" 또는 his dark materials은 이성을 가진 동물의 주위에서만 흐르고 있으며, 인간 또는 이성을 지닌 동물의 이성적인 활동을 통하여 더 증가하기도 한다는 점, 물리학 또는 실험신학의 힘을 줄곧 보여주고 있다는 점, 그리고 윌과 리라의 사랑의 힘으로 뮬레파 부족의 세계에서 더스트의 흐름을 바꿀 수 있었다는 점 및 콜터부인이 자식에 대한 애정으로 변화하게 된다는 점... 이런 점들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는 이성의 힘을, 사람의 사랑의 힘을 믿고 있는 신인본주의자인 것이다.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낡은 세계와 싸우는 주인공들을 보고 있노라니....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에서 프리메이슨적인 신념으로 이성의 힘과 밝은 세계를 찬양하는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중세의 어둠과 교회의 압제에서 벗어나 인간으로서의 자신감과 스스로의 힘에 감탄하고 있던 근대인들의 모습이 바로 저것 아니던가?
필립풀먼은 이 책에서 내내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준다. 가장 눈에 띄는 점, 그리고 영화의 큰 매력이 되기도 했던 것은 데몬의 존재. (심지어 영화의 공식 웹사이트에서는 접속하여 몇가지 설문에 응하면 자신의 데몬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며 팬서비스를 하고 있다.) 영화에도 나오는 갑옷을 입은 곰, 마녀들. 그 외에도 여러가지 세계의 다양한 버전들. 천사, 뮬레파부족, 스펙터, 저승의 묘사, 갈레스피부족인들.... 어떻게 이 많은 것들을 상상하여 만들어 내었는지 놀라울 정도이다. 독자에게 흥미를 유발시키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모습은 이 소설의 큰 장점이다.
영화를 보고 1권만 읽고 났을 때는 아마도 이 영화는 해리포터처럼 2부, 3부로 이어지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주제가 너무나 불경(?)스럽고, 더스트라는 것이 무엇인지가 좀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3권까지 다 읽고 나니 영화로 만들면 상당히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CG로 온통 뒤덮혀지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1부가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기대를 해볼만 한지는 모르겠다.
그나저나... 지윤이가 엄마 읽는 것을 보고 자기도 읽겠다고 나서는데... 말려야 하나 놔둬야 하나... 잔인한 장면이 많은뎅....;
2008년 1월 11일 금요일
대설주의보...
어릴 적엔 서울에도 눈이 많이 왔었다. 국민학교 때 수업시간에 눈이 내리면 쉬는시간에 모두 몰려 나가 누가 먼저 운동장에 발을 찍나 해보며 놀았던 기억이 난다. 등하교길 공터에 내린 눈에 아무도 지나간 흔적이 없으면 아무리 바빠도 꼭 발자국을 내고 지나가곤 했었다. 겨우내 눈이 자주 왔었고 새학기가 시작될 무렵까지 동네 여기저기에 눈이 쌓여 있곤 했었다. 어떤 때는 30-40센티미터나 눈이 쌓이기도 했었다.
중고등학교 때에는 눈과 얽힌 기억이 별로 없다. 그 6년간 서울지방에 눈이 그다지 많이 안왔었나....? 아니면 내가 더이상 겨울에 동네를 돌아다니며 놀지 않았었는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 때 큰 홍수가 나서 대치동 은마사거리가 물에 잠겼던 기억은 있지만... 큰 눈에 대한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대학교 1학년에서 2학년으로 넘어가던 해, 큰 눈이 왔었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눈썰매를 타고 놀 수 있을 정도 였다. 비료푸대를 얻어다가 타야 잘 미끄러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은데, 내가 뭘로 썰매를 탔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엄청 재미는 있었다. 학교가 산이라 눈이 시내보다 더 많이 오곤 했었다. 오늘 온 눈 정도만 해도 버들골에서 또 눈썰매를 탈 수 있을지도... (요즘 대학생들이 그런 식으로 놀 것 같진 않지만)
눈 보다는, 눈이 온 후에 날씨가 추워지기라도 하면 학교의 길들이 꽁꽁 얼어 붙는 것이 정말 고역이었다. 우리과가 사회대 쪽과 붙었있었을 때에는 얼음으로 뒤덮힌 길이 군데군데에 있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오고 가야 했다. 최악의 길은 법대에서 내려가는 후생관 옆길. 요즘도 그럴지 좀 궁금하다. 그 길을 가기 싫어서 비싼 좌석버스를 타고 지하철역까지 가기도 했었다.
그리고는 계속 눈이나 겨울의 추위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 스키장이나 가야 눈 구경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자연설이 쌓여 있는 장면들을 다시, 엄청 자주 보게 된 것은 미국에서 였다. 필라델피아는 사실 다른 북쪽 도시들에 비하면 눈이 많이 오는 편은 아니다. 보스턴이니 미시간이니 시카고니 그런 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필라델피아에 있는 것이 가끔 감사할 정도긴 했다. 하지만.... 그래도 서울보다는 눈이 너무나 너무나 많이 내렸다. 발이 푹푹 빠지도록 눈이 오는 것은 다반사. 한 번 내리면 너무 많이 와서 학교가 문을 닫기도 하고. 눈이 워낙 일상사이다 보니 눈에 대한 대처능력도 꽤 신속해서, 밤에 눈이 좀 온다 싶으면 밤새도록 제설차가 동네를 헤짚고 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큰 길은 아침에 나가보면 보통은 깨끗하게 치워져 있곤 했다. 하지만 covered parking lot을 살 돈이 없는 가난한 유학생은 눈 온 날 아침엔 차 위에 쌓여 있는 눈을 치워야만 했다. 나중엔 수퍼에서 중간 크기의 막대가 있는 빗자루를 하나 사서 눈이 오면 그걸로 눈을 치웠다.
가족들이 다 있으면 좀 덜 서러웠을 텐데... 혼자서 한숨을 푹푹 쉬면서 내리는 눈을 보다가 빗자루를 들고 나가 힘겹게 눈을 치우는 것이 어찌 서럽던지... 서러운데다가 엄청 힘들고...ㅜㅜ 어느 날인가 눈이 정말 많이 왔을 때, 혼자 치우고 또 치우다가... 정말 힘들어서 아르바이트로 눈을 치우는 흑인 꼬마애들에게 부탁을 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주로 사는 가난한 아파트에 있는 자동차들은 온갖 눈치우는 도구들을 들고 팔팔하게 돌아 다니는 걔네들에게는 좋은 수입원이 되어 주고 있었다.
겨우내 그렇게 눈이 오고... 이 제 봄이 되는구나 싶어서 겨울의 기억을 잊어 버릴 때 쯤, 한 번 더 눈이 내리곤 했다. 4월에 눈이 오다니... 물론 4월에 내리는 눈은 금방 녹곤 했었다.
창 밖에 내리는 눈을 보고 있으려니 옛날 생각들이 났다. 오늘 밤까지 눈이 올 것 같다는데... 기상청일 믿기도 어렵고... 눈이 내릴 때 나가서 놀아야 재미있는데, 우리 아이들은 오늘 밖에서 놀았나 모르겠다. 지윤이는 미국에서 눈이 오면 그렇게 좋아 했었는데 말이다. 내일은 아이들과 좀 놀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