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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16일 금요일

눈 내린 날

아침에 창 밖을 보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이 내리는 것을 보면... 가끔 세상 어느 기적이 이처럼 아름다울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어른이 된 후에는 서울에 눈이 많이 내린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눈이 펑펑 내리는 것을 보는 것은 여전히 so fascinating... 난 아직도 철이 덜 들었나 보다 ^^;;

오늘 서울에 눈 내린 사진을 인터넷에서 몇 장 찾아 보았다.
(사진의 저작권은 사진에 쓰여 있는 대로 아마도  Newsis에..)


그러나 출근하고 나서는 지하에 있는 회의실에서 회의를 하느라 눈 내리는 걸 더이상 볼 수 없었다. 점심먹고 나니 그쳐있더라는..

요즘엔 눈이 내리면 필라델피아가 생각이 나는데... 남들이 다 지긋지긋하다고 했던 그 곳의 눈오는 날씨가 난 좋았었다. 미국생활에서 가장 좋았던 것이 눈 내리는 걸 실컷 볼 수 있었던 것... (아마 눈이 더 많이 오는 더 북쪽으로 갔었으면 완전히 학을 떼었을지도 모르는데 필리는 너무 "적당하게" 눈이 왔었나 보다 ㅎㅎ) 나이가 들면서 추운게 점점 더 싫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난 눈 없는 곳에서는 살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사족] 회사에서 단체로 대학로가서 연극을 보았는데, 연극 끝나고 주차장으로 가다가 골목길에서 꽈당...; 전혀 눈길에 적합하지 않은 밋밋한 바닥을 가지고 있는 내 부츠 탓이었다. 그래서 아직도 엉덩이와 허리가 얼얼한데도 집에 와 이런 포스팅을 올리는 걸 보면...... 역시 난 철이 덜 들었다.

2008년 1월 11일 금요일

대설주의보...

아침에 일어나 보니 어째 날씨가 어두침침하다. 창 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그것도 엄청나게.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것이 참 오랫만이다. 아무리 교통이 불편해져도 겨울엔 역시 눈이 와야 겨울 같다. 

어릴 적엔 서울에도 눈이 많이 왔었다. 국민학교 때 수업시간에 눈이 내리면 쉬는시간에 모두 몰려 나가 누가 먼저 운동장에 발을 찍나 해보며 놀았던 기억이 난다. 등하교길 공터에 내린 눈에 아무도 지나간 흔적이 없으면 아무리 바빠도 꼭 발자국을 내고 지나가곤 했었다. 겨우내 눈이 자주 왔었고 새학기가 시작될 무렵까지 동네 여기저기에 눈이 쌓여 있곤 했었다. 어떤 때는 30-40센티미터나 눈이 쌓이기도 했었다.

중고등학교 때에는 눈과 얽힌 기억이 별로 없다. 그 6년간 서울지방에 눈이 그다지 많이 안왔었나....? 아니면 내가 더이상 겨울에 동네를 돌아다니며 놀지 않았었는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 때 큰 홍수가 나서 대치동 은마사거리가 물에 잠겼던 기억은 있지만... 큰 눈에 대한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대학교 1학년에서 2학년으로 넘어가던 해, 큰 눈이 왔었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눈썰매를 타고 놀 수 있을 정도 였다. 비료푸대를 얻어다가 타야 잘 미끄러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은데, 내가 뭘로 썰매를 탔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엄청 재미는 있었다. 학교가 산이라 눈이 시내보다 더 많이 오곤 했었다. 오늘 온 눈 정도만 해도 버들골에서 또 눈썰매를 탈 수 있을지도... (요즘 대학생들이 그런 식으로 놀 것 같진 않지만)

눈 보다는, 눈이 온 후에 날씨가 추워지기라도 하면 학교의 길들이 꽁꽁 얼어 붙는 것이 정말 고역이었다. 우리과가 사회대 쪽과 붙었있었을 때에는 얼음으로 뒤덮힌 길이 군데군데에 있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오고 가야 했다. 최악의 길은 법대에서 내려가는 후생관 옆길. 요즘도 그럴지 좀 궁금하다. 그 길을 가기 싫어서 비싼 좌석버스를 타고 지하철역까지 가기도 했었다.

그리고는 계속 눈이나 겨울의 추위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 스키장이나 가야 눈 구경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자연설이 쌓여 있는 장면들을 다시, 엄청 자주 보게 된 것은 미국에서 였다. 필라델피아는 사실 다른 북쪽 도시들에 비하면 눈이 많이 오는 편은 아니다. 보스턴이니 미시간이니 시카고니 그런 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필라델피아에 있는 것이 가끔 감사할 정도긴 했다. 하지만.... 그래도 서울보다는 눈이 너무나 너무나 많이 내렸다. 발이 푹푹 빠지도록 눈이 오는 것은 다반사. 한 번 내리면 너무 많이 와서 학교가 문을 닫기도 하고. 눈이 워낙 일상사이다 보니 눈에 대한 대처능력도 꽤 신속해서, 밤에 눈이 좀 온다 싶으면 밤새도록 제설차가 동네를 헤짚고 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큰 길은 아침에 나가보면 보통은 깨끗하게 치워져 있곤 했다. 하지만 covered parking lot을 살 돈이 없는 가난한 유학생은 눈 온 날 아침엔 차 위에 쌓여 있는 눈을 치워야만 했다. 나중엔 수퍼에서 중간 크기의 막대가 있는 빗자루를 하나 사서 눈이 오면 그걸로 눈을 치웠다.

가족들이 다 있으면 좀 덜 서러웠을 텐데... 혼자서 한숨을 푹푹 쉬면서 내리는 눈을 보다가 빗자루를 들고 나가 힘겹게 눈을 치우는 것이 어찌 서럽던지... 서러운데다가 엄청 힘들고...ㅜㅜ 어느 날인가 눈이 정말 많이 왔을 때, 혼자 치우고 또 치우다가... 정말 힘들어서 아르바이트로 눈을 치우는 흑인 꼬마애들에게 부탁을 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주로 사는 가난한 아파트에 있는 자동차들은 온갖 눈치우는 도구들을 들고 팔팔하게 돌아 다니는 걔네들에게는 좋은 수입원이 되어 주고 있었다.

겨우내 그렇게 눈이 오고... 이 제 봄이 되는구나 싶어서 겨울의 기억을 잊어 버릴 때 쯤, 한 번 더 눈이 내리곤 했다. 4월에 눈이 오다니... 물론 4월에 내리는 눈은 금방 녹곤 했었다.

창 밖에 내리는 눈을 보고 있으려니 옛날 생각들이 났다. 오늘 밤까지 눈이 올 것 같다는데... 기상청일 믿기도 어렵고... 눈이 내릴 때 나가서 놀아야 재미있는데, 우리 아이들은 오늘 밖에서 놀았나 모르겠다. 지윤이는 미국에서 눈이 오면 그렇게 좋아 했었는데 말이다. 내일은 아이들과 좀 놀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