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30일 목요일

[공연] 카르미뇰라와 베니스바로크오케스트라 2008년 10월29일

카르미뇰라의 공연은 꼭 봐야만 했다. 요즘 이래저래 우울한 일 투성이인데 이 공연을 보면 기분이 상승기류를 탈 수 있을 것 같아서일까... 오래간만에 기대에 가득 차서 예당으로 간 듯 하다. 바이올리니스트들이 거의 정면으로 보이는 합창석에 자리를 잡고 공연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합창석에서 제일 바람직한 자리를 잡아 주신 슈클에 감사...

첫 세 곡은 베니스바로크오케스트라의 연주. 투명하고 맑은 현의 울림이 물결을 타는 듯한 연주였다. 비발디 시절의 베니스로 돌아가 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느낌이랄까. 보통 류트가 합주와 같이 나올 때는 류트소리가 다른 악기들 소리에 묻혀서 잘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베니스 바로크의 류트 소리는 간간히 곡의 흐름을 주도하면서 꽤 파워풀한 소리를 들려 주었다.

네번째 곡에서 등장한 카르미뇰라는 사진이나 동영상 클립에서 봤던 것과는 달리 백발의 모습이었다. 그 사이 나이가 많이 들은 걸까... 하지만 미모(?)는 여전했다. 이 협주곡에서 카르미뇰라의 바이올린은 앙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건조한 날씨 탓인지 의도적인 것인지가 궁금했었다. 하지만 후반부의 사계를 들어 보니... 날씨 탓은 아니고 의도적으로 음색을 그렇게 만들었던 듯.... 이 곡은 처음 듣는 곡이었는데 (비발디 곡은 처음 듣는 곡도 처음 듣는 것 같지 않은 듯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눈 앞에서 카르미뇰라의 너무나 자연스러운 슬러스타카토와 리코셰 테크닉, 그리고 놀랍게 빠르게 움직이는 오른팔 보잉을 보고 있노라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어찌 부럽던지...

노란 바니쉬의 1732년 바이오 (Baillot) 스트라디바리에는 턱받침에다 어깨받침까지 달려 있었고, 카르미뇰라의 활은 다른 바이올리니스트들의 뾰족한 바로크활과는 달리 상당히 투르트 모델에 가까이 간 듯한 모양새로 보였다. 이러한 그의 악기와 활의 특성이 후반부의 사계 연주에서 매우 "모던"한 음색을 보여 주게 되었던 모양이다.

사계. 여러가지 종류의 사계를 들어봤지만, 음반을 통해서 들어본 카르미뇰라와 베니스바로크의 사계는 매우 강렬하고 아주 재미있는 사계였었다. 과연 실연에서는 어떻게 연주할까 매우 궁금했었는데, 드디어 눈 앞에서 그들의 연주를 보게되었다. 사계의 주인공은 확실히 카르미뇰라였는데, 솔직히 이런 사계는 처음이었다. 콘서트홀의 무대가 봄에서 여름으로 가을로 그리고 겨울로 바뀌는 모습이 너무 생생해서 신기할 정도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카르미뇰라의 솔로는 매우 조화롭게 합주를 맞추어 주는 베니스바로크와 너무나 잘 어울렸다. 군데군데 들려오던 카르미뇰라의 장식음도 연주를 매우 독특하게 들리게 했다. 카르미뇰라의 바이올린 음색은 전반부와는 달리 강하고 풍부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베니스 음악이라서 그런가... 피치도 높아서 음색이 매우 화려하게 들려왔다.

재미있었던 것은... 역시...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카르미뇰라의 여름과 상상하지 못했던 겨울 2악장. 여름은, 내가 과연 시대악기 연주단체의 연주회에 와 있는 것인지 모던 록그룹의 콘서트에 와있는 것인지를 매우 헷갈리게 만들었고, 어... 하고 깜짝 놀라게 만들면서 장식음 (또는 카덴차)를 붙여시작한 겨울 2악장은 조영남이 가곡을 자기 멋대로 가요로 바꾸어 부르는 장면을 연상케 만들었다.

카르미뇰라 말고... 계속 등만 바라봐야 했던 첼리스트와 비올라 아줌마도, 인사하려고 돌아섰을 때 보니 모두 훈남훈녀들인 듯 했는데, 사실은 신나게 연주해준 류티스트 아저씨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관객들의 환호와 이어지는 박수에 이 마음 좋은 이탈리아 사람들은 앵콜을 3곡이나 이어서 해주었는데, 본 연주만큼이나, 아니 본 연주보다 더 멋진 연주였다. 이탈리아인들의 비발디 연주. 같은 나라 사람이지만 이무지치의 교과서적인 연주와는 전혀 다르고, 나름대로 파격과 풍류가 있는 비발디... 빨간머리 사제 비발디가 21세기에 나타나면 이렇게 연주할 지도...? 하여간 간만에 정말 재미있었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연주회.

프로그램

2008년 10월 28일 화요일

[공연] 대한민국 국제음악제 2008년 10월 22일

알브레히트 마이어가 온다길래 알아봤더니 대한민국 국제음악제의 첫날 공연에 나온다고 한다. 자리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티켓 가격도 착하다. 예당에 도착해서 자리를 찾아 들어갔더니... 바로 옆 자리에 아는 분들이 앉아 있었다. 잠시 최진실을 화제로 수다를 떨고...;

당연히 예습도 못했고.. 수다 떠느라 프로그램도 제대로 살펴 보지 못한 채로, 당연히 첫 곡은 오케스트라만 연주하는 것이겠거니 했는데 뜻밖에 마이어가 성큼성큼 걸어나와서 살짝 놀랐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첫 곡도 오보에 협연이었던 듯.

마이어는 오보에를 마치 단소나 리코더 불듯이 편안하게 들고 경쾌하게 모차르트를 연주했다. 자리가 2층이어서 그런지 오보에 소리가 좀 작게 들렸고, 트릴을 할 때 오보에의 클로즈드 홀이 여닫히는 소리가 살짝 거슬리기도 했지만... 마치 무대에서 춤을 추듯 연주를 하는 마이어의 쇼맨쉽은 볼만했다.

호흡에 별로 무리가 없는 듯 보이는 마이어도, 긴 호흡으로 연주해야 할 때는 얼굴이 빨개지는데... 객석에서 그 호흡을 속으로 따라해봤더니.... 아무래도 난 오보에로 멋진 연주를 할 가능성은 전혀 없을 듯 하다..;;; 첫 곡과 세번째 곡인 오보에 협주곡 모두, 오보에가 작아 보이는 큰 몸집으로 무대를 장악하면서 "퍼포먼스"를 보여준 마이어였다.

앵콜은 바흐 오보에협주곡. 솔리스트가 혼자 연주해서인지 마이어가 변주를 해서인지 조금 다르게 들리긴 했지만, 오보에 음색의 아름다음을 느낄 수 있어 본 연주만큼이나 좋았다.

두번 째 곡은 정태봉 교수의 "한국" 초연이었다. 여러가지 민요들이 모티브로 나왔다는 것 외에 어떤 의미에서 그 곡이 "한국"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즈음의 이러저러한 우리나라 상황들에 비하면 곡이 너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가... 잠시 생각했었다..ㅡㅡ;;

후반부에는 KBS의 브람스 2번. 솔직히.... 그다지 감동스럽지는 못했다. 초대권을 남발한 듯 연주회 내내 시종일관 한 번도 안빠지고 계속되던 악장간 박수에, 부스럭대는 뒷 자리의 관객들도 좀 신경쓰이긴 했지만... 그보다는 단원들에게서 즐겁게 연주하는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고, 군데군데 앙상블이 틀어지는 부분도 있었고... ; 얼마전 인터넷에서 본 KBS교향악단의 문제가 계속 지속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어느 정도 해결되었는지도 좀 궁금하긴 했다. 앵콜도 한 곡 해주었는데... 헝가리무곡 5번.

프로그램

KBS교향악단 / Cond. Adnreas Delfs / Obe. Albrecht Mayer / 교향시 정태봉

W.A.Mozart       Andante B flat Major, KV 315
교향시 정태봉     한국<Korea> (위촉)
W.A.Mozart       Concerto for oboe and orchestra, KV 314
J. Brahms        Symphony No.2 in D Major Op.73

2008년 10월 22일 수요일

How to survive.....

올해가 시작되면서부터 악재가 계속된다는 이야기를 블로그에서도 몇 번 썼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그렇게 보였다. 개인적으로는... 뭐... 그럭저럭... 회사사정이 좋지 않았고, 회사일도 이리저리 꼬이기도 했었고, 아이들 교육문제 때문에 스트레스가 좀 있고.... 하지만, 그 정도 고민거리 없는 사람이 세상에 몇 명이나 될까...

그런데... 상황이 정말 나빠지고 있는 듯하다. 추석 연휴 마지막날 터져 나온 리만 건 이후... 본격적으로 나빠지기 시작한 미국과 회사의 상황은 (거기서 월급이 나온다고 해도) 내심으로는 물 건너 남의 나라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갈 수록 점점 "우리 동네"가 물 속으로 잠겨가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사실 이제 거의 숨만 쉴 수 있는 지경까지 가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장기적으로는 물이 빠지겠지만... 잠시 숨막히는 경험을 하다기 빠져 줄 지 아니면 그냥 좀 수영을 즐기다가 닦고 나오면 되는 상황 정도일 지는 모르겠다. 내 주위의 비관론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아무래도 숨쉬기 어려운 지경까지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오늘 오후 패닉하는 시장을 보고 있노라니 더욱 더 그런 생각이 든다. 게다가 어제는 마치 늘 오버하던 친구를 흉내내려는 듯이 시장을 자극하는 언사를 일삼는 아저씨를 보고 있으려니... 물도 아직 안 찼는데... 숨이 턱턱 막혀온다. 달러 환율 올라가는 것 뻔히 보면서 헛소리하는 것도 그렇고.... 잘 모르겠으면 차라리 가만히라도 있어주는 편이 도와주는 것인데 말이다..;;;

요즘은 만나는 사람마다.... 97년에는 말이지... 라는 이야기들을 한다. 그래.. 그 때 환율이 2천을 찍고 금리가 20%를 육박했었지... 집 값이 반으로 떨어지고 말이다. 데이터룸에 앉아서 11시까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부실채권 파일을 리뷰하고 평가했던 일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구만....;;; 그래도 그 때는 물 건너 온 투자자들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있는 자산도 다 내다 팔려도 발버둥치는 판에 이젠 누가 돈주머니를 풀까....

공포영화는 원래 싫어 하는데... 자칫하면 조연 또는 엑스트라로 출연하게 생겼다...ㅡㅡ;;




------- 한 밤중에 조금 덧붙임--------------

아시아 시장에 이어, 유럽시장도 내려가더니, 한시간 전에 개장한 뉴욕증시도 역시다. 환율도 장난아니다. 역외환율이 엄청나게 치솟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대로 가면 내일은 무시무시할 듯... 아니... 뭔가 돌파구가 생기지 않고서는 쭉... 공포스러운 나날들이 이어질 듯...;;

하지만... 요즘 다우는 초반에 올라가면 오후장에선 떨어지고, 초반에 떨어지면 막판엔 오르더라... 물론 추세는 하락이지만... 속도조절도 하고 숨도 좀 고르면서 진행하면 안될까..;;;

(아침에 일어나보니... 오후장의 반등이 영향을 미치기엔 너무 많이 떨어져 있었던 듯... 다우도 그렇지만... 더 무서운 것은 역외환율..)

2008년 10월 14일 화요일

10월 초 제주도

지난 주, 제주도에서 교육이 있었다. 교육이 시작되기 전 개천절 연휴를 이용해서 가족들과 같이 제주도 여행을 했다. 원래는 연휴가 시작되는 3일에 출발하려고 했으나, 역시 연휴라...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다음날인 4일에 출발. 아이들은 월요일에 체험학습으로 학교도 결석하고.....

김포공항.
 

제주도에 도착하여, 일단 차를 빌리고... 중문근처에서 밥을 먹으러 갔다. 정식이라고 했는데, 옥돔구이, 제육볶음 등등 꽤 푸짐하다. 그냥 아무데나 들어갔는데도 맛이 괜찮았다. 제주도 음식들이 다 맛있는 듯...


배를 채운 후,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게으른 우리 식구들은 방에서 일단 좀 쉬고.... 테디베어뮤지엄을 방문.  
 

벌써 저녁... (호텔에서 너무 오래 쉰 듯...ㅠㅠ) 역시 근처에 흑돼지를 판다고 하는 아무 식당에나 들어갔다..ㅡㅡ;; 소주를 시켰더니, 한라산물 소주라는 것이 나온다. 두껍게 썰어져 나온 돼지고기를 돌판에 구웠는데, 맛이 아주 좋았다.
 

아이들이 노래방에 가고 싶다고 해서... 매우 건전하고 저렴해 보이는 노래방으로... 요즘 i-pod에 푹 빠져 있는 지윤이는 레퍼토리가 많이 늘었다. 호텔로 돌아와 분수도 보고, 바에서 어느 외국인 연주자의 플룻연주도 좀 듣고...
 

다음날... 역시 게으른 우리 식구들... 느즈막히 일어나, 호텔 정원을 산책했다. 잘 꾸며진 아름다운 정원, 바다가 보이는 벤치, 작은 동물원까지... 호텔 안에서 하루를 보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배를 타고 마라도에 가려고 했는데, 날씨가 도와 주질 않는다. 비가 부실부실 오기 시작한다. 또 아무 곳이나... 그냥 눈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다. 만두와 칼국수를 시켰는데, 칼국수 국물에는 골뱅이 비슷한 '보말'이라는 것이 잔뜩 들어 있었다. 맛이 일품. 예상치 않게 시원한 국물에 감동하면서 맛나게 칼국수를 먹고...

초콜렛박물관에 갔다. 예전에 이야기만 듣고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 재미있고 아기자기한 것들이 전시되어 있다. 나중에 나올 때, 매장에서 초콜렛을 샀는데, 맛은 생각보다는 별로.....;; 하지만, 아이들과 재미있는 구경을 했으니 만족...
 

         

비가 계속 내려서... 그냥 돌아갈까 하다가 그래도 잠수함을 타보자고 결정. 잠수함 타는 곳 근처 가게에서 이천원하는 비옷을 사입었다. 배를 타고 잠수함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면, 위 아래로만 움직이는 잠수함을 탈 수 있다.
  

  

잠수함 안에서 디카로 사진을 찍었는데도 아이들은 잠수함에서 찍어주는 사진을 돈주고 사야한다고 아우성이다. 한 장에 5천원이나 하는 엄청나게 비싼 사진인데... 안 사주고 나왔더니 난리가 났다. 결국 2장을 더 서비스로 받고... 4장을 만원주고 구입..ㅠㅠ
  

  

잠수함에서 물고기들을 많이 봐서 눈이 호강을 했으니, 이제는 입과 배를 호강시켜줘야... 멋져 보이는 횟집으로 입성. 말이 필요없다. 우리가 먹은 것은 뱅어돔.
  

  

  

호텔로 돌아왔는데, 아이들이 수영장을 가보고 싶다고 한다. 수영복을 아이들 것만 챙겨 가지고 온 터라... 우리는 옷을 입고 들어가 아이들 수영하는 걸 구경만 했다. 도윤이는 특별지도도 받고...
  

그리고 월요일. 나는 아침부터 교육을 받아야 했지만, 남편과 아이들은 성산 일출봉과 미로공원에 갔었다고 한다. ㅠㅠ 카메라에 들어 있는 사진들 중 두 장만..  

   

교육은 아침부터 밤중까지 매우 인텐시브했지만... 큰 재미는 없었다. 어쨌든 우리 팀이 비즈니스 시뮬레이션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 간식과 음식이 모두 맛있어서 몸무게가 한 2킬로 늘었고..ㅠㅠ

2008년 10월 10일 금요일

야마하 오보에 211

지름신이 강림하사....;;; 오보에를 하나 구했다. 물론 저렴하게...그리고 중고... ; 아마 구할 수 있는 가장 싼 오보에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긴 한데.... 멋진 프랑스 악기에 비하면 소리야 보잘 것 없을 테지만... 어떻게 부는지도 모르는 나로서는 별 상관은 없을 듯 하다. ㅡㅡ;;;

이로써... 우리집에는 야마하 클라리넷, 야마하 플룻, 그리고 야마하 오보에... 온통 야마하의 목관악기들이 가득차게 되어 버렸다.


도착한 케이스. 좀 낡았다.


케이스를 열면, 리드를 제외한 악기와 립스틱처럼 생긴 코르크 윤활제가 들어 있다.


리드는 예당 앞에 가서 직접 구입을 할까, 어떻게 하나 고민을 했는데, 결국 해외에 주문을 했다. 그냥 대량생산품 중에 평판이 좋은 것들을 골라서 주문했는데, 며칠이 지나도 쉽핑이 되지 않았다. 물어보니 back order여서 한 달은 걸려야 배송이 된다고....

성질 급한 나는, 당장에 주문을 취소하고 (환율이 너무 올라서 취소하고 싶은 생각이 더 많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점심시간에 낙원상가에 가서 리드를 하나 구했다. 낙원상가에는 오래간만에 가봤는데... 회사에서 엄청 가깝다는 것을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간만에 이런 저런 악기들을 구경하고....

리드는 리고티의 미디엄소프트. 사실 그다지 권장되는 브랜드는 아니었고... 가격도 살짝 비싼 듯 했지만 집에 도착해있는 오보에를 생각하고는 주저없이 구입했다.


집에 와서 리드를 적셔 불어 봤는데, 생각보다 수월하게 소리가 났다. 악기에 리드를 연결해서 불었는데, 역시 우려했던 것보다는 소리내기가 어렵진 않았다. 며칠은 걸려야 소리가 나지 않을까 했는데...ㅎㅎ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음정이 조금씩 낮다. 리드를 끝까지 끼워 가능한 가장 높은 소리가 나도록 했는데도, 거의 반의 반음정 정도가 낮은 것.... 악기의 문제인지, 내가 잘 불 줄 몰라서 그런 건지,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ㅠㅠ

그리고 호흡은 확실히 많은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리드가 상당히 강하게 불게 되어 있는 구조인 듯해서... 숨이 모자란다.

레슨을 받는 것은 역시 시간과 돈의 문제.... 아마도 레슨이 꼭 필요할 듯 한 악기인 듯은 하지만... 당분간은 혼자서 좀 가지고 놀아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뭐... 음정문제는 좀 해결이 필요하겠지만..;;;;

지윤이를 위한 플룻

플룻을 배우고 싶다고 한 것이 벌써 1-2년은 넘었는데, 아직은 호흡도 힘들 것 같았고, 피아노와 바이올린만 하기도 힘들 것 같아서 미루고 미루다가.... 구입한 야마하 YFL-211. 야마하의 모델 중에서 제일 저렴한 플룻이다.



도착하자마자, 혼자 조립하고 혼자 책 보고 운지법을 익히더니 간단한 동요는 분다. 피페를 해봐서 좀 나은 것 같다. 아직 선생님을 구해서 정식으로 배우게 할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혼자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테니까.... 선생님을 구해봐야 겠지... 시간과 비용이 문제..;;;;



2008년 10월 3일 금요일

[공연] 서울바로크합주단 제121회 정기공연 2008년 10월1일

10월에 질러 놓은 공연이 너무 많은 데다가 다음 주에 출장이 잡혀, 가능한 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일찍 퇴근을 해야겠다고 생각 중이었다. 하지만, 은하가 바로크합주단 공연에 가자고 하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프로그램에는 몇 가지 끌리는 점이 있었는데....

프로그램

류재준, Rosso for String Orchestra(세계초연)
C.Saint-Saens, Cello Concerto No.1 in a minor Op.33 (Cello: 송영훈)

Intermission

J.Haydn, Symphony No.8 in G Major ‘Le Soir’(국내초연)
J.Haydn, Piano Concerto No.11 in D Major (Piano: Cyprien Katsaris)


첫째는, 실연을 한번도 보지 못했던 송영훈씨가 연주할 것이라는 점, 두번째는 류재준이라는 한국 작곡가의 곡이 연주될 것이라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이든의 곡이 두 곡이나 프로그램에 들어 있다는 것.

6시 반에 회사에서 출발을 하면 7시반 훨씬 전에 예당이 도착할 수 있다. 일찍 도착해서 앉아서 수다를 떨고 있는데, 낯익은 얼굴들이 옆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절대로 사람 얼굴 기억 못하는 나는 그저 어디서 많이 본 사람들이군... 나랑 같은 공연을 보러 다니는 사람들인가... 하고 말았는데, 나보다는 그래도 나은 기억력을 가진 듯한 은하는 모 첼리스트라며 인사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다. 소심하고 사람 가리는 내 성격이라면 고민은 절대 없이 당연히 모른척 외면으로 끝날텐데 말이다.^^

류재준은 사실 몇 달전 신문기사에서 보고 과연 이 사람의 곡은 어떤 곡일까 궁금해 했던 작곡가이다. (기사링크) 나와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공간에 살았었을 법한 사람인데.. 기사를 보니 그의 삶은 나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과연 나와 비슷한 시간 공간을 살아 본 적이 있는 작곡가의 곡은 어떤 것이 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펜데레츠키의 제자라는 것보다는 이런 점들 때문에 관심이 갔었다.

그의 곡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아름다운 곡이었다. 그다지 난해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깊은 인상을 받지도 못하긴 했지만... 나중에라도 다시 한 번 들을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했다.

송영훈의 생상은 매끈했다. 그의 외모나 이미지에서 풍기는 느낌과 비슷했다고나 할까... 다만, 나중에 발을 쿵쿵 구르며 연주를 한 것은 좀 거슬렸다. 첼로라는 악기는 현이 굵고 진동의 폭이 넓어서 (바이올린에 비해) 현이 지판에 닿는 소리가 간혹 나는데, 나는 사실 그 소리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데, 발 구르는 소리까지 들리면 맥이 갑자기 뚝 끊기는 느낌이 난다.

하이든의 교향곡 8번 저녁. 국내 초연이라고 하는데... 그건 잘 모르겠지만, 곡은 아기자기하고 꽤 재미있었다. 조금 더 규모를 줄이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은 들었다. 연주는.... 그냥 그랬다. 김민교수의 바이올린 연주는 확실히 내 취향은 아닌가 보다.

사실 대박은 하이든의 건반 협주곡과 사이프리앵 카차리스였다!  별 기대 없이 앉아 있었는데, 예상치 않은 피아노 음색에 나는 희미하게 보이는 피아노의 상표까지 열심히 살펴 보았을 정도였다. 분명히 스타인웨이인데... 부드럽지만 가볍고 뛰어난 아티큘레이션, 독특하고 환상적인 음색이 스타인웨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었다. 페달링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보려고는 했지만... 발을 모두 페달에 올려 놓고 연주를 계속해서... 정확히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더라..

그는 앵콜곡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는데, 김민교수의 favorite이고 19세기 미국 작곡가인 고샤크의 "반죠"... Gottschalk의 The Banjo.. (유튜브에 찾아보니 그가 베이징 올림픽때 이 곡을 연주했었던 모양이다^^; IMSLP에는 악보도 있는 것 같긴 한데... 나로서는 전혀 연주할 능력이 안되므로 패쓰...)



이 앵콜에서 테크닉적으로도 굉장하고, 매우 안정적인 연주를 해 주었다. 그는 앵콜을 한 곡 더 해주었는데, 그 앵콜이 시작되기 직전 우리는 콘서트홀을 나섰다. 중계방송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라... 나중에 클래식 FM을 찾아서 들어 볼까 생각 중이다.

어쨌건, 흥미로운 공연이었고, 카챠리스의 연주는 앞으로도 찾아서 좀 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 보여준 은하에게 감사를...^^

10월 초에 적어 보는 2008년 이야기

4분기가 시작되었다. 2008년이 아직 3달이나 남아 있는데도, 이런 한 해는 다시 오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러가지 변화들이 몰아쳐 왔다. 그리고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1. 지난 10년 간 내가 세상 걱정 별로 안하고 살아 왔었다는 사실을 사무치게 깨닫게 해주고 있는 새 정부. 정말 잘 해도 미국발 경제위기의 여파 때문에 잘했다는 이야기 듣기 어려울 텐데... 가야할 길을 기막히게 잘 피해서 엄한 길로 간다. 80년대에는, 역사의 수레바퀴가 굴러 가지 않고 멈추어 있는 것이 답답했었다면... 이제는, 그 바퀴가 거꾸로 굴러 가고 있는 것이 뻔히 보이는 데에도 너무나 당당한 사람들이 있어 답답하다. 그들의 움직임에서 발언에서 개발독재의 망령이 자꾸 보이는 것 같아 가끔씩 소름이 끼친다.

2. 90년 그리고 그 이후 공산권 국가들이 사라지고, 중국도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세계경제는 정말 미국을 중심으로 돌고 있었다. 실물경제의 흐름에 직접 뛰어 드는 것 보다는, 투자은행이나 컨설팅으로 가는 것이 경영학도들의 꿈이 되었고... 자본시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아주 가까운 곳이 되었고 더이상 가난한 아빠는 아이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 없고 모두 부자아빠가 되는 길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근로소득이 아니라 자산소득이 있는 사람들만이 중산층 또는 그 이상의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가 있게 되었는데... 이런 현상은 아마도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던 것 같다.

경기는 순환한다. 하지만 잔 물결과 큰 물결은 차이가 나는 것이고... 아예 바닷 속 지진이라도 일어나 해류의 흐름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확실히 잔물결은 아닌 것 같은데... 어느 정도의 큰 물결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만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만은 틀림이 없다.

3. 이런 변화를 역사적인 맥락에서, 그리고 보다 거시적인 시각에서 관찰하고 숙고하고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냄비처럼 부르르 끓어 올랐다가 식었다가... 갈팡질팡하고 있는 사람들만 잔뜩 있을 뿐이다. 아니면... 그저 일상사에 허덕이며 전전긍긍하느라 변화에 대한 고민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이거나...

4. 그래서 그런 것일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지도자 또는 리더를 자부하며 나서고들 있다. 전에는 그래도 조금은 도덕적이고, 가끔은 부끄러워 할 줄도 아는 사람들이 있었다면, 지금은 도무지 그 머리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매우 궁금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 요즘은 TV에서 더이상 개그프로그램을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더라... 세상 이야기가 뉴스와 기사가 훨씬 더 기막힌 코메디인 걸...

5. 그리고.. 세상은 점점 더 끔찍해 진다. 원래 세상은 끔찍한 일 투성이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원래 본성적으로 매우 심하게 잔인해 질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점점 더 충격적인 일들이 많이 보인다.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서 안 봐도 될 뉴스까지 전해지기 때문인 것인지...

6. 지금까지 내가 다녔던 회사들은 그다지 상황이 어려웠던 적이 없었다. 내가 보기에는 그다지 훌륭한 경영전략이 없었어도.... 워낙 시장 상황이 좋아 수요를 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거나... 네임 밸류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일이 생겼었거나... 제품이 좋아 특별한 마케팅 전략없이도 성장에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경우들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어떤 식으로 진행될 지는, 그저 tax를 하고 있는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 알고 싶지 않은 걸지도...;; - 하지만 확실히 변화가 필요하고.. 변화는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다만, 미국도 한국도 시장이 좋지 않아서 바람직한 결과가 나올 지는 미지수일 것 같다.

7. 추석 연휴 마지막날, 리만브러더스의 파산신청 기사가 나온 이후.... 시계가 한 10배쯤 빨리 돌아가기 시작한 것 같다. 작년 말에 고점을 찍었던 이 회사의 주가는 정말 문자 그대로 반토막이 났다. 뭐.... 아예 문을 닫는 회사들이 수두룩한 판에 반토막이 난 정도야...; 어제는 유상증자 플랜이 나왔는데, 예상대로 확실히 시장에는 bad signal이 되었다. 오늘도 현재 9% 정도 하락 중...; 다음주에 3분기 실적발표가 나오면 어찌 될지...

8. 오늘 (12시가 넘었으니 어제) 아침, 워렌 버핏의 우선주 매입과 유상증자 뉴스는 약 10정도의 충격이었다면, 출근해서 본 최진실의 자살 뉴스는 한 70-80정도의 놀라움을 안겨 주었고, 퇴근시간 즈음에 들은 회사 내부 announcement는 200정도.... 어제는 확실히 특별히 뉴스가 많은 날이긴 했지만... 올해는 내내 며칠 간격으로 놀라운 소식들을 계속 듣고 있다. 아무래도 魔가 낀 듯... 우리는 광화문 사거리에서 살풀이를 하고 뉴욕에서는 월스트리트에서라도 살풀이를 한 판해야 하지 않을까...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