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3일 금요일

[공연] 서울바로크합주단 제121회 정기공연 2008년 10월1일

10월에 질러 놓은 공연이 너무 많은 데다가 다음 주에 출장이 잡혀, 가능한 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일찍 퇴근을 해야겠다고 생각 중이었다. 하지만, 은하가 바로크합주단 공연에 가자고 하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프로그램에는 몇 가지 끌리는 점이 있었는데....

프로그램

류재준, Rosso for String Orchestra(세계초연)
C.Saint-Saens, Cello Concerto No.1 in a minor Op.33 (Cello: 송영훈)

Intermission

J.Haydn, Symphony No.8 in G Major ‘Le Soir’(국내초연)
J.Haydn, Piano Concerto No.11 in D Major (Piano: Cyprien Katsaris)


첫째는, 실연을 한번도 보지 못했던 송영훈씨가 연주할 것이라는 점, 두번째는 류재준이라는 한국 작곡가의 곡이 연주될 것이라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이든의 곡이 두 곡이나 프로그램에 들어 있다는 것.

6시 반에 회사에서 출발을 하면 7시반 훨씬 전에 예당이 도착할 수 있다. 일찍 도착해서 앉아서 수다를 떨고 있는데, 낯익은 얼굴들이 옆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절대로 사람 얼굴 기억 못하는 나는 그저 어디서 많이 본 사람들이군... 나랑 같은 공연을 보러 다니는 사람들인가... 하고 말았는데, 나보다는 그래도 나은 기억력을 가진 듯한 은하는 모 첼리스트라며 인사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다. 소심하고 사람 가리는 내 성격이라면 고민은 절대 없이 당연히 모른척 외면으로 끝날텐데 말이다.^^

류재준은 사실 몇 달전 신문기사에서 보고 과연 이 사람의 곡은 어떤 곡일까 궁금해 했던 작곡가이다. (기사링크) 나와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공간에 살았었을 법한 사람인데.. 기사를 보니 그의 삶은 나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과연 나와 비슷한 시간 공간을 살아 본 적이 있는 작곡가의 곡은 어떤 것이 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펜데레츠키의 제자라는 것보다는 이런 점들 때문에 관심이 갔었다.

그의 곡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아름다운 곡이었다. 그다지 난해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깊은 인상을 받지도 못하긴 했지만... 나중에라도 다시 한 번 들을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했다.

송영훈의 생상은 매끈했다. 그의 외모나 이미지에서 풍기는 느낌과 비슷했다고나 할까... 다만, 나중에 발을 쿵쿵 구르며 연주를 한 것은 좀 거슬렸다. 첼로라는 악기는 현이 굵고 진동의 폭이 넓어서 (바이올린에 비해) 현이 지판에 닿는 소리가 간혹 나는데, 나는 사실 그 소리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데, 발 구르는 소리까지 들리면 맥이 갑자기 뚝 끊기는 느낌이 난다.

하이든의 교향곡 8번 저녁. 국내 초연이라고 하는데... 그건 잘 모르겠지만, 곡은 아기자기하고 꽤 재미있었다. 조금 더 규모를 줄이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은 들었다. 연주는.... 그냥 그랬다. 김민교수의 바이올린 연주는 확실히 내 취향은 아닌가 보다.

사실 대박은 하이든의 건반 협주곡과 사이프리앵 카차리스였다!  별 기대 없이 앉아 있었는데, 예상치 않은 피아노 음색에 나는 희미하게 보이는 피아노의 상표까지 열심히 살펴 보았을 정도였다. 분명히 스타인웨이인데... 부드럽지만 가볍고 뛰어난 아티큘레이션, 독특하고 환상적인 음색이 스타인웨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었다. 페달링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보려고는 했지만... 발을 모두 페달에 올려 놓고 연주를 계속해서... 정확히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더라..

그는 앵콜곡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는데, 김민교수의 favorite이고 19세기 미국 작곡가인 고샤크의 "반죠"... Gottschalk의 The Banjo.. (유튜브에 찾아보니 그가 베이징 올림픽때 이 곡을 연주했었던 모양이다^^; IMSLP에는 악보도 있는 것 같긴 한데... 나로서는 전혀 연주할 능력이 안되므로 패쓰...)



이 앵콜에서 테크닉적으로도 굉장하고, 매우 안정적인 연주를 해 주었다. 그는 앵콜을 한 곡 더 해주었는데, 그 앵콜이 시작되기 직전 우리는 콘서트홀을 나섰다. 중계방송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라... 나중에 클래식 FM을 찾아서 들어 볼까 생각 중이다.

어쨌건, 흥미로운 공연이었고, 카챠리스의 연주는 앞으로도 찾아서 좀 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 보여준 은하에게 감사를...^^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