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29일 목요일

철원에서 주말보내기

지난번 강화도 펜션여행에 이어, 이번에는 철원의 펜션을 예약했다. 웹사이트로 보니 한탄강 근처의 꽤 괜찮아 보이는 펜션이다. 토요일 점심때 서울을 출발해서 별로 많이 밀리지 않고 철원에 도착했다. 서울로 돌아 올 때도 별로 밀리지 않았는데, 이번 주말은 연휴가 아니어서 그런대로 다닐만 한 것 같다.

펜션은 강화도에서 갔었던 곳들 보다는 좀 낡아 보였는데, 그 동네에 군부대가 많아서 면회 손님들도 많고, 한탄강 래프팅 손님들도 많은 것 같다. 이번 주에는 우리처럼 가족단위 손님들도 꽤 많은 모양이었다. 꽤 넓은 운동장이 있고, 4륜오토바이 코스도 있고, 상추밭도 있고... 바로 옆 한탄강에서는 번지점프를 할 수 있는 곳도 보였다 (거기서 번지점프 하는 사람들을 2명 봤는데.... 도무지 저걸 왜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짐만 내려 놓고는 근처의 직탕폭포로 걸어 갔다. 날씨가 너무나 화창하고 마치 한여름처럼 더워서 래프팅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물에 들어가서 노는 사람도 상당히 많았다.


직탕폭포 아래 쪽의 한탄강.


골뱅이를 잡는 아이들과 남편 뒤로 직탕폭포가 보인다. 처음에는 인공으로 만들어 놓은 둑같은 것인 줄 알았는데, 자연폭포였다. 이 곳 한탄강 계곡의 바위들은 온통 현무암이었다는 것도 매우 신기했다. 날씨가 몹씨 더웠는데도 물은 얼음장처럼 차서 나는 오랫동안 발을 담그고 싶지도 않았었는데, 아이들은 계속 물 속에서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저녁은 역시 바베큐. 펜션에서의 저녁은 항상 바베큐가 되는 것인가 보다. 우리집 뿐만 아니라 다른 집 사람들도 다들 바베큐...

운동장에서 사방치기에, 땅따먹기에, 공놀이를 하다가... 문을 열어 놓아서 인지 잔뜩 들어와 버린 파리들과 씨름을 하다가 잠이 들고...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나서 또 공놀이... 뒷편으로 보이는 건물의 2층에 우리가 묵었었다. 구름다리를 건너면 지붕 위의 풀밭에 바베큐 그릴과 식탁이 있다.


펜션을 나와서, 고석정을 보려다가... 시간관계상 생략하고... 민통선 안쪽의 땅굴을 구경하러 나섰다. 민통선을 넘어 가기 때문에, 차를 마음대로 몰고 다닐 수도, 사진을 아무데서나 찍을 수도 없다고 한다. 제2땅굴 바로 앞에서만 사진 촬영이 허용되었고, 차는 앞에서 인도하는 차량을 쫓아서 움직여야만 한다.

앞 차량을 따라서 차를 타고 한바퀴를 돌았다. 확실히 사람들의 발길이 덜 닿는 지역이라서 풍경도 좀 다르게 보였다. 계속 군부대와 군인들의 모습이 보였고... 그런데, 나이들어서 군인들을 보니... 어찌 다들 어려 보이는지... 생각해보니 다들 20대 초반일테니 그럴만도 하다. 논에는 백로들도 참 많고...

전망대에서 철조망 안쪽의 DMZ를 바라 보았는데, 낮은 구릉이 꽤 넓게 북한땅까지 펼쳐져 있고 군데 군데 나무들이 작은 숲들을 이루고 있었다. 나무들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이용하기 힘든 산에만 그렇게 숲을 이루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사람들의 발길이 멈추면, 저렇게 평지나 구릉에서도 숲이 되는 구나... 싶었다. 그 곳에는 철새들과 야생동물들도 많을 것이라고는 하는데... 잘 보이지는 않았다.

다시 민통선 밖으로 빠져 나오는 길에 옛 철원 시가지를 거치게 되었다. 꽤 넓은 평야지대에 논이 펼쳐져 있었는데, 군데 군데 울타리와 안내문들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울타리 쳐진 곳들은 전쟁 전 철원 시내에 있었던 주요 건물들의 터. 전쟁이 지나고... 또 50여년의 세월 속에서 몇몇 건물들은 앙상한 골격만, 또 어떤 건물들은 아예 흔적도 남지 않게 되었나 보다. 학교, 경찰서, 은행.... 많은 사람들이 살던 그 곳은 이제 신분증을 맡기고 "견학"가야 하는, 군인들 이외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 되어 버렸다.


유명한 노동당사는 민통선의 바로 바깥 쪽에 있었다. 붕괴의 위험이 있어서인지 무슨 까닭인지는 모르겠지만 건물 겉에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쇠파이프들로 지지대를 설치해 놓았다. 건물의 크기만 보아도 전쟁 전에 이 지역이 얼마나 번화한 곳이었던가를 알 수 있다.

오는 길에 포천에서 이동갈비를 먹었다. 요즘은 소고기를 먹어도 옛날만큼 맛있게 느껴지지 않는데, 아무래도 요즘의 상황이 부담이 되나 보다... 나도 채식주의로 전환해야 하는 것 아닐까...ㅡㅡ;;

워낙 짧은 여행이고, 그다지 빨리 빨리 움직여 돌아 다니는 편이 아니라서 많이 본 것은 없지만, 그래도 자주 가보지 못하던 북쪽 여행이라서 색다르게 느껴졌다. 다음에는 더 북쪽으로 가볼까...? 개성이나... 금강산이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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