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28일 수요일

[영화] 인디아나존스: 크리스탈해골의 왕국

Image:Kingdomofthecrystalskull.jpg

[아래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회사에서 1박2일 워크샵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해외로부터 cost saving 목표가 주어지면서 취소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단체로 영화를 보러 가게 되었다는데... 마침 인디아나존스 4편을 본다고 하길래 나도 같이 가기로 했다. 5월 23일, 개봉일 바로 다음날이다.

옛날... 레이더스를 보고는 감동, 감동하여 '인디'의 팬이 되어 버렸던 내 또래들에게는 인디아나 존스는 정말 '추억'의 영화이다. 마지막 3편이 나온 후에 후속편을 기대했었지만, 영화 대신에 게임이 나와 밤새우면서 게임을 했던 기억도 나고.... (수업 빼먹고 게임에 몰두하던 대학시절의 즐거움 (악몽?)이 불현듯 생각나는군...;)

이번 4편에서도 조금씩 나오던, 레이더스에서 시작되었던 멋진 음악과.... 마지막 3편에서 잠깐 얼굴을 보여 주었던 리버 피닉스도 영화 자체 못지 않은 즐거움을 주었었던 바로 그 영화. (리버피닉스가 살아 있었다면 젊은 인디가 주인공인 후속편이 만들어 졌을지도...ㅠㅠ)

오랫만의 극장 나들이였는데, 요즘 극장은 정말 쾌적하게 잘 꾸며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좌석도 넓고. 예당콘서트홀이나 기타 다른 연주회장 보다 훨씬 더 좋아 보였다. 평일 오후라서 그런지 좌석은 반도 차지 않았다.

이번 4편은 여러모로 보나 전작들에 대한 오마쥬가 가장 큰 목적이 아니었나 싶다.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치들이 여기 저기에 배치되어서 나처럼 옛날의 그 "인디"를 못 잊는 관객들에게 상당한 잔재미를 주었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고 나니 과연 이 영화가 젊은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일단.... 아무리 열심히 트레이닝을 해서 꽤 멋진 액션들을 보여 주긴 했지만, 관객들이 느끼는 해리슨 포드의 나이에서 오는 부담감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영화 중 후반부에 등장하는 카렌 알렌도 레이더스에서의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추억의 인물이지만, 새로운 관객들에게는... 글쎄다. 이건 결국 "실버"영화였던가... 라는 느낌이 드는 엔딩도 조금 의외이다.

두번째는 소재.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고대의 유물을 쫓아가는 과정이기는 하지만, 크리스탈해골이 외계인의 존재로 연결되는 부분은 현실감 (하긴... 여기서 웬 '현실'을 찾나...;;)이 좀 떨어진다. 처음에 로스웰이라고 쓰여진 상자를 찾는 장면에서 시작해서 결국 마지막에 등장하는 외계인의 "실물"은 이건 인디시리즈가 아니라 스티븐 시필버그의 ET에 대한 오마쥬이던가... 라는 생각마저도 들게 한다.

세번째는 참신함의 부재. 옛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것이 주된 목표라면 할 말이 없지만, 영화의 구석구석에서 그다지 새로운 부분을 찾기가 어려웠다. 액션이나 추격씬은 물론이고, 군대개미떼들의 등장도 역시 전편의 이러저러한 "떼"의 등장과 유사.

새로운 캐릭터이자, 이번 편에서 인디의 메이트가 되는 인물은 트랜스포머의 히어로였던 샤이아 라보프. 호감은 가는 배우이기는 하지만, 해리슨 포드나 리버 피닉스의 카리스마와는 좀 거리가 먼 인물이라서 보는 내내, "재미는 있지만 역시 리버가 생각나..."라는 느낌을 떨쳐 버리기 힘들었다.

시대적인 배경이 50년대로 점프했다는 점도 1930년대를 배경으로 했던 전편들과 다른 점. 그래서 독일군 대신에 소련군이 나오게 되는데, 초반부의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의 자막은 정말 썰렁한(!)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번역자의 의도가 어떤 것이 었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대사는 I like Ike.였다)

또 하나 재미있었던 장면들은, 인디가 핵실험이 일어나는 미국의 모델 마을에서 냉장고에 들어가 탈출하는 장면. 여기서도 역시 "현실성"을 찾는 다는 것 자체는 말이 안되는 일이겠지만. 하늘로 솟아 오르는 버섯구름을 바라보고 있는 인디의 모습은 "말도 안되"는 것이지만 묘하게 흥미로왔다. 비슷한 장면이 마지막에도 등장하는데, 외계인이 유적을 파괴하고 지구를 떠나는 장면이 그것이다. 주인공들이 바로 옆의 바위 위에서 지켜보는 부분은 역시 "말도 안되"는 것이지만 바로 인디아나 존스이기 때문에 즐거운 장면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부분들의 비현실성이 이 시리즈물에 관한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관객들에게 과연 호소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같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그냥 "그저 그랬다". 극장을 빠져 나오면서 들려왔던 다른 관객들의 평도 "그저 그랬"었고...

마지막으로.... 3편에서 출연했던, 살아 있다면 이제 거의 마흔이 되었을 리버를 추억하며 그의 사진 두 장...

Image:Indiana Jones and the Cross of Coronado.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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