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2일 일요일

뒤포르 정기연주회

우리 팀 까페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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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친기와 뒤포르 정모가 모두 끝났습니다. 정말 모두들 수고 너무 많으셨고 다들 고생하셨어요. 이번 연주를 하면서 제가 인복이 있어서 좋은 분들을 이렇게 만났구나 싶었어요^^.

사실 이번엔 그다지 큰 부담을 가지지 않고 한 연주회들이었는데... (노관객때는 부담이 왕창이었어요) 막상 무대에서는 꽤 많이 부담이 되더군요. 곡을 시작한 후에 긴장감이 고조되는 버릇은 여전했고..;;

게다가 이번엔 처음에 상콤하게 삑사리와 더불어 시작하느라...;;;; 급 긴장.... 손가락과 팔이 서서히 얼어가느라 비브라토도 없고..; E현은 찢어지는 소리라서 비브라토를 넣어 주어야 하는데 소리는 찢어지고.. 쉬프팅도 불안정하게 되어 음정도 엉망이고... 점점 얼음인간으로 변해 가는 제 자신을 느끼며... 급 좌절했었습니다.ㅠㅠ

이래선 안되고 지금부터라도 잘하자... 계속 생각하면서 연주를 했는데 ㅜㅜ 무대에서 내려와서도 계속 슬프더군요..ㅠㅠ 특히 아마추어 연주회인데 너무 잘하시는 분들이 뒤에 쭈르르 연주하시니 자괴감이 물흐르듯 넘쳐나왔...;;;; (뒤포르 정모 안갈랍니다. 아마추어 쭉 세워 놓고 나중에 전공자들 출연은 비록 귀는 호사를 했지만.... 먼저 연주한 아마추어 초보들에겐 좀 가슴 아픈 일이라... 물론 비교는 무의미하지만요..ㅠㅠ)

일단.... 연주 들어가기 전에 뒤의 두마디 운운하여 친구를 제물로 삼으려다가 제가 망가지게 된 점... 인과응보라고 생각합니다. ㅠㅠ

그리고.... 녹음을 듣고 생각한 것인데.... 연주곡의 편곡이 썩 좋은 건 아니었지 않나 싶습니다. (안되면 곡 탓이라도 해야..;;;) 특히 1 바이올린이 계속 멜로디를 반복하여야 하는데 솔직히.... 사실 전 마지막 까지도 이 곡을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지 판단이 서질 않았었습니다...; 강약이 없다고 제가 말씀드렸던 것도 그런 맥락이었는데, 그저 단순한 멜로디의 반복이어서인지 아니면 원래 가사가 있는 곡이어서인지, 그저 바이올린 선율만으로는 느낌이 살아나질 않았었어요. 역시.... 전 감수성 훈련이라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ㅠㅠ 다음엔 감수성 훈련이 덜 되어도, 좀 더 연주하기 좋고, 듣기 좋은 곡을 찾아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나저나.... 뒤포르 정모는 (제가 연주에 참여만 안했더라면) 참 재미있는 연주회였어요. 더구나 아마추어인데도 정말 잘하시는 몇 분들 너무나 부럽고... 뒤에 라흐 연주자들은 말할 것도 없구요.  정말 열심히 해야 발끝이라도 따라가겠구나 싶었어요. 그래도 열심히 해야 겠다는 의지를 붇돋아 주니 좋더군요^^;;;

그 불타는 의지를 가지고... 집에 와서 허리가 아플 정도로 잠을 잤....;;; (양배추 스프만 먹으니 배고파서 잠만 자게 됩니다. ㅠㅠ) 씻고 레슨 대비 연습이나 좀 해야겠습니다. ㅎㅎㅎ

2009년 11월 16일 월요일

에바피라찌

현을 사놓고도 귀찮아서 안갈다가 녹슨 현을 쓰곤 한다..ㅡㅡ;; 이번에도 한달 정도 전에 현을 몇 세트 사놓았었는데도 그냥... 올 봄에 걸어 놓은... 인펠트 블루를 계속 쓰고 있었다. 요즘 계속 악기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활털을 갈아야 할까, 악기 점검을 하러 가야 할까 고민 중이었는데, 서초동까지 가는 것이 또 귀찮아서....ㅡㅡ; (집도 가까운데.... 아.. 난 왜 인생이 다 귀찮기만 한 걸까...) 그냥 저냥 버티고 있다가, 현을 사둔 것이 생각이 났다.

찌간느와 도미넌트와 에바피라찌를 바라 보다가... 구슬은 꿰어야 보배고, 현은 갈아야 제맛이라며 가장 고가인 에바를 골라 들었다. 결과는.... 음..... 왜 다들 에바를 쓰는 지 이제야 알겠다.

전에도 에바를 몇 세트 사본 적이 있었는데, 어쩐지 그 촌스러운 초록색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냥 다 지인들에게 넘겼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한번도 에바를 끼워 본 적이 없었다.  반골기질 탓인지... 의도적인 것은 아닌데 어쩌다 보면 항상 남들이 좋다는 건 꼭 피해가고 있더라는...  

일단 악기 소리가 매우 맑고 커졌다. 답답하고 어두운 소리가 나던 악기가 맑고 밝은 소리를 내주니 매우 신기하다. 문제는 단명한다는 에바가 과연 며칠이나 버텨줄까 하는 점인데. 버텨주거나 말거나 난 일단 내년 봄에 개나리 필 때까진 이 녀석을 쓰련다. 흐윽... 또 본전 생각이...ㅠㅠ

2009년 11월 12일 목요일

신종플루 검사...

어제 오후에 큰 아이가 학교에서 전화를 했다. 목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다고. 동네 소아과에 가보라고 했는데, 편도선염인 것 같다고 약을 지어왔다. 5시 반이 되어서 또 전화를 하더니 열이 38.4도 정도 된다는 것이다. 목이 부었으면 열이 나는 것이야 당연하긴 하지만... 혹시나 신종플루일까 싶어서 다시 소아과에 전화를 했더니, 플루인지 아닌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의심이 되면 검사를 받으라고...;;;

 

퇴근시간 10분을 남겨놓고 후다닥 집에 와서 아이를 데리고 성모병원에 갔다. 둘째도 감기기운이 있긴 하지만, 가능하면 그런 바이러스 소굴(?)에는 최소인원만 가야 할 것 같아서 큰 아이만 데리고 갔다. 신종플루검진소는 문을 닫아 응급실에서 검사를 하는 모양이다. 한 7시쯤 접수를 하고 한 시간을 기다려서 진료를 받고, 검사를 하고... 그리고는 약이 나오길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약이 나오질 않는다. 환자가 많거나... 약사가 다 퇴근하고 한 명만 남았거나...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ㅠㅠ

 

아이는 계속 머리 아프고 답답하다고 칭얼대다가 심지어 응급실 의자에서 잠이 들고... 이렇게 오래 걸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진료 끝나자 마자 집에 데려다 놓고 올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 즈음, 결국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애를 먼저 데려가라고 했다. 9시 10분 쯤 아이가 가고.... 거의 9시 반이 되어서 약이 나왔다. 타미플루는 무상공급이라고 하고... 항생제, 진찰료, 검사비 등등.. 12만 7천원이 조금 넘는다.

 

아이 검사 결과는 2-3일 후에 나온다고 하는데, 플루인지 아닌지 모를 환자들이 잔뜩 있는 응급실 대기실에서 2시간 반을 있었더니 머리도 어질어질.... 없던 플루도 생길 것 같다. 아무래도 나도 또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하나 싶을 지경이다. (그런데 너무 비싸서..ㅠㅠ)

 

사실 나는 지난 주에 머리가 심하게 아파서 거점병원을 갈까 그냥 내과에 갈까 고민하다가... 퇴근하고 동네 내과에 갔었는데 첫번째 간 곳에서는 환자가 많아 진료 못한다고 하여 쫓겨나고..ㅠㅠ 두번째 간 곳에서는 1시간 반을 기다려서 진찰을 받았다. 열이 37.1도라고 그냥 감기약을 지어 주었는데 열이 오르면 그냥 타이레놀 먹으라고..;;;; "집에 타이레놀 있으시죠?" "네..." 하니 의사가 "오케이~" ㅡㅡ;

 

그건 그렇고....; 오늘은 수능시험 보는 날이라고 해서 열나고 아픈 아이 (큰애), 열안나고 아픈 아이 (작은애) 모두 학교 가지 않고 있는데, 내일은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걱정이다. 나는 일단 회사로 왔는데... 잘 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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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검사한 지 3일째인 오늘 아침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결과는 음성. 결과가 안나와서 오늘 있는 시사촌 결혼식도 못갔는데 말이다... 음성이니 다행이긴 하지만, 일주일 재택근무의 꿈은 물거품으로....^^;;;;;

2009년 11월 9일 월요일

[공연안내] 12/5 강주미 바이올린 독주회


<명 바이올리니스트 콘서트 시리즈 2>

-차세대 선두주자, 바이올리니스트 강주미 독주회-

 

2009년 12월 5일 요일 저녁 730

 모짜르트

 

 

예매신청 및 문의: http://cafe.naver.com/concertseries.cafe (클릭!)

예매 오픈 : 11월 8일 일요일 오후

 

명 바이올리니스트 콘서트시리즈 에서 오주영씨에 이어 2번째로 초청한 연주자는

2009년 서울국제음악콩쿨에서 우승하고

2009년 하노버 국제콩쿨에서 준우승하여 우리에게 큰 기쁨을 준

젊은 연주자 강주미양( 클라라 주미 강) 입니다.

 

인터넷으로도 생중계된 이번 콩쿨들에서

심플하면서도 아름답고 기품있는 연주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킨 강주미양은,

깊이있는 음악성과 아름다운 외모로

현재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청중들이 뛰어난 연주자들을 직접 초청하여,

연주자와 열정적인 관객들이 하나가 되는  저희 콘서트 시리즈에서는

 

예비관객들의 열화 같은 요청에 의하여

차세대 선두주자 강주미양을 이번 주인공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이번 독주회에서 강주미양은

평소에 선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연주곡목들을 준비하여 여러분께 다가갑니다..

 

 

PROGRAM

 

W.A. Mozart ............    Sonatas for Piano and Violin 

(모짜르트...................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중 1곡)

 

S. Prokofiev.............     Sonata  No.1 for Violin and Piano  in f minor

(프로코피에프 .......... 바이올린 소나타 1번 f단조 )

                                  1.  Andante  assai

                                  2.  Allegro brusco

                                  3.  Andante

                                  4.  Allegrissimo - Poco piu tranquillo

 

 

-Intermission(휴식)-

 

P. I. Tchaikovsky............Works For Violin & Piano

(차이콥스키..............피아노와 바이올린를 위한 곡들 중 2곡)

 

Pablo de Saradate ........Virtuoso Works For Violin & Piano 

(사라사테...............비르투오소 바이올린 showpiece 3곡)

 

프로그램은 연주자의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학력
•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재학
•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 졸업
• 독일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악대학
   예비학교
• 독일 쾰른 국립음악대학 예비학교
•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 예비학교
• 독일 뤼베크 국립음악대학 예비학교
• 독일 만하임 국립음악대학 예비학교

지도교수   
• 김남윤 • 크리스토프 포펜 • 자카르 브론  
• 도로시 딜레이 • 강효  • 발레리 그라도프

수상경력

• 2007년 스위스 티보르 바르가 국제바이올린콩쿠르 3위
• 2005년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국제음악콩쿠르 준결선
• 2005년 핀란드 얀 시벨리우스 국제바이올린콩쿠르 준결선

@2009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우승

@2009 하노버국제콩쿠르 2위

 

1987년 6월 10일생

 

                                           사진 출처 : 하노버 국제 콩쿨 홈페이지

                                                               서울국제음악콩쿨 홈페이지

 

 

찾아오시는 길


제9회 바이올린친구되기 정모

바친기 정모에는 여러 번 참석했었지만... 연주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실력도 변변찮은데다가 무대공포증 (대인공포증인가...)이 심해서 남들 앞에서 연주하는 것이 정말 무서웠기 때문..;;

 

앙상블을 하는 것도 사실 연주를 하고는 싶지만, 혼자서는 너무 무서우니까...ㅎㅎㅎ... 라는 이유도 있었다. 확실히 혼자 하는 것보다는 엄청나게 힘이 된다.

 

그래서 이번엔 바친기 정모에 도전. 연주 신청한 사람들을 보니 모두 잘 하시는 분들 같고...  우리같은 초보는 별로 없는 듯 했지만... 역시 머릿수로 밀어 붙이자라는 도전정신 (?)으로 참가 신청을 했다.

 

당일 아침에 모여서 맞춰 봤는데, 도무지 악기 소리가 맘에 들지 않는다. 활 탓이라는 둥, 날씨 탓이라는 둥... 나중에는 아침을 거르고 와서 그런 걸까... 라는 생각까지 하면서 종로로 왔다.

 

정모 장소인 티포투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잔뜩있는 아주 예쁜 까페였다. 생각보다 훨씬 더 좋았다. 다만 첼로를 든 은하가 4층까지 걸어서 올라가야 하는 점은 좀 안됐었다ㅠㅠ 첼로까페 정모는 절대로 여기서는 못할 듯...ㅎㅎㅎ

 

 

리군과 싫어양이 정모를 준비하느라 엄청 고생한 듯 했다. 명색이 스텝이면서 하나도 도와주지 않고 달랑 연주만 하러 가고 보니 무지 미안했다는..ㅠㅠ

 

 

blackneye님의 첫 연주. 이제 막 악기를 배우기 시작하신 분인데 첫번째 연주로 올라가셔서 정말 떨리셨을 듯 하다. 그래도 어찌나 씩씩하게 하시던지 다들 용감하신 듯...

 

그리고 이어진 우리 차례. 조그마한 무대가 있었는데, 그 위로 "희귀악기"라면서 첼로와 비올라를 올려 놓고 바이올린들은 아래에 섰다. 연습했을 때랑 배치가 달라지고 서로의 얼굴이 잘 안보여서 템포를 맞추기가 좀 어려웠다.


 

간단한 소개를 하고 연주를 시작했는데, 처음엔 괜찮더니 진행할수록.... 숨도 안쉬어 지고 비브라토도 안되고..ㅠㅠ 그나마 큰 삑사리 안낸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건지...;

 

연주자가 많지 않을 것 같아 나름 정모에 도움을 주려는 생각으로.... (도무지 무슨 생각인지...) 한곡을 더 연주했는데, 흑... 엉망진창..ㅠㅠ 왜 그걸 더 했을까...; 첼로, 비올라, 피아노가 불안하게 시작을 하고 나서 그저 선율 따라가기에 급급... 멜로디도 잘 안들렸을 듯 싶다 ㅠㅠ


(조금 전에 연주 녹음을 한번 더 들어봤는데, 일단 긴장이 되어서 비브라토가 살아나지 못했다. 울게하소서에서는 호흡조절이 여전히 안되어서 인지 어딘가 여유롭지가 못했다. 연습할 때는 그래도 음정이 좀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음정이 맞지 않는 부분들이 거슬린다. ㅠㅠ 간단한 곡인데도 말이다... 하나하나의 악기가 아름다운 음색을 내어 주어야 하는데 전반적으로 밋밋한 느낌... 레가토와 비브라토 특훈이라도 해야 할까 보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에서는 갑자기 연주를 한 탓인지 너무 급하게 연주를 했다. 전혀 여유라고는 없게 들리는데다가 악상을 살리지 못해서 그런지 곡이 무슨 군가처럼 씩씩하기까지 하다.ㅡㅡ;;; 일단 정신을 못차리고 연주한 티가 팍팍난다. ㅠㅠ 어떻게 해야 곡의 느낌을 살릴 수 있을지 좀 연구를 해봐야 할 듯하다..)

 

그 이후로 3명이 훌륭한 연주를 들려 주시고, 뭔가 나만 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제비뽑기를 제안했다. 제비에 걸린 두 분이 보충연주를 들려 주셨는데, 그 중 한 분은 전공자였다는...;; 어쩌다가 내 사악한 음모에 걸려서 급 연주해주신 두 분께 감사를...;

 

아래는 이번에 정모한다고 네이버가 나눠 준 선물. 이것 말고도 선물이 좀 더 있었다는데, 차량 동원이 안되어 못 가져 왔다고 한다. 그럴 줄 알았으면 내가 싣고 오는 건데 말이다.

 

 

사진출처: 바친기의 미어캣님뭐라할까님의 포스팅

2009년 11월 7일 토요일

[공연] 바흐페스티벌 - 헬무트 릴링 2009.10.31

올해 바흐페스티벌 중에서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아 보기로 한 공연. 헬무트 릴링이 이끄는 바흐 콜레기움 슈투트가르트와 게힝거 칸토라이의 헨델과 바흐 공연이고 바흐페스티벌의 마지막 공연이기도 했다.

 

성악과 합창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합창석을 원했었는데 합창석은 아예 오픈을 하지 않았고 자리는 3층으로 배정이 되었다. 합창석에 앉아 성악공연을 보면 음향이 완전히 엉망진창이 되기 때문에 3층이 훨씬 나은 자리이긴 했지만 연주자들 모습이 제대로 보이질 않는 점이 좀 아쉬웠다.

 

일요일 저녁. 정말 많은 사람들이 노장의 지휘를 보러 예당을 찾아 왔다. 3층까지 거의 꽉 찬 자리를 보니 릴링의 명성이 대단하다 싶었다. 바흐 페스티벌의 다른 공연과는 달리 고악기가 아닌 모던 셋팅의 악기로 연주하는 바흐와 헨델이지만 현재의 바흐 해석에 큰 영향을 미쳐온 거장의 연주는 어떤 것일지 기대가 되었다.


프로그램


George Frideric Handel (1685~1759) Dixit Dominus Domino meo, HWV.232

 

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

Cantata "Weinen, Klagen, Sorgen, Zagen", BWV.12


Intermission


Motet "Jesu meine Freude", BWV.227

Magnificat in D major, BWV.243

 

현대악기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정제되고 깔끔한 음색의 현악 앙상블과 오르간으로 헨델이 연주되었다. 21명의 합창단은 오케스트라에 비해서 좀 많은 인원인 것 같았는데 (오케스트라가 합창단에 비해서 적은 것인가..) 바흐나 헨델의 시대에도 그런 식으로 구성되었을 것 같아서 크게 이상하게 들리진 않았다. 합창은 정말 탁월했다. 첼로와 알토의 듀엣 또는 각 파트별로 한 악기씩으로 서로 주고 받듯이 연주되는 부분들이 간결하면서도 서정적으로 연주되었다.


트럼펫과 오보에가 덧붙여진 바흐의 칸타타 '울며 탄식하며'에서는 오보에 독주가 전반적인 곡을 리드하면서 연주되었다. 정말 아름다운 오보에... 오보에의 구성은 다음곡인 모테트 '예수, 나의 기쁨'에서 4대로 확대되었다. 모두 11곡의 다양한 모테트들이 (이상하게도 내 귀엔) 박진감 넘치게 느껴졌다. 마지막 마니피카트에서는 알토와 현악기들만의 아리아, 오보에 다모레와 소프라노가 듀오로 연주하는 아리아 등 서정적인 곡들, 귀엽고 간결한 느낌의 플룻과 알토 아리아 등이 좋았다.


오보에는 현대악기라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는데.. .플룻과 트럼펫은 어쩐지 세련되면서도 너무 반지르한 느낌의 현대악기의 느낌이 많이 느껴져서 현악기나 합창, 그리고 독주자들의 소박하고 절제된 느낌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듯한 생각이 들긴 했다.


프로그램에 가사가 적혀 있는 것 같아서 하나 구입을 했는데, 들고 들어와 살펴보니 한글 번역만이 적혀 있었다. 열심히 제목과 가사를 맞추어 보려고 했지만, 한글만으로는 합창이나 독주자들이 어떤 부분을 어떤 감정으로 노래하고 있는지 완전히 파악하기가 어려웠다는 점이 좀 아쉽다. 독일 합창단이어서인지 바흐의 독일어 가사들이 곡의 매력을 더하는 듯 했는데 말이다..;

2009년 11월 5일 목요일

[공연] 오주영 바이올린 리사이틀 2009.10.29

연주회 일주일 뒤에 쓰는 매우 게으른 후기.

 

어쩌다가.... 공연 주최측이 되어 버린 공연. 예매, 예매자 관리, 티켓 교부.. 등등의 일을 했었다. 원래 그다지 'people person'은 아니어서 공연 기획은 내 영역은 아니고... 내가 도와 줄 수 있는 일은 예매 관련된 일인 듯하고 해서.... 어쩌다 보니 내가 그 일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뭔가 공연 시작 전에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반차를 내고 공연장으로 갔는데... 너무 일찍 도착해서 인지 썰렁... 오는 길에 관객들 사은품 (기침하지 마시라고 주려는 목적도 있었음)인 멘토스까지 사서 왔는데도 너무 일찍 도착한 듯. 6시반 이전에는 그다지 할 일도 없을 것 같아서 집에 갔다가 영어학원 가기 싫다는 지윤이랑 같이 공연장에 6시반경에 다시 돌아왔다.

 

바이올린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지윤이가 표 나눠 주는 일은 엄청 재미있나 보다. 공연 보러 안들어 가고 계속 표를 팔겠다는 이야기까지 하더라..;;

 

첫 곡인 서주와 타란텔라를 시작하는데... 바이올린 소리가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다. DS홀 음향이 별로라던데 그 탓인가 싶었다. 하지만 곡이 진행될 수록 소리도 연주도 나아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조금씩 맞지 않는 피아노..;; 아무래도 리허설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타이스의 명상곡과 아름다운 로즈마린이 끝나고 지윤이에게 "엄마가 저 곡들 연습할 때랑 많이 다르지?"하고 물었더니..."저 곡들 다 처음 들어 보는데? 언제 저거 연습한 적 있었어?"라고 대답을....ㅠㅠ

 

점점 좋아지는 연주에 후반부는 훨씬 더 좋아질 것 같다는 기대를 가지고 인터미션... 그리고 그 예상대로 후반부에 오주영씨는 정말 훨훨 날아다녔다.

 

폰세의 작은별 대신에 포르 우나 카베짜를 연주했는데... 예전에 본인은 탱고 음악도 무척 좋아한다고 했던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사실 오주영씨 스타일에 퍽 잘 어울리는 음악들인 듯 하다. 프로그램 마지막곡인 지고이네르바이젠까지 끝났는데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가 이어지고... 앵콜곡들이 이어졌다. 헝가리안 무곡 5번은 혼자 연주하는데도 엄청난 음량...; 두번째 앵콜은 피아니스트와 페이지터너를 무대에 올려 놓은 채 무반주 즉흥곡을 연주. 그리고는 "마지막으로..."라고 이야기하면서 몬티의 차르다쉬로 마무리.  

 

연주가 끝나고는 관객들이 길게 늘어서 CD를 사고, 싸인을 받고... 오주영씨의 팬이 꽤 많구나 싶었다. 피곤할텐데도 하나하나 싸인해주고 사진도 찍어주는 모습을 보니 오주영씨 성격이 정말 좋다는 생각도....

 

테크닉도 좋고, 소리도 좋고, 딱 본인에 맞는 곡들을 선택해서 연주하는 연주자. 매우 감성적이고 느낌이 충만한 연주자가 오주영씨인 것 같다. 테크닉은 차원이 다르니 논외로 하더라도..... 도무지 느낌이라고는 없는 나로서는 어떻게 그렇게 연주가 될 수 있는지 신기하다. 음악성이 부족한 건가... 감수성이 부족한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