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회 일주일 뒤에 쓰는 매우 게으른 후기.
어쩌다가.... 공연 주최측이 되어 버린 공연. 예매, 예매자 관리, 티켓 교부.. 등등의 일을 했었다. 원래 그다지 'people person'은 아니어서 공연 기획은 내 영역은 아니고... 내가 도와 줄 수 있는 일은 예매 관련된 일인 듯하고 해서.... 어쩌다 보니 내가 그 일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뭔가 공연 시작 전에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반차를 내고 공연장으로 갔는데... 너무 일찍 도착해서 인지 썰렁... 오는 길에 관객들 사은품 (기침하지 마시라고 주려는 목적도 있었음)인 멘토스까지 사서 왔는데도 너무 일찍 도착한 듯. 6시반 이전에는 그다지 할 일도 없을 것 같아서 집에 갔다가 영어학원 가기 싫다는 지윤이랑 같이 공연장에 6시반경에 다시 돌아왔다.
바이올린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지윤이가 표 나눠 주는 일은 엄청 재미있나 보다. 공연 보러 안들어 가고 계속 표를 팔겠다는 이야기까지 하더라..;;
첫 곡인 서주와 타란텔라를 시작하는데... 바이올린 소리가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다. DS홀 음향이 별로라던데 그 탓인가 싶었다. 하지만 곡이 진행될 수록 소리도 연주도 나아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조금씩 맞지 않는 피아노..;; 아무래도 리허설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타이스의 명상곡과 아름다운 로즈마린이 끝나고 지윤이에게 "엄마가 저 곡들 연습할 때랑 많이 다르지?"하고 물었더니..."저 곡들 다 처음 들어 보는데? 언제 저거 연습한 적 있었어?"라고 대답을....ㅠㅠ
점점 좋아지는 연주에 후반부는 훨씬 더 좋아질 것 같다는 기대를 가지고 인터미션... 그리고 그 예상대로 후반부에 오주영씨는 정말 훨훨 날아다녔다.
폰세의 작은별 대신에 포르 우나 카베짜를 연주했는데... 예전에 본인은 탱고 음악도 무척 좋아한다고 했던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사실 오주영씨 스타일에 퍽 잘 어울리는 음악들인 듯 하다. 프로그램 마지막곡인 지고이네르바이젠까지 끝났는데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가 이어지고... 앵콜곡들이 이어졌다. 헝가리안 무곡 5번은 혼자 연주하는데도 엄청난 음량...; 두번째 앵콜은 피아니스트와 페이지터너를 무대에 올려 놓은 채 무반주 즉흥곡을 연주. 그리고는 "마지막으로..."라고 이야기하면서 몬티의 차르다쉬로 마무리.
연주가 끝나고는 관객들이 길게 늘어서 CD를 사고, 싸인을 받고... 오주영씨의 팬이 꽤 많구나 싶었다. 피곤할텐데도 하나하나 싸인해주고 사진도 찍어주는 모습을 보니 오주영씨 성격이 정말 좋다는 생각도....
테크닉도 좋고, 소리도 좋고, 딱 본인에 맞는 곡들을 선택해서 연주하는 연주자. 매우 감성적이고 느낌이 충만한 연주자가 오주영씨인 것 같다. 테크닉은 차원이 다르니 논외로 하더라도..... 도무지 느낌이라고는 없는 나로서는 어떻게 그렇게 연주가 될 수 있는지 신기하다. 음악성이 부족한 건가... 감수성이 부족한건가..;;;;;
저는 그날 동글이의 꾀병스러운 핸폰메시지 때문에 그 멋진 차르다쉬를 덜덜 떨면서 들었더랬어요...
답글삭제정말 차르다쉬만 하나도 기억이 안나요... T.T
집에 가보니 문 사이에 끼었다는 아기 손가락은 멀쩡...
멀쩡했으니 정말 다행이다... 하면서 넘어갔지만, 마지막 앵콜곡 정말 아쉬워요...
@Agnes Lee - 2009/11/05 19:43
답글삭제아이들이 엄마 빨리 보고 싶어서 그랬나봐요^^ 저도 그런 전화 받으면 음악이 귀에 안들어 오고 문열리기만 기다렸다 뛰쳐나갔을 거에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