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5일 목요일

[공연] 오주영 바이올린 리사이틀 2009.10.29

연주회 일주일 뒤에 쓰는 매우 게으른 후기.

 

어쩌다가.... 공연 주최측이 되어 버린 공연. 예매, 예매자 관리, 티켓 교부.. 등등의 일을 했었다. 원래 그다지 'people person'은 아니어서 공연 기획은 내 영역은 아니고... 내가 도와 줄 수 있는 일은 예매 관련된 일인 듯하고 해서.... 어쩌다 보니 내가 그 일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뭔가 공연 시작 전에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반차를 내고 공연장으로 갔는데... 너무 일찍 도착해서 인지 썰렁... 오는 길에 관객들 사은품 (기침하지 마시라고 주려는 목적도 있었음)인 멘토스까지 사서 왔는데도 너무 일찍 도착한 듯. 6시반 이전에는 그다지 할 일도 없을 것 같아서 집에 갔다가 영어학원 가기 싫다는 지윤이랑 같이 공연장에 6시반경에 다시 돌아왔다.

 

바이올린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지윤이가 표 나눠 주는 일은 엄청 재미있나 보다. 공연 보러 안들어 가고 계속 표를 팔겠다는 이야기까지 하더라..;;

 

첫 곡인 서주와 타란텔라를 시작하는데... 바이올린 소리가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다. DS홀 음향이 별로라던데 그 탓인가 싶었다. 하지만 곡이 진행될 수록 소리도 연주도 나아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조금씩 맞지 않는 피아노..;; 아무래도 리허설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타이스의 명상곡과 아름다운 로즈마린이 끝나고 지윤이에게 "엄마가 저 곡들 연습할 때랑 많이 다르지?"하고 물었더니..."저 곡들 다 처음 들어 보는데? 언제 저거 연습한 적 있었어?"라고 대답을....ㅠㅠ

 

점점 좋아지는 연주에 후반부는 훨씬 더 좋아질 것 같다는 기대를 가지고 인터미션... 그리고 그 예상대로 후반부에 오주영씨는 정말 훨훨 날아다녔다.

 

폰세의 작은별 대신에 포르 우나 카베짜를 연주했는데... 예전에 본인은 탱고 음악도 무척 좋아한다고 했던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사실 오주영씨 스타일에 퍽 잘 어울리는 음악들인 듯 하다. 프로그램 마지막곡인 지고이네르바이젠까지 끝났는데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가 이어지고... 앵콜곡들이 이어졌다. 헝가리안 무곡 5번은 혼자 연주하는데도 엄청난 음량...; 두번째 앵콜은 피아니스트와 페이지터너를 무대에 올려 놓은 채 무반주 즉흥곡을 연주. 그리고는 "마지막으로..."라고 이야기하면서 몬티의 차르다쉬로 마무리.  

 

연주가 끝나고는 관객들이 길게 늘어서 CD를 사고, 싸인을 받고... 오주영씨의 팬이 꽤 많구나 싶었다. 피곤할텐데도 하나하나 싸인해주고 사진도 찍어주는 모습을 보니 오주영씨 성격이 정말 좋다는 생각도....

 

테크닉도 좋고, 소리도 좋고, 딱 본인에 맞는 곡들을 선택해서 연주하는 연주자. 매우 감성적이고 느낌이 충만한 연주자가 오주영씨인 것 같다. 테크닉은 차원이 다르니 논외로 하더라도..... 도무지 느낌이라고는 없는 나로서는 어떻게 그렇게 연주가 될 수 있는지 신기하다. 음악성이 부족한 건가... 감수성이 부족한건가..;;;;;

댓글 2개:

  1. 저는 그날 동글이의 꾀병스러운 핸폰메시지 때문에 그 멋진 차르다쉬를 덜덜 떨면서 들었더랬어요...

    정말 차르다쉬만 하나도 기억이 안나요... T.T

    집에 가보니 문 사이에 끼었다는 아기 손가락은 멀쩡...

    멀쩡했으니 정말 다행이다... 하면서 넘어갔지만, 마지막 앵콜곡 정말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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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Agnes Lee - 2009/11/05 19:43
    아이들이 엄마 빨리 보고 싶어서 그랬나봐요^^ 저도 그런 전화 받으면 음악이 귀에 안들어 오고 문열리기만 기다렸다 뛰쳐나갔을 거에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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