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9일 월요일

제9회 바이올린친구되기 정모

바친기 정모에는 여러 번 참석했었지만... 연주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실력도 변변찮은데다가 무대공포증 (대인공포증인가...)이 심해서 남들 앞에서 연주하는 것이 정말 무서웠기 때문..;;

 

앙상블을 하는 것도 사실 연주를 하고는 싶지만, 혼자서는 너무 무서우니까...ㅎㅎㅎ... 라는 이유도 있었다. 확실히 혼자 하는 것보다는 엄청나게 힘이 된다.

 

그래서 이번엔 바친기 정모에 도전. 연주 신청한 사람들을 보니 모두 잘 하시는 분들 같고...  우리같은 초보는 별로 없는 듯 했지만... 역시 머릿수로 밀어 붙이자라는 도전정신 (?)으로 참가 신청을 했다.

 

당일 아침에 모여서 맞춰 봤는데, 도무지 악기 소리가 맘에 들지 않는다. 활 탓이라는 둥, 날씨 탓이라는 둥... 나중에는 아침을 거르고 와서 그런 걸까... 라는 생각까지 하면서 종로로 왔다.

 

정모 장소인 티포투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잔뜩있는 아주 예쁜 까페였다. 생각보다 훨씬 더 좋았다. 다만 첼로를 든 은하가 4층까지 걸어서 올라가야 하는 점은 좀 안됐었다ㅠㅠ 첼로까페 정모는 절대로 여기서는 못할 듯...ㅎㅎㅎ

 

 

리군과 싫어양이 정모를 준비하느라 엄청 고생한 듯 했다. 명색이 스텝이면서 하나도 도와주지 않고 달랑 연주만 하러 가고 보니 무지 미안했다는..ㅠㅠ

 

 

blackneye님의 첫 연주. 이제 막 악기를 배우기 시작하신 분인데 첫번째 연주로 올라가셔서 정말 떨리셨을 듯 하다. 그래도 어찌나 씩씩하게 하시던지 다들 용감하신 듯...

 

그리고 이어진 우리 차례. 조그마한 무대가 있었는데, 그 위로 "희귀악기"라면서 첼로와 비올라를 올려 놓고 바이올린들은 아래에 섰다. 연습했을 때랑 배치가 달라지고 서로의 얼굴이 잘 안보여서 템포를 맞추기가 좀 어려웠다.


 

간단한 소개를 하고 연주를 시작했는데, 처음엔 괜찮더니 진행할수록.... 숨도 안쉬어 지고 비브라토도 안되고..ㅠㅠ 그나마 큰 삑사리 안낸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건지...;

 

연주자가 많지 않을 것 같아 나름 정모에 도움을 주려는 생각으로.... (도무지 무슨 생각인지...) 한곡을 더 연주했는데, 흑... 엉망진창..ㅠㅠ 왜 그걸 더 했을까...; 첼로, 비올라, 피아노가 불안하게 시작을 하고 나서 그저 선율 따라가기에 급급... 멜로디도 잘 안들렸을 듯 싶다 ㅠㅠ


(조금 전에 연주 녹음을 한번 더 들어봤는데, 일단 긴장이 되어서 비브라토가 살아나지 못했다. 울게하소서에서는 호흡조절이 여전히 안되어서 인지 어딘가 여유롭지가 못했다. 연습할 때는 그래도 음정이 좀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음정이 맞지 않는 부분들이 거슬린다. ㅠㅠ 간단한 곡인데도 말이다... 하나하나의 악기가 아름다운 음색을 내어 주어야 하는데 전반적으로 밋밋한 느낌... 레가토와 비브라토 특훈이라도 해야 할까 보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에서는 갑자기 연주를 한 탓인지 너무 급하게 연주를 했다. 전혀 여유라고는 없게 들리는데다가 악상을 살리지 못해서 그런지 곡이 무슨 군가처럼 씩씩하기까지 하다.ㅡㅡ;;; 일단 정신을 못차리고 연주한 티가 팍팍난다. ㅠㅠ 어떻게 해야 곡의 느낌을 살릴 수 있을지 좀 연구를 해봐야 할 듯하다..)

 

그 이후로 3명이 훌륭한 연주를 들려 주시고, 뭔가 나만 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제비뽑기를 제안했다. 제비에 걸린 두 분이 보충연주를 들려 주셨는데, 그 중 한 분은 전공자였다는...;; 어쩌다가 내 사악한 음모에 걸려서 급 연주해주신 두 분께 감사를...;

 

아래는 이번에 정모한다고 네이버가 나눠 준 선물. 이것 말고도 선물이 좀 더 있었다는데, 차량 동원이 안되어 못 가져 왔다고 한다. 그럴 줄 알았으면 내가 싣고 오는 건데 말이다.

 

 

사진출처: 바친기의 미어캣님뭐라할까님의 포스팅

댓글 6개:

  1. 같은 일인입니다.

    선천적으로 무대에 거부감이 없는 분들 보면 정말 부럽고 그렇죠?

    제 아내가 그래요. 제 아내는 정말 초보고 소위 말하는 깽꺵인데도

    누구 앞에서나 당당하게 바이올린을 잘도 켜댑니다.

    그에 반해 전 혼자 잘 연주하다가도 다른 이의 시선이 느껴지는 순간

    온몸이 굳어져 버리죠. 아마 무슨 말인지 잘 아실거에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걸 극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오기랄까요. 그래서 이젠 기회가 생기기만을 바라고 있답니다.

    기회가 있으면 정밀 힘든 순간이지만 억지로 해보려고 해요.

    이게 무대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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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스태이지 프라이트 슈타이너 - 2009/11/11 01:19
    늘 당당하게 연주하시는 분들을 보면 정말 부러워요..ㅠㅠ 타고난 성격을 아예 바꾸지는 못해도 자꾸 남들 앞에서 연주하는 연습을 하면 조금씩 좋아질 것 같아요. 전 사실 저런 곳에서 연주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발전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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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슈삐 - 2009/11/11 07:27
    같이 열심히 노력해서 철면피가 되어보죠^^;

    울게 하소서 나중에 같이 연주해봤으면 해요.

    카운터 테너 모셔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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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스태이지 프라이트 슈타이너 - 2009/11/11 01:19
    넹^^ 그런데 카운터테너 구하기는 좀 어렵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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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저는 아마추어 무대를 경험한 뒤로, 없었던 무대공포증이 다시 생겼어요...

    지난번 노관객 연주회 한 이후로는 강의 직전에도 노관객무대 서기 전 느꼈던 긴장감이 몰려오더라구요... ㅎㄷㄷㄷ...



    극복하는 방법은, 열심히 연습해서 무대가 즐겁게 느껴지도록 만들어야 한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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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Agnes Lee - 2009/11/11 17:55
    이런... 그런 부작용이 생기면 안되는데ㅠㅠ 무대공포증을 극복하면 강의 전 긴장감도 사라지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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