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3일 토요일

왜 당신이...

조금이라도 양심적으로 살고 싶은 사람이 정말 살기 힘든 세상이군요. 

수천억 받고 떳떳한 사람들도 있는데, 헛소리 하면서 떵떵거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데, 29만원밖에 없다면서 고급아파트로 이사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왜 당신이 죽는 겁니까.... 

2009년 5월 22일 금요일

앙상블 연습, 레슨

수요일 저녁. 서대문 모처에서 모였다. 다들 일 끝나자 마자 달려온 터라 배가 고파 냉면을 시켜먹고, 동글맘님이 사온 계란빵 (빵에 계란하나가 통째로 들어 있음..;;;)까지 먹고 나자 너무 배가 불러 숨도 쉬기 힘든 지경이 되어 버렸다. ㅠㅠ

 

그렇다고 퍼질러 있을 수는 없고... 배가 불러서 서서 연주하기도 힘들고..;;;; 앉아서 연습을 시작. 요즘 가벼운 활로 연주하면 뭔가 슥슥대는 소리가 나길래 좀 무거운 활을 꺼내서 써봤다. 소리가 좀 더 힘이 있어진 것 같았다. 연습하던 곡들을 하고 녹음을 했는데... 같이 연주하면서 들었을 때는 그런대로 들어 줄 만 한 것 같았는데.... 조그만 녹음기에서 나오는 소리를 같이 들어 보니 흠...;;; 전혀 들어 줄만하지가 않았다. 


나중에 동글맘님에 보내준 녹음 파일을 다시 찬찬히 들어 보니, 활을 너무 눌러 연주를 했었던 것 같다. 울리는 소리 대신 눌리는 소리가..ㅠㅠ 집에서 따로 연습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음정도 안습이고...; 


비오는 목요일 저녁엔 레슨을 받으러 갔다. 전반적으로 연주할 때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었던 것 같고. 박자도 왔다 갔다 했었다. 박자는 앙상블 연습할 때도 문제였던 것 같은데, 긴 음표들에서 느려지고 짧은 음표들에서는 빨라지는 것이 아주 고질적인 문제인 듯 하다. 게다가 박자가 맞는 경우라도 어쩐지 급한 느낌이 들게 연주하는 점도 문제다. 해결책은 메트로놈 밖에 없을 것 같긴 한데... 언제나 좀 나아질 지 ㅠㅠ 

2009년 5월 15일 금요일

황당하고 허탈한 이야기

어제 아침 신문 읽다가 황당했었는데.... 이 기사 이후로 어제 오늘 말들이 꽤 많은 것 같다. 일단 기사를 인용:

 

그는 현 정치 구도에 대해 “영호남 토착인 한나라당, 민주당으로는 진보, 보수를 따지기 어렵다”면서 “진보, 보수를 할 단계까지 못갔으나 한나라당이 서울의 지지를 얻어서 전국정당의 기틀을 잡은 것은 진전이자 진보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나는 2005년부터 중도론을 얘기해온 사람”이라며 “(진보·보수) 양극단이 선거 과정에서 진영 싸움을 벌이고 줄세우기를 하는데 이건 소모가 너무 심하다. 전세계가 비정규직, 청년실업 문제에 직면하고, 생산관계도 바뀌어 고전적 이론틀로는 안 된다”고도 했다.

황씨는 또 “용산 참사 같은 것은 이명박 정부의 실책”이라고 말했지만, “해외 나가서 살면서 광주사태가 우리만 있는 줄 알았는데 70년대 영국 대처정부 당시 시위 군중에 발포해서 30~40명의 광부가 죽었고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가 가는 것이고, 큰 틀에서 어떻게 가야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래된 정원' 이후로는 황석영의 소설을 읽지 않아서 최근에 어떤 글을 썼었는지는 모르겠다. 인터넷에 연재하던 소설을 읽어 보려고 했었는데 시간이 없었고... 세월이 흐른 만큼 그도 예전과 같은 글을 쓰지는 않겠지만 ('오래된 정원'에서도 그는 좀 달라져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되는 것도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완만한 변화일 뿐 거꾸로 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긴, 몇달 전에 TV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보고는 좀 쌩뚱맞다는 생각은 든 적이 있다. 하지만, 유명 소설가가 TV에 출연하는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니고...

 

그가 진보에서 중도로 갔건, MB와 친해졌건, 유라시아 문화대사를 하건 말건 사실 큰 관심은 없다. 그냥 그렇게 되었구나하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다. 그 쪽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이던 사람이 크게 움직였다고 생각하면 된다. 게다가 저 인터뷰의 구절구절.. 너무 진부해서 이야기 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그가 위의 인용 기사 두번째 문단에서 처럼 이야기했다면 그건 용서가 안된다. 87년. 고3때 그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읽고 내가 받았던 충격과 분노, 슬픔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어떻게 바로 그 책을 쓴 그가, 저런 문장을 입에 담을 수가 있는 것인지... 그저 세월탓, 나이탓을 하며 웃어 넘기기에는 아직도 우리 가슴에 남아 있는 분노와 슬픔이 너무 크지 않나.

 

돌아서고 싶으면 조용히 본인만 돌아서면 되는 것이지 왜 총질을 하면서 돌아서는지...

재작년에 오래된 정원을 읽고 내가 썼던 글을 읽어 보니 더 가슴이 답답하다.

2009년 5월 14일 목요일

[공연] 모리스콰르텟 제8회 정기연주회 2009. 5. 13

올해는 어쩐지 해외 연주자들 내한공연보다는 국내 연주자들의 공연에 많이 가게 되는 것 같다. 사실 연주회 가는 횟수를 줄이려고 공연 홍보도 잘 안보고 (지름신은 미리 예방해야) 지내고 있다. 사실 공연 보러 가는 시간을 내기도 요즘은 쉽지가 않고... 하여간... 이번 주는 일주일 내내 저녁 시간이 안되는데, 공연이 있었던 수요일만 시간을 낼 수 있었다.


모리스 콰르텟에는 작년까지 내가 단원으로 있던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와 조금 관련이 있는 연주자분이 두분이나 있다. 한 분은 오케스트라 레슨도 가끔 해주시는 한혜리씨. 또 한 분은 작년에 협연을 했던 홍지혜씨. 공연장입구에 오랫만에 오케단원들을 만날 수 있었고, 공연장에서도 여기저기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공연 끝나고 나서는 지휘자샘도 뵙고...


이번 공연의 주제는 taste of life 시리즈의 두번째로 '신맛'. 프로그램을 보니 과연 신맛다운 느낌이 든다. 하지만 무대에 등장한 연주자들의 의상은 신맛의 느낌보다는 신선한 맛의 느낌이다. 노랑, 연두 계열의 화사하고 밝은 의상이 약간 낯설지만 또 색다른 느낌.


첫 곡으로 연주된 슈베르트는 좀 불안한 느낌이 들었지만, 일단은 첫 곡이니까. 여성들로 구성된 콰르텟이라서 그런지 파워가 부족한 느낌이다. (사실 이 부분은 이번 연주회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인데, 버르토크나 베토벤은 확실히 에너지가 엄청나게 필요한 곡들이어서 조금 더 파워풀한 연주였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버르토크 현악사중주 4번은 들어본 적 있지만, 3번은 아무래도 처음 듣는 곡인듯 했다. 꽤 재미있는 구성을 가지고 있는 곡인 듯.


2부는 가장 기대했던 베토벤 현악사중주 14번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중의 한 세트인 베토벤의 후기 현악사중주 중 하나. 누가 나에게 바이올린을 배우면서 목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지인들과 베토벤의 후기 현사들을 연주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당찮은 목표다..ㅠㅠ) 


모리스 콰르텟의 14번은 아름답다. 사실 매우 아름답긴 하지만 단순히 아름답다기 보다는 무겁고 우울한 느낌도 상당부분 존재하는데, 조금 가볍게 연주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이내믹한 부분들이 원하는 만큼 살아나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역시 반짝반짝거리는 연주였다. 특히 바이올린들의 연주가 눈부셨다. 매우 서정적인 연주. 더구나 1부보다 더 안정된 모습으로 40분에 이르는 대곡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멤버들이 입덧에, 부상에 다들 몸이 많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연주를 준비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그렇다.


관객들의 환호 속에 이어진 앵콜은 예수는 나의 힘이요라는 찬송가의 변주곡. 찬송가 같은 분위기의 곡에서 비브라토를 어떻게 구사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모범을 보여 주는 듯한 폭넓은 비브라토를 보면서 어찌 부럽던지... (요즘은 그나마 안되는 비브라토라도 할라치면 관절염이 오는 듯 손꾸락이 아프다는 ㅠㅠ)


프로그램


Franz Peter Schubert
Quartet in C minor, D 703 
 
Béla Bartók
String Quartet No.3 Sz 85

I. Prima Parte: Moderato
II. Seconda parte:Allegro
III. Ricapitolazione della prima parte: Moderato

Intermission

Ludwig van Beethoven
String Quartet No. 14 in C sharp minor, Op.131

I. Adagio, ma non troppo e molto expressivo
II. Allegro molto vivace
III. Allegro moderato
IV. Andante ma non troppo e molto cantabile — Più mosso — Andante moderato e lusinghiero — Adagio — Allegretto — Adagio, ma non troppo e semplice — Allegretto

V. Presto

VI. Adagio quasi un poco andante

VII. Allegro



사족)


그나저나... 연주회가 끝나고 나오면서 은하와 우리 고등학교 동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제가 생겼다. 나랑 같은 대학 작곡과에 재수인지 삼수를 해서 간 친구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고2때 같은 반이었는데 역시 고2때 같은 반이었던 은하는 절대로 같은 반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고2 올라가자 마자 했던 (아마 3-4월경) 합창대회에서 우리반 지휘를 내가 맡고 그 친구가 반주를 했었는데 말이다.내가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지어낸다기에 동창 2명에게 그 밤중에 전화를 해서 물어봤는데, 헐...;;; 둘 다 제대로 기억을 못하고 있다. 세월이 너무 지났나 보다..ㅠㅠ


집에 와서 교지에 문집까지 뒤졌는데, 고2때 그 친구가 같은 반이었다는 증거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 친구가 나랑은 같은 대학이라서 대학 동창회 사이트에 들어가 이메일 주소는 구했는데... 20여 년 만에 불쑥 이메일 보내서 "안녕? 그런데 너 나랑 2학년때 같은 반이었지?" 하고 묻는 건 아무래도 영 아닌 듯 하고..;;;;;


하여간 증거를 찾다가...;;; 본의아니게 인터넷에서 그 친구에 관한 뒷조사(?)를 좀 하게 되었는데, (100%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같이 작곡하는 남편을 만나서 유학 갔다오고 와중에 상도 받고 했던 모양이다. 중3 때 던가.. 잠시 작곡과에 가고 싶어했었던 나로서는 그동안 살아 오면서 그 친구가 종종 생각나곤 했었는데,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동창의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싸이월드와 아이러브스쿨 뒤지다가 다른 동창들도 몇 명 찾았는데, 그 중 한 친구는 꽤 친했던 친구였다. 자기를 똑 닮은 아들과 사람 좋아 보이는 남편과 즐겁게 살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보기 좋았다. 나중에 시간잡아서 연락을 해봐야겠다.

2009년 5월 11일 월요일

백운산자연휴양림

연휴가 거의 없는 올해. 추석을 제외하고는 유일한 연휴에 여행을 떠났다. 시간도 돈도 없는 요즘엔 해외여행은 안될 말이고, 지난 여름처럼 남편이 또 전국의 자연휴양림을 알아보았던 모양이다. 광양의 백운산자연휴양림이라는 곳을 가자고 한다.

5월 2일에 아이들 공부방을 만들면서 침대에 책상에 책장에... 가구들을 옮기는 노가다를 하고 지쳐있는 상태에서 3일 낮에 서울을 출발했다. 날씨는 한여름이라도 된 듯 쨍쨍하다.


광양은... 멀다. 백운산 자연휴양림에 도착하고 나니 저녁 무렵이다. 첫 날 묵을 곳은 숙소들 중에서 지어진 지 좀 오래된 곳인 것 같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지낼만은 하다. 이번 여행은 어딜 왔는지, 무얼 봐야 하는지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이상하게 피곤하기만 해서 첫 날부터 대강 먹고 쿨쿨 자고 말았다.

이 곳의 숙소는 아주 깊은 산 속에 자리잡은 것 같지는 않지만, 숙소에서 바라보는 초여름 산 속의 정경은 정말 아름답다. 자연휴양림의 장점은 깨끗하고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는 것. 정말 깨끗한 숲 속의 아침을 느낄 수 있다는 점.

둘째 날은 차를 타고 여수로 향했다. 광양제철소를 지나서 여수를 거쳐서 다다른 곳은 돌산. 여기저기 갓김치를 파는 가게들이 가득하다. (오는 길에 유명하다는 돌산 갓김치를 사가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째 영 몸이 마음을 따라가지 않았던 이번 여행에서는 가게 들르는 것 마저 귀찮아져 그냥 돌아 오고 말았다.)

점점이 떠 있는 작은 섬들이 보이는 해안도로를 돌아서 가자미회와 굴요리, 새조개 샤브샤브를 한다는 식당에 들어가 점심을 먹었다. 양이 너무 푸짐해서 새조개는 반도 못 먹었다. 이른 계절이라서 인지 관광객은 없고, 동네 아저씨들이 한 잔씩들 하고 있었다.

날씨도 좋고, 바다도 하늘도 아름답고. 이상하게 기운이 나지 않았던 것만 빼면 모든 것이 완벽했다.  오동도에 배를 타고 가볼까 하다가도 귀찮은 생각에 그만두고..ㅡㅡ; 향일암에 가볼까 하다가 그냥 바라만 보고 말고..;;; 철이른 해수욕장 해변에서 좀 놀다가 왔다갔다 하다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고 하고 말았다.

저녁 먹을 곳을 찾다 보니 광양까지 왔다. 광양제철소의 영향인지 마치 서울 근교 어느 신도시같은 느낌을 풍기는 번화가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같이 조성되어 있었다. 너무 낯익어서 전혀 여행 온 느낌이 들지 않는 그런 분위기. 간장게장 백반을 먹고 (맛은 별로...;) 다시 백운산으로 돌아왔다.

둘쨋날 밤을 보낼 곳은 새로 지어진 통나무집이다. 아주 깔끔하고 예쁘다. 보일러를 잘 못 조절해서 밤에 좀 추웠던 것을 제외하고는 만족할 만한 곳이었다.

볕이 잘들 던 통나무집 내부와 창 밖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숲과 정원.

쭉쭉 뻗은 나무들 사이로 그림처럼 집들이 지어져 있었다.

휴양림에 맨발로 산을 가볍게 한바퀴 돌 수 있는 '황톳길'이라는 곳이 있어서 아이들과 산책을 했다. 맨발로 흙의 기운을 느끼라는 것인가 보다.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가 산에서 하루를 지내기엔 딱이다.


산을 나와서 하동을 향했다. 유행가에도 나오는 화개장터에 가서 점심을 해결할 생각이었다. 섬진강을 따라 가는 길이 정말 아름답다. 군데군데 예쁜 집들도 많이 지어져 있다. 이런 곳에 집 짓고 살면 좋겠다 싶다.

(그나저나 여기서부터 카메라 고장으로 사진은  하나도 못 찍었다.ㅠㅠ)

꽃게매운탕에 재첩국으로 점심을 먹고 화개장터를 구경하려는데 비가 쏟아졌다. 잠시 비를 피했다가 아무래도 서울가는 길이 막힐 것 같아 차에 올랐다.

고속도로 들어가는 길을 잘 모르는데다가 네비게이션도 고장이고.. 지도도 찾아 보기 귀찮고..;;;; 국도로 금산까지 올라왔다. 온 김에 인삼을 좀 사가자고 가게에 들어갔더니 인삼은 다른 블럭으로 가야 한다고 한다. 홍삼파는 곳과 인삼 파는 곳이 나누어져 있는 모양이다. 역시 귀차니즘이 발동하여... 그냥 다시 서울로...;

날씨도 좋고, 경치도 아름답고, 숙소도 완벽했고, 모든 것이 좋았는데 이상하게 귀차니즘으로 점철된 여행이었다. 도무지 욕심이 나지 않았던 여행이랄까. 뭐... 가끔은 이런 기분으로 여행하는 것도 나름 나쁘지는 않다.

2009년 5월 6일 수요일

[책] 행복의 지도

에릭 와이너라는 미국 NPR의 기자가 쓴 행복에 관한 에세이이며 여행기.

 

 

지겨운 도시의 소음, 매연, 하루 종일 우리를 쫓아 다니는 생존경쟁, 마음을 다독거릴 자연환경도 없는 회색의 도시... 그래서 우리는 (나는) 늘 탈출을 꿈꾼다. 아이들에게 자연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고 싶고, 싸움터 같은 매일매일을 벗어나 편안하고 평화로운 나날을 즐기고 싶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바로 이순간 이 도시, 이 나라를 떠나면 잡을 수 있는 것들처럼 느껴진다.

 

이런 탈출,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행복한 나라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상당히 유혹적인 책일 듯 하여 읽게 된 책이다.

 

기자인 작가는 더 나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곳, 말하자면 행복의 외적인 조건을 찾아 1년 간 여행을 떠난다. 미국을 포함하여 모두 10개국을 다니며 행복이란 무엇인지,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본 작가는, 행복은 "관계"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행복의 외적인 조건을 찾아 다녔으나 결국 행복의 외적조건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 (또는 동물들)과 나와의 관계라는 것은 마치 옛날 우리가 읽었던 동화 파랑새의 이야기같은 느낌을 준다.

 

부유한 네덜란드, 스위스, 아이슬란드... 이 나라 사람들은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서 행복한 것이고 몰도바 사람들은 경제난 때문에 불행한걸까?  정말 돈이 많아 어찌할 바를 모르는 카타르 사람들은 과연 행복할까? 그렇다면 찢어지게 가난한 부탄 사람들은 왜 행복할까? 조금 낯선 국가들에서 출발한 이런 질문들과 여행은 (최소한 나에게는) 더 낯익은 태국, 영국, 인도 그리고 미국으로 돌아 오면서 조금씩 스스로의 답을 찾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기자출신답게 쉽고 재미있게 글을 써나가는 에릭 와이너의 글솜씨는 마치 어느 인기 블로거의 인터넷 블로그를 읽는 듯한 느낌처럼 가볍다. 사실 주제의 무게에 비해 글이 너무 가벼워서 너무나 '미국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미국인의 시각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의 삶을 엿보고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글이라... 군데 군데 걸리적거리는 구석들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작가처럼 쉽게 길을 떠날 수는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어느 정도 대리만족감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