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11일 월요일

백운산자연휴양림

연휴가 거의 없는 올해. 추석을 제외하고는 유일한 연휴에 여행을 떠났다. 시간도 돈도 없는 요즘엔 해외여행은 안될 말이고, 지난 여름처럼 남편이 또 전국의 자연휴양림을 알아보았던 모양이다. 광양의 백운산자연휴양림이라는 곳을 가자고 한다.

5월 2일에 아이들 공부방을 만들면서 침대에 책상에 책장에... 가구들을 옮기는 노가다를 하고 지쳐있는 상태에서 3일 낮에 서울을 출발했다. 날씨는 한여름이라도 된 듯 쨍쨍하다.


광양은... 멀다. 백운산 자연휴양림에 도착하고 나니 저녁 무렵이다. 첫 날 묵을 곳은 숙소들 중에서 지어진 지 좀 오래된 곳인 것 같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지낼만은 하다. 이번 여행은 어딜 왔는지, 무얼 봐야 하는지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이상하게 피곤하기만 해서 첫 날부터 대강 먹고 쿨쿨 자고 말았다.

이 곳의 숙소는 아주 깊은 산 속에 자리잡은 것 같지는 않지만, 숙소에서 바라보는 초여름 산 속의 정경은 정말 아름답다. 자연휴양림의 장점은 깨끗하고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는 것. 정말 깨끗한 숲 속의 아침을 느낄 수 있다는 점.

둘째 날은 차를 타고 여수로 향했다. 광양제철소를 지나서 여수를 거쳐서 다다른 곳은 돌산. 여기저기 갓김치를 파는 가게들이 가득하다. (오는 길에 유명하다는 돌산 갓김치를 사가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째 영 몸이 마음을 따라가지 않았던 이번 여행에서는 가게 들르는 것 마저 귀찮아져 그냥 돌아 오고 말았다.)

점점이 떠 있는 작은 섬들이 보이는 해안도로를 돌아서 가자미회와 굴요리, 새조개 샤브샤브를 한다는 식당에 들어가 점심을 먹었다. 양이 너무 푸짐해서 새조개는 반도 못 먹었다. 이른 계절이라서 인지 관광객은 없고, 동네 아저씨들이 한 잔씩들 하고 있었다.

날씨도 좋고, 바다도 하늘도 아름답고. 이상하게 기운이 나지 않았던 것만 빼면 모든 것이 완벽했다.  오동도에 배를 타고 가볼까 하다가도 귀찮은 생각에 그만두고..ㅡㅡ; 향일암에 가볼까 하다가 그냥 바라만 보고 말고..;;; 철이른 해수욕장 해변에서 좀 놀다가 왔다갔다 하다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고 하고 말았다.

저녁 먹을 곳을 찾다 보니 광양까지 왔다. 광양제철소의 영향인지 마치 서울 근교 어느 신도시같은 느낌을 풍기는 번화가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같이 조성되어 있었다. 너무 낯익어서 전혀 여행 온 느낌이 들지 않는 그런 분위기. 간장게장 백반을 먹고 (맛은 별로...;) 다시 백운산으로 돌아왔다.

둘쨋날 밤을 보낼 곳은 새로 지어진 통나무집이다. 아주 깔끔하고 예쁘다. 보일러를 잘 못 조절해서 밤에 좀 추웠던 것을 제외하고는 만족할 만한 곳이었다.

볕이 잘들 던 통나무집 내부와 창 밖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숲과 정원.

쭉쭉 뻗은 나무들 사이로 그림처럼 집들이 지어져 있었다.

휴양림에 맨발로 산을 가볍게 한바퀴 돌 수 있는 '황톳길'이라는 곳이 있어서 아이들과 산책을 했다. 맨발로 흙의 기운을 느끼라는 것인가 보다.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가 산에서 하루를 지내기엔 딱이다.


산을 나와서 하동을 향했다. 유행가에도 나오는 화개장터에 가서 점심을 해결할 생각이었다. 섬진강을 따라 가는 길이 정말 아름답다. 군데군데 예쁜 집들도 많이 지어져 있다. 이런 곳에 집 짓고 살면 좋겠다 싶다.

(그나저나 여기서부터 카메라 고장으로 사진은  하나도 못 찍었다.ㅠㅠ)

꽃게매운탕에 재첩국으로 점심을 먹고 화개장터를 구경하려는데 비가 쏟아졌다. 잠시 비를 피했다가 아무래도 서울가는 길이 막힐 것 같아 차에 올랐다.

고속도로 들어가는 길을 잘 모르는데다가 네비게이션도 고장이고.. 지도도 찾아 보기 귀찮고..;;;; 국도로 금산까지 올라왔다. 온 김에 인삼을 좀 사가자고 가게에 들어갔더니 인삼은 다른 블럭으로 가야 한다고 한다. 홍삼파는 곳과 인삼 파는 곳이 나누어져 있는 모양이다. 역시 귀차니즘이 발동하여... 그냥 다시 서울로...;

날씨도 좋고, 경치도 아름답고, 숙소도 완벽했고, 모든 것이 좋았는데 이상하게 귀차니즘으로 점철된 여행이었다. 도무지 욕심이 나지 않았던 여행이랄까. 뭐... 가끔은 이런 기분으로 여행하는 것도 나름 나쁘지는 않다.

댓글 6개:

  1. 그 멀리까지 가서 엄마 귀차니즘 땜에 아이들 구경도 제대로 안시켜주구... 재작년엔가 우리도 돌았던 코슨데 정말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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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은하 - 2009/05/13 11:04
    그게 말이야... 나만 귀차니스트인게 아니라 온집안 식구가 다 그렇더라구..ㅡㅡ; 아이들도 차에서 닌텐도나 하고 숙소에서 TV보느라 산책도 안하고 말이야..;;; 전자제품 버리기 운동을 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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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음식 보니까 생각나네요,, 얼마전에 한국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주인공들이 너무나 맛있게 밥을 먹는 장면이 나와서 정말 울뻔했던적이 있었거든요,, 몇일 뒤에 방학이 시작되었고 학교 식당이 문을 닫아서 저 혼자 밥을 해 먹어야 했는데 쌀밥에 김치를 먹으며 그 영화를 봤었습니다.. '나도 밥 먹는다~' 뭐 이런 생각으로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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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손가락쟁이 - 2009/05/14 13:15
    저 사진들 보고서는 울지 마셔요.. ㅎㅎㅎ

    전 혼자 미국 있었을 때 늘 김치에 밥 해먹었어요. 반찬은 가끔 스팸 굽거나 계란후라이...;; 그런데 나름 맛있게 먹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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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와아.. 저 휴양림 멋져요.

    근데 저나 남편이나 방콕체질이어서.. 아예 떠나는거 자체를 귀찮아 한답니다..

    귀차니즘의 절정... ㅎㅎ

    사진으로 보니 정말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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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동글맘 - 2009/05/14 17:08
    요즘 우리나라에 정말 좋은 곳이 많아 졌더라구요^^ 여행말구요...저런 공기 좋고 경치좋은 곳에서 아예 살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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