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14일 목요일

[공연] 모리스콰르텟 제8회 정기연주회 2009. 5. 13

올해는 어쩐지 해외 연주자들 내한공연보다는 국내 연주자들의 공연에 많이 가게 되는 것 같다. 사실 연주회 가는 횟수를 줄이려고 공연 홍보도 잘 안보고 (지름신은 미리 예방해야) 지내고 있다. 사실 공연 보러 가는 시간을 내기도 요즘은 쉽지가 않고... 하여간... 이번 주는 일주일 내내 저녁 시간이 안되는데, 공연이 있었던 수요일만 시간을 낼 수 있었다.


모리스 콰르텟에는 작년까지 내가 단원으로 있던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와 조금 관련이 있는 연주자분이 두분이나 있다. 한 분은 오케스트라 레슨도 가끔 해주시는 한혜리씨. 또 한 분은 작년에 협연을 했던 홍지혜씨. 공연장입구에 오랫만에 오케단원들을 만날 수 있었고, 공연장에서도 여기저기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공연 끝나고 나서는 지휘자샘도 뵙고...


이번 공연의 주제는 taste of life 시리즈의 두번째로 '신맛'. 프로그램을 보니 과연 신맛다운 느낌이 든다. 하지만 무대에 등장한 연주자들의 의상은 신맛의 느낌보다는 신선한 맛의 느낌이다. 노랑, 연두 계열의 화사하고 밝은 의상이 약간 낯설지만 또 색다른 느낌.


첫 곡으로 연주된 슈베르트는 좀 불안한 느낌이 들었지만, 일단은 첫 곡이니까. 여성들로 구성된 콰르텟이라서 그런지 파워가 부족한 느낌이다. (사실 이 부분은 이번 연주회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인데, 버르토크나 베토벤은 확실히 에너지가 엄청나게 필요한 곡들이어서 조금 더 파워풀한 연주였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버르토크 현악사중주 4번은 들어본 적 있지만, 3번은 아무래도 처음 듣는 곡인듯 했다. 꽤 재미있는 구성을 가지고 있는 곡인 듯.


2부는 가장 기대했던 베토벤 현악사중주 14번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중의 한 세트인 베토벤의 후기 현악사중주 중 하나. 누가 나에게 바이올린을 배우면서 목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지인들과 베토벤의 후기 현사들을 연주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당찮은 목표다..ㅠㅠ) 


모리스 콰르텟의 14번은 아름답다. 사실 매우 아름답긴 하지만 단순히 아름답다기 보다는 무겁고 우울한 느낌도 상당부분 존재하는데, 조금 가볍게 연주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이내믹한 부분들이 원하는 만큼 살아나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역시 반짝반짝거리는 연주였다. 특히 바이올린들의 연주가 눈부셨다. 매우 서정적인 연주. 더구나 1부보다 더 안정된 모습으로 40분에 이르는 대곡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멤버들이 입덧에, 부상에 다들 몸이 많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연주를 준비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그렇다.


관객들의 환호 속에 이어진 앵콜은 예수는 나의 힘이요라는 찬송가의 변주곡. 찬송가 같은 분위기의 곡에서 비브라토를 어떻게 구사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모범을 보여 주는 듯한 폭넓은 비브라토를 보면서 어찌 부럽던지... (요즘은 그나마 안되는 비브라토라도 할라치면 관절염이 오는 듯 손꾸락이 아프다는 ㅠㅠ)


프로그램


Franz Peter Schubert
Quartet in C minor, D 703 
 
Béla Bartók
String Quartet No.3 Sz 85

I. Prima Parte: Moderato
II. Seconda parte:Allegro
III. Ricapitolazione della prima parte: Moderato

Intermission

Ludwig van Beethoven
String Quartet No. 14 in C sharp minor, Op.131

I. Adagio, ma non troppo e molto expressivo
II. Allegro molto vivace
III. Allegro moderato
IV. Andante ma non troppo e molto cantabile — Più mosso — Andante moderato e lusinghiero — Adagio — Allegretto — Adagio, ma non troppo e semplice — Allegretto

V. Presto

VI. Adagio quasi un poco andante

VII. Allegro



사족)


그나저나... 연주회가 끝나고 나오면서 은하와 우리 고등학교 동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제가 생겼다. 나랑 같은 대학 작곡과에 재수인지 삼수를 해서 간 친구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고2때 같은 반이었는데 역시 고2때 같은 반이었던 은하는 절대로 같은 반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고2 올라가자 마자 했던 (아마 3-4월경) 합창대회에서 우리반 지휘를 내가 맡고 그 친구가 반주를 했었는데 말이다.내가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지어낸다기에 동창 2명에게 그 밤중에 전화를 해서 물어봤는데, 헐...;;; 둘 다 제대로 기억을 못하고 있다. 세월이 너무 지났나 보다..ㅠㅠ


집에 와서 교지에 문집까지 뒤졌는데, 고2때 그 친구가 같은 반이었다는 증거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 친구가 나랑은 같은 대학이라서 대학 동창회 사이트에 들어가 이메일 주소는 구했는데... 20여 년 만에 불쑥 이메일 보내서 "안녕? 그런데 너 나랑 2학년때 같은 반이었지?" 하고 묻는 건 아무래도 영 아닌 듯 하고..;;;;;


하여간 증거를 찾다가...;;; 본의아니게 인터넷에서 그 친구에 관한 뒷조사(?)를 좀 하게 되었는데, (100%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같이 작곡하는 남편을 만나서 유학 갔다오고 와중에 상도 받고 했던 모양이다. 중3 때 던가.. 잠시 작곡과에 가고 싶어했었던 나로서는 그동안 살아 오면서 그 친구가 종종 생각나곤 했었는데,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동창의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싸이월드와 아이러브스쿨 뒤지다가 다른 동창들도 몇 명 찾았는데, 그 중 한 친구는 꽤 친했던 친구였다. 자기를 똑 닮은 아들과 사람 좋아 보이는 남편과 즐겁게 살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보기 좋았다. 나중에 시간잡아서 연락을 해봐야겠다.

댓글 2개:

  1. 실내악단을 보면 정말 대단한것 같아요,,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이는것도 대단한거지만 서로에게 솔직한 비판을 하면서 상대방의 비판이 상처받지 않는걸 보면 정말,, 실내악 잘 하는것도 부럽고 그런 말들을 수용 할 수 있는 그런 마음 넓은것도 부럽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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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손가락쟁이 - 2009/05/23 09:54
    저도 실내악 연주자들은 정말 멋져 보이더군요. 음악을 들을 수록 실내악처럼 멋진 음악이 없는 것 같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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