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15일 금요일

황당하고 허탈한 이야기

어제 아침 신문 읽다가 황당했었는데.... 이 기사 이후로 어제 오늘 말들이 꽤 많은 것 같다. 일단 기사를 인용:

 

그는 현 정치 구도에 대해 “영호남 토착인 한나라당, 민주당으로는 진보, 보수를 따지기 어렵다”면서 “진보, 보수를 할 단계까지 못갔으나 한나라당이 서울의 지지를 얻어서 전국정당의 기틀을 잡은 것은 진전이자 진보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나는 2005년부터 중도론을 얘기해온 사람”이라며 “(진보·보수) 양극단이 선거 과정에서 진영 싸움을 벌이고 줄세우기를 하는데 이건 소모가 너무 심하다. 전세계가 비정규직, 청년실업 문제에 직면하고, 생산관계도 바뀌어 고전적 이론틀로는 안 된다”고도 했다.

황씨는 또 “용산 참사 같은 것은 이명박 정부의 실책”이라고 말했지만, “해외 나가서 살면서 광주사태가 우리만 있는 줄 알았는데 70년대 영국 대처정부 당시 시위 군중에 발포해서 30~40명의 광부가 죽었고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가 가는 것이고, 큰 틀에서 어떻게 가야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래된 정원' 이후로는 황석영의 소설을 읽지 않아서 최근에 어떤 글을 썼었는지는 모르겠다. 인터넷에 연재하던 소설을 읽어 보려고 했었는데 시간이 없었고... 세월이 흐른 만큼 그도 예전과 같은 글을 쓰지는 않겠지만 ('오래된 정원'에서도 그는 좀 달라져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되는 것도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완만한 변화일 뿐 거꾸로 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긴, 몇달 전에 TV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보고는 좀 쌩뚱맞다는 생각은 든 적이 있다. 하지만, 유명 소설가가 TV에 출연하는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니고...

 

그가 진보에서 중도로 갔건, MB와 친해졌건, 유라시아 문화대사를 하건 말건 사실 큰 관심은 없다. 그냥 그렇게 되었구나하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다. 그 쪽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이던 사람이 크게 움직였다고 생각하면 된다. 게다가 저 인터뷰의 구절구절.. 너무 진부해서 이야기 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그가 위의 인용 기사 두번째 문단에서 처럼 이야기했다면 그건 용서가 안된다. 87년. 고3때 그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읽고 내가 받았던 충격과 분노, 슬픔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어떻게 바로 그 책을 쓴 그가, 저런 문장을 입에 담을 수가 있는 것인지... 그저 세월탓, 나이탓을 하며 웃어 넘기기에는 아직도 우리 가슴에 남아 있는 분노와 슬픔이 너무 크지 않나.

 

돌아서고 싶으면 조용히 본인만 돌아서면 되는 것이지 왜 총질을 하면서 돌아서는지...

재작년에 오래된 정원을 읽고 내가 썼던 글을 읽어 보니 더 가슴이 답답하다.

댓글 4개:

  1. trackback from: 황석영은 변절한 것일까?
    엊그제 광주에 갔다 왔습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모임에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라는 책을 읽고 그 발자취를 따라 가보자는 취지에서 순례를 간것이지요. 전남대를 시작으로,광주역, 구 살래시오고등학교, 구 공용터미널, 카톨릭회관, 구도청, 전남대병원, 조선대를 도보로 이동하며 각자 맡은 부분을 발제를 하였죠. 이동하는 도중에는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의 책 저자인 황석영씨의 최근 발언에 대해 이야기 했었습니다. 1명을 제외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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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trackback from: 황석영의 블로그 해명글을 읽고 지나칠 수 없어
    광주민주화운동 29주년인 어제, 황석영이 자신의 블로그에 장문의 해명글(?)을 올렸다.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어찌나 다들 말들은 그리 잘하시는지...) 그러나 읽어내려가는 내내 헛헛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저 노쇠한 노새의 터벅거리는 발소리 마냥 처량할 따름이다. 이 포스트는 황석영의 글을 반박하고자 하는 것도 옹호하자는 것도 아니다. 필자는 그럴 재주도 없거니와 지난 주 황석영과 관련된 포스트에서 밝혔듯이 그럴 애착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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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그의 변절을 뭐라 할 수는 없는거죠. 개인의 사상이야 변할 수 있는거니까.

    다만 그의 입에서 광주"사태" 니 하는 역겨운 말이 나왔다는 자체가 용서가 안됩니다 ㅎㅎ

    조금만 생각이 있고 스스로가 지성인이고 글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단어 하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인식을 못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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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진혁군★ - 2009/05/20 16:54
    글쎄 말입니다. 황씨가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의 작가만 아니어도 별 소리 안하고 넘어갔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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