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6일 수요일

[책] 행복의 지도

에릭 와이너라는 미국 NPR의 기자가 쓴 행복에 관한 에세이이며 여행기.

 

 

지겨운 도시의 소음, 매연, 하루 종일 우리를 쫓아 다니는 생존경쟁, 마음을 다독거릴 자연환경도 없는 회색의 도시... 그래서 우리는 (나는) 늘 탈출을 꿈꾼다. 아이들에게 자연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고 싶고, 싸움터 같은 매일매일을 벗어나 편안하고 평화로운 나날을 즐기고 싶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바로 이순간 이 도시, 이 나라를 떠나면 잡을 수 있는 것들처럼 느껴진다.

 

이런 탈출,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행복한 나라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상당히 유혹적인 책일 듯 하여 읽게 된 책이다.

 

기자인 작가는 더 나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곳, 말하자면 행복의 외적인 조건을 찾아 1년 간 여행을 떠난다. 미국을 포함하여 모두 10개국을 다니며 행복이란 무엇인지,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본 작가는, 행복은 "관계"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행복의 외적인 조건을 찾아 다녔으나 결국 행복의 외적조건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 (또는 동물들)과 나와의 관계라는 것은 마치 옛날 우리가 읽었던 동화 파랑새의 이야기같은 느낌을 준다.

 

부유한 네덜란드, 스위스, 아이슬란드... 이 나라 사람들은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서 행복한 것이고 몰도바 사람들은 경제난 때문에 불행한걸까?  정말 돈이 많아 어찌할 바를 모르는 카타르 사람들은 과연 행복할까? 그렇다면 찢어지게 가난한 부탄 사람들은 왜 행복할까? 조금 낯선 국가들에서 출발한 이런 질문들과 여행은 (최소한 나에게는) 더 낯익은 태국, 영국, 인도 그리고 미국으로 돌아 오면서 조금씩 스스로의 답을 찾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기자출신답게 쉽고 재미있게 글을 써나가는 에릭 와이너의 글솜씨는 마치 어느 인기 블로거의 인터넷 블로그를 읽는 듯한 느낌처럼 가볍다. 사실 주제의 무게에 비해 글이 너무 가벼워서 너무나 '미국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미국인의 시각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의 삶을 엿보고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글이라... 군데 군데 걸리적거리는 구석들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작가처럼 쉽게 길을 떠날 수는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어느 정도 대리만족감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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