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29일 월요일

[공연] 비스펠베이, 멜니코프 베토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전곡 연주회 2008년 9월 27일

간혹 열리는 베토벤 첼로소나타 전곡 연주회는 정말 유혹적인 레퍼토리이다. 이번 비스펠베이의 연주회도 예매를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은 지르고야 말았다. 그런데.....

9월27일 토요일에 지윤이가 참여하는 컵스카우트 체육대회를 한다고 하질 않는가...;; 아침부터 도시락을 준비하고, 도윤이도 데리고 행사장소인 정릉초등학교를 물어 물어 찾아갔다. 너무나 맑고 아름다운 가을 날씨였지만, 그늘에서는 꽤 쌀쌀한데다가, 엄청나게 건조해서, 운동장의 모래가 바람에 계속 날리고 있었다. 5시 경에 끝날 줄 알았던 운동회는 계속되고... 결국은 시상식과 폐회식이 막 시작되려는 때에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를 나섰다. 5시 반이 좀 넘은 시각. 7시에 연주회가 시작되는데, 아이들을 집에다 데려다 놓고 예당까지 가야 한다...

토요일 저녁... 길은 막히고... 6시30분이 넘자 소나타 1번과 2번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ㅠㅠ 허겁지겁 도착하니 7시30분 정도. 콘서트홀의 모니터에서는 연주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모차르트 변주곡. 잘 하면 2번은 들어가서 볼 수도 있겠구나 했는데... 연주자들이 계속 무대에서 연주를 하기로 했는지, 중간입장이 안된다고 한다.

첫번째 인터미션이 끝나고 듀오는 4번과 5번 그리고 그 사이에 또 모차르트 변주곡을 연주했다. 두번째 인터미션이 끝나고는 헨델 변주곡과 3번. 그리고 앵콜로는 (내가 놓쳤었던...) 마술피리의 파파게노가 불렀던 아리아의 변주 중 일부를 짧게 연주해 주었다. 3시간 반 동안 지칠 법도 한데... 역시 한국관객의 열정적인 박수에 감동한 덕분일까... 예상치 않은 앵콜이었다.

비스펠베이는 솔리스트로 타고난 연주자인 것 같은 느낌. 보잉이나 자세가 너무나 자신감에 차고 넘친다. 첼로를 너무나 쉽게 연주하는 것처럼 보인다. 연주를 지켜보고 나니, 첼로를 연주하는 그의 모습에 성격의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아 마치 그와 이야기를 나눈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나는 쇼맨쉽이 강한 연주자보다는 더 진지하고 음악에 몰두하는 연주자를 더 좋아하는 편이기는 하나, 악보도 없이 긴 시간 동안 소나타 전곡을 강한 카리스마로 연주하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의 웹사이트: http://www.pieterwispelwey.com/)

피아니스트 멜니코프는 상당히 파워풀한 연주자인 듯하다. 전에 한국에 왔을때 공연 광고가 하도 시끌벅적했어서... 과연 어떤 연주자일지 궁금했었는데, 이번에 궁금증이 약간 풀린 듯 한다. 건반이 바로 내려다 보이는 위치에서 봐서 그런지, 몇 번의 미스터치도 들리긴 했지만... 상당히 열정적인 연주를 들려 주었다. 하지만.... 뭔가 내 타입은 아닌 듯... 원래 음반을 녹음했었던 데얀 라지치와 연주했다면 좀 달랐을까... 하지만 개성넘치는 연주자임에는 틀림없는 듯하다.

개인적으로는올 초에 있었던 페레니와 쉬프 듀오의 연주보다는 덜하지만.. 흥미진진한 연주였다는 생각이다. 또.. 연주회의 앞부분을 놓치기는 했지만 (소나타 2번을 놓친 것이 정말 아쉽다..ㅠㅠ) 워낙 긴 연주회여서 2, 3부를 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또 오랫만에 아는 사람들 얼굴도 좀 볼 수 있었고.... 우리 오케의 청춘남녀가 연애하는 모습도 우연히 목격하고..ㅡㅡ;;


  Alexander Melnikov

Image:Pieter wispelwey cellist and Dejan Lazic by Fai Ho 30 januari 2007.jpg
(이 사진의 피아니스트는 멜니코프가 아니라 라지치...)

프로그램

베토벤_첼로 소나타 F장조 Op.5 No.1
베토벤_ ‘연인이거나 아내이거나’ 주제에 의한 변주곡 
베토벤_첼로 소나타 g단조 op.5 No.2

-intermission 1-

베토벤_첼로 소나타 C장조 Op.102, No.1
베토벤_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 주제에 의한 변주곡
베토벤_첼로 소나타 D장조 Op.102 No.2

-intermission 2-

베토벤_‘유다스 마카베우스’의 ‘보아라, 용사는 돌아온다’ 주제에 의한 변주곡
베토벤_첼로 소나타 A장조 Op.69


 
덧붙여.......

비스펠베이는 2004년 크리스티에서 낙찰받은 1760년도 과다니니를 가지고 있다. 5대 밖에 없는 지오바니 바띠스따 과다니니의 첼로 중 한 대인데... 경매장에서 비스펠베이가 직접 입찰했었다면 사람들이 상당히 재미있어했을 듯 하다 (하지만, 아마 대리인이 하지 않았을까 싶다..ㅎㅎ) 아래 링크는 당시 기사.
http://news.bbc.co.uk/1/hi/entertainment/arts/3979541.stm

그나저나, 이번 연주회에서 비스펠베이가 들고 온 악기는 과다니니가 아니라 스트라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뭐... 어떤 악기의 음색이었는지는 나로서는 어차피 구별 불가능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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