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17일 일요일

[책] 리진

       

신경숙 저 | 문학동네 | 2007년 05월

페이지 293 / 389g
ISBN-13 : 9788954603225

오랫만에 읽어 본 신경숙의 소설이다. 그것도 역사소설. 그러나 일반적인 역사소설보다는 읽기에 좀 더 가벼운 문체이고 그렇다고 현대소설의 분위기도 아닌 그런 소설이다.

리진은 조선말에 실존했던 궁중무희라고 한다. 신경숙과 비슷한 시기에 역사소설을 주로 쓴 김탁환의 "리심"이라는 소설이 나왔는데, 동일한 인물을 그리고 있다고 하는데,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신경숙의 리진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리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역사소설로 읽기에는 리심 쪽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추측을 해본다.

신경숙은 시종일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소설 속의 리진의 목소리가 그렇기 작고 그러나 분명한 느낌이었을 것도 같다. 리진은 매우 그럴법한 조선의 여인으로 그려져있다. 그녀가 프랑스 공사와 같이 살게 되었고, 그나라 말을 하고 그나라 책을 읽었으며 파리에서 프랑스 사람들과 살았어도.. 소설은 시종일관 그녀가 조선여인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콜랭공사, 명성황후, 고종, 블랑주교, 홍종우, 모파상 등 실제 리진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이 신경숙의 손으로 재창조되고, 강연, 서씨, 그리고 리진이 파리에서 만나게 되는 가상의 인물들도 적절히 배치되어 소설의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그 중 가장 소설적인 인물은 강연. 그의 존재가 이 소설의 큰 흐름에 많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지만, 매우 낭만적인 감성을 느끼게 해주어 독자들에게 절절한 마음을 느끼게 한다. 살짝 순정만화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중고등학교 시절 국사책의 뒷부분을 읽어 나가는 것은 항상 안타까움과 아쉬움으로 시작하여 서러움과 분노로 마무리 되었었다. 구한말 이전의 역사는 그렇게까지 가슴 아프게 느껴지지 않는데 유독 구한말의 역사가 서글픈 것은 그만큼 내가 살고 있는 시대와 더 가깝기 때문일 것이고.... 그래서 아직도.. 21세기에도 그 시절의 아픔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리진은 바로 그 시대, 연약한 나라 조선의 여인으로 살아가야 했다. 그녀의 삶은, 궁중무희가 아니었어도 그저 평범한 여인이었어도, 쉽지는 않았으리라... 그녀의 총명함과 외국문물에 대한 적응력이 사실 명성황후에 대한 그녀의 시종일관한 마음과의 연결이 내게는 설득력있게 보이지는 않긴 하지만, 그녀의 마음이 왕비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해바라기와 같은 것이라고 작가는 설명하고 있는 듯 하다.

실제로 리진이 금조각인지 금종이인지를 먹고 자살을 한 이유는... 찾아 본 바에 의하면... 왕비 시해 사건이라기 보다는, 궁중무희의 삶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에 대한 극렬한 항의였다고 하는데... 그 편이 더 설득력이 있기는 하다. 신경숙은 그 보다는 리진의 삶에 왕비의 운명과 조선의 운명을 투영시켜 비극성을 고조시키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소설은 리진 푸른눈물이라는 제목으로 2006년에서 2007년 초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되었고, 김동성 작가가 삽화를 담당했었다. 위의 책 사진 옆의 그림도 그 연재 삽화 중 하나인데, 2권으로 발행된 책에도 실려 있는 그림이다. 매우 서구적인 외모의 리진이다. 연재 시에 실렸었던 그 외의 삽화들도 쭉 찾아서 보았는데, 무척 아름다운 그림들이다. 소설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는 느낌. (글에 건 링크들에는 연재 시리즈들이 있는데, 이미 출간된 책들이라... 저작권의 문제가 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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