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27일 목요일

그냥 끄적... 그리고 건강검진

고작 크리스마스 이브 하루 휴가를 내고 쉬었을 뿐인데 - 물론 그래서 연 4일을 놀긴 했지만... - 계속 몸도 찌뿌둥하고 피곤하고 영 회사에 나오는 것이 괴롭다. 오늘 아침에도 간신히 일어나서 출근을 했다. 꽤 오래 전부터 계속된 '회사가기시러'병이 절정에 달한 것인가?

내 이력서에는 남들 보다 두서너배는 많은 직장들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는데, 나는 내가 직장을 자주 옮겼던 이유가 결코 진득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모두 외부적인 사정에 의해서라고 생각하곤 했었다. 가만히 있어도 회사가 합병이 되었던 적도 있었고..... 하지만 꼭 외부사정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직장이 내 앞날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면... 뭔가 좀 더 나은 오퍼가 오는 쪽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게다가 변화는 항상 흥분과 긴장감을 주니 인생도 더 즐겁고....ㅡㅡ;; 결국 나는 철새였었던가?

하지만, 지금은 별다른 대안이 없다. 대안이 없는 한 무턱대고 움직일 수는 없으니 내 철새 생활은 이제 종언을 고할 때가 된 것도 같다. 하지만, 근본이 철새였던 탓에 텃새인 척하는 생활은 별로 입맛에 맞지가 않는다. 그래서 올해 내내 '회사가기시러'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어쩌랴...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계속 "병마"와 싸우며 출근을 할 수 밖에...ㅡㅜ

어제 오후에는 건강검진을 했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건강검진 전문 병원이었는데, 이 병원 직원들은 'sympathy 기반 친절'을 모토로 삼고 있는 듯했다. 사실 절차적인 면이나 효율성은 엉망이었다. 예약과정부터 삐그덕거렸는데, 같이 검진받고자 했던 남편은 받기로 했던 약을 못받아 결국 검진도 못받았고, 대통령선거일도 예약을 받았다가 나중에 바꾸느라 일정이 엉망이 되는 등 문제가 많았다. 어제도 수검자가 많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대기시간이 만만치 않았다. 또 작년의 모 병원에서는 혈관 주사를 한번만 놓아서 채혈도 하고 나중에 주사도 맞게 했지만 여기서는 두번이나 혈관에 주사바늘을 꽂아야 했었다. 구강검진이 오후에는 없다는 사실도 미리 이야기 해주지 않았었고.... 그런데, 거기 직원들은 다음과 같은 말로 사람들을 다루는 기술을 가지고들 있었다.

"많이 힘드시죠? (사실은 하나도 안 힘들었다)"
"너무 많이 기다리셨죠? 죄송해요..ㅠㅠ (엄청 기다리긴 했었다)"
"어지러우시죠? (그 말을 들으니 갑자기 어지럽다)"
"너무 시끄러우셨죠? (견딜만 했었다)"
"제가 안내해 드릴께요 (그러고는 옆의 직원에게 떠 맡긴다....)"

상대방의 감정을 오버하여 짐작하고는 호들갑을 떠는 류의 친절이라고나 할까. 문제는 그 웃는 얼굴과 걱정하는 듯한 표정에다가는 불평 불만을 늘어 놓기가 힘들다는 점. 그래서 결국은 나도 웃으면서 나왔는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병원이라는 곳의 특성상 이런 식의 sympathy기반 친절 정책은 일반적으로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은 같다. 몸이 아프면 누군가 나를 걱정해 준다는 느낌만으로도 많이 나아지는 것 같으니 말이다. 그러나... 업무의 효율성이 받쳐 주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요 근래 여기저기 가끔씩 아파왔기 때문에 뭔가 문제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일단 당일의 결과는 말짱했다. 며칠 후에 결과지를 받아봐야 정확히 알겠지만, 시력은 1.0, 1.5에 안압도 정상이고 청력도 매우 좋으며 혈압도 정상... 내시경 및 초음파도 멀쩡하다. 음.... 그럼 그간에 아팠던 것은 다 꾀병이었던가...; 직원들의 태도는 매우 sympathetic했으나, 검진 결과는 상당히 apathetic하다고나 할까...

수면 내시경을 했었기 때문에 좀 졸렸으나, 대충 밥을 챙겨먹고 레슨을 갔다. 내가 생각해도 어찌나 음정이 안맞고 손가락이 몰리는지... 정말 안습이다. 올해의 마지막 레슨인데...  연습부족이 여실히 들어나는 레슨이었다..ㅡㅜ

댓글 2개:

  1. 슬럼프일까요?^^

    힘내시고 빨리 극복하시길.....

    그런데...슈삐라는 이름은 어데서 온 말이죠?

    슈삐 슈삐...악센트를 앞에 달고 이렇게 읊조리다보면 참 기분이 좋아집니다.

    귀여운 단어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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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슈타이너 - 2007/12/29 16:59
    연말이라서 괜히 더 그런가봐요^^ 격려 감사합니다.

    슈삐는 어릴 적에 가족들이 저를 부르던 별명이에요^^ 지금도 형제들과는 장난처럼 그렇게 불러요. 별다른 뜻은 없지만 저도 무척 맘에 들어하고 있는 별명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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