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23일 금요일

호흡

레슨시간에 항상 지적받는 것 중 하나가 "급하다"라는 것이다. 빠르게 연주하는 것도 아니고, 박자가 많이 이상한 것도 아닌데, 늘 급하게 연주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인드 콘트롤이 필요한가'보다 하고 생각을 했었다. 혼자할 때는 좀 느긋한데 선생님 앞에서 하니 긴장이 되어 급해지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하지만 정확하게 어떻게 해야 급하지 않게 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요즘 앙상블 연습을 하고 녹음해서 들어 보면서 선생님이 늘 말씀하시던 "급하다"라는 것이 좀 다른 뜻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역시 녹음을 해서 들어 보는 것은 꽤 도움이 되는 일인 것 같다. 들을 땐 무지 괴롭지만..ㅠㅠ) 물론 박자를 충분히 지켜주지 않아서 급한 면도 없지는 않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프레이즈 사이의 호흡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숨을 쉬지 않으니 급해질 수 밖에...

 

어릴 적 피아노를 배울 때는 박자를 지적받은 기억이 없었던 것 같다. 급하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없고.. 피아노를 치면서 호흡을 하는 것이 바이올린을 하면서 호흡을 하는 것보다 쉬운 건가..?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그 때는 자연스럽게 호흡이 되었었는데 이젠 그게 잘 안되는 것인지도...;;;;

 

여하튼... 당면 과제는 숨을 쉬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숨이 쉬어 지지 않는다면 의식적으로라도 숨을 쉬어야 한다. 프레이징이 눈으로 보이고 머리로도 이해가 되는데 숨이 안쉬어진다면 말이다. ㅠㅠ

2009년 10월 13일 화요일

세계지식포럼

매경에서 세계지식포럼이라는 행사를 주최하는데, 꽤 쟁쟁한 연사들이 참가하는 모양이다. 이런 행사가 있다는 것도 잘 몰랐는데... 어제 크루그먼의 블로그에 가봤더니 "흥미로운 라인업"이라고 되어 있더라. 링크된 주소에 가보니... 정말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크루그먼 블로그의 댓글들이 더 웃긴다. 예를 들면, Associating Bush with knowledge is in itself big news.... 이런 글들...

 

http://krugman.blogs.nytimes.com/2009/10/12/seoul-feud/

 

아래가 세계지식포럼 사이트인 모양이다. 매경 다니는 지인에게 내일 나도 놀러가봐도 되냐고 물어 보고 싶어졌다 ^^;; (참가비가 어마어마한 걸 보니 아마 절대 안되겠지..)

http://www.wkforum.org/WKF/v3/kor/main.php

[공연] 데라카도 료 독주회 2009.10.11

꽤 오랫만의 연주회였다. 일요일 저녁, 엄마따라 가겠다고 TV를 포기하고 나선 도윤이와 같이 신촌으로 갔다. 시간이 넉넉하면 연대 앞에서 맛있는 것이라도 사주고 싶었는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시간이 별로 없다. 루스채플에서 표를 받아서 연대 정문으로 나가 공갈 호떡을 3개 샀다. 정문까지 꽤 한참 걸어가야 되는 줄 알았는데, 아이 걸음으로도 5분 밖에 안 걸리더라. 길 건너 가볼까 잠시 고민했으나, 아무래도 시간이 모자랄 것 같아서 도로 돌아왔다.

 

대학교에 처음 와 본 도윤이는 "여기도 학교도 저기도 학교야?", "이렇게 늦게까지 공부하는 언니오빠들이 이렇게나 많아?", "학생이 천 명도 넘을까?", "우리 학교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생이 800명인데..." 라고 재잘대면서 즐거워 했다. 이렇게 큰 학교가 있는 것이 신기한 모양이다. 엄마 다녔던 학교는 이 학교보다 더 넓었다고 얘기하고 나니 언제 한번 아이들을 데리고 엄마 아빠 다니던 학교에 놀러 가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연대에서 주최하는 음악회라서, 게다가 교회에서 열리는 음악회라서, 음악연구소 소장의 인사말과 담당 목사의 기도까지 있은 후에 음악회가 시작되었다. 61년생인 데라카도 료는 생각보다는 동안.

 

익숙한 헨델 소나타 D장조가 시작되자마자 도윤이는 꿈나라로 가고..;;; 바로크 바이올린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악기 소리가 아주 울림이 좋은 것은 아니었고 상당히 소박한 느낌이었다. 연주장소가 울림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데라카도 료는 보통의 바로크활 잡는 것보다는 활을 더 길게 잡고 연주하는 듯 했다. 도윤이는 4악장 중간에 깼다. ㅎㅎ 그래도 내내 자지 않아서 다행이다.

 

비버의 파사칼리아는 살짝 빠른 듯한 느낌이 들었고 깊이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데라카도 료 만의 표현과 해석을 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나에게 와 닿지 않는 느낌이랄까.

 

이어지는 헨델 소나타 d단조. 첫 곡인 HWV371 보다 더 좋아진 느낌이다. 그리고 1부 마지막 곡인 샤콘느. 역시 좀 빠르게 템포를 잡은 듯 한데, 어디선가에서부터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파사칼리아나 샤콘느나... 어느 정도 사람들이 기대하는  분위기와 깊이가 있는 곡들인데, 어쩐지 그 날의 데라카도 료는 그걸 이끌어내는 포인트를 놓치고 있는 것 같았다. 샤콘느에선 테크닉적으로도 그다지 깨끗한 연주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휴식시간에 아까 먹다남은 호빵을 먹고 들어갔더니 웬 청년이 우리 자리에 앉아있었다. 한 줄 뒤에 앉았다.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 연주가 이어진다고 했지만, 작년 쿠이겐이 예당해서 했던 다 스팔라 연주가 아주 좋지는 않았었기 때문에 별로 기대를 하지는 않고 있었다.

 

그러나, 데라카도 료의 연주로 프렐류드가 시작되자 생각이 바뀌었다. 작년 쿠이겐의 연주와는 음색에서 아주 많이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연주 자체도 상당히 안정적으로 보였고, 소리도 일반적인 첼로의 소리만큼의 깊이와 폭이 있었다. 같은 제작자의 악기를 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연주기법이나 연주자에 따라 소리가 다른 것인지.. 아니면 예당 콘서트홀이 너무 넓어서 소리가 건조하게 들렸던 것인지 잘 모르겠다.

 

다시 바이올린으로 바꾸어 쳄발로 주자인 조성연씨와 같이 나온 데라카도 료는 프로그램 마지막 곡인 바흐 소나타를 연주했다. 앵콜은 역시 바흐 소나타. 헨델에서 시작해서 바흐로 이어지는 연주회의 마무리로 좋은 앵콜곡이었다. 마지막과 앵콜의 바흐는 무리없이 연주되었고 전반부 보다 훨씬 안정된 음색을 들려 주었다. 무반주 곡들보다는 챔발로와 같이 연주하는 편이 더 나은 것일까. 도윤이는 앵콜이 가장 좋았다고 했다.

 

밤에 아이와 같이 산책나온 기분으로 들렀던 음악회. 사실 도윤이 신경쓰느라 집중하는 것이 좀 힘들기는 했지만... 바로크 바이올린 연주를 실컷 들을 수 있는 아름다운 가을 밤이었음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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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헨델(G.F. Handel, 1685 - 1759)

바이올린과 쳄발로 소나타 D장조 HWV 371

Affettuoso - Allegro - Larghetto - Allegro

 

하인리히 폰 비버(H. I.1644- 1704)

팟사칼리아(Passacaglia) g단조

 

헨델(G.F. Handel, 1685 - 1759)

바이올린과 콘티뉴오를 위한 소나타 d 단조 HWV 359a

Grave - Allegro - Adagio - Allegro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S. Bach, 1685 - 1750)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제2번에서 샤콘느 d단조  BWV 1004

 

-휴식-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S. Bach, 1685 - 1750)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제1번 G 장조 BWV 1007

Prelude - Allemande - Courante - Sarabande - Minuets - Gigue

 

바이올린과 쳄발로 반주를 위한 소나타 제3번 E 장조 BWV 1016

Adagio - Allegro - Adagio ma non tanto - Allegro

 

[앵콜] 바이올린과 오블리가토 하프시코드를 위한 소나타 c단조, BWV 1017

제1악장 Siciliano, Largo  

 

2009년 10월 6일 화요일

오랫만에 적어 보는 레슨일지

그 레슨이 그 레슨 같고 도무지 발전도 진보도 없는 것 같아서 레슨일지를 통 쓰질 않았었다. 하지만 레슨은 꾸준히... 절대 쉬지도 않고... 절대 건너뛰지도 않으면서 잘 받고는 있었다^^; 요즘은 포스팅 할 거리도 없고 한데 간만에 오늘 받은 레슨 이야기나 써볼까 싶다.

 

그런데... 레슨일지만 쓰면 꼭 자기비하의 극을 달리게 되는 지라, 어떻게 해야 객관적으로 그리고 발전적으로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일단 처음엔 완전 기본적인 씨메이저 1포지션 스케일에 활쓰기만 조금 가미된 걸 했는데... 1포지션 음정도 틀리는 건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 지... 흐유...; 뭐 그래도 다음 줄 해오라신다.

 

실력과는 무관하게 책에 있어서 하게 된 레겐데. 내가 겹음을 못하는 걸 어찌 알고 딱 거기에 배치를 해놓았는지 편집자가 원망스럽고, 곡을 건너뛰지 않는 선생님이 좌절스러우나...; 그냥 한 6개월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할 생각이다. d선과 g선을 동시에 그으면서 g선에서 운지를 해야 하는 부분은 포지션을 잘 못 읽어 갔다. 그냥 1포지션에서 하는 줄 알았더니 중간에 2포지션을 잠깐 갔다 오는 것이었던 것. 어쩐지..좀 이상하더라니..; 그러나 저러나... 안되긴 매한가지다. 어쨌거나 다음 알레그로 부분까지 악보를 봐오라고는 하시는데... 영 걱정이 되시는지, 이 곡은 한 소절 한 소절, 아니 두 마디씩 두마디씩 끊어서 확실하게 연습해야 한다고 하신다. 알레그로 부분은 시종일관 더블스탑...ㄷㄷㄷ

 

늘 그렇듯이 만만한 호만은 쉽기는 했으나, 엇박자에서 선생님 박자를 따라가는...;; 싱코페이션을 못해서라기 보다는, 박치인 내가 점점 빨리 연주하기 때문인 듯하다. 그부분은 메트로놈과 한판 승부를 해야 할 듯...

 

카이저는 시간이 없어서 패쓰... 레겐데 때문에 한시간 20분이나 레슨을 했는데도 카이저할 시간이 없었다. 했었더라면.... 크레센도 데크레센도가 전혀 살아나지 않는다고 한소리를 들었을 것이 틀림없다.

 

완성도를 중요시 하지 않으시는...;;; 선생님 덕에 헨델 소나타는 넘어가긴 했지만, 활 각도가 잘 안맞아서 깨끗한 소리가 나지 않으며, 음정이 분명하게 나지 않는다는 기본적인 지적을 한참 들었다. 내가 봐도 영 별로인데 넘어간 걸 보면, 선생님이 헨델을 좋아하지 않는 것임에 틀림없다.

 

바흐는 한 바닥을 읽었는데, 빠른 악장만 나오면 죽을 것 같다. 활도 그렇지만... 손가락이 안돌아가서... 하프시코드를 치는 듯한 느낌으로 가볍게, 통통거리는 듯한 느낌으로 하라신다. 원래는 좋아하는 곡인데 한 3달 연습하다보면 엄청 싫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좀 든다..^^;; 한 1년 뒤에 다시 "들어보면" ('연주해 보면'이 아님) 다시 좋아지게 되겠지...ㅠㅠ

 

추석 연휴로 그 동안 연습을 통 못하긴 했지만, 오늘 회사가 쉬는 바람에 그래도 한 두시간 초치기를 하고 갔는데도 영 어렵다. 연습해야할 분량은 언제나 너무 많고 (심지어 레슨시간도 모자랄 지경이니...) 나는 늘 시간이 없는데다가 타고난 농땡이라 오래 연습도 못한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