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31일 월요일

아... 겹음...

바이올린이 처음으로 좋아졌던 건 어릴 적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을 들었을 때였던 것 같다. 처음 시작하면서 나오는 더블스탑을 듣고는 이런 멋진 소리를 내는 악기가 다 있다니...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에도... 곰곰히 생각해 보면.... 정말 멋진 바이올린 음악들엔 늘 겹음이 있었다. 단선율만 연주할 수 있는 악기라고 생각했었는데, 다성부를 멋들어지게 소화해 내는 것을 보면서 혹하고 빠져들게 되었던 모양이다. 그러니까 더블스탑의 매력에 나는 바이올린을 배우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왜.... 실제로는 절대로 멋진 겹음이 안되는 걸까..ㅠㅠ 악보에 더블스탑이나 트리플 스탑이 나오면 일단 손가락이 긴장되면서 경직...;;;; 단순한 코드도 그런한데, 성부가 나뉘어져서 나오면 완전히 패닉이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기본기 부족 때문이다. 자세, 보잉, 운지까지 복합적인 문제인 듯. ㅠㅠ

 

주말에 연습하려고 했는데... 금요일부터 악기에 손도 못 대봤으니... 오늘은 얼른 집에 가서 딱 1시간만 연습해야지. ㅠㅠ

2009년 8월 28일 금요일

여름 끝자락의 제부도

휴가를 찔끔찔끔 쓰고 있는 이번 여름. 화요일엔 제부도에 다녀왔다. 게으름뱅이 가족이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경...

 

갯벌에는 게를 잡는지 조개를 잡는지 가족끼리 연인들끼리 모여 있는 사람들이 한 가득이다. 지윤이는 아빠랑 신나게 갯벌을 파는데, 도윤이는 신발이 불편하다고 그냥 나와 버렸다.

 

갯벌이 끝나는 곳에서 매바위까지는 온통 바위다. 썰물 때라서 걸어서 매바위까지 갈 수 있다. 바닷물이 따끈 따끈하다.

 

현수막에 "개샤워장"이라고 쓰여진 것 같아서 뭐 저런 곳이 있나싶어 다시 봤더니 "샤워장 개장"에서 '개'와 '장'을 양쪽으로 띄여 쓴 모양이다. ㅡㅡ; (찍을 땐 몰랐는데 뒤에 사람들이 있었군..;;;;)

 

갈매기들......

 

그리고 물빠진 바닷가에 1-2미터 간격으로 널려 있던 해파리들....

 

조개 줍느라 여념이 없는 아이들.

 

천원짜리 슬리퍼를 신고 온 불쌍한 도윤이는 결국 부상을 입고... 소독약과 반창고를 사가지고 저녁을 먹으러 조개구이집으로...

 

전망 좋은 식당 2층에서 바라 본 바다.

 

그리고 음식들. 너무 많이 시켜서 조개랑 새우를 많이 남겼다는..ㅠㅠ

 

얌얌 맛있게 먹고 나니 창 밖으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려 한다. (위의 사진과 비교해 보면 물이 꽤 많이 차 오른 걸 알 수 있다)

 

밥 먹고 바닷가 산책로를 따라 산책을....

 

모래에 이름을 쓰면서 노는 아이들.

 

제부도의 석양

 

물이 가득 차서 모래밭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바닷물이 넘실 넘실...

 

떠 밀려 왔던 해파리들도 다시 차오른 바닷물에 흐물흐물... 올해 서해안에 해파리가 이상증식 했다더니 정말 많다. 평생 본 해파리 숫자보다 그 날 본 개체 수가 더 많은 듯.

 

점점 해가 기울고....

 

산책에도 지친 가족은 바닷가에 차려 놓은 까페"몽"으로.

 

코코아와 쥬스,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를 시켜 놓고, 만화책도 보고, 게임도 하고, 수다도 떨면서 물이 빠지길 기다렸다. 10시 가까이 되어야 다시 육지로 가는 길이 열리는 모양이다.

 

제부도에서 건진 수확. 풍선 터뜨리기에서 받은 고양이 인형과 바닷가에서 주운 조개껍질들.

 

9시 50분 경에 다시 길이 열렸다. 넘실 거리는 바닷물이 금방이라도 다시 길을 덮을 것 같은 사이를 차를 타고 돌아 나왔다. 제대로 여행 한 번 못해보고 여름이 가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어쨌거나... 산도 보고 바다도 본 걸로.... 치자.

2009년 8월 13일 목요일

문경 선유동계곡과 오리백숙

이번 여름 휴가는 특별하게 가는 곳도 없이 띄엄띄엄 쉬고 있다. 이번 주는 월, 화요일 쉬었는데... 영화 한 편을 본 것을 빼고는 별 일이 없었고, 그 전 주말에는 시댁엘 다녀왔다.

 

시댁이 문경이라서 사실 경치 좋고 물 좋은 곳이긴 하다. 그래서 휴가 간 셈치고 가는 길에 선유동계곡엘 들렀는데..... 사람이 정말 많았다. 계곡도 좋고 올 여름엔 물도 많았는데, 사람들이 워낙 많다보니 한적함과 상쾌함은 찾아 볼 길이 없었다...ㅠㅠ

 

그래도 폰카로 찍은 사진 몇 장...

 

 

 

 

 

 

 

 

 

 

 

시댁에 도착하고 나서 저녁으로 오리백숙을 먹으러 갔다. 몇 번 가봤던 식당인데, 시골이라서 깔끔함은 그다지 없다고 할 수 있겠지만... 맛은 정말 좋다. 오리백숙에 오리 양념구이, 그리고 이것저것을 많이 넣은 찰밥에 맛있는 영양죽... 그리고 싱싱한 물김치까지... 음식 사진은 못 찍었고... 도윤이가 찍은 아빠와 지윤이 사진만 두장...^^;;

 

 

 

그리고 인형같이 귀여운 조카 사진도 한장^^

 

 

 

2009년 8월 8일 토요일

행복을 그린 화가 르느와르전

모처럼 박물관을 가려고 집을 나섰다. 국립박물관에 가려고 했는데, 그 앞까지 갔더니 차를 가지고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저히 주차불능인 상태를 보고는 시내로 나갔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하는 르느와르전을 봐야겠다고 마음을 고쳐 먹었기 때문이다.

 

비도 오락가락하는 일요일 오후. 금강산도 식후경. 이남장 앞에 차를 세우고 설렁탕과 도가니탕으로 일단 배를 채운 후 시립미술관까지 걸어갔다. 간간히 비가 오는 일요일 오후 한가로운 서소문의 풍경이 맘에 든다.

 

입구에는 역시 사람들이 많다. 전시회에는 늘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듯... 줄 서서 기다리고 나서야 입장을 했다.

 

 

르느와르의 그림이 미술관 곳곳에 커다랗게 붙어 있다.

 

 

 

 

 

 

 

 

눈에 익은 그림들을... 사람이 많은 곳은 대강대강, 적은 곳은 좀 꼼꼼히 보면서 한바퀴를 돌았다. 르느와르의 그림은 아름답다. 세상이 결코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닌데, 그는 마치 세상을 아름답게 그리는 것이 화가의 의무라고 생각한 듯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나 보다. 달콤한 설탕과 초콜렛으로 가려진 그의 그림 뒷 면의 그의 삶은 어떤 것이었을지... 그 시절의 그림이란 그래야만 하는 것이었던 건지..

 

르느와르 전을 다 보고 나오는 길에 1층에서 하고 있는 괴물시대라는 전시도 보았다. 일부러 이렇게 대조적인 전시를 한 것인지,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르느와르의 그림과는 전혀 다른 작품들이 잔뜩 전시되어 있었다. 너무나 직설적이고 적나라한 작품들이 르느와르가 보여준 달콤한 당의 속에 들어 있는 바로 그 쓰디쓴 약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쩌면 르느와르가 더 현실에 솔직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왤까...?

 

글쎄다.... 19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를 살면서 행복한 여인들을 그리던 화가 르느와르의 모습이 21세기 작품들 보다 더 솔직하게 느껴진 건... 그 기괴한 작품들에서 위선이 느껴졌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아마도....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위선이 아니라 외면이기 때문에 르느와르 편이 더 솔직하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시립미술관을 한 바퀴 돌았는데도 아직도 배가 부르다. 설렁탕에 도가니탕을 너무 많이 먹었나 보다. 배가 고픈 상태에서 관람을 했다면 느낌이 달랐으려나....

 

하여간.... 달콤함이 좋았던 나는 피아노 치는 소녀들이 프린트된 엽서와 나무액자를 사서 피아노 위에 올려 놓았다. 귀여운 소녀들의 순수한 모습이 좋아 예전부터 가지고 싶었던 프린트였기에....

 

 

 

커피라도 마시면서 쉬려고 들어간 빵집. 또 너무 많이 먹었다..;;;;

 

 

우유 푸딩에 붙어 있던 스티커로 장난치는 둘째.

 

 

광화문 광장을 새로 열었다길래 거기까지 걸어가 보자고 했는데, 모두의 반대로... 차를 타고 광화문 광장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흠... 청계천에 물 끌어다가 재미를 본 경험을 되살려 광장에 분수대도 설치하고, 주변에 물도 흐르게 해놓았다. 저 물은 아까 시립미술관에서 맛 본 "아리수"일까...?

 

게다가 저 꽃밭은 도무지 뭔지...;;; 나무를 심은 것도 아니고. 80년대초 서울대 아크로폴리스에 심었다는 장미들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그나마 가시가 없으니 다행이려나...

 

그나저나 차를 타고 사람으로 가득찬 광장 주변을 돌다 보니, 차로와 광장 사이에 안전펜스 같은 것이 전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운전미숙으로 광장으로 차가 올라가면 어쩌나 싶은 불안감이 들었다. 다음날인 월요일 뉴스에 보니, 아니나 다를까 새벽에 차 한대가 사고를 낸 모양이다. 사고 이후엔 가보지 못했는데, 안전망을 설치했는지 모르겠다. 나중에 점심시간에 광화문 나갈 일 있을 때 들러 봐야 겠다.